선수촌 골판지 침대 등 '엉망진창' 2020 도쿄올림픽의 민낯

당최 즐겁지 않은 지구촌 축제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2020 도쿄올림픽이 현재 다른 이유로 뜨겁다. 각종 스캔들로 오명을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여러 허점들도 발견되면서 벌써부터 ‘실패한 올림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일본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피해를 극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로 올림픽이 1년가량 지연됐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은 올림픽을 강행했다. 

기대감
우려로

일본은 2013년 스페인, 터키와 함께 스포츠어코드에서 홍보 프레젠테이션을 열고 개최지로 선정받기 위해 열띤 유치전을 벌였다. 일본은 안정감을 주는 경제·치안 상황과 경기장 등 탄탄한 사회 인프라 시설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재앙 회복’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011년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 등을 극복하는 모습을 집중 부각시키며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결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마지막 투표에서 도쿄를 최종 개최지로 결정했다.

도쿄는 1964년 제18회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하게 됐다. 


이번 유치전에서 도쿄는 유력한 개최 도시 후보로 꼽혔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사건이라는 악재에 고전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가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전 세계가 후쿠시마 사고 때문에 걱정하지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며 IOC 위원들의 표심을 붙잡았다.

이로써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아시아 최초 하계올림픽을 2회 이상 유치한 도시가 됐다.

도쿄가 가진 경제·치안의 안정감, 그리고 올림픽을 통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고통받은 자국의 부흥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통한 셈이다. 그러나 기대감은 이내 우려로 바뀌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올림픽을 취소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오랜 기간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일본으로서는 올림픽을 반드시 치러야 했다.

이번엔 당초 계획했던 대로 ‘부흥 올림픽’의 기치를 내걸고 일본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내세우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리어 1년 연기와 무관중 개최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데다, 올림픽으로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준비 꽝 진행 꽝’ 역대 최악의 대회
툭하면 문제 발생…곳곳 허점투성이

일본은 올림픽 개최를 통해 기대했던 직간접적 경제효과를 바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오히려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만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다.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 비용을 포함해 올림픽 역사상 최대인 약 17조5560억원이 투입됐다.


특히 올해는 대지진 발생 후 10년이 되는 해다. 그런 의미에서 도쿄올림픽이 일본 국민들에게 재건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타티스타’는 약 25조원 규모의 경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올림픽 완전 취소(경제적 손실 약 46조8031억원 예상)’ 대신 차선책인 ‘무관중 개최’ 카드를 꺼낸 덕분에 손실 규모가 줄었다.

2021년에 개최됐지만 2020이라는 숫자를 유지하는 이유도 ‘경제적인 손해’를 줄이기 위함이다. 일본은 지난해 메달, 기념품, 로고 등의 제작이 끝난 상태였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대회 이름 등을 바꿀 경우 추가적인 비용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2일 끝난 유로 2020도 도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1년 연기됐지만 ‘2020’을 그대로 사용했다. IOC와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공식 발표하며 대회 이름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러나 일본의 막대한 손해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한 강행은 ‘무리수’였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를 발령했지만 확산세도 여전하다. 대회 개막 전부터 수십명의 올림픽 관계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선수들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도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가 늘었다. 곳곳에서 방역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호텔에 머무는 올림픽 관계자들은 매일 아침 건강관리 앱을 켜 체온과 건강 상태를 입력하고 자가 진단 키트로 셀프 검사도 해야 한다. 

수준 미달 
막대한 손실

그러나 앱 사용을 두고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사용자가 GPS 정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정부가 대비책으로 마련한 15분 외출 규칙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15분 외출이 몇 번이고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마스크 착용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코로나19 방지에 시간제한을 적용하는 게 소용없다는 것이다. 

방역 허점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일본 내각관방 관계자는 “15분 외출 규칙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와 JOC가 함께 기획한 ‘버블 방역 시스템’의 구멍을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각국 정상들도 도쿄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정상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는 파리 올림픽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읽힌다.

각국 정상들의 대리인 참석도 30여개 나라에 그쳤다. 외교전이라고 표현되는 올림픽 개막식에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은 그동안 올림픽을 이용한 정치적 행보도 서슴지 않았다. 스가 총리는 국가 위신을 세우기 위해 올림픽이 중요함을 강조해왔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 중지 여부를 결정할 때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 장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원전 사고를 극복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활용할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만약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올림픽을 중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린다면, 국가의 위신은 추락하고 스가 총리는 위기 대응에 실패한 정치가로서 재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일본에서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29.3%로 하락했다. 올림픽 개최를 통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하려던 스가 총리의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로 취임 1년 만에 위기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스가 총리가 ‘단명 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불안하고
위태롭고

JOC도 올림픽이 개막하기 전 위기를 맞았다. 올림픽 개막을 5개월 앞두고 모리 요시로 JOC 전 회장의 발언도 문제됐다. 문제된 발언은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해당 발언이 논란되자 일본 여론은 모리 전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외 언론을 통해 모리 전 회장의 발언이 보도되자, 모리 전 회장은 결국 사임했다. 사퇴 당시도 모리 전 회장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가와부치 사부로 전 일본축구협회장에게 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서다. 그러나 총리 관정의 반대로 사부로 전 협회장의 취임은 무산됐다. 

JOC는 급하게 후임 선정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모리 전 회장을 이어 취임한 인물은 여성 인사인 하시모토 세이코다.

JOC 자체적으로 성 차별로 실추된 이미지를 여성 회장 선출을 통해 쇄신하려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하시모토 회장도 ‘성 스캔들’에 휘말리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는 당시 연맹 회장이었던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JOC가 이미지 쇄신에만 급급해 성추행 전력을 지닌 회장을 선출했다는 점에서 악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음악 감독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도 발생했다. 개막식 음악 감독을 맡은 오야마다 케이고 감독이 장애를 앓고 있는 친구를 학대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재조명됐다.

오야마다 감독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친구를 뜀틀 속에 가두고, 배설물을 먹이는 등 학대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개막을 4일 앞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각종 시설도 논란을 부추겼다. 참가 선수들은 골판지 침대의 안전성 등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저주받은 올림픽’ 오명
기업들도 잇단 불참 통보

일본은 환경을 고려하겠다며 골판지 침대를 제작했다. 해당 침대는 폭 0.9m, 길이 2.1m로 최대 200㎏까지 하중을 견딜 수 있다는 게 일본 측의 설명이다. 

침대가 튼튼하다고 자신감을 보인 반면 일부 선수들에게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미국의 한 선수는 “누군가 내 침대에 소변을 보면 박스가 젖어 침대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비꼬았다.

골판지 침대가 선수들의 성관계를 막기 위해 제작했다는 말도 있다. 미국 언론은 골판지 침대를 두고 ‘안티 섹스 침대’라고 표현했다. 

또 골판지 침대와 관련한 정경유착 의혹도 있다. 국가사업에 쓰인 골판지 제품들이 아베 전 총리의 친형 회사에서 납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아베 전 총리의 친형은 2012년부터 지난 5월까지 미쓰비시그룹 계열사 미쓰비시상사 패키징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이 ‘골판지올림픽’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방사능 문제도 해결된 사안이 아니다. 소프트볼의 개최지는 후쿠시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때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났던 곳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후쿠시마현 참사를 잘 극복했음을 만방에 알리고자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방사능 노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가득하다.

일본 대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 불참도 마찬가지다. 파나소닉은 도쿄올림픽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나소닉은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로서 IOC와 직접 계약을 맺은 기업 중에서도 최고액을 내는 후원사다. 

잇단 악수 
선수들 불만

도요타자동차도 불참을 선언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올림픽과 관련된 TV 광고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중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여론 악화로 기업 이미지 하락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쿄올림픽은 각종 스캔들과 코로나19 속에서 치러져 환영받지 못하는 올림픽이 됐다. 세계 각국의 선수단, 관계자가 모이다 보니 ‘세계인의 축제’가 자칫 코로나19의 확산 근거지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원활히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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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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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