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위 “노태우 일가 민주묘지 참배는 국민 우롱 쇼”

“노태우 불법비자금 은닉·상속 즉시 공개해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해웅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이하, 환수위)가 21일, 김옥숙 여사,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등 노태우 일가의 ‘국립 5·18민주묘지’ 방문 참배에 대해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노태우 대통령의 부인이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공개한 비자금 내역의 당사자인 김옥숙 여사가 아들 노재헌 이사장과 함께 지난 19일 광주 국립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자, 환수위가 당일 공식 비난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환수위는 이번 김옥숙·노재헌의 광주 국립5·18 민주묘지 사과 참배에 대해 보도자료 형식의 성명서를 내고 “명백한 국민 우롱 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환수위는 성명을 통해 “노태우·노소영 일가는 진정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거짓 사과쇼 즉, 국민 우롱쇼를 당장 멈춰라”며 “국민들과 광주 영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노태우 비자금의 불법 은닉과 상속에 대해 상세히 밝히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들은 “노태우 일가의 이번 광주 5·18묘역 참배는 노소영·노재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반성하는 모습을 통해 국민여론 불식을 도모하려는 기반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태우·노소영 일가는 국민들의 분노를 키우는 국민 우롱 쇼를 당장 멈추고, 불법으로 은닉·상속된 비자금을 즉시 공개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또 “이혼재판 과정서 비자금을 공개한 노소영은 본인이 은닉 비자금 공개해놓고 다 갚았다고 억지 주장을 펼치며 국민 분노를 더 키운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소영은 언론 등을 통해 가정사로 눈물지으며 어떻게든 동정 여론을 조성해 이혼소송서 승소하려 애쓰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탈세·횡령 등 노소영에 대해 불거지고 있는 여러 의혹들을 보면 이번에는 절대 노소영 등 노태우 일가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소영 일가가 연로한 김옥숙 여사를 앞세워 광주를 방문해 사과쇼를 한 것은 검찰과 국세청 등에서 노소영 등 일가에 의해 불법 은닉·상속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본격 수·조사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검찰은 노태우 비자금과 불법 은닉, 상속을 규명하기 위해 계좌 추적 등의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수위는 “노소영이 공개한 노태우 비자금 내역의 주인공인 김옥숙 여사를 고발한 바 있지만 고령에 치매 증세가 있어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지 조사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이번에 공개된 영상과 사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참배가 가능한 것으로 보아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조사를 못 받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성역없이 강도 높은 조사를 촉구했다.

이날 김 여사와 함께 광주 묘역을 방문한 노 이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비자금은 제가 어렸을 적 일이고, 말씀드릴 성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모르는 부분이 많다”며 비자금의 존재에 대해 부인하는 듯한 답변으로 국민 분노를 자극했다.

환수위는 “김옥숙 여사가 2016년부터 노재헌의 동아시아문화센터에 출연한 147억이 정치권 등에서 노태우 비자금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노태우 아들인 노 이사장은 이같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이 노소영 일가의 광주 방문과 사과가 거짓 쇼이자, 국민 우롱 쇼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소영 관장이 이혼소송서 승소 목적으로 본인 스스로 비자금 실체를 공개해 놓고도 ‘국고에 모두 반납했다’며 말도 안 되는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는 국민들과 광주 영령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으로 반드시 사정기관이 엄정하게 규명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소영 관장은 대법원에 “완납했고, 사과했다”고 주장하는 참고서면을 지난 3월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노태우 일가의 광주묘역 참배 소식이 전해진 직후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언론을 통해 “진정성이 없다”며 “노태우 일가는 그동안 여러 번 5·18묘지를 찾기는 했지만 관련 자료 제공이나 회고록 수정 등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았다. 진심으로 참회한다면 공식 석상서 5·18 피해자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이사장은 “오월 영령들의 피의 대가로 권력을 찬탈하고 그를 이용해 부정 축재한 돈이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환수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5·18기념식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단죄가 불완전해 지난해 12월3일 밤 어처구니없는 친위 군사 쿠데타를 시도하는 일이 다시 벌어졌다”며, “반드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민사상 소멸시효도 배제해 상속재산 범위 안에 있다면 상속자들한테까지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환수위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국민들 모두가 간절히 염원하는 것”이라며 “노태우 비자금과 불법 은닉·상속 문제에 검찰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은 신속히 엄정한 수·조사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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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단독] 악명 높은 보이스피싱 총책 탈옥한 ‘김미영 팀장’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최근 행적이 확인됐다. 지난해 탈옥에 성공한 이후 1년여 만이다. 박씨와 함께 탈옥에 성공했던 인물은 총 3명이다. 이들은 올해 초까지 말레이시아로 여러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씨는 최근 필리핀 카비테 부근 한 시골 마을로 주거지를 옮겼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초부터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정훈씨의 탈옥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교·수사당국은 현지 담당자가 철저하게 관리 중이라며 ‘소극 행정’으로 대처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꼴이다. 1년이 지난 현재, 박씨는 필리핀 서부 지역 한 시골 마을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못 잡나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는 필리핀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에서 탈옥한 이후 올해 초까지 총 세 차례 이상 말레이시아 사바주로 밀항을 시도했다. 이들이 밀항을 시도한 곳은 필리핀 남서부 잠비앙가와 민다나오 다바오 시티다. 잠비앙가의 경우 여행경보 4단계인 흑색 경보(여행금지) 발령 지역이다. 외교부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없이 흑색 경보 지역을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 등 관련 규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잠비앙가는 우리나라 국민이 여행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박씨와 송모씨 등 ‘탈옥 멤버’들은 다바오 시티에서 두 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잠비앙가로 이동했다. 잠비앙가에서 술루 제도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이동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술루 제도로 이동하던 박씨 일당들은 필리핀 반군에 억류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씨가 밀항을 시도한 잠비앙가를 비롯해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는 이슬람 반군들이 주둔해 있다. 지난해 10월 말에도 무력 충돌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 당시 민다나오 마긴다나오델수르주의 파갈룽간시에서 필리핀 최대 반군단체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두 지휘관과 수하 병력이 총기와 흉기로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 1970년대부터 분리주의 무장투쟁을 벌여온 MILF는 2014년 정부와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를 통해 정부가 민다나오섬에 설치한 이슬람 임시 자치정부인 ‘방사모로 과도당국(BTA)’과 ‘방사모로 무슬림 민다나오 자치지역(BARMM)’ 구성에 참여했다. 잠비앙가·민다나오서 ‘뒷돈 도주’ 시도 이슬람 반군에 억류 후 풀려나 마닐라로 MILF는 2019년 9월부터 평화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무기 반납을 시작했지만, 무장 해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여전히 총기를 보유한 MILF 병력은 수천 명 이상이다. 박씨는 반군들에게 마약 및 보이스피싱으로 벌어들인 돈 수천만원을 뇌물로 전달한 이후 풀려났다. 지난 5월 초 박씨는 송씨와 헤어진 후 필리핀 루손섬 카비테주 카비테 시티로 이동했다. 지난달 말에는 카비테 시티 외곽 한 시골 마을에 자신의 현지 부인인 A씨까지 불러 정착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그간 마닐라 타기그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에 거주했다. 현지인들은 보니파시오를 BGC 또는 글로벌 시티로 부른다. 필리핀의 청담동으로 불릴 만큼 고층 빌딩, 고급 주거지, 쇼핑 거리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보니파시오의 경우 냉장고와 에어컨 정도만 구비돼있는 콘도 한 유닛의 월세가 필리핀 돈으로 13만~15만페소(약 304만~351만원)에 달한다. 필리핀은 주차장도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에 주차장을 포함하면 월세도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 더 늘어나게 된다. 같은 도시에 위치한 원룸 형식의 콘도 월세도 5만5000페소(약 128만원)에 달한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경찰도 관련 첩보를 파악해 현지 수사당국과 공조 중이다. 아직 정확한 집 주소나 확실한 거주지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이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 넘게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 왔다. 수억 비트코인에 차명 주택 부동산 소유 현지 부인이 조력해 “지속적 현금 조달” 특히,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 그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게 “박씨가 마닐라에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하고 있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했다. 국내 정보기관은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수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2023년 12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 교정당국에 박씨의 탈옥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박씨가 탈옥한 것을 두고 필리핀 교정당국은 해당 교도소에 CCTV가 설치돼있지 않아 탈옥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일부 훼손된 철조망을 찾아냈다고 한국 정부에 설명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외교부와 경찰, 법무부 국제형사과 등이 일부 파견을 가 현지에서 한국 범죄자들을 관리하는데, 공문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범죄자와 면담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저 공문만 보내는 것으로는 범죄자들의 탈옥을 막을 수 없다. 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잡나 박씨는 A씨의 도움을 받아 오래된 교도소의 취약점을 파악해 탈옥을 계획했다. 사전에 철저히 ‘탈옥 계획’을 구상하고 보안이 허술한 교도소에 잡혔단 뜻이다. 말레이시아로의 밀항 준비도 A씨가 현금 조달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A씨는 박씨가 교도소에서부터 환전한 수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관리해 왔다. 박씨와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한 제보자는 “환전한 비트코인 외에도 A씨가 박씨의 차명 소유 자택 부동산 등 수십억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