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세상을 바꾼 폭로들

‘아닌 건 아니다’ 목숨 걸고 말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내부자의 목소리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 어렵지만, 일단 울려 퍼지면 그 파급력은 엄청나다. 실제 내부자의 폭로로 사회 변화가 시작된 사례들도 적지 않다. <일요시사>가 세상을 바꾼 내부고발, 공익제보 사례를 조명해봤다.
 

▲ 서지현 검사 ⓒJTBC

미투, 빚투, 공투. 미투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는 운동, 빚투는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채권자들의 외침, 공투는 공무원들의 내부제보를 말한다. 지난해를 뜨겁게 달궜던 미투 운동은 최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다시 한 번 달궈지는 모양새다. 심 선수의 피해 사실이 공개된 이후 체육계서도 미투 광풍이 불고 있다.

내부 목소리
전방위에서

빚투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한 연예인의 과거사가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해당 연예인의 부모가 20여년 전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린 후 외국으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후 여러 연예인의 채무 상황이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불었다. 공투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등 공무원의 내부 폭로가 잇따라 이어지면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하면서 내부 고발, 공익제보의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열리면서 그동안 감추고 있던 내부 문제를 고발하는 사람이 늘었다.

온 나라를 뒤집었던 국정 농단 사태 역시 내부자의 폭로로 시작됐다. 한 사람의 주장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각계각층 인사들의 민낯을 들춰냈다. 그 결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고, 숨죽이고 있던 성폭력 피해자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위원장은 지난해 125사회의 부조리를 신고해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한 분들의 중요성을 알리고 공식적으로 감사를 표시하기 위해 129일을 공익신고의 날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UN2003129일 멕시코 메리다서 반부패협약 조인식을 열고, 이를 기념하는 뜻에서 129일을 세계 반부패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권익위는 매년 129일을 전후해 반부패주간을 지정, 청렴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왔는데 이날을 공익신고의 날로 선포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익제보자 후원 시민단체인 호루라기 재단과 공동으로 시민이 선정한 한국사회를 변화시킨 10대 공익제보를 발표했다. 여론수렴 소통 창구인 국민생각함을 통해 투표를 진행한 결과다.

전두환 정부 보도지침 폭로= 청암언론문화재단은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가 김주언 전 한국기자협회장 겸 전 한국일보 기자를 2018년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협회장은 1986년 보도지침 폭로의 주역이다. 보도지침은 제5공화국 시절 정부가 언론통제를 위해 각 언론사에 시달한 지침을 뜻한다. 이를 통해 정부는 언론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당시 정부는 가, 불가, 절대불가 등의 구분을 통해 각종 사건이나 상황, 사태 등의 보도 여부와 보도 방향, 내용, 형식까지 구체적인 보도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1986년 해직 언론인들이 만든 단체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가 잡지 <>을 통해 폭로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자료를 제공한 인물이 바로 김 전 협회장이다. 그는 198510월부터 19868월까지 문화공보부가 각 언론사에 시달한 보도지침 584건을 폭로했다.

12월9일 ‘공익신고의 날’
10대 공익제보 사례 선정

김 전 협회장과 <>의 폭로 역시 보도지침에 의해 보도되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의 발행인 김태홍 언협 의장과 신홍범 실행위원, 김 전 협회장이 국가보안법 위반 및 국가모독죄로 구속됐다. 1987년 유죄 선고를 받았던 언론인 3명은 19947월 항소심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199512월 대법원은 3명에게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는데 보도지침 폭로 이후 9년 만이었다.

정부·군 상대
힘겨운 나날들


보안사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 1990104일 탈영병 윤석양 이병의 입이 열리자 세상이 뒤집혔다. 윤 이병은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가 민간인 1300여명을 불법으로 사찰했다고 밝혔다. 그가 탈영 당시 챙겨 나온 컴퓨터 디스켓에는 개인별 고유번호를 매겨 관리한 민간인 1303명의 개인정보가 기록된 신상카드가 담겨있었다. 인적사항, 가족사항, 경력, 전과관계, 자격면허, 국외여행, 정당 및 사회활동, 개인의 특성 등 9개 항목에 달했다.

윤 이병은 19908월 과거 학생운동권에 함께 몸담았던 동지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프락치 역할을 강요받고 괴로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는 민간인 사찰자료가 담긴 디스켓 30장과 서류를 들고 탈영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위 사무국장 김동원 목사의 도움으로 기독교회관서 기자회견을 갖기에 이른다. 윤 이병의 폭로가 나오자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보안사는 관련 장성들이 퇴진하고 이름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로 바꿨다. 보안사는 197912·12쿠데타 당시 주축 역할을 한 곳이다. 윤 이병은 절대 권력을 가진 정보기관의 민낯을 폭로한 대가로 2년 동안의 수배생활 끝에 1992년 기무사 및 헌병대에 체포돼 군무이탈죄로 2년형을 살았다. 국방부는 윤 이병이 내부고발 후 2년 동안 도피생활을 한 점을 문제 삼았다.
 

▲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

재벌 부동산 투기 상부지시 중단 폭로= 윤 이병의 보안사 민간사찰 폭로에 앞서 19905월 이문옥 감사원 감사관이 구속됐다. 이 감사관은 재벌 소유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현황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재벌의 로비로 인해 중단됐고, 대기업이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비율도 은행감독원(현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2%보다 월등히 높은 43.3%에 달한다고 언론에 제보했다. 이 감사관 사건은 권력 내 비리와 정경유착을 최초로 폭로한 내부고발로 불린다.

이 감사관의 폭로로 재벌의 땅 투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노태우정부는 그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감사관은 구속적부심 심리서 ‘198713대 대선과 199813대 총선서 서울시 예산 88억원이 선거자금으로 전용된 사실을 추가로 폭로하면서 감사원에 압력을 가하는 외부 권력기관은 대부분 청와대라고 일갈했다. 검찰이 그를 기소하자 시민단체를 주축으로 석방운동이 진행해 결국 19906월 석방 조치됐다.

군 부재자투표 부정 선거 폭로= 1992년까지 군대에는 투표의 자유가 없었다. 육군 제9보병사단 소대장 이지문 육군 보병중위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ROTC로 임관해 군에 근무 중이었다. 당시 나이는 24. 전역 후 대기업 취직 등 안정적 미래가 예정돼있던 그는 1992314대 총선을 앞두고 군 부재자투표 과정서 일어난 선거 부정을 폭로하기에 이른다.

군에서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도록 정신교육할 것부재자투표에서 무조건 기호 1번을 찍을 것을 주문했다는 주장이었다.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 전국본부 사무실서 이 사실을 폭로한 직후 이 중위는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헌병들에게 연행됐고 결국 파면됐다. 하지만 이 여파로 같은 해 12월 실시된 대선서 군 부재자투표가 일반 부재자와 같은 투표소서 진행됐다.

기업 비자금
상품 결함 고발

삼성그룹 비자금 폭로= 200710월 삼성그룹의 전직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삼성그룹 50억여원의 비자금을 자신이 관리해왔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이 계열사 사장단과 임직원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치·사법·행정부 등 사회지도층에 전방위적 불법 로비 행각을 벌여왔다고도 털어놨다. 또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세금을 내지 않고 부를 세습하기 위해 편법과 불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의 고백으로 사회적 파장이 일면서 특별검사팀이 구성됐다. 당시 조준웅 특검은 이 회장이 삼성계열의 비상장회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실제 가치보다 낮은 저가로 발행, 이 부회장 남매가 지배권을 갖도록 인수하도록 해 이득을 취득하고 에버랜드에 손해를 끼쳤다고 파악했다. 이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지만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특검서 관련자 대부분이 불구속되면서 면죄부 특검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해군 군납비리 폭로= 2009년 김영수 전 소령의 신고로 계룡대 근무지원단의 9억원대 납품비리가 드러났다. 비리를 알게 된 김 전 소령은 내부절차에 따라 육군 헌병, 해군 헌병, 국방부 감찰단 등을 통해 수차례 고발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근무평점 최하위라는 결과만 돌아왔다. 결국 해당 사건은 200910MBC <PD수첩>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국방부는 그제야 수사를 개시, 관련자를 처벌했다.
 

▲ ‘삼성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 갖는 김용철 변호사

권익위는 김 전 소령에게 부패방지 부문 훈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그는 2017년까지도 검찰 수사를 받는 등 후폭풍에 시달렸다. 일부 예비역 해군 장교들이 김 전 소령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것.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는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됐던 김 전 소령에 대해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 전 소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서 벌써 3번째 검찰 수사라 많이 힘들다. 지치기도 한다”며 저는 사실관계에 대해서 제대로 짚었다는 소신이 있었는데 이제 많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부재자투표 바뀌고 대통령 구속
폭로 이후 대부분 후폭풍 휘말려

현대차 품질 결함 은폐 폭로= 20159월 미국서 쏘나타 47만대를 리콜한 현대차는 지난 2017년에도 그랜저 등 국내 5개 차종 171348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세부원인은 다르지만 두 건 모두 세타2 엔진 결함이 이유였다. 현대차의 이 같은 리콜 사태는 김광호 전 부장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2016년 국토교통부에 32건의 결함 의심 사례를 제보했다. 또 쏘나타 47만대를 2015년 미국서만 리콜하고 한국에는 결함을 숨겼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현대차는 김 전 부장이 201510월부터 201610월까지 회사기밀이 담긴 내부 문건을 유출했다면서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권익위는 김 전 부장의 기밀 유출이 공익제보에 해당한다며 현대차에 복직을 요구했다.

김 전 부장은 20174월 복직했지만 한 달 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가 사직하자 현대차 역시 고소를 취하했지만 업무상 배임죄는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수사는 계속됐다. 검찰은 김 전 부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국정 농단 사태 폭로= 2017년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됐다. 1300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적폐 청산과 진실 규명을 외쳤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다. 이 사태가 불거지는 과정서도 내부고발이 큰 역할을 했다.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의 최초 고발을 시작으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등이 내놓은 자료와 진술이 국정농단 사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다스 실소유주 폭로= 그동안 법망을 잘 피해왔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 BBK, 도곡동 땅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수사망에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 국정 농단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최순실씨 ⓒ사진공동취재단

하지만 한 사람의 제보가 이 전 대통령을 결국 구속시켰다. 이 전 대통령의 운전기사 겸 개인비서, 다스 직원으로 18년간 이 전 대통령의 지근거리서 일했던 김종백씨다. 김씨는 오랫동안 의혹에 휩싸였던 다스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 결정적인 제보를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 수사 역시 궤도에 올랐다.

성폭행 피해 사실 폭로= 지난해 1월 현역 검사가 방송에 나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앞서 미국서 일어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국내에 상륙한 순간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각계각층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이전까지 감춰야만 했던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 피해자들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문화예술계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고 정치권은 물론 방송 연예계가 미투 운동의 폭풍에 휩싸였다. 최근엔 체육계서 미투 운동이 불거지면서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체육계 성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개인주장 넘어
사회현상으로

대부분의 공익제보자들은 폭로 후 후폭풍에 휘말렸다. 공익신고 후 신분이 드러나면서 불이익을 겪은 이들도 상당하다. 20113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배신자와 같은 낙인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조직의 곪은 부분이나 본인이 직접 겪은 불합리한 사례에 대해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이유다.

박은정 권익위 위원장은 공익제보자들은 권력형 비리부터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활밀착 부패까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길목에 불을 켜주신 분들이라며 앞으로 공익신고의 가치가 널리 인정받는 사회문화가 조성돼 공익제보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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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