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이제야말로 ‘정교유착’ 끝낼 때다

통일교·신천지 의혹 사건이 주는 민주주의의 경고

최근 한국 정치가 다시 큰 파문에 휩싸였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특정 정당이 아닌 여야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고, 해저터널 청탁과 금품 제공, 정치인 실명까지 거론되며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재소환됐다. 이번 의혹의 중심에 선 것이 기업이 아니라, 종교단체라는 점이 충격을 더한다.

정치가 종교의 조직력·자금에 기대고, 종교가 정치 권력을 활용하는 ‘정교유착’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신천지 논란까지 재부상하며 종교와 정치의 경계가 이미 무너졌음이 드러났고, 통일교 의혹 사건은 여야 모두가 얽히며 민주주의 기반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종교가 아니라, 정치다. 정치가 스스로 투명성과 자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돈·조직·동원력’에 의존하는 한 이 같은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경유착에 이어 정교유착까지 끊어내는 새로운 대수술이다.

거센 파문, 통일교 의혹의 실체

통일교 의혹은 처음엔 국민의힘 일부 인사의 금품 의혹으로 보도됐지만, 곧 여야 전반으로 번지며 파문이 커졌다. 전 세계본부장이 실명과 청탁·금품 정황을 진술한 것이 정치권 전체를 흔들었고, 특검이 수개월간 내사만 유지한 점도 의혹을 키웠다.

결국 사건은 경찰로 넘어가며 여야가 동시에 “엄정 수사”를 외치는 상황이 됐다.


해저터널 같은 초대형 국책사업이 언급된 점은 국민적 충격을 키웠다. 종교단체가 이를 위해 정치권에 접근한 정황은 단순 민원을 넘어선 체계적 로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의혹 사건은 ‘누가 받았나’를 넘어, 종교가 왜 정치에 자금을 대고 정치가 왜 이를 허용했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특정 종교를 비난하는 차원에서 끝나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정치가 여전히 ‘돈과 조직력’을 필요로 하고, 과거 기업이 담당하던 역할을 오늘날 종교가 일부 대체하고 있다는 구조적 현실이다. 정경유착의 그늘이 사라진 자리에 정교유착이 들어선 셈이다.

신천지는 조용했지만, 통일교는 폭발

신천지의 국민의힘 경선 개입 의혹은 논란이 있었지만 일정 시점에서 조용히 봉합됐다. 폭로와 반박이 이어졌어도 여야 모두 정치 쟁점화를 원치 않았다는 분석이 크다. 결속력이 강한 조직 특성도 사태가 더 크게 번지지 않은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통일교 사건은 처음부터 달랐다. 정치인 실명이 거론되고 여야 모두가 의혹 대상이 되면서 누구도 선을 긋기 어려웠다. 해저터널 같은 대형 사업까지 얽히며 파장이 커졌고, 결국 이 사건은 신천지와 달리 정치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는 문제로 부상했다.

그 차이는 결국 ‘정치가 종교를 어떻게 바라봤는가’에 있다. 정치권은 여전히 ‘조직을 가진 집단’을 선거 동원력의 자원으로 본다. 신천지는 은밀하게 움직였고, 통일교는 더 공개적으로 접근했다. 두 사건 모두 특정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투명성과 자립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정경유착서 정교유착으로


한국 정치의 어두운 과거에는 늘 정경유착이 있었다. 대선 비자금 사건, 권력과 재벌 결탁, 재벌 총수 사면 논란 등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들었다. 그러나 정치자금법 강화, 재벌 회계 투명성 제고, 시민사회의 감시 확대 등으로 기업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은 위험 부담이 크고 여론 리스크가 큰 행위가 됐다.

문제는 정치가 여전히 ‘돈과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정경유착의 통로가 막히자 정치권은 다른 공급원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공백을 채운 것이 종교였다. 종교는 헌금과 인적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갖추고, 지도자 중심의 결속력도 강해 정치권엔 매력적인 자원이 된다.

결국 정경유착이 사라진 자리에 정교유착이 자리 잡았다. 이번 통일교·신천지 의혹 사건은 한국 정치가 과거의 병폐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음을 상기시킨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여전히 ‘권력과 자원의 교환’이라는 오래된 문제다.

왜 정치와 종교가 얽히는가

한국 정치가 종교에 취약해진 핵심 이유는 정당 조직력의 약화다. 과거에는 당원과 지역 조직이 동원력을 뒷받침했지만, 팬덤 정치와 여론전 중심으로 변하며 기반이 무너졌다. 참여가 줄자 정치인은 외부 결집 집단을 찾게 됐고, 그 빈틈을 종교가 채우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의 공동체 기반 약화도 큰 요인이다. 노동조합·직능단체·시민사회조직의 영향력이 줄고 지역공동체까지 해체되면서 정치인이 의존할 조직은 크게 약해졌다. 반면 종교단체는 결속력을 유지해 정치권에 ‘안정적 조직력’으로 보였고, 정당이 채우지 못한 공백을 대신 메우는 구조가 형성됐다.

디지털 정치가 확산됐지만, 선거를 움직이는 힘은 여전히 책임당원과 현장 조직 같은 오프라인 기반이다. 온라인 정치가 커질수록 조직력의 가치가 높아지고, 이 공백을 종교가 채우면서 정치와 종교의 밀착이 강화됐다. 최근 정교유착이 두드러진 이유도 이 구조 때문이다.

종교가 정치에 접근하는 이유

통일교 의혹 사건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해저터널 사업처럼 국가적 규모의 프로젝트는 법·행정·예산이 모두 얽혀 있어 정치권의 도움이 사실상 필수적이다. 종교단체가 정책적 이해를 위해 정치권과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종교가 정치에 접근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회사업이나 대형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정책적 지원 확보, 둘째, 정치권과의 관계를 통한 영향력 확대, 셋째, 정권 변화나 논란에 대비한 조직의 생존 전략이다. 이런 요인들이 종교와 정치의 위험한 접점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정치가 종교의 영향력을 이용하고, 종교가 정치의 권력을 통로로 삼기 시작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균열을 피할 수 없다. 종교는 신앙의 영역이지 정치적 자원의 창고가 아니며, 두 영역이 뒤섞이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국가 공동체와 국민이다.

정치는 왜 종교에 끌리는가


한국 정치에서 선거는 메시지 경쟁보다 여전히 동원력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 정당 경선에서는 몇 천 명의 책임당원만 움직여도 판세가 뒤집히는 일이 허다하다. 종교단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집단 동원력’을 제공하며, 정치권이 쉽게 유혹받는 구조적 약점을 만든다.

또 정치자금 구조의 취약성도 큰 문제다. 정치인은 행사, 조직 관리, 지역활동 등 끊임없는 비용을 후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종교단체가 제공하는 자금이나 지원은 정치인에게 매우 매력적인 우회 통로처럼 보이기 쉽다. 결국 이런 유혹이 반복되면 정치의 자립성은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 원인은 정치의 과도한 권력화에 있다. 호주에서는 정치인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의정 활동을 한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인은 막대한 예산 집행권과 인사권, 정책 결정권을 쥐고 있다. 권력이 큰 자리에는 늘 유혹이 따른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정치인이 부귀영화를 꿈꾼다면 정치가 아니라, 기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직은 봉사여야 한다.

정교유착이 더 위험한 이유

정경유착은 기업 총수나 관련 임원을 처벌하면 일정한 통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종교단체는 구조가 다르다. 종교 지도자를 처벌하는 순간, 신도 전체가 결집해 사회적 충돌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종교 지도자는 단순한 조직의 수장이 아니라, 신앙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교유착은 정경유착보다 훨씬 위험하고 훨씬 근절하기 어렵다. 종교 지도자 자신이 잘못을 지시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종교단체는 외부의 감시에 대해 강한 방어 반응을 보인다. 통일교·신천지 같은 사례는 그 구조적 위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종교단체와 정치 사이의 경계를 다시 분명히 그어야 한다. 종교의 자유는 온전히 보장하되, 정치 개입은 제도적으로 엄격히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 종교가 신앙의 영역에 머무르고, 정치는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서 자기 역할을 지킬 수 있다. 이 원칙이 바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방파제가 된다.

정부와 여야의 과제, 전수조사와 투명성

이 사안은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전체 종교계가 정치와 어떤 방식으로 접촉해 왔는지 전면적인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신천지·통일교뿐 아니라 어떤 종단이라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 같은 위험을 방치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여야도 이번 의혹 사건을 정파적 공격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기반을 지키기 위한 구조 개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어느 정당이 잘못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가 더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단계다.

정교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종교와 정치 접촉을 전면 공개하는 투명화 법을 마련해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전 종단 전수조사를 통해 종교계와 정치권의 관계를 제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정치권이 종교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치자금과 조직 운영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정치가 봉사직 될 때 민주주의는 강화된다

정교유착의 뿌리는 결국 정치가 가진 과도한 특권이다. 정치에 발을 들이는 순간 곧바로 기득권의 울타리에 들어서는 구조가 유착을 낳는다. 부귀영화를 꿈꾼다면 기업을 해야지, 공직에 기대어 그 혜택을 누리려는 순간 제도는 병들기 시작한다. 공직은 어디까지나 봉사여야 한다.

정치인이라면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처럼 국민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삼고 만족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권력의 사유화’가 줄어들고, 정교유착의 유인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특히 권력이 특권이 아닌 책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비로소 한국 민주주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통일교·신천지 의혹은 단순한 사건을 넘어 한국 정치가 구조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경유착을 끊어냈듯이, 이제는 정교유착도 끝내야 한다. 민주주의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 주어진 경고장이며, 정교유착을 끝낼 역사적 기회다. 

<skkim5961@naver.com>

 



배너

관련기사

2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