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 낙인 ‘노소영 사수대’ 실체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4.11 09:19:56
  • 호수 15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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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의혹 키운 여론 조작단 결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방한 댓글 부대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측근들로 드러나 사법 처리 대상으로 전락했다. 일부는 징역형의 처벌을 피하지 못하면서 전과자로 전락했다. 이른바 여론조작단으로 불리고 있는 ‘노소영 사수대’는 가혹한 운명을 맞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세기의 이혼소송으로 주목받고 있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노소영 사수대’를 자처한 측근들이 처벌을 면치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여론조작에 가담했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논란을 키우는 중이다.

악플러 출동

먼저 최 회장에 관한 허위 비방 댓글로 형이 확정된 김흥남은 온라인 댓글을 통해 최 회장에 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60시간을 선고받은 전과자가 됐다. 김흥남은 노 관장이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나회를 본떠 만든 ‘미래회’의 초대 회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난 2019년 초 법원은 “김흥남 피고에 대한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단 댓글들이 모두 허위 사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김흥남씨가 풍문을 전하는 것에 불과했다고 하지만, 허위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죄질이 매우 심각함을 선고 사유로 밝힌 바 있다.

댓글 조작에 참여한 다른 노소영 사수대도 처벌을 면치 못했다. 2018년에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조현락 판사)은 최 회장에 관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차모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이 차씨를 약식 기소했지만, 재판부가 정식재판에 회부할 만큼 차씨의 ‘악플’의 내용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시 부산지법 형사4단독(강희석 부장판사)도 또 다른 노 관장 사수대이자 악플러 김모씨에게 검찰 구형(50만원)보다 많은 15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임성철 부장판사)도 지난달 악플러 이모씨의 항소심에서 원심(벌금 70만원) 보다 높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노 관장에 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생성할 목적으로 여론을 조작한 범죄에 관해 법원은 엄벌을 내렸다. 결국 ‘노소영 사수대’는 전과자로 몰락한 셈이다.

‘노소영 사수’ 여론조작 단원
징역 등 대법원 유죄 확정돼

댓글로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여론을 조작해 처벌된 노 관장의 측근은 18명에 달한다. 전체 22명 중 사과하고 선처를 요청한 4명을 제외한 모두가 처벌을 받은 셈이다.

‘노소영 팬클럽’ 회장으로 알려진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도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노 관장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에서 1조3800억원의 재산분할을 판결한 김시철 부장판사의 친형인 김시범 안동대 교수와 함께 국제미래학회라는 학술단체 임원이다.

박씨는 최 회장의 동거인을 비난하고, 이혼소송 재판에서 노 관장에게 유리한 동영상을 제작해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박영숙미래TV’에 게재했다. 노태우 비자금과 불법 은닉 의혹으로 노 관장이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던 지난해 9월경에는 ‘노소영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노소영이 새 사랑을 찾아 행복해야 한다’는 등 노 관장을 옹호하는 영상도 제작해 올렸다.

박씨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노 관장이 남편과의 이혼소송을 통해 천문학적인 재산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 이혼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에 게재된 영상의 내용이다.


1955년 7월생인 박씨는 작가, 칼럼리스트, 교수 겸 미래학자다. 현재 (사)유엔미래포럼 대표이자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미래예측 겸임 교수기도 하다. 이 유튜브 영상은 지난해 8월29일 박영숙미래TV에 게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이 영상 외에도 지난해 9월22일까지 거의 매주 노 관장을 옹호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같은 영상에서 박씨는 ‘노 관장의 둘째 딸인 최민정을 도와 글로벌 리더로 키워 한반도 통일 기본 작업을 지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회 연상케 하는 미래회
줄줄이 조사받는 가신 집단

또 9월22일에 게시된 동영상에서는 ‘왜 대한민국은 노소영에게 지지를 보내나?’라는 섬네일 제목의 영상을 통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에 대한 반대 급부’라는 영상을 내보냈다. 

일각에서는 박씨가 노 관장 이혼소송의 재판장인 김시철 판사의 친형과 같은 학술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관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박씨는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지난해 9월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됐다. 이어 지난해 12월 해당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박씨는 문제가 된 동영상을 내린 상태다.

또 다른 사법 처리 대상자는 이상원 변호사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의 사촌 동생이자, 6공 황태자로 알려진 박철언 전 장관의 사위다. 박 전 장관의 딸이자 이상원 변호사의 아내인 박지영은 현재 노소영 사수대인 미래회 회장을 맡고 있다.

노 관장의 이혼소송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모든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을 해 왔던 김흥남 등에 대해서도 변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노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 지난해 검찰에 송치됐다. 이 변호사는 허위 사실 유포 명예훼손, 가사소송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등의 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통상 변호사가 언론 등에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금고형 이상의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을 경우, 변호사 자격까지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시철 판사와 댓글 부대
공작 부대까지 나선 이혼

이 변호사는 2023년 10월 기자들에게 “최 회장이 동거인 김희영 이사장에 쓴 돈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지원금은 219억원이다. 이 변호사는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 중에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언론에 흘려 부정적 인식이나 여론을 만들고, 소송에 유리한 측면을 확보하려 한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상고심이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처벌 수위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한편, SK그룹은 서울 종로구 본사 서린빌딩 내 노 관장의 아트센터 나비가 빠진 자리를 임직원 전용 공간으로 쓰고 있다. 아트센터 나비는 경복궁 인근으로 자리를 옮겼고, 노 관장은 국내외를 오가면서 인공지능, 딥러닝 등 최신 기술을 공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아트센터 나비가 퇴거한 SK서린빌딩 4층 공간은 최근 리모델링을 거쳐 임직원이 예약 후 이용하는 회의실, 휴게 공간 등으로 쓰이고 있다. 이 자리는 약 24년간 아트센터 나비가 미디어아트 미술관, 사무실, 카페 등으로 운영해 왔던 곳이다.

지난 2000년 12월 서린빌딩에 입주한 아트센터 나비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2019년 9월 이후에도 계속 공간을 사용하면서 SK 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서린빌딩 소유주는 SK위탁관리부동산(SK리츠)이지만, SK이노베이션이 임차해 다시 아트센터 나비에게 세놓는 전대차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송치된 변호사

SK이노베이션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이후 지난 2023년 4월 아트센터 나비를 상대로 부동산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6월 아트센터 나비가 퇴거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노 관장 측은 항소하지 않고 같은 해 10월 공간을 비웠다.


노 관장은 국내외를 오가면서 자녀들을 챙기고, 아트센터 나비 관련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차녀 민정씨가 지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딸, 사위와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장남 인근 씨가 있는 뉴욕을 찾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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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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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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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