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유입?’ 동아시아문화센터 실체

“6공 검은돈 굴리는 핵심 기지”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위원회는 15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가 운영 중인 동아시아문화센터가 노태우 비자금을 굴리고 있는 핵심 기지”라며 동아시아문화센터를 국세청에 고발했다.

지난 15일,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위원회(이하 환수위)는 “노태우 전 대통령 추모를 명분으로 설립된 동아시아문화센터가 노태우 일가의 불법 비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최근 1년 사이 새롭게 제기됐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군사정권 비자금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이번 정부의 새 국세청장이 이 고발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불법 자금
세탁 창구“

환수위는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수차례 언론 보도로, 특히 재단 공금 10억원 횡령 의혹이 노 원장 스스로 국세청에 제출한 내부 서류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에는 ‘노태우 일가가 노태우 추모를 명분으로 설립한 공익재단을 비자금 세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동아시아문화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노씨는 모친 김옥숙 여사가 지난 2016년부터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을 재단에 낼 때마다 부동산 구입, 보수 및 새 건물 증축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이들은 “노씨는 현재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과 종로구 사직동에 2채의 건물을 매입했는데, 이를 통해 노태우 비자금은 철저히 세탁됐다”며 “또 노태우 비자금 중 일부는 단기금융상품 및 주식투자 등 비자금 불리기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환수위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자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이 센터의 자금을 추적해야 노태우 비자금의 실체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문화센터는 지난 2012년 재단법인 한중문화센터로 출범한 뒤 지난 2019년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로 이름을 바꾼 노태우 추모 공익법인이다. 2012년 출범 때부터 2019년까지는 채현종씨가 대표를 맡았고, 2020년부터 현재까지는 아들 노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김옥숙 여사(147억원)와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5억원)의 출연금으로 설립됐다.

동아시아문화센터가 움직인 수상한 자금 중에는 김 여사가 출연한 2016년 10억원, 2017년 10억원, 2018년 12억원, 2020년 95억원, 2021년 20억원 등 총 147억원이 있다.

노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운영 중
김옥숙 여사 부동산 구입 등 지원?

환수위는 “김 여사가 평생 직업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인 스스로 이 같은 돈을 모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동아시아문화센터에 들어간 이 돈은 노태우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론들이 동아시아문화센터 결산 서류 및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을 추적한 결과, 이 재단은 현재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65번지 부동산과 서울시 종로구 사직동 1-35번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이 부동산의 장부가는 약 92억여원, 시가는 10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노태우 비자금이 2채의 부동산 매입에 투입돼 불려졌다”고 강조했다.

또 “노씨 일가가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을 이 재단에 낸 것은 바로 비자금을 부동산으로 바꾸기 위해 자금을 세탁한 것”이라며 “노씨는 김 여사가 2016년 10억원, 2017년 10억원 등 20억원을 기부하자, 2017년 10월11일 재단 명의로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65번지,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건물을 14억6000만원에 매입하고, 같은 해 11월22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환수위는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이 투입되자마자 곧바로 이 돈이 부동산 매입에 사용된 것”이라며 “이 부동산은 지난 1989년 5월8일 허가를 받아, 건축공사를 한 뒤 1991년 4월26일 사용 승인을 받은 건물로, 대지면적 190제곱미터며, 처음에는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건물로, 1층은 근린생활시설, 2·3층은 주택으로 허가됐다”고 부연했다.

환수위에 따르면 그 뒤 노씨가 이 건물을 매입한 뒤 3층 건평을 약 25제곱미터 더 늘리고, 1개 층을 더 올려 지하 1층~지상 4층짜리 건물로 증축하고, 이 증축 사실을 2019년 3월26일 등기했다. 증축 후 지하 1층은 사무실, 지상 1층은 음식점, 2층부터 4층까지 3개 층은 사무실 용도로 허가됐다.

평생 주부가
무슨 돈으로?

특히 김 여사가 2018년에 추가로 기부한 돈 12억원이 바로 이 건물의 증축 비용으로 사용됐다. 재단은 2018년 증축 공사 비용으로 에스앤씨건설이라는 건축 회사에 1억4530만원, 1억2500만원, 1억1000만원, 1억6800만원, 1억520만원 등 5차례에 걸쳐 약 6억600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재산세로 325만원, 건축 설계비로 2차례 3600만원, 해체 공사비로 1170만원, 증축 설계 인허가 비용으로 450만원 등을 지출했다.

또 2018년에 이 공익법인의 지출액 10억9000만원 중 95%가량이 청운동 부동산 증축 및 수리비로 지출됐고, 장학금 등 공익사업에 투입된 돈은 5315만원에 불과했다.

환수위에 따르면 노씨는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으로 서울 시내 요지에 2채의 부동산을 매입하고, 1채는 수리 및 증축하고 1채는 아예 부수고 새 건물을 지었다. 2023년 기준 해당 법인의 전체 자산은 224억원이며, 부채 5억원을 빼면 순자산이 217억 6000만원이다.

자산 중 유동자산이 52억원, 비유동자산이 170억원 상당이며 이 중 유동자산 52억원 중 단기투자자산이 32억원, 단기매매증권이 18억원에 달했다. 노씨가 재단 재산 중 50억원 상당을 금융 상품과 주식투자에 활용한 것이다.

또 비유동자산은 부동산이 92억원 상당, 미술품이 5억원 정도였고, 나머지 70억여원은 ‘기타비유동자산’으로 신고됐으나, 과연 이 비유동자산은 무엇인지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게 환수위의 주장이다.

환수위가 밝힌 내용대로라면 김 여사가 출연한 노태우 비자금 147억원은 부동산 2채 95억원 상당으로 돈세탁됐고, 나머지 약 52억원 중, 50억원은 금융 상품, 주식투자 등으로 언제나 사용이 가능한 유동자산 형태로 은닉됐을 가능성이 크다.

유동 자산
은닉 가능성

환수위는 고발장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24일 국정감사에서 노태우 일가 관련 부동산 업체 네오트라이톤 존재를 밝힌 바 있다”며 “이 법인은 기존 서울 청담동과 동빙고동 부동산 외에 서울 가회동에 위치한 이른바 ‘정명훈 빌딩’을 매입했는데, 이는 사실상 노재헌 측에 넘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오트라이톤의 법인 등기부 등을 살펴보면 노씨가 이 법인의 임원으로 등재돼있으며, 대표이사는 네오트라이톤의 공동소유자였던 채현종씨다. 이는 노씨가 이 법인의 실질적 오너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 법인 종속회사인 티케인베스트 대표이사와 부동산회사 네오트라이톤 이사의 이름이 일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오트라이톤이 사실상 노씨 소유며 따라서 정명훈 빌딩 역시 사실상 노씨 소유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환수위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이 회사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 노재헌이 지분의 40%, 채현종이 60%의 지분을 보유했고 2017년 감사보고서에는 노재헌의 지분이 60%, 채현종 및 육상근의 지분이 각각 20%로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즉, 노씨가 이 부동산 업체의 최대주주인 것이다.

환수위는 “노씨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유동자산 52억원 중 상당액을 자신의 회사인 티케인베스트먼트에 맡겼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따라서 노태우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김 여사 출연금 147억원은 서울 청운동 및 사직동의 부동산 2채에 95억원, 그리고 티케인베스트먼트에 52억원을 은닉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환수위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출신인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익재단이 돈세탁 수단으로 전락”
청운동 및 사직동건물 매입 의혹도


임 후보자는 행정고시 38회 출신으로 국세청 조사국, 서울청·중부청 조사국장, 서울청장, 국세청 차장을 역임한 정통 세무관료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노 관장에 의해 수면 위로 부상한 노태우 비자금 조사에 대한 필요성을 강력히 피력해 온 인물이다.

환수위는 “임 후보자는 대기업·정재계 고위층의 탈세 적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조사통’이라는 점에서 노소영·노재헌 등이 숨겨온 노태우 비자금을 반드시 찾아내 국고로 환수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임 후보자는 윤석열정부 때 강민수 국세청장을 상대로 “300억원이 노태우 대통령의 차명 재산이거나 받아야 하는 유효한 채권이었다고 하면, 2021년에 사망한 노태우 대통령의 상속재산에 포함됐어야 한다”고 지적해 주목받았던 바 있다.

임 후보자는 “상속세 누락 혐의가 나왔는데 이를 방치해 조세채권이 소멸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노 관장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제출한 ‘김옥숙 메모’와 300억 약속어음을 근거로 서울청 조사4국의 즉각적인 조사 착수를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환수위는 “국세청은 즉각 전방위적 세무조사에 착수해야 하며, 횡령·배임 여부 및 자금 흐름, 증여세·법인세 탈루 여부 등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며 “해외 페이퍼컴퍼니 설립 경위와 자금 출처를 포함한 자금 세탁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나설까

그러면서 “국세청이 조사에 미온적일 경우, 공개 집회 개최 및 국민·국회 대상 진정을 추진하겠다. 관련 자금 흐름 실질 관리자 등 추가 고발 대상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고발은 단순 고소가 아닌, 국가 차원의 자금 세탁 및 탈세 척결 의지 표명”이라며 “동아시아문화센터 및 노재헌 이사장의 자금 운영 실태에 대한 국세청의 조속한 개입과 철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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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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