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가는’ 다이어트약 주의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5.02 09:51:09
  • 호수 14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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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다 ‘뽕쟁이’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마르고 싶은 욕망’이 1020세대를 마약 구렁텅이에 빠트리고 있다. 정확히는 마약 성분이 강한 다이어트약 때문이다. 16세 이하 청소년이 다이어트약을 처방받는 것은 불법이라 대부분 10대는 SNS서 다이어트약을 구매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 자체가 마약사범이 되는 길이다.

마약사범은 법과 제도에서 벗어나 사적으로 마약을 다루는 사람을 말한다. 법적으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정하는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에 대해 동법서 금지한 방법으로 투약·소지·소유·제조·수출입·매매·매매의 알선 또는 수수·원료의 재배 및 소지 행위 등을 해 법원서 유죄를 선고받은 범죄자를 말한다.

식욕억제제 위험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서 벌어진 이른바 ‘마약 음료수 사건’으로 학교 안팎서 일어나는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된 청소년 수는 500명에 육박한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지난 7일 대검찰청의 마약류 범죄 백서와 마약류 월간 동향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된 19살 이하 청소년은 481명으로 2013년(58명)과 비교해 8배 이상 증가했다.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2013년 58명에서 2014년 100명대, 2019년 200명대로 올라선 뒤 2021년 400명대로 늘었다. 특히 고등학생 연령대에 해당하는 15~18살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291명으로 통계가 시작된 2017년 55명과 비교하면 5.3배 증가했다. 


15세 미만만 따져도 2021년까지 한 자릿수이던 마약류 사범들은 지난해 41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마약 문제와 관련해 초·중·고교 담장 안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청소년이 마약에 노출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다이어트약’이다. 다이어트약은 병원서 쉽게 처방받을 수 있어서 마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기본적으로 마약 성분이 포함돼있다.

특히 펜터민(식욕억제제)과 디에타민정(체중감량 보조 요법에 사용되는 약)은 마약으로, 다이어트약으로 둔갑해 거래되는 경우가 많고, 병원 처방이 아닌 소셜네트워크(SNS)로 간편하게 거래되고 있어 그 심각성이 높다.

디에타민정은 알약의 모양이 나비처럼 생겨서 ‘나비약’이라고도 부르는데, 인터넷서 검색만 하면 나비약을 판매한다는 말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약물 복용 후기도 많다.

청소년들이 다이어트약을 사는 이유가 뭘까? 일명 ‘프로아나’라고 불리는 거식증을 지향하는 현상 때문이다. 결국 ‘마르고 싶은 욕망’을 참지 못한 청소년은 마약사범이 된다.

마르고 싶은 욕망으로 먹은 마약?
‘디에타민’ 먹고 환청·환각 시작

기본적으로 다이어트약은 중증의 비만 환자가 의사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아닌 개인이 구매·판매하는 행위는 처벌을 받고, 이런 약물은 다이어트약 외에도 ADHD 치료제, 프로포폴 등 실제 의약 행위에 쓰는 약물 다수가 포함됐다.


향정신성 의약품 양형기준은 약물의 종류, 행위의 종류 크게 두 가지 사안에 의해 정해진다. 디에타민은 항정신성 의약품 라목에 해당하는데, 라목은 남용의 우려가 적고 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처벌이 가볍지는 않다. 향정 사범의 양형기준에는 다이어트약을 투약하거나 소지하면 징역 8개월서 1년6개월을 기본으로 선고한다고 적시돼있다. 상습범인 경우 10개월~2년으로 가중 처벌한다.

이처럼 법적으로 처벌이 이뤄져도 다이어트약 불법 판매는 끊이지 않고 있다. SNS에 ‘디에타민’ ‘나비약’ 등을 검색하면 관련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신을 10대라고 밝힌 A씨는 나비약 후기를 남겼다. A씨는 “나비약을 한 달 먹고 몸무게가 68kg이었는데 58kg까지 총 10kg 빠졌다. 나비약을 먹을 때는 하루 종일 굶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식욕이 없어서 하루에 삶은 달걀 하나만 먹고 생활했다”고 적었다.

그는 “약을 먹으면 ‘배부름’이나 ‘배고픔’ 자체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계란 안 먹고 굶어도 될 것 같다”며 “부작용은 개인차가 정말 큰 것 같다. 나는 입 마름이나 불면증 외 부작용은 없었다. 사실 58kg까지 뺀 뒤 일주일 더 나비약을 먹으면서 운동을 열심히 했다. 그 결과 48kg까지 감량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긍정적인 후기가 있는 반면, 부정적인 후기도 있었다. 10데 B씨도 가족이 먹는 나비약을 몰래 복용했다.

B씨는 “처음에는 거짓말처럼 식욕이 사라졌다. 정말 적게 먹으니 살이 바로 빠진다. 몸무게가 변하는 게 보이니까 약에 더 집착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니 심장이 빨리 뛰고 심한 어지럼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도 불법 구매 후 
‘경찰 피하는 방법?’ 공유

그는 “그래서 한 알 먹던 것을 반 알로 줄였다. 그러니 부작용은 없어서 계속 먹었다”며 “약을 복용한 지 2주가 지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심각한 우울증이 왔고 환청과 환각까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약을 먹을 때는 집중이 잘됐는데, 약발이 떨어지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 약을 먹으면서는 이게 약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끊고 나니 전부 괜찮아졌다”고 밝혔다.

이런 후기들이 SNS에 난무하는 가운데 나비약 불법 구매로 경찰이 연락왔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나비약 구매했는데 경찰이 문자로 연락이 왔다. 나 이제 어떻게 하면 되냐” “경찰한테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일부로 병원에 가서 디에타민 처방받으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경찰 조사 피할 수 있다” “경찰이 말해준 건데 디에타민 먹다가 대마초나 펜타닐로 넘어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디에타민도 먹지 말라고 했다” “경찰이 연락와서 디에타민 사기가 많으니 절대 SNS서 구매하지 말라더라. 그냥 허름한 내과서 처방받자” 등이다.


실제로 디에타민을 마약처럼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C씨는 병원서 디에타민을 처방받았다. 원칙대로라면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경우에만 ‘비만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처방받을 수 있는 약이다. 하지만 실제 병원에서는 체질량지수 확인 없이 간단한 상담 후 한 달치 약을 처방한다.

심지어 “4주까지 처방 가능한데 몇 주로 처방을 원하나? 바로 결제를 도와주겠다”며 의사가 진료 전, 카운터서 결제부터 하는 식이다.

처방이 너무 쉽다 보니 1년 동안 디에타민 10년치를 타간 사람도 있는 정도다. 한 병원은 1년 동안 3만2000여명에게 알약 1200만정을 처방했다. 이렇듯 다이어트약으로 시작해서 마약사범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처방이 쉽다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팀장은 “미디어에 비치는 마른 연예인들을 보고 따라 하려는 1020세대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마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회적인 인식 변화와 더불어 마약성 식욕억제제 위험성에 대한 교육도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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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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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