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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20일 11시08분

사건/사고

‘발칵’ 세상을 바꾼 폭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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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건 아니다’ 목숨 걸고 말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내부자의 목소리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 어렵지만, 일단 울려 퍼지면 그 파급력은 엄청나다. 실제 내부자의 폭로로 사회 변화가 시작된 사례들도 적지 않다. <일요시사>가 세상을 바꾼 내부고발, 공익제보 사례를 조명해봤다.
 

▲ 서지현 검사 ⓒJTBC

미투, 빚투, 공투. 미투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는 운동, 빚투는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들의 외침, 공투는 공무원들의 내부제보를 말한다. 지난해를 뜨겁게 달궜던 미투 운동은 최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다시 한 번 달궈지는 모양새다. 심 선수의 피해 사실이 공개된 이후 체육계서도 미투 광풍이 불고 있다.

내부 목소리
전방위에서

빚투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한 연예인의 과거사가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해당 연예인의 부모가 20여년 전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린 후 외국으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후 여러 연예인의 채무 상황이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불었다. 공투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등 공무원의 내부 폭로가 잇따라 이어지면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내부 고발, 공익제보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열리면서 그동안 감추고 있던 내부 문제를 고발하는 사람이 늘었다.

온 나라를 뒤집었던 국정 농단 사태 역시 내부자의 폭로로 시작됐다. 한 사람의 주장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각계각층 인사들의 민낯을 들춰냈다. 그 결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고, 숨죽이고 있던 성폭력 피해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위원장은 지난해 125사회의 부조리를 신고해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한 분들의 중요성을 알리고 공식적으로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129일을 공익신고의 날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UN2003129일 멕시코 메리다서 반부패협약 조인식을 열고, 이를 기념하는 뜻에서 129일을 세계 반부패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권익위는 매년 129일을 전후해 반부패주간을 지정, 청렴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왔는데 이날을 공익신고의 날로 선포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익제보자 후원 시민단체인 호루라기 재단과 공동으로 시민이 선정한 한국사회를 변화시킨 10대 공익제보를 발표했다. 여론수렴 소통 창구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투표를 진행한 결과다.

전두환 정부 보도지침 폭로= 청암언론문화재단은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가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겸 전 한국일보 기자를 2018년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협회장은 1986년 보도지침 폭로의 주역이다. 보도지침은 제5공화국 시절 정부가 언론통제를 위해 각 언론사에 시달한 지침을 뜻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언론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당시 정부는 가, 불가, 절대불가 등의 구분을 통해 각종 사건이나 상황, 사태 등의 보도 여부와 보도 방향, 내용, 형식까지 구체적인 보도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1986년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단체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가 잡지 <>을 통해 폭로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자료를 제공한 인물이 바로 김 전 협회장이다. 그는 198510월부터 19868월까지 문화공보부가 각 언론사에 시달한 보도지침 584건을 폭로했다.

12월9일 ‘공익신고의 날’
10대 공익제보 사례 선정

김 전 협회장과 <>의 폭로 역시 보도지침에 의해 보도되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의 발행인 김태홍 언협 의장과 신홍범 실행위원, 김 전 협회장이 국가보안법 위반 및 국가모독죄로 구속됐다. 1987년 유죄 선고를 받았던 언론인 3명은 19947월 항소심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199512월 대법원은 3명에게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는데 보도지침 폭로 이후 9년 만이었다.

정부·군 상대
힘겨운 나날들

보안사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 1990104일 탈영병 윤석양 이병의 입이 열리자 세상이 뒤집혔다. 윤 이병은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가 민간인 1300여명을 불법으로 사찰했다고 밝혔다. 그가 탈영 당시 챙겨 나온 컴퓨터 디스켓에는 개인별 고유번호를 매겨 관리한 민간인 1303명의 개인정보가 기록된 신상카드가 담겨있었다. 인적사항, 가족사항, 경력, 전과관계, 자격면허, 국외여행, 정당 및 사회활동, 개인의 특성 등 9개 항목에 달했다.

윤 이병은 19908월 과거 학생운동권에 함께 몸담았던 동지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프락치 역할을 강요받고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민간인 사찰자료가 담긴 디스켓 30장과 서류를 들고 탈영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위 사무국장 김동원 목사의 도움으로 기독교회관서 기자회견을 갖기에 이른다. 윤 이병의 폭로가 나오자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보안사는 관련 장성들이 퇴진하고 이름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로 바꿨다. 보안사는 197912·12쿠데타 당시 주축 역할을 한 곳이다. 윤 이병은 절대 권력을 가진 정보기관의 민낯을 폭로한 대가로 2년 동안의 수배생활 끝에 1992년 기무사 및 헌병대에 체포돼 군무이탈죄로 2년형을 살았다. 국방부는 윤 이병이 내부고발 후 2년 동안 도피생활을 한 점을 문제 삼았다.
 

▲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

재벌 부동산 투기 상부지시 중단 폭로= 윤 이병의 보안사 민간사찰 폭로에 앞서 19905월 이문옥 감사원 감사관이 구속됐다. 이 감사관은 재벌 소유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현황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재벌의 로비로 인해 중단됐고, 대기업이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비율도 은행감독원(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2%보다 월등히 높은 43.3%에 달한다고 언론에 제보했다. 이 감사관 사건은 권력 내 비리와 정경유착을 최초로 폭로한 내부고발로 불린다.

이 감사관의 폭로로 재벌의 땅 투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노태우정부는 그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감사관은 구속적부심 심리서 ‘198713대 대선과 199813대 총선서 서울시 예산 88억원이 선거자금으로 전용된 사실을 추가로 폭로하면서 감사원에 압력을 가하는 외부 권력기관은 대부분 청와대라고 일갈했다. 검찰이 그를 기소하자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석방운동이 진행해 결국 19906월 석방 조치됐다.

군 부재자투표 부정 선거 폭로= 1992년까지 군대에는 투표의 자유가 없었다. 육군 제9보병사단 소대장 이지문 육군 보병중위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ROTC로 임관해 군에 근무 중이었다. 당시 나이는 24. 전역 후 대기업 취직 등 안정적 미래가 예정돼있던 그는 1992314대 총선을 앞두고 군 부재자투표 과정서 일어난 선거 부정을 폭로하기에 이른다.

군에서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도록 정신교육할 것부재자투표에서 무조건 기호 1번을 찍을 것을 주문했다는 주장이었다.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 전국본부 사무실서 이 사실을 폭로한 직후 이 중위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헌병들에게 연행됐고 결국 파면됐다. 하지만 이 여파로 같은 해 12월 실시된 대선서 군 부재자투표가 일반 부재자와 같은 투표소서 진행됐다.

기업 비자금
상품 결함 고발

삼성그룹 비자금 폭로= 200710월 삼성그룹의 전직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삼성그룹 50억여원의 비자금을 자신이 관리해왔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이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치·사법·행정부 등 사회지도층에 전방위적 불법 로비 행각을 벌여왔다고도 털어놨다. 또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세금을 내지 않고 부를 세습하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고백으로 사회적 파장이 일면서 특별검사팀이 구성됐다. 당시 조준웅 특검은 이 회장이 삼성계열의 비상장회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실제 가치보다 낮은 저가로 발행, 이 부회장 남매가 지배권을 갖도록 인수하도록 해 이득을 취득하고 에버랜드에 손해를 끼쳤다고 파악했다. 이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지만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특검서 관련자 대부분이 불구속되면서 면죄부 특검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해군 군납비리 폭로= 2009년 김영수 전 소령의 신고로 계룡대 근무지원단의 9억원대 납품비리가 드러났다. 비리를 알게 된 김 전 소령은 내부절차에 따라 육군 헌병, 해군 헌병, 국방부 감찰단 등을 통해 수차례 고발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근무평점 최하위라는 결과만 돌아왔다. 결국 해당 사건은 200910MBC <PD수첩>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국방부는 그제야 수사를 개시, 관련자를 처벌했다.
 

▲ ‘삼성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 갖는 김용철 변호사

권익위는 김 전 소령에게 부패방지 부문 훈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그는 2017년까지도 검찰 수사를 받는 등 후폭풍에 시달렸다. 일부 예비역 해군 장교들이 김 전 소령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것.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는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됐던 김 전 소령에 대해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 전 소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서 벌써 3번째 검찰 수사라 많이 힘들다. 지치기도 한다”며 저는 사실관계에 대해서 제대로 짚었다는 소신이 있었는데 이제 많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부재자투표 바뀌고 대통령 구속
폭로 이후 대부분 후폭풍 휘말려

현대차 품질 결함 은폐 폭로= 20159월 미국서 쏘나타 47만대를 리콜한 현대차는 지난 2017년에도 그랜저 등 국내 5개 차종 171348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세부원인은 다르지만 두 건 모두 세타2 엔진 결함이 이유였다. 현대차의 이 같은 리콜 사태는 김광호 전 부장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2016년 국토교통부에 32건의 결함 의심 사례를 제보했다. 또 쏘나타 47만대를 2015년 미국서만 리콜하고 한국에는 결함을 숨겼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현대차는 김 전 부장이 201510월부터 201610월까지 회사기밀이 담긴 내부 문건을 유출했다면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권익위는 김 전 부장의 기밀 유출이 공익제보에 해당한다며 현대차에 복직을 요구했다.

김 전 부장은 20174월 복직했지만 한 달 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가 사직하자 현대차 역시 고소를 취하했지만 업무상 배임죄는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수사는 계속됐다. 검찰은 김 전 부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국정 농단 사태 폭로= 2017년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됐다. 1300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적폐 청산과 진실 규명을 외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다. 이 사태가 불거지는 과정서도 내부고발이 큰 역할을 했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의 최초 고발을 시작으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등이 내놓은 자료와 진술이 국정농단 사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다스 실소유주 폭로= 그동안 법망을 잘 피해왔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 BBK, 도곡동 땅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수사망에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 국정 농단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최순실씨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한 사람의 제보가 이 전 대통령을 결국 구속시켰다. 이 전 대통령의 운전기사 겸 개인비서, 다스 직원으로 18년간 이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서 일했던 김종백씨다. 김씨는 오랫동안 의혹에 휩싸였던 다스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 결정적인 제보를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수사 역시 궤도에 올랐다.

성폭행 피해 사실 폭로= 지난해 1월 현역 검사가 방송에 나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앞서 미국서 일어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국내에 상륙한 순간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각계각층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이전까지 감춰야만 했던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 피해자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문화예술계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고 정치권은 물론 방송 연예계가 미투 운동의 폭풍에 휩싸였다. 최근엔 체육계서 미투 운동이 불거지면서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체육계 성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개인주장 넘어
사회현상으로

대부분의 공익제보자들은 폭로 후 후폭풍에 휘말렸다. 공익신고 후 신분이 드러나면서 불이익을 겪은 이들도 상당하다. 20113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배신자와 같은 낙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조직의 곪은 부분이나 본인이 직접 겪은 불합리한 사례에 대해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이유다.

박은정 권익위 위원장은 공익제보자들은 권력형 비리부터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활밀착 부패까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길목에 불을 켜주신 분들이라며 앞으로 공익신고의 가치가 널리 인정받는 사회문화가 조성돼 공익제보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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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가르기' 윤석열 소탐대실 자충수

'편 가르기' 윤석열 소탐대실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공약에는 흔히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이행의 약속 의미가 있고 다른 하나는 헛되게 약속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연일 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크게 피부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단순히 내뱉고 보는 형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탓이다. 선대본부가 개편되면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는 ‘피를 나눈 형제’가 됐다. 이 대표는 “선거에서 지면 집에 갈 사람이 우리 둘밖에 없다” 며 갈등 봉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두 인물은 포옹을 하며 선대본부를 재출발시켰다. 정책 메시지 생활형 공약 앞서 일삼았던 두 사람 간 갈등은 청년층의 이탈을 가속화시킨 꼴이 됐다. 실제로 앞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사퇴를 연일 촉구해온 바 있다. 이런 탓에 이대남(20대 남자) 등 청년층은 빠른 속도로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낀 윤 후보가 이 대표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갈등이 봉합되자마자 윤 후보는 이 대표의 말과 생각을 자신의 행보에 적극 반영하기 시작했다. 우선 윤 후보는 정책 메시지부터 변화시키시는가 하면 최근 들어서는 실험적인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매일 오전 ‘심쿵’ 공약을 발표하면서 생활 밀착형 공약을 선보인다. 최근 정책 기조는 한마디 툭 던지는 형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큰 정책을 발표하는 대신 생활밀착형 정책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와 윤 후보는 우선적으로 토라진 이대남의 표심을 돌리는 데 주안을 뒀다. 신지예 전 수석부위원장을 영입했던 움직임과는 정반대인 행보다. 당초 국민의힘은 신 전 부위원장의 영입을 통해 지지가 미약한 여성 청년층을 노리겠다는 전략을 선보였다. 그러나 신 전 부위원장의 영입 이후 오히려 남성 청년층 이탈이 있는 등 상황이 악화됐다. 이에 이 대표와 윤 후보가 가장 먼저 띄운 공약은 이대남을 타겟으로 한 젠더 이슈의 선점이다. 윤 후보는 자신의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짤막한 공약을 띄웠다. 이른바 한 줄 공약을 통해 본인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이대남과 집토끼 잡기를 우선 목표로 정했다. 해당 공약으로 지지율 상승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여성가족부 폐지로 등 돌렸던 남성 청년 층의 마음이 일부 돌아오게 된 셈이다. 다만 해당 전략을 두고 오히려 반작용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이 같은 지지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슈 선점 연일 부각시키기 못 지킬 통 큰 약속만 가득 남성 청년층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하나로만 윤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아서다. 회복 효과를 일정 부분 거뒀을 수는 있지만 한쪽만 챙기다 다른 층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윤 후보는 이대남을 위해 더 앞으로 나아갔다. 군 장병 200만원 인상 공약 등 핵심만 간추린 공약을 유튜브 쇼츠를 통해 발표했다. 이 역시 청년층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과거 온라인은 정책을 방대하게 담아냈던 역할만 했다. 온라인 공약 발표를 통해 짧은 시간 내 여론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 효과까지 이끌어내겠다는 심산이다. 이후 윤 후보가 공약의 세부적인 부분을 발표한다. 다만 이 같은 다소 파격적인 공약에 대해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해당 공약이 눈앞의 표심에만 혈안이 된 행보로 보인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지지층과 반대층이 이슈를 놓고 다투면서 거두는 정치적 효과 역시 옳지 않다는 비판이다.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반면 반대층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움직임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지지층 결속 움직임은 최근 국민의힘 안에서 불었던 ‘멸공’ 챌린지에서도 확인된다. 멸공은 공산주의나 공산주의자를 없앤다는 게 사전적 의미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자신의 SNS에 공산당이 싫어요 등 멸공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져온 것으로부터 촉발됐다. 이후 윤 후보가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멸치와 콩을 구입하면서 찍은 사진을 SNS에 게시한 뒤 멸공 챌린지가 화제로 떠올랐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시작으로 윤 후보와 함께 경선에서 경쟁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까지 동참했다. 멸치 콩으로 집합 시도 이른바 멸공 릴레이가 벌어진 셈이다. 멸공 챌린지를 두고 여야의 해석은 다르다. 여권에서는 이마트, 스타벅스 등의 불매운동까지 벌이겠다며 신세계에 대한 부정적인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정 부회장을 두고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거론하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멸공 챌린지는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보수층의 결집과 청년층이 중국과 북한에 대해 비판적 의식이 표출되는 지점을 짚어내기 위함이었다고 풀이된다. 최근 60대를 제외하고 전 연령층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밀렸던 양상이 벌어지자 집토끼마저 떠나갈 위기감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보인다. 멸공이라는 키워드는 과거 독재정권에서 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주요하게 쓰인 명분 중 하나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군가 중 하나인 <멸공의 횃불>을 불렀을 만큼 멸공은 이념적으로 자주 쓰이는 단어다. 또 멸공 자체로는 갈라치기로 보는 시선이 무리라는 반응도 있다. 논란이 벌어진 것 자체로는 윤 후보가 이 후보보다 앞서 이슈 선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슈를 지속적으로 윤 후보에게 뺏기자 여권에서는 한때 불안함이 감지됐다. 이에 불매운동 등의 행위를 중단하자는 말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에서 지적한 표현의 자유 논리가 어느 정도 먹혀들어간 셈이다. 이 같은 행보는 AI 윤석열이 달걀, 파, 멸치, 콩 이른바 ‘달파멸콩’을 함께 언급하면서 더 이상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슈 선점이 문제로 번진 대목이다. AI 윤석열은 해당 단어들을 달파멸콩이라고 줄여 말하자 색깔론 논란이 대두됐다. 오히려 윤 후보에게 논란만 가중시킨 꼴이 된 것. 정치권에서도 구태 정치라는 비판과 함께 갈라치기와 색깔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과거에도 색깔론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후보는 단순히 가까운 마트에 장을 보러 간 것뿐이라며 급히 수습에 나섰다. 밝혔다. 또 멸치와 콩을 평소에 자주 산다며 의미가 없었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표면 된다? 급히 수습 멸공을 둘러싼 비판이 쏟아지자 선대본부 지도부 역시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다. 결국 이 대표가 직접 나서 자제해 달라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면서 본인이 제안한 게 아니라고 발을 뺐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대본부장과 원 정책본부장 역시 자신의 아이디어가 아니라면서 해당 논란에 대한 종결을 시도했다. 이와 함께 2030 청년 정책 보좌관들이 본인을 뛰어넘고 한 행위라며 강하게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갈라치기 효과는 반문재인 연합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 본인이 내세운 세대 통합론에 있어서도 큰 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도 가해진다. 윤 후보가 당장의 표심 회복에만 급급하다는 증거는 방역패스(코로나 백신 접종 및 음성 확인 증명서)와 관련해서도 나온다. 현 정부의 방역패스 논란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최근 방역패스가 비과학적이기 때문에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9시 영업 제한 철회 등의 공약도 함께 덧붙였다. 현재 방역패스 논란에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탓에 비판 목소리가 크다. 개선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사실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는 “모든 방역은 과학적인 데이터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현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 정부의 거리두기 대책과 방역 대책은 비과학적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경우 문제가 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현 정부의 방역 시스템에 대해 개선점이 필요하다고만 할 뿐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또 윤 후보는 예산 규모 등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일각에선 윤 후보를 향해 포퓰리즘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나중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 지지율 회복에만 급급한 탓이다. 공약 단타로 높은 수익률 목표 2위의 극단적 전략 “위험성 커” 앞서 윤 후보는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흉악범은 사형시켜야 된다”는 공약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사형 같은 부분을 여론에 편승해 내놓는 게 옳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자신이 과거에 경계했던 부분을 현재 가장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취임 직후 기초연금 관련 공약을 했다가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여겨지자 공약을 수정한 바 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뱉고 본다는 식의 공약은 늘 결말이 처참했다. 윤 후보 역시 훗날 대통령이 된다면 앞선 발언으로 인해 자신의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약 자체가 여전히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가 중도층으로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청년층이 원하는 노동, 일자리 등 첨예한 문제의 대안점을 뚜렷하게 찾아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윤 후보에게 정책이 빈곤하다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어 이를 뒤엎기 위해 극단적인 전략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전략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논란을 일으키더라도 당장 눈앞의 표심이 아까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명확한 타깃 설정으로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셈이다. 당 내부에서도 이를 반등의 계기로 보는 가운데 이 대표 역시 현 상황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본다. 그는 “윤 후보 공약을 바탕으로 전장이 형성됐다. 이는 좋은 변화”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으로서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은 윤 후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야권의 결속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내려지는 가운데 윤 후보가 앞으로 세를 결속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동안 윤 후보의 무리한 외연 확장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가 다수 있었다. 이런 탓에 외연 확장도 한계를 맞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외연 확장이 아닌 자신을 지속적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층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여겨지는 데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외연 확장 오히려 독 이 같은 윤 후보의 행보에 대해 노무현재단 유시민 전 이사장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 후보가)2등이기 때문에 그렇다”며 “최근 젠더 이슈를 다루는 태도는 굉장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초기적 형태”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 같은 전략은 일부 표심을 잡을 수 있지만 반작용이 있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윤석열 공약 베끼기 논란 뭘 하기만 하면… 연일 공약을 내놓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이번엔 공약 베끼기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윤 후보의 공약이 자신과 비슷하다며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 따르면 윤 후보가 내놓은 자신과 비슷한 공약은 총 3가지다. 영상에서 이 후보는 오랜만에 통한 것 같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재명 3가지 지목 과거 유승민 지적도 이 후보는 군 장병 월급 인상, 전기 자동차 보조금 지원,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과거에도 윤 후보는 유승민 전 의원의 공약을 베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에도 함께 경선하던 후보들은 윤 후보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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