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키우는 법조계,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6.07 09:54:42
  • 호수 14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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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쟁이 양형 자료 드려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마약 청정국’으로 만들겠다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의지와는 달리, 마약사범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반대로 법원 판결은 온정이 느껴질 지경이다. 마약사범이 마약을 끊을 의지가 있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 등에서다. 하지만 마약 투약 후 발생하는 강력범죄는 날이 갈수록 계속 늘어나고 있다. 법원의 온정주의와 변호사의 마약사범 양형 감형 프로그램 때문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지난달 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정부과천청사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마약범죄를 엄정히 단속할 뿐 아니라 마약 예방과 치료, 재활까지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뜻은 한 장관이 임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일관됐다. 지난해 10월, 한 장관은 “마약범죄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마약 청정국의 확고한 지위를 신속하게 회복해야 한다”며 검찰에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

점점 늘어나

한 장관의 이런 의지에도 불구하고, 국내 마약범죄는 날로 증폭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붙잡힌 마약사범은 1만9395명으로 전년 1만6153명보다 13.9% 증가했다. 이는 1989년 마약범죄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치다. 심각한 것은 30대 이하가 전체 59.7%에 달할 만큼 젊은 층 확산이 빠르다는 점이다.

특히 10대와 20대의 경우 2017년 15.8%서 지난해 34.2%로 5년 만에 2.4배 증가했다. 이렇게 마약범죄 확산이 빠른 이유로, 법원이 마약범죄를 솜방망이로 처벌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연예인 마약사범 판결이 있다. 작곡가이자 방송인 돈스파이크는 필로폰을 14차례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됐다. 다른 사람에게 필로폰과 엑스터시 등을 건넨 혐의도 있다. 하지만 1심은 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재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마약 상습 투약 혐의를 받는 유아인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달 24일 밤, 법원서 기각됐다. 연예계 마약 사건 판결 중 엄벌에 처한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일반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월 방송사 촬영장 등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집행유예로 선처받기도 했다. 마약을 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2월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3·여)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40시간 약물치료 강의 수강도 명령했다.

A씨는 2020년 2월9일 서울 용산구 한 호텔서 마약 성분이 든 패치를 흡입하는 등 1년여 동안 20차례에 걸쳐 마약을 매수해 사용했고, 2021년 7월2일에는 15만원을 송금받고 택시기사를 통해 마약 성분이 든 패치를 판매했다.

성추행, 강제투약, 판매했는데 ‘집유’ 
“재범 가능성 높지 않아” 법원 선처

2020년 9월17일에는 모 방송사 경연 프로그램 촬영장서 성명 불상자가 갖고 있던 대마초를 흡입하기도 했다. A씨는 병원서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하면 패치를 처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인들과 함께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재판부는 “단순 투약에 그치지 않고 지인들과 마약을 매매함으로써 마약 유통에 기여해 죄질이 좋지 않다. 하지만 마약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하는 등 단약 의지를 보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020년 1월 B씨는 17세 고등학생에게 비타민 약이라며 졸피뎀 성분이 들어 있는 알약을 물과 함께 건넸다. 학생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지자 방에 눕힌 뒤 추행까지 했다. B씨는 또 다른 고등학생 2명에게도 같은 범행을 시도했지만, 학생들이 의심해 미수에 그쳤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은 2021년 7월 B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B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다. 

현행법상 타인에게 몰래 투약하는 경우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소유·사용·관리(최소 징역 1년)한 혐의와 청소년 강제추행 혐의만 각각 인정됐다.

2017년 5월 경남 창원지법 거창지원은 10대 아르바이트생에게 마약을 몰래 먹인 뒤 성추행한 편의점주 C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C씨는 주말 아르바이트생인 17세 고등학생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인 트리아졸람을 가루 형태로 음료수에 넣어 마시게 한 뒤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대학생이 마시던 맥주에 몰래 마약을 탄 대학 교직원은 2021년 9월 대구지법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상습적으로 해도 집행유예’
변호사들 앞다퉈 호객행위

20대 C씨는 2021년 2월 당시 16세이던 학생의 팔에 필로폰 0.05g을 주사했다. 이는 통상 1회 투약량(0.03g)의 1.7배에 달하는 양이다. 메스암페타민으로 불리는 필로폰은 정신분열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하드 드러그(Hard Drug)로 분류된다.

C씨는 이듬해 3월까지 학생에게 총 8차례 필로폰을 주사하고 본인도 5차례 투약했다가 기소됐지만, 선고된 형량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C씨의 법정 형량을 최대 22년6개월로 산정하면서도 “투약에 강압적이지 않았고 반성하고 있다”는 등 5가지 사유를 들어 감형했다.

청소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KBS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현행법상 미성년자에 마약류를 제공한 범죄자의 법정 최저형은 징역 5년, 하지만 유죄판결을 받은 42명 가운데 실제로 5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된 건 9명뿐이다. 그나마 마약 범죄만으로 징역 5년형을 받은 건 단 한 명이었다.

청소년에게 마약을 제공한 42명 가운데 절반 정도는 집행유예로 풀려났거나 실형을 받더라도 징역 1년 안팎이었다. 함께 마약을 한 미성년자가 중독사하거나 미성년자를 속여 몰래 마약을 먹였는데도 집행유예로 풀려난 경우도 있었다. 마약 혐의는 초범이라는 이유로 형을 깎아준 것이다.

관련 분야의 변호사들은 한술 더 뜨고 있다. 온라인에 마약 사건 전문이라고 광고하는 변호사도 증가 추세다. 이들은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사람을 집행유예로 나오게 한 사례’ 등을 앞세우고 있다. 마약 사건 재판용 양형 자료를 대신 써준다는 온라인 광고는 5만5000원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들은 “재판장님께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우발적 판단 착오’로 포장했다. 준법서약서와 재범방지교육 수료증까지 패키지로 만들어주는 업체도 있다.

5만5000원 


국민의힘 최준식 의원실은 지난 4월 마약사범의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범죄 유형이 강력화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의 법을 발의한 바 있다. 최 의원은 “마약이 점점 우리 실생활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범이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때 예외 없이 엄중하게 가중 처벌해서 마약 사용과 이에 따른 범죄 발생에 대한 경각심을 대폭 제고해야 한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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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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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