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예인 마약 스캔들’ 최초 신고자 만나보니…

“5개월 전 제보…처음엔 뭉갰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인천경찰청의 ‘이선균 마약 의혹’ 수사가 미궁에 빠졌다. 내사자로 거론됐던 인물 모두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2명이 추가됐으나 객관적 물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천청이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마약 사건은 신고 및 첩보 사실관계 확인 이후 내사(입건 전 조사)에 들어간다. 정식 수사 단계가 아닌 만큼 언론에 ‘내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경우는 손에 꼽힌다. ‘이선균 마약 의혹’ 내사 사실이 드러난 건 자칫 경찰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과정서 경찰이 언론에 드러나지 않은 인물과의 ‘플리바게닝’을 활용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판 키워서…
수사 경쟁

‘이선균 마약 의혹’ 사건은 지난달 19일 <경기신문>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2주가 지난 현재까지 피내사자와 입건된 인물을 포함하면 총 10명으로 이선균, 권지용,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정다은, 한서희, 유흥업소 여 실장 김모씨, 의사 A씨, B씨, C씨, D씨 등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일부 피내사자들에 관한 조사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된 김씨의 진술을 기반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이선균의 혐의 입증을 위한 주요 ‘키맨’이기도 한 김씨는 친분이 있던 의사로부터 마약을 공급받아 이선균과 권지용 등에게 전달하거나 이선균에게 자신의 집을 마약 투약 장소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과거에도 마약 범죄로 수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출소 후에도 범행을 이어갔다.

김씨는 현재 일부 혐의에 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필로폰 투약 및 이선균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제 3자에게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앞서 김씨는 경찰의 수사 압박이 시작되자 이선균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3억5000만원을 요구한 김씨는 지난달 20일, 공갈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면서도 “공갈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고 있어,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김씨 외에 이름을 알 수 없는 인물도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이선균 측은 김씨가 또 다른 인물과 짜고 자신을 협박했다고 의심 중이다. 그러나 김씨는 본인도 SNS서 접근한 또 다른 인물에게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 중이다.

그는 “나와 이선균 사이를 의심한 인물에게 SNS를 통해 나도 협박을 당했다”며 “협박한 인물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른다. 이선균이 피해금으로 주장한 3억5000만원 중 나머지 5000만원은 받지 않았다”고 했다.

이선균은 본래 피내사자였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선균이 투약한 마약의 종류와 객관적 증거가 될 수 있는 장소 및 시기를 파악해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경찰은 지난달 말 이선균을 1차 소환하고 간이 시약검사를 집행했으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이선균으로부터 채취한 모발과 소변에 대해 신속한 결과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긴급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수사가 속도전에 들어선 건 이선균 마약 의혹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탓이 있지만 인천청이 강남 라인 관할지역 사건을 수사 중인 이유도 언급된다.

한 마약수사계 팀장은 “본래 강남서에서 수사하려 인천청에 이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천청이 첩보를 먼저 입수한 건 맞다. 절차대로라면 강남서가 수사를 하는 게 맞지만 인천청도 ‘성과 욕심’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했나 
못 했나

다른 마약수사대 경찰도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국과수의 판단이 중요하다. 향정과 대마가 음성이 나오면 경찰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사실 유통책이나 ‘마약왕’급 이슈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인천청의 수사가 성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내사 단계서부터 언론에 알려져 부담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물증을 확보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마약법 위반 혐의 중 가장 처벌이 약한 대마이기에 양성이 나왔다고 해도 검찰의 역할이 중요하게 됐다”며 “현재까지의 수사 상황을 놓고 보면 재판에 넘기기엔 어렵다”고 봤다. 

이선균의 마약 투약 양성 여부는 11월 중순 정도에 나올 전망이다. 통상 수사기관이 국과수에 긴급 감정을 의뢰하면 2주 안에 결과가 나온다. 국과수서도 음성이 나온다면 경찰은 김씨의 진술이라는 간접·정황 증거로 법리구성을 할 수밖에 없다. 

6월 성동서에 접수
“물적 증거가 없다”
소극 수사 결국 접어

권지용이 본인의 마약 투약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권지용이 이선균 마약 의혹 사건과 연관이 없다던 발표도 경찰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특히 경찰은 권지용의 통신내역을 받아내지 못했다.

인천지법 관계자는 “혐의점과 범죄 사실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사실상 수사가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청 관계자는 “지금은 권지용이 자진해서 조사를 받겠다고 해서 영장을 재신청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비협조적이라면 신청할 것”이라며 “조사 이후 마약을 공급한 의사, 김씨와의 관계 등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선균과 권지용의 혐의는 같지만 투약한 마약류의 종류는 다르다.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의 사용·재배·소지·매매 등 행위를 금지하며 종류를 크게 마약·향정신성의약품(향정)·대마 등 3가지로 크게 나눈다. 오용·중독 위험성 등에 따라 세부적으로도 항목을 구분해 투약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제각각이다.

먼저 대마에는 대마초·수지(대마초의 털을 분리해 생산한 분발·점액)와 이를 원료로 제조된 제품이 포함된다. 향정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로 대마보다 범위가 넓어 법률에는 가목서 마목까지 열거돼있다. 필로폰(메스암페타민)·프로포폴·케타민·졸피뎀 등이 포함된다.

이선균이 대마와 향정 혐의를 받는다는 것은 2개 종류 이상의 마약류를 흡입·투약했다고 볼 수 있다. 권지용에게 적용된 ‘마약’에는 양귀비·아편·코카잎과 이를 함유하는 각종 혼합물도 범위에 들어간다. 시약 검사 결과에 따라 다른 마약류가 검출된다면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도 있다.

자수자
쏟아져

황하나와 정다은, 한서희에 관한 혐의 입증도 난관이다. 경찰은 최근까지 김씨를 찾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지만 정다은과 한서희를 찾아 조사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선균과 권지용에 관한 수사를 마무리 짓고 추가 수사에 나설 수 있지만, 수습하기엔 판이 커져 버렸다는 뒷말이 인천청 내부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정다은과 한서희도 황하나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시사>는 최근 ‘이선균 마약 의혹’ 사건을 처음 신고한 제보자 신모씨를 만나 현재 수사 상황을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을 맨 처음 인천청이 아닌 6월경 성동경찰서에 신고했으나 소극적 행보를 보였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신씨는 “물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가 지체되자 약 두 달 전에 인천에 신고하게 됐다”며 “인천청이 한 달 반 전에 사건을 인지하게 됐다는 게 그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신씨는 신고 이유와 관련해 “가족 같던 사람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 소중하게 여겼으나 현재 구속된 김씨와 황하나로 인해 일상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인천청 성급한 수사 왜?
내사자 10명으로 늘어나

경찰이 아직 황하나와 정다은에 관한 수사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는 질문에 관해서는 “이달부터 피크가 될 것”이라며 “현재 두 사람에 관한 제보와 경찰에 자수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선균과 권지용에 관한 수사를 보강한 이후 정다은과 황하나를 조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구속된 상태인 정다은과 일상생활 중인 황하나를 찾아가 조사하거나 증거 확보 차원의 피의자 신분 전환 가능성도 언급된다.

다만 권지용에 관한 영장이 기각된 것처럼 경찰이 확보한 증거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씨는 “‘황하나가 마약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등의 모호한 신고가 많지만 핵심 내용을 알고 있는 건 이선균도 아닌 김씨다”며 “김씨가 입을 열어야 하는데 황하나를 보호해주는 것 같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신씨는 경찰 수사가 미흡하다고도 했다. 그는 “김씨에 관한 영장이 원래 기각될 뻔했다. 영장실질 담당 판사가 굉장히 오랜 시간 고민을 했고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 신병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씨의 통신내역과 위치 등 간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으면 사건이 묻힐 뻔했다”고 했다. 

신씨는 이선균과 권지용이 이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신씨는 “연예인이기에 그 사람들에게 이목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 인물들은 따로 있다. 경찰이 황하나와 정다은에 관한 조사 이후 김씨의 진술과 비교하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유통책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현재 자수자에 관해서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있다. 자수자 대부분은 황하나의 마약 의혹과 아직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은 이들의 투약 사실을 진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사 단계서… 
역풍 우려도

피내사자들은 현재 ‘옥중 편지’를 통해 입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수사기관 대응 방향 등 플리바게닝까지 계획 중이라는 설명이다. 

신씨는 “수사기관이 아무리 자수자라고 해도 형량 거래가 아닌 구속을 통해 압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수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암묵적 관행이 오히려 범죄를 키우고 있다. 피내사자들이 옥중 편지로 증거인멸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다”고 토로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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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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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