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여자?…아니면 말고’ 가세연의 위험한 폭로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강용석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무차별 폭로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온갖 의혹을 수집하고 닥치는 대로 폭로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목으로 자극적인 주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들은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법정 다툼 중이다. 최 회장은 가세연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고 재판이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가세연의 폭주는 멈출 수 있을까?
 

▲ ▲ 최근 무차별 폭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김용호 연예부장,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기자와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신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섰다.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최 회장이 지난 7일, 모 여성과 저녁식사를 했다는 김용호 연예부장의 16일 유튜브 방송은 명백한 허위사실임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당일 최 회장이 식사를 함께한 사람은 티앤씨재단 김희영 이사장”이라고 말했다.

SK를 건들다
도 넘은 방송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에 출연 중인 김용호 연예부장(전 기자)는 지난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서 “제보자로부터 최 회장이 서울 한남동 한 중식당서 제3의 여인과 함께 있는 사진을 입수했는데, 사진의 주인공은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 이사장이 아니라 제3의 여인”이라고 방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원은 해당 방송서 언급한 지난해 12월5일 가세연 유튜브 방송 내용 또한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원은 “최 회장이 수감 중 구치소서 라텍스 베개를 배포했다거나 이혼소송 중 노소영 관장에게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허위”라며 “가세연 방송에 대해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에 허위사실유포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월평균 1억원 규모의 생활비 지급 내역 등 입증자료 등을 모두 법원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이 방문했던 식당서도 최 회장 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최 회장이 방문했던 J식당 측 관계자는 “17일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방문했던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법적 대응 이후 가세연 측은 지난해 12월 5일자 방송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법무법인 원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와 허위사실 유포가 반복되고 있으며 불순한 목적마저 의심된다”며 “타인의 사생활과 관련해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는 묵과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이와 관련해 가능한 법적 대응을 다해 사실을 바로 잡고 끝까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얼마 전에는 가수 김건모의 아내 장지연의 사생활 관련 추측성 폭로도 문제가 됐다.

지난달 18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서 진행된 강연회서 강 변호사와 김용호 연예부장·김세의 전 기자는 장지연에 대해 “남자 관계가 복잡했다고 한다” “남자 배우와 동거도 했다더라”는 등의 추측성 폭로를 했다. 이들은 “이건 보안 유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1000여명의 청중들에게 입단속을 하기도 했다. 

한 연예매체의 보도를 통해 대중에 알려진 이들의 발언은 즉각 거센 비난의 대상이 됐다.
 

▲ 가세연 측이 주장한 문제의 사진

누리꾼들은 “장지연은 엄연한 일반인인데, 가세연이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불법 행위도 아닌 개인 사생활을 공개적인 자리서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관심을 끌기 위한 가세연의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 같은 가세연의 부적절한 폭로는 앞서 강 변호사의 아내와 장지연씨의 친분이 언론에 알려지며 강 변호사의 ‘거짓 해명’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보복성 폭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가수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강 변호사는 자신의 아내가 김건모와 장지연씨를 직접 연결시켜줬다는 의혹을 받자 “내 아내는 김건모도, 장지연도 모른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강 변호사의 아내와 장지연씨의 문자 내용이 보도되면서 둘이 절친한 사이였다는 점이 드러났고 강 변호사는 다시 ‘거짓 해명’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같은 상황서 가세연이 장지연씨에 대한 자극적인 내용을 부적절하게 폭로한 것은 김건모와 장씨 부부에 대한 악의적인 여론을 조성해보려는 시도인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도 언급
쏟아지는 비난

앞서 가세연은 국민 개그맨 유재석을 구설수에 오르게 한 바 있다. 당시 가세연은 국민 예능 ‘무한도전’을 언급하고 “이 연예인은 굉장히 유명하고 방송 이미지가 바른 생활을 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고 말하며 추측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지만 ‘무한도전’과 ‘바른 생활’이라는 키워드로 인해 이날 하루종일 ‘실검’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날 기자회견이 있었던 유재석은 가세연 폭로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꺼냈다. 유재석은 “몰랐는데 오는 길에 다들 연락이 와서 ‘무한도전’이 실검에 나온다는 둥, 제 이름도 거론된다고 하던데”라며 “저는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유재석은 “이렇게 언급하는 자체가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까봐 자리가 생긴김에 말씀드린다.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라며 유튜브 방송에서 거론된 ‘무한도전’ 관련 인물이 자신이 아님을 밝혔다.

유재석은 논란에 정면돌파했지만 ‘가세연’은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강 변호사는 “김태호 PD는 본인이 안 밝히고 유재석이 엉뚱한 것을 밝혔다. 우리가 언제 유재석의 이야기를 했냐”고 말했다. 출연진들도 유재석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가세연은 엉뚱한 주장도 내놨다. 이들은 김태호 PD가 자신이 탈세 의혹이 부각될 것이 두려워 유산슬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주장한 것.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은 가세연 측의 주장과는 달리 폭로가 있기 이전부터 취재진에게 공지가 됐다. 프로그램 콘셉트 상 유산슬에게 돌발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 ‘비밀 유지’가 됐고 ‘놀면 뭐하니?’ 녹화도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애초 가세연 폭로와 전혀 상관없이 계획된 것인데 가세연은 이를 관심몰이에 이용하며 또다시 확인되지 않은 추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방송 관계자들은 물론 네티즌들도 가세연의 폭로가 도를 넘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무분별한 폭로는 설득력이 없으며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는 선의의 피해자를 낳고 있다. 이들의 폭로가 관심끌기가 목적인 ‘어그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가세연의 행보를 두고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처음에는 고소 대리 사건을 유리하게 끌어보려고 여론전을 하나 싶었는데, 선을 많이 넘은 것 같다. 사람이 할 짓인가 싶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가세연 측이) 변호사, 기자 간판만 내걸었을 뿐 법적으로 문제가 많은 행태이고 피로감을 느끼게 할 뿐인 주장들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연예인이 공적 인물인지도 불분명하지만 고소 대리사건 상대방을 상대로 폭로전을 이어가는 것은 공익에 해당할 리 없는 비방 목적이 분명하다”면서 “이미 떠도는 풍문을 다시 퍼트리는 것은 물론 설령 의혹의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명예훼손 처벌감”이라고 했다. 정보통신망법은 명예훼손의 경우 허위 사실이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사실 적시에 해당하더라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우려 목소리
도대체 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방송법상 인터넷 개인방송은 ‘방송’에 해당하지 않아 가세연서 떠드는 내용들은 규제 사각지대”라면서도 “최소한 강씨가 변호사로서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 점은 명백해 보인다. 피해 당사자들이 진정을 내지 않더라도 변협(대한변호사협회) 차원서 징계를 검토해봐야할 사안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변호사법상 변호사는 직무 수행 과정서 진실 은폐, 거짓 진술 등을 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직무 여부를 떠나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징계 대상에 해당한다.

가세연의 활동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성 변호사는 “강 변호사가 수감생활 이후 뚜렷한 수입원도 없고 방송 활동도 끊기자 선정적인 이슈로 관심을 끌고 수익도 내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 방송인 유재석

가세연을 통해 유명인을 향해 무차별적 폭로를 쏟아내는 강 변호사와 두명의 전 기자. 특히 강 변호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이슈메이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회의원 시절인 2010년, 그가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식사를 하다가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당시 강 변호사는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각오를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고 이게 세상에 알려지면서 크게 문제가 됐다.

강 변호사는 기사 내용에 대해 반박하며, 해당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오히려 강 변호사에게 여성 아나운서들을 모욕한 혐의를 적용했다.

1심과 2심에서는 “강용석이 여성 아나운서 개개인에게 수치심과 분노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경멸적인 표현을 했다”며 모욕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강용석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저속하나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고 모욕죄로 처벌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모욕혐의를 인정하지 않았고 무고죄는 유죄를 선고했다.

이후 강 변호사는 2010년 9월 한나라당서 제명당했다.

강 변호사는 2015년 불륜설에 휩싸이며 다시 논란의 주인공이 된다. 유명 블로거 ‘도도맘’ 김미나씨의 남편이 아내와 강 변호사가 불륜을 저질렀다며 강 변호사에게 손해배상금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사건 때문에 강 변호사는 출연 중인 방송프로그램서 자진 하차하게 된다.

그해 4월 강 변호사는 김미나씨와 공모해 김미나씨 남편의 인감증명 위임장을 위조해 소송 취하서를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미나씨는 2016년 12월 1심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강 변호사는 1심서 미필적으로나마 권한이 위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소송 취하서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인정해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지만 2심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 같은 가세연의 무차별 폭로 행보의 이유는 ‘유튜브 수익창출’과 함께 ‘관심 중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김건모 성폭행 의혹을 폭로한 이후 유튜브 채널 가세연의 영상 조회 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폭로 이전 20만회 안팎이던 영상 조회 수는 ‘[충격단독] 김건모 성폭행 의혹’ 영상에선 140만회를 넘겼다. 이 같은 폭로성 영상으로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늘린 가세연은 이어 자체 제작한 보수 성향의 정치 뉴스 영상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올리고 있다.

돈 때문에?
관심 중독?

한 심리학과 교수는 “악플이든 선플이든 관심을 받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적 이유보다도 심리적으로 관심 자체에 목이 말라 있는 상태라 폭로를 이어나가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봤다. 이어 “관심을 받았던 사람은 관심을 더 갈망하기 마련”이라며 “‘관심 중독’이라고 볼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폭로’가세연 어디까지?

강용석 변호사, 김용호·김세의 전 기자는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 연구소’(이하 가세연)서 3억원 협박을 받은 아나운서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판사는 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된 유흥업소 여종업원 B씨와 공범 C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의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방송사 아나운서인 A씨에게 유흥업소 직원과 성관계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200만원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와 C씨는 ‘방송 일 계속하고 싶으면 3억원을 보내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A씨는 실제로 200만원을 보내기도 했다.

가세연 측에 따르면 해당 사건에 연루된 아나운서 A씨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며 <KBS> 소속이다.

김 전 기자는 입수한 판결문을 공개했다.

판결문에는 “유흥접객원 관계로 만난 이후 연락을 주고받으며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피해자 A씨는 공영방송사 소속 아나운서로서 2019년 8월 하순경 유흥주점서 유흥 접객원인 피고인을 알게 되어 서로 연락처를 교환한 이후 2∼3주에 한 번씩 피고인과 만나며 성관계를 하기도 했다”고 적혀 있다.

강 변호사는 “B씨와 C씨는 아나운서가 돈이 굉장히 많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3억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 같은데, 돈이 없으니까 200만원을 뜯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의 전 기자는 “KBS는 월급이 적다. 연예인처럼 어마어마하게 벌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가세연은 아나운서 A씨의 실물과 사진을 공개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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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