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의 이혼소송 전략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리 공방이 아니라 철저하게 여론전에 기대는가 하면 당초 배당된 항소심 재판부를 다른 재판부로 변경하기 위해 고의로 특정 변호사를 선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노 관장은 급기야 최태원 SK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대표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했다.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이 법적 효력이 없는 손해배상소송을 추가로 낸 이유는 파탄의 책임이 최 회장 동거인에게 있다는 여론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항소심서 1심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가 여론의 향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여론전
지난해 말 이혼소송에서 사실상 완패한 노 관장은 지난 1월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장외전에 나섰다. 노 관장이 1심 선고 직후인 지난해 12월9일 처음으로 심경을 내비친 것도 언론을 통해서다. 1심 판결에 불만이 있을 경우 항소심에서 법률적으로 다투면 되지만 노 관장은 언론을 통해 1심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이다.
심지어 노 관장은 김희영 대표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까지도 언론 플레이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노 관장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당일인 지난 27일 오전 한 매체가 관련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한 것이다.
가사사건의 성격상 노 관장 측이 언론에 흘리지 않으면 소송이 접수된 당일 언론이 확인해 보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정적 순간마다 유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한 언론 플레이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을 다루는 가사사건에 대한 노 관장의 이 같은 여론전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쪽 당사자가 1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전을 펼칠 경우 항소심 재판부를 압박해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가사사건의 경우에 법원은 가사소송법(제10조, 제72조)을 통해 가정법원서 처리 중이거나 처리한 사건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실을 보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을 정도다.
법조계는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 2월 중순 변경된 것과 관련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 관장이 당초 배당된 항소심 재판부의 성향이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보고, 항소심 재판장의 매제(妹弟)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일부러 선임하면서 재판부를 다른 재판부로 변경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만약 논란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 관장은 친족관계인 변호사가 근무하는 법무법인이 사건을 수임할 경우 재판을 맡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는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나 ‘대법원공직자윤리위원회 법관윤리강령’ 등을 악용한 셈이다.
이는 공정한 재판 진행을 저해할 뿐 아니라 법원 판결까지도 쥐락펴락하겠다는 것이어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항소심 재판부 고의 변경 의혹
사실이면 법원에 대한 도전 행위
추가 손배소 진짜 이유는 동정론?
법원 등에 따르면 이혼소송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월 초, 서울고법 가사3-1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가사3-1부는 3월9일을 공판준비기일로 잡는 등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 관장이 지난달 15일 법무법인 클라스의 김기정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김 변호사는 조영철 재판장의 매제가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소속이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고법은 공정한 재판을 위해 이틀 후인 17일, 이번 사건을 가사3-1부에서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로 재배당했다.
문제는 과연 노 관장이 조영철 재판장과 법무법인 클라스와의 관계를 몰랐겠느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가사사건에 능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고법서 가사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는 3개뿐인 만큼 재판부별 성향과 인맥은 변호사 업계에 상세히 알려져 있다”며 “일부 법조인들은 노 관장이 법무법인 클라스 소속 변호사를 선임할 때부터 재판부가 변경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노 관장이 김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 역시 동정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노 관장 입장에서는 1심 판결이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축출이혼을 정당화하는 것이어서 문제가 많다는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 항소심 전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서초동 가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노 관장 측의 소 제기는 행위를 안 날로부터 이미 3년이 훨씬 지났고, 파탄으로 이혼소송이 제기된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는 제기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 판례 등 법리를 고려할 때 법적으로 인정받기가 불가능한 사항”이라면서 “승소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도 소를 제기한 것은 최 회장과 관련한 부정적 여론을 만들기 위한 전형적인 언론 플레이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 따르면, 노 관장의 최 회장에 대한 보복행위 등을 고려할 때 노 관장의 이런 동정여론 형성이 생각처럼 쉽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최 회장이 2년7개월이란 장기간 수감생활을 하던 중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 대상에 거론되자 최 회장을 사면해줘서는 안 되는 이유 9가지를 7장 분량으로 노 관장이 직접 적어 당시 이병기 비서실장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청와대에 편지 보낸 노소영 노림수 추적)
“지극히 이례적”
한 법조인은 “소송 당사자가 항소심을 앞두고 1심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면서도 “지금까지의 모습을 볼 때 노 관장은 앞으로도 법정에서의 소명보다는 법정 밖에서 최대한 최 회장에 대한 부정 여론을 형성하거나 자신에 대한 동정론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움직여 항소심서 반전을 꾀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