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상식 넘어선 박유천

은퇴 번복 후…돈독 올랐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어느 하나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다. 끊임없이 거짓말을 이어가고 있다. 대중의 비판 따윈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동방신기와 JYJ를 거친 박유천은 ‘거짓말 행보’만 답습하고 있다. 일말의 반성도 없이, 상식을 넘어선 거짓말을 일삼는 박유천의 행동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 박유천 ⓒSBS

“저는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기관에 가서 조사를 받더라도 직접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4월10일, 가수 겸 연기자 박유천은 전 여자 친구이자 미스코리아 출신인 황하나를 통해 마약 의혹이 불거지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팬사이트 개설
활동에 시동

자신은 마약한 적이 절대 없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진해서 대대적인 기자회견까지 할 정도라면 정말 억울한 일일 것’이라는 동정 여론도 형성됐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열어놓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지 않았던 점은 석연치 않았다. 떳떳했다면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게 관례인데, 박유천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박유천의 어딘가 떳떳하지 못한 행보에, 언론과 여론은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박유천은 경찰 출석 전 겨드랑이 등 일부 부위의 털을 모두 제모했다. 제모하면 마약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설이 있었는데, 이를 굳게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유천은 변호인을 통해 “과거 왕성한 활동을 할 당시부터 주기적으로 신체 일부에 대해 제모를 했다”고 밝혔는데 역시 설득력이 부족한 해명이었다. 

결국 진실이 드러났다. 미처 제모하지 못했던 다리털로부터 필로폰 성분이 검출된 것.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오자 박유천은 “어떻게 체내에 필로폰이 들어갔는지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어느 누구도 속지 않을 황당한 설명을 한 것. 이 발언은 신정환의 ‘뎅기열 사기극’과 클릭비 출신 김상혁이 음주운전 후 언급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와 비견될 정도로 세간의 비웃음을 샀다. 

이 같은 황당한 연극은 그가 구속된 이후에야 끝났다. 박유천은 “나 자신을 내려놓기 두려웠다”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입만 열면 거짓말, 반성 없는 태도
필요할 때마다 보이는 악어의 눈물

당시 한 연예 관계자는 “박유천은 마약을 투약한 후 걸리지 않게 조치하는 방법을 알았던 듯하고, 실제 그것이 먹힐 것이라는 생각이 짙었다고 본다. 어차피 걸리면 연예계 생명은 끝이고 운 좋게 걸리지 않을 수도 있으니, 여론을 잡기 위해 강력하게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며 “결백하다면서 맹세하는 기자회견을 할 정도면 ‘정말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대중의 심리와 극성 팬덤의 결집으로 인해 경찰이 여론 압박을 받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혹여나 피해갈 수 있을까’라는 심정으로 전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했던 셈이다. 양성 반응이 검출되자 소속사였던 씨제스엔터테인먼트도 즉시 계약을 해지했고, 박유천은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박유천이 멤버로 있었던 JYJ로 출발해 국내 배우들과 대거 계약하며, 연예계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씨제스엔터테인먼트로서는 큰 결단이었다. 거짓말이 모두 드러난 박유천은 강제 은퇴, 곧 연예계 퇴출 상태가 됐다. 

업계에선 박유천이 소속사마저 속이고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에, 계약 해지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유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한 연예계 관계자는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박유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끝까지 책임져 줄 것으로 제안한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박유천이 소속사마저 속이며 기자회견을 감행한 것이다.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것인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라고 일갈했다. 

모든 거짓말이 들통난 것은 물론, 소속사와도 연이 끊긴 산 박유천은 지난해 4월 말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지난 7월 열린 1심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서 거짓말 논란으로 인해 애초 밝힌 대로 은퇴했다.

그는 전 국민을 기만한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사과 발언도 없었다. 심지어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3일 만인 지난해 7월3일, 동생인 박유환의 SNS를 통해 얼굴을 공개했다. 

박유환은 ‘오늘 방송하지 않고 형과 시간을 보내겠다. 미안하다’며 팬들로부터 받은 편지와 선물에 둘러싸인 박유천의 모습을 공개했다. 대중의 심리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 처사였다. 

연예계 퇴출
불성실 태도

그를 향한 비난은 꾸준히 지속됐으나, 이후에는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듯 보였으며, 은퇴를 통해 대중에게서도 멀어지는 듯했다. 

데뷔 당시에만 해도 박유천의 이미지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2003년 그룹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으로 데뷔한 뒤 그룹 JYJ로 활약할 때까지만 해도 박유천은 순수하면서도 소탈한 이미지였다. 특히 동방신기 탈퇴 후 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대립할 땐 비교적 약자의 위치를 점하며 전투사의 얼굴을 갖기도 했다. 

이후 KBS2 <성균관 스캔들>, MBC <보고싶다>, SBS <옥탑방 왕세자> <쓰리 데이즈> 등으로 꾸준히 성공작을 만들어내면서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옥탑방 왕세자>의 이각 역으로 귀엽고 재기발랄한 매력이 돋보이면서 팬층이 크게 확장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봉준호 감독이 제작하고 심성보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해무>서 ‘주동식’ 역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당시 봉 감독은 “뛰어난 영화배우를 우리 영화계가 얻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쁘다”며 짤막하지만 굵은 메시지로 박유천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박유천은 <해무>를 통해 2014년 청룡영화상·대종상·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부산영평상 및 2015년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상 등을 비롯, 10개의 영화제서 모두 신인상을 수상하는 대기록을 남겼다.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국내 팬들은 물론 아시아를 아우르는 인기,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인해 그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하지만 그의 밑천이 드러난 것은 2016년 성폭행 논란에 휘말리면서부터다. 한 유흥업소 종사자가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것이다. 연이어 이와 유사한 혐의로 총 4명의 여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비록 무혐의로 종결되긴 했지만, 문란한 사생활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무혐의로 종결됐다고 해서 죄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당시 피해자 중 한 명은 2018년 12월 박유천에게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박유천은 관련 재판과 조정에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고, 서울법원조정센터는 박유천에게 5000만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라는 강제 조정 결정을 내렸다. 박유천은 별도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아 지난해 9월 조정안이 최종 확정됐다.

‘돈에 미친’
갈지자 행보

그러나 박유천은 피해자 측에 배상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결국 지난해 12월 그에 대해 재산 명시 신청을 제기했다. 박유천은 이마저도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2일에 감치 재판이 열렸다. 감치 재판이란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재산 명시 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재산목록 제출을 거부한 경우에 이뤄지는 재판이다. 법원의 판단으로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 

대중에게 막대하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연예인의 신분임에도, 법 앞에서조차 불성실했다. 당일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 각종 질문을 던졌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정에 들어섰다. 

문란한 사생활을 비롯해 마약 혐의 등 숱한 논란 앞에서 박유천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 적이 없다. 올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이미지는 끝없이 하락 중이다. 온갖 비난을 받는 박유천의 귀는 여전히 막혀 있는 듯하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면서 은퇴를 밝혔지만, 그의 진심은 불과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일언반구 없이 은퇴를 번복하더니, 2020년 들어서 ‘돈에 미친 행보’가 시작됐다. 박유천은 올해 1월 태국서 팬 미팅을 개최한 것에 이어 화보집을 발간했다. 화보집은 약 9만원 상당에 달한다. 

아이돌 화보집의 평균 가격은 5만원대이며, 앨범이나 DVD가 포함될 경우 9만∼10만원에 책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박유천의 화보집에는 앨범이 포함돼 있지 않다. A급 아이돌의 화보집에 비해서도 두 배 가까이 비싼 금액이다.

그는 최근 팬사이트를 개설하며,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0일 박유천의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팬 여러분들의 많은 기대와 사랑으로 박유천의 공식 팬사이트가 오픈했습니다. 앞으로 공식 팬사이트를 통해 박유천씨의 좋은 소식과 다양한 활동을 만나보세요’라는 글이 게재됐다. 

박유천은 영상을 통해 “드디어 공식 팬카페를 오픈하게 됐다. 여러분들께서 그동안 많이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모습을 보실 수 있으니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저도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자주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 

“대중을 기만” 법 앞에서도 불성실한 태도 
여전히 옹호하는 팬들 신중한 판단 필요

이와 함께 유료 팬클럽 모집도 시작됐다. 공식 팬카페 이름은 ‘블루 시엘로’이며, 팬클럽 연회비는 6만6000원이다. 팬사이트 내 연간 회원 콘텐츠 열람, 이벤트 개최 시 팬클럽 선행 판매, 독점 콘텐츠 제공, 팬클럽 회원 대상 한정 이벤트, 공식 가입 MD 등이 연회비를 낸 팬클럽에 주어지는 혜택이다.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팬덤을 갖춘 BTS가 약 2만5000원 상당의 팬클럽 가입비를 받고 있는데 박유천이 제시한 금액이 얼마나 높은 비용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그뿐만 아니라 팬클럽 가입비는 계좌 이체로만 가능하다. 신용카드 결제로는 팬클럽에 가입할 수 없다. 일각에선 계좌 이체만을 허락한 이유로 현금영수증 발급이나 세금계산서 증빙 등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세금마저 팬들에게 미루겠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팬들의 사랑을 볼모로 값비싼 비용을 요구하는 박유천의 행보에 일각에선 ‘장사치’라는 등의 비아냥도 이어지고 있다.

박유천은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의 상황서 눈물을 흘렸다. 필로폰 투약 의혹과 관련된 기자회견장서 결백을 강조하며 울었고, 지난해 7월 법원서도 선처를 부탁드린다며 울었다. 당시 법원 방청석을 메운 국내외 팬들도 하염없이 울며 선처를 바랐다. 

그러던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다. 그의 발언은 이제 허언으로만 들린다. ‘악어의 눈물’ 그 자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동생 박유환 역시 형의 잘못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자신의 트위치 방송에 형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팬 사이트 개설 때에도 ‘축하합니다. 응원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대중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끈끈한 형제애가 오히려 대중의 불쾌감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 같은 행동의 배경에는 해외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선 워낙 이미지가 추락한 탓에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외국 팬들의 경우 한국서 벌어진 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박유천이 한국이 아닌 태국서 팬미팅을 개최한 것도 그 근거로 나온다. 국내 팬 중 어차피 자신들을 비난할 사람들은 비난할 것이니, 나를 기다리는 팬들만 보고 가겠다는 심산으로 해석된다.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다

박유천을 향한 여론은 냉담하다. 지속적으로 언행불일치를 보이고 있으며,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의 태도도 비치지 않는다. 싸늘한 여론 속에서 복귀가 어려워진 것을 알고 마지막으로 팬들의 돈을 쓸어 모은 뒤 은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가 역대 최악의 연예인 중 하나로 꼽힘에도, 일부 팬들은 그를 옹호하고 있다. 대중을 기만하는 것은 물론 소위 ‘호구’로 보고 막무가내로 돈만 밝히는 박유천에게 응원을 지속하는 것이 양심적으로 부끄럽지는 않은지, 팬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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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1심 판결의 양면

대장동 1심 판결의 양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버스는 멈추지 않고 달리는 중이다. 승객 한 사람이 ‘대통령실’이라는 정거장에서 내렸을 뿐이다. 일부 승객은 ‘교도소’라는 정거장에서 하차했다. 버스는 정해진 코스를 따라 계속 돌고 돈다. 버스가 존재하고 운전자가 있는 한 끊임없이 달린다. 2021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처음 불거졌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에 도전한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의혹 제기였다. 게이트로 번진 대장동 사건은 현재까지 이 대통령에게 꼬리표처럼 달라붙어 있는 사법 리스크의 시발점이 됐다. 4년 만에 첫 판결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민간업자 관련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들 대부분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021년 말 이들이 기소된 지 4년여 만에 나온 판결로, 그사이 재판만 190여차례 열렸다. 수사, 공판 자료가 25만쪽에 달하고 1심 판결문도 700쪽이 넘는 초대형 재판이었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선고공판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하고 이들을 그 자리에서 구속했다. 유 전 본부장에게는 징역 8년, 벌금 4억원, 추징금 8억1000만원이 선고됐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는 징역 8년과 428억원 추징,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는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5년을 받았다.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 추징금 38억2200만원이 선고됐다. 정 변호사는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으로 일했다.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정 변호사 등은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화천대유에 유리하도록 공모 지침서를 작성,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해 7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얻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21년 10~12월에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성남도시개발공사 실세와 실무자가 민간업자와 결탁한 부패 범죄로 규정했다. 공직자로서의 임무 위배와 막대한 경제적 이익 취득 등을 중대하게 본 것이다. 유동규와 민간업자들 중형+구속 판결문에 이 대통령 390회 언급 재판부는 “유동규는 민간업자들을 사업 책임자로 내정했으며 주요 내용마저 민간업자들이 시행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했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가 ‘정영학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고 유 전 본부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부분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은 ‘배임 약정 및 이익 분배’라는 대화 내용을 객관적으로 입증했고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은 ‘그 약정의 실행 주체와 과정, 그리고 수뇌부의 관여’라는 공범 관계의 실체를 드러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유동규는 해당 진술로 인해 유죄를 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진술했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과 민간업자들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4년여 만에 나오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이 들썩였다.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재판은 중지됐지만, 이 대통령 역시 이 사건의 핵심 관계자다. 이들에 대한 판결이 유리하든 불리하든 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실제 1심 재판부가 2시간30여분 동안 읽어 내려간 판결문에는 이 대통령의 이름이 400회 가까이 등장한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통령의 사건 공모 여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이재명은 이 법정에 출석해 증언한 사실이 없고, 정진상(전 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이 법정에 출석했으나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성남시 수뇌부’의 결정을 위해 민간업자들과의 의견을 조율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이었다고 봤다. 이어 성남시 수뇌부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민간업자들과의 유착 관계에 대해서는 일부 언급했다. 개입 여부 판단 보류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은 주민들을 시위에 동원하거나 시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하는 방법으로 성남시의 공사 설립을 도왔고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운동에 참여하거나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등으로 이재명의 재선을 도왔다”며 “이는 유동규를 통해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에도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는 유동규로부터 남욱, 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이 환지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사실, 김만배가 남욱, 정영학을 돕는 사실,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이 이재명 시장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를 대장동 개발사업자로 내정하는 대가로 사업 수익을 일부 받기로 민간업자들과 약속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 전 본부장의 진술로는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의 진술대로 나중에 이 대통령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지분을 받기로 한 것이라도 사실상 이 대통령이 이를 약속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이른바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428억원 약정 약속’을 한 혐의에 대해 최종적으로 이 돈이 이 대통령의 정지차금으로 흘러가기로 정해졌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이 내용을 알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진상 전 실장의 공모 가능성은 열어뒀다. 재판부는 “정진상(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은 이재명의 최측근으로서 성남시 공무원들은 정진상의 말을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여길 정도로 둘 사이가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남욱 등 민간사업자들 또한 정진상이 이재명의 측근으로 성남시의 유력 인사라는 점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대장동 개발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정진상에게 접대하는 등 유착 관계를 형성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조계 해석 정치권 들썩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은 여당인 민주당을 자극했다. 대선 전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반응과 비슷했다. 당시 민주당은 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했다면서 대법관 수 증원 등 관련 입법을 예고했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이른바 이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국정안정법’을 들고 나왔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판중지법을 의결한 뒤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직전에 연기한 바 있다. 방탄 입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사법부가 ‘이론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재판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발언하자 당내에서 재판중지법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동시에 대장동 판결이 나오면서 입법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인식이 당 차원으로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의 속도전은 대통령실의 제지로 제동이 걸렸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 3일 “당에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예고에 없던 브리핑을 진행한 자리에서였다. APEC 정상회의 성과 등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해야 할 시기에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더 크게 드러나는 상황을 우려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더 이상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는 해석까지 덧붙였다. 요청의 대상은 민주당 지도부로 풀이됐다. 민주당은 이날 재판중지법 처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여론의 역풍도 영향을 미쳤지만 대통령실에서 나온 발언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재판중지법 대통령실 제동 국민의힘, 임기 내내 공격 카드로 법안 처리 예고→대통령실 발언→철회까지 걸린 시간은 2~3일에 불과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사실상 민주당 정청래 대표에게 ‘경고’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명-청(이재명-정청래) 대전’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도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이번뿐만 아니라 당 대표가 된 뒤로 사사건건 이 대통령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갈등설을 부인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호흡이 역대 최고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친명(친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가 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는 상태다.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 시절 영입한 인사인 유동철 동의대 교수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당위원장 경선 컷오프에 대해 “이유도 명분도 없는 독재”라며 “정청래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지고 결자해지하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서 비롯될 여러 사안이 임기 내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모두 정지됐지만 주변 인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장동 사건처럼 이 대통령을 제외한 인사들의 재판 결과가 나올 때마다 법조계는 해석하느라, 정치권은 정쟁을 벌이느라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야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먹히든 안 먹히든 ‘5년 동안 공격이 가능한 카드’를 쥔 상황이고 민주당은 일정 정도의 공격력은 방어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대통령이 법정에만 서지 않을 뿐 남은 임기 내내 ‘이재명 없는 이재명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내렸을 뿐 멈추진 않아 대통령 당선 전 이 대통령이 받고 있던 재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대장동 사건 ▲대북 송금 의혹 사건 ▲법인카드 유용 혐의 사건 등 총 5개다. 직접적으로 공격을 받는 상황은 아니지만 재판에 연루된 인물들에 대한 판결이 이 대통령을 수동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