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선균 협박 의혹’ 룸살롱 여실장의 변명

“내 정보 빼간 해커가 주범”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배우 이선균과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의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확신에 찼던 인천경찰청은 머쓱해졌다. 사건의 발단인 유흥업소 여실장 김모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김씨는 지난달 19일 체포 당시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신원 불상의 ‘해커’로부터 협박을 받은 또 다른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강남 G 업소 여실장 출신 김씨가 지난 3일 구속 기소됐다. 인천지법 형사10단독(현선혜 판사)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대마 혐의로 구속된 김씨의 첫 공판기일을 12월15일로 잡았다. 재판은 410호 법정서 진행된다.

마약 전과 6범인 김씨는 필로폰 투약, 대마초 흡연 등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올해 자택서 배우 이선균 등 지인과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김씨는 이를 빌미로 이선균에게 3억원을 뜯어낸 협박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은 아직 경찰 수사 중이다. 

마약 투약
빌미로… 

특히, 김씨는 이선균을 협박한 제3자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달 19일 새벽 1시경 지인의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오피스텔서 체포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선균은 해당 오피스텔이 아닌 김씨의 자택서 올해 1월부터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인천경찰청은 지난 9월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마약의 유통처를 확인하는 과정서 ‘김씨가 VIP급 손님들과 마약을 투약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잠복 수사 끝에 문정동 오피스텔에 있던 김씨를 검거한 경찰은 화장실서 대마를 발견했다. 이와 함께 대마 흡연용으로 쓰이는 ‘유리 파이프’와 ‘식물 재배기’까지 압수했다.

당시 김씨는 문정동 오피스텔에 관해 “누구 집인지 모르고 지인 최모씨에게 부탁해 얹혀 살았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식물 재배기와 관련해선 “최씨가 키우는 거북이의 먹이 이용으로 상추를 재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김씨 등이 직접 대마를 재배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해 혐의 여부를 조사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마약류로 분류되는 대마를 허가 없이 재배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김씨는 체포 당시 소변 및 모발의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전과가 있다는 이유로 신체 일부를 준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거부 의사를 전했다.

‘떳떳하다’는 김씨가 왜 최씨 집에 은신했을까? 체포 당시 김씨는 “해커가 내 휴대폰을 해킹해 그 안에서 취득한 사실로 약 1개월 동안 매스컴에 올리겠다는 협박을 했다”며 “집에 찾아와 발로 차고, 수시로 창문을 통해 감시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킹 후 텔레그램 통해 협박당해” 주장
“공범 아니다…이선균에 알렸을 뿐” 반박

그는 “신변의 위협을 느껴 누군가에게 얹혀서 며칠간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예인과 술에 취해 통화한 내용을 신원 불상의 해커가 알아채고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해커에게 협박당했다는 내용을 이선균에게 알리고 3억원을 받았을 뿐, 자신은 해커와 공범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씨는 “나는 피해자다. (해커가)‘불상의 연예인과의 일을 매스컴에 올리겠다’는 협박과 감시를 했고, 내가 약쟁이였던 걸 주변 사람들과 유흥업소 사람들에게 다 말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선균으로 추정되는 ‘불상의 연예인’을 경찰에 말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그는 “일부가 검거돼 매스컴서 알게 될 경우, 그 연예인의 인생은 망하는 것”이라며 “아무것도 아닌 나 하나로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해커의 협박을 허위라고 생각했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해커가)나와 연예인이 통화한 녹취 파일 3분짜리 2개를 보내면서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고 진술했다.

겁이 난 김씨는 이선균에게 “해커에게 협박당했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씨는 “(이선균이) 당황하고 불안해하면서 ‘얼마를 요구하냐’고 말했다”며 “돈을 받았는데 액수는 비밀로 하겠다”고 진술했다.

김씨가 비밀이라고 한 액수는 3억원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이선균을 마약 관련 사건으로 공갈 협박해 3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씨 측에 따르면 이선균이 건넨 돈 가운데 5000만원은 자신의 이웃 A씨가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자신에게 협박한 해커와 A씨가 공범이라고 강조했다.

3억원 
어디로?

김씨는 해커가 A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A씨가 해커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내게 보여줬다”며 “메시지에는 ‘(김씨에게)당장 텔레그램 차단 풀라고 해, 안 그럼 연예인과 김씨가 찍은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자신이)A씨와 매일 만날 만큼 친했기에 모든 것을 보여준 사이”라며 “A씨는 번호를 바꾼지 일주일 밖에 안 됐는데 해커가 어떻게 A씨에게 카톡을 하냐”고 해커와 A씨가 공범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김씨 측근에 따르면 현재 3억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김씨는 이선균에게 받은 3억원을 해커에게 건네주려 했으나, 해커를 만나지 못해 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해커가 약속 시간과 장소를 인천 인근으로 정한 뒤 밤 12시까지 이웃집 사는 A씨와 나오라고 통보했다”고 진술했다. A씨와 해커의 공모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특히, 김씨가 약속 장소서 해커를 만날 수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3억원의 행방은 묘연해졌다.


김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해커의 정체는 연예인 마약 사건의 최초 제보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김씨를 조사하는 과정서 이선균과 권지용 등의 혐의점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균은 경찰 조사에서 “김씨가 나를 속이고 뭔가를 줬는데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고의성을 전면 부인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김씨에게 속았다. 김씨가 불면증으로 처방받은 약이라며 건넸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마약인 줄 몰랐냐”는 경찰의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혐의 인정’으로 알려졌으나, 혐의를 인정한 건 아니다. 김씨가 마약이라고 주장한 약이 진짜 마약이 아닐 가능성도 존재한다. 

“나도 몰랐다”
“나도 피해자”

이선균은 앞서 두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첫 번째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 두 번째 모발 정밀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경찰은 이선균이 최소 8~10개월 마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고의성이 있었는지, 마약을 투약한 지도 불확실하다.

경찰은 이선균의 진술과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 결과, 다리털 정밀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수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향후 이선균이 김씨에게 거액을 건넨 진짜 이유도 들여다볼 전망이다. 현재 김씨가 이선균을 협박한 것에 관한 수사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 이선균 측은 “김씨로부터 지속적인 공갈, 협박을 받아와 이에 대해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 김씨 측근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김씨가 해커에게 협박을 당했더라도 이선균 또한 협박, 공갈 사건의 피해자”라며 “내가 알기로 김씨를 협박한 해커는 김씨와 가까운 사람이며 인천지역 건달인데 경찰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씨를 협박한 건달이 또 다른 범죄 피의자일 가능성이 크다”며 “자신이 지은 죄를 감형받기 위해 인천경찰청에 김씨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마약 혐의를 신고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해커 정체는? 오리무중
김씨 측근이란 소문만

이번 사건서 수사선상에 오른 인원은 모두 10명이다. 특히 경찰 조사에서 김씨 등의 마약 공급처로 서울 강남에 있는 W성형외과(W병원) 원장 이모씨를 지목했다. W병원은 김씨의 단골 병원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선균과 김씨에게 마약류를 공급한 혐의로 입건된 이 원장은 지난해 1월부터 18개월 동안 마약류 1만4000여개를 처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이 7300여개로 가장 많았고, 식욕억제제인 펜타민, 수면제인 플루니트라제팜도 다수 처방됐다.

한 20대 여성은 여섯달 동안 마약류 659개를 처방받았다. 모두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등록된 W병원의 의료용 마약류 처방 내역을 통해 드러났다. 해당 병원은 성형외과인데 대부분 정신의학과서 치료 목적으로 처방되는 약물을 처방한 셈이다.

지난달 W병원을 방문한 <일요시사>와 마주친 이 원장은 “변호사를 통해 밝힐 예정이고, 무고죄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이에 대해 “심사평가원에 별도로 보고하는 시스템이 도입돼 마약류 의약품의 공급과 처방, 사용, 재고 등을 철저히 관리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 원장이 근무한 W병원을 압수수색했다. 인천경찰청 마약수사관들은 지난 9일 오전부터 W병원의 의료기록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 혐의를 받는 권지용은 이선균을 조사하는 과정서 수사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시약 검사서 그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지난 6일 오후 1시30분께부터 권지용을 상대로 4시간가량 조사했다. 경찰은 소변과 모발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또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받아 확보하고, 여실장 김씨, W병원 원장 이씨와 관계도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김씨가 여실장으로 일한 G 업소도 이선균의 마약 투약 장소로 지목됐다가 증거불충분으로 수사 대상서 벗어났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상위 1% 회원제 룸살롱’으로 알려진 G 업소는 일반 유흥업소와 다를 바 없었다.

춤추는 
수사선

G 업소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가게서(이선균이 마약을) 투약한 적 없다. 원하면 CCTV 자료도 줄 수 있다”며 “우리 가게 출신들이 밖에서 이선균과 마약한 것까지 내가 알 수 있었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특히, 김씨가 지난달 19일 체포 당시 직장 주소를 G 업소라고 언급하면서 경찰 수사 대상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G 업소 측은 “김씨가 8월 말 가게를 관뒀고, 그 사이 가게 밖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수사선상에 오른 10명 가운데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와 작곡가 정다은 등 5명은 여전히 내사(입건 전 조사) 단계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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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