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치면 죽는다?’ 황하나 제보자 극단적 선택 미스터리

‘안양 뽕쟁이’ 바티칸 킹덤 루트 노렸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황하나와 스치면 죽는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 측근이 한 말이다. 황씨는 수차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 기소돼 감옥살이 중이다. 황씨 측근의 말처럼 2020년 황씨의 남편은 극단적 선택을 했고 수도권 마약 총책으로 알려진 ‘바티칸 킹덤’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의 측근은 이외에도 여러 명이 세상을 등졌다고 주장한다. 석 달 전, 한 사람이 더 세상을 떠났다. 그는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황씨 마약 사건의 핵심 제보자였다.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박왕열의 상선 ‘사라 김’ 김형렬이 붙잡혔다. 국내에 공급한 마약만 시가로 100억원 가까이 된다. 100만명이 넘게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을 수년간 팔아온 것이다. 경찰은 황하나씨와 황씨의 전 연인인 가수 박유천씨가 이들로부터 마약을 구매해왔다고 봤다.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알린 제보자는 여러 명이다. 충격적이지만 제보자 대부분은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열심히 살겠다”
약속 못 지켜

‘황하나·바티칸 킹덤 마약 사건’ 핵심 제보자 A씨가 <일요시사>와 만난 건 2년 전이다. 그는 황씨의 남편인 오모씨의 친구이기도 했다. A씨는 기자에게 황씨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와 마약 투약 정황 등 물적 증거를 건네줬다. 당시 A씨는 취재팀에 “나도 올바르게 살진 않았지만 내 친구들이라도 돕고 싶다”며 “황하나 사건 해결 좀 해달라. 내 친구들 꼭 좀 살려달라”고 청했다.

석 달 넘게 취재하는 사이 2020년 12월 오씨가 세상을 떠났다. 앞서 오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죽으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는 황씨와 함께 마약 투약 혐의로 2020년 9월 조사를 받았다.

당시 오씨는 “황하나가 잠을 자고 있을 때 몰래 필로폰 주사를 놨다”고 진술했다. 오씨는 그로부터 한 달 뒤 황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그는 사망 이틀 전인 2020년 12월22일, 서울 용산경찰서를 찾아가 앞서 경찰에 진술했던 내용 중 일부를 번복했다. 오씨는 “당시 황하나의 부탁을 받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자백했고 이틀 뒤인 24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오씨가 남긴 유서에는 ‘황하나를 마약에 끌어들여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이 적혀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이틀 전 경찰에 자백했던 내용과는 상반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통화에서 “극단적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며 “오씨가 마지막에 어떤 상태였고, 누구랑 연락했는지 다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씨의 지인이자 국내 최대 규모 마약 조직의 일원으로 밝혀진 남모씨도 2020년 12월17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 남씨는 현재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다.

오씨와 남씨는 같은 해 8월부터 10월까지 경기 수원 모처에서 황씨와 필로폰 등을 투약한 사이다. 결과적으로 황씨의 마약 투약 의혹을 입증해줄 두 남성이 모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한 명은 의식불명에 빠졌고, 한 명은 사망했다.

‘죽마고우’를 떠나보낸 A씨는 술에 빠져 살았다. “서둘러 언론에 제보했어야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우울증으로 인해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 했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난 건 불과 석 달 전이다. A씨와 친했던 인사들은 그가 필로폰에 손을 댔다고 입을 모은다. A씨와 친구였던 B씨는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다 보니 술로도 커버가 되지 않아 손대지 말아야 할 마약을 투약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죄책감·우울증 겪다 석 달 전 세상 떠나
황 녹취·투약 정황 담긴 녹취 수차례 제보

다른 인사도 “그 친구 집에 가면 가끔 테이블에 흰색 가루가 있었다”며 “마약 투약을 하지 말라고 말려도 몰래 투약하니 알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가 가상화폐에 손을 댔다가 빚쟁이가 됐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에게 상당한 금액을 빌려준 적이 있다는 C씨는 “코인 관련해서 몇 번 얘기했던 적이 있는데 결국 수백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나 말고도 A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꽤 있었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했다. 주변인들에게 돈을 빌린 A씨가 가상화폐로 수익을 내지 못해 빚더미에 앉게 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지난 5월2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미스 맥심’ 출신인 엄모씨와도 친한 사이다. 엄씨는 수도권 마약 총책인 ‘바티칸 킹덤’ 이모씨와 연인 관계였다. 이씨는 ‘마약왕’이라고 불린 박왕열의 하선으로 수도권에서 상당한 양의 마약을 팔아치웠다.

엄씨와 A씨가 서로 마약을 주고받고 같이 투약한 적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모두 언론에 남씨와 오씨 등이 필로폰을 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황씨에 대한 복수심에 눈이 멀어 객관적 판단을 내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수십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국내에 유통되면서 A씨가 마약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씨를 통해 마약을 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황씨 사건을 제보한 이후 친구를 잃은 죄책감에 시달려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상황을 고려하면 비상식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일부 지인들은 그가 강남에서 유명한 ‘뽕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마약 유통·공급 등으로 돈을 벌려 했다는 주장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와 바티칸 킹덤 수사 과정에서 마약 조직 일원으로 파악된 남씨 외에 A씨가 연루된 정황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서
유명 약쟁이

A씨의 지인들은 A씨가 황씨와 박유천이 구입했던 통로로 마약을 구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황씨가 마약을 구한 통로는 ‘바티칸 킹덤’ 이씨의 인맥이다. 이씨는 ‘텔레그램 마약왕’으로 불린 박왕열의 국내 총책이다. ‘전세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박왕열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마약 조직, 일명 ‘전세계 그룹’을 만들었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에서 3명의 한국인을 살해했던 범죄자이기도 하다. 범죄 직후 필리핀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만 두 번이나 탈옥에 성공했고, 2019년 말 자취를 감췄었다. 전세계 그룹이라는 마약 조직은 국내에도 수십 명의 총책과 판매책이 활동했다. 경찰에 이미 붙잡힌 전세계 그룹 관련자만 20명이 넘는다.

경남지방경찰청 수사로 전세계 그룹이 유통한 마약의 규모는 확인된 것만 50억원 정도다. 하지만 적발되지 않은 것이 훨씬 많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법무부는 뒤늦게 검거된 박왕열의 국내 송환을 추진했으나, 그가 필리핀 대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최근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왕열의 상선은 1974년생 베트남 마약상 김형렬로 텔레그램에서 ‘사라 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는 동남아 등지에서 들여온 마약을 국내에 유통해왔다. 2020년 10월28일 박왕열이 필리핀 현지에서 경찰에 검거되면서 김형렬을 향한 수사기관의 압박 수위도 높아졌다.


경찰은 최근 김형렬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머문다는 첩보를 입수해 검거하고 지난달 19일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 경찰은 김형렬이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불린 마약 유통책 중 검거되지 않은 마지막 ‘총책’이었다고 밝혔다.

그간 국내에 유통한 마약은 확인된 것만 70억원어치로 향후 수사에 따라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김형렬의 하선인 강모씨와 송모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향정) 위반 등으로 2020년 9월과 10월 법원에서 각각 징역 6년과 7년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항소했지만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됐고, 송씨는 항소해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뒤 지난해 3월 형이 확정됐다.

강씨와 송씨 모두 김형렬에게 필로폰을 건네받고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다 적발돼 검거됐다. 베트남에 있던 두 사람이 김형렬을 처음 알게 된 시점은 2019년 초쯤이다. 이후 김형렬은 “필로폰을 한국으로 가져다 팔아주면 일정한 수익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대략적인 금액은 g당 10만원 정도로 파악된다.

김형렬은 2018년부터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활발히 마약을 판매해왔다. 그는 마약을 국내로 반입할 때마다 속칭 ‘지게꾼’이 늘 필요했다.

세 사람은 2020년 2월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김형렬의 주거지서 필로폰 1kg(시가 1억700만원 상당)을 국내로 반입할 방법을 함께 의논했다. 처음 김형렬은 필로폰을 삼켜 체내에 은닉한 뒤 반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에 일회용 비닐장갑 손가락 부분에 필로폰을 소분해 담은 다음 실로 묶었는데, 이 같은 체내 은닉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도출돼 포기했다.


수도권 총책 ‘킹덤’조직원 친구 “억울하다”
주변인들 가상화폐 제의 후 수익 못내 빚더미

결국 필로폰을 캐리어에 숨겨 입국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단, 필로폰을 비닐랩 등을 이용해 꽁꽁 포장한 뒤 ‘구슬 줄’로 여러 번 감는 방식이 사용됐다. 구슬공예품으로 위장한 셈이다.

베트남 공항에서 강씨와 송씨는 필로폰이 든 캐리어를 기내용 수화물로 등록했다. 그러나 공항 검색대에서 수색에 걸려 캐리어를 열게 된 상황이 발생했다. 검색대 직원이 많은 양의 구슬 줄을 의아하게 생각하던 터였다. 이때 송씨가 기지를 발휘했다.

휴대폰으로 ‘구슬공예’라는 단어를 검색한 뒤 이미지 등을 직원에게 보여주며 정상적인 물품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무사히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이들은 인천국제공항 세관의 벽을 넘진 못했다. 은닉한 필로폰이 적발됐으며, 이온 스캐너를 통해 손바닥에서도 필로폰이 검출되는 등 궁지에 몰린 끝에 결국 체포됐다. 이들의 소식을 몰랐던 김형렬은 당시 ‘배달 사고’가 났다는 생각에 텔레그램을 통해 독촉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형렬의 마약 밀수 행각이 일부 포착됐지만 드러나지 않은 행각과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김형렬은 서울·경기·인천·강원·부산·경남 등 전국 13개 수사 관서에서 마약 유통 혐의로 수배 선상에 올랐으며, 국내 판매책 등 공범만 20여명, 확인된 유통 마약은 시가 70억여원에 이른다.

경찰은 김형렬을 붙잡는 데 성공하면서 이른바 ‘동남아 3대 마약왕’을 전원 검거했다고 밝혔다. 박왕열과 김형렬 외에도 탈북자 출신 마약 총책인 최모씨는 캄보디아서 검거돼 지난 4월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최씨는 2011년 탈북해 2018년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에서 국내에 있는 공범을 통해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등 마약을 국내로 지속 밀반입했다. 지난해 7월 태국에서 붙잡혔으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뒤 또 다시 마약 판매를 이어갔다.

태국 법원의 재구금 추진에 종적을 감춘 최씨는 지난 1월 캄보디아에서 검거됐다. 그에 대한 마약 수배는 경찰과 검찰 포함 10건에 달했다.

황은 지금…
수원교도소

황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후, 형 집행유예 기간 중 또 다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다. 지난 2월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황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추징금 50만원을 명령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 유지했다.

황씨는 2020년 8월 지인들의 주거지와 모텔 등에서 필로폰을 4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11월29일 지인의 집에서 명품 벨트와 신발, 시가 등 500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당시 황씨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전 연인인 박유천 등 지인과 함께 필로폰을 여러 차례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9년 이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황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추징금 50만원을 내라고 명령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 ‘마약을 끊겠다’는 서류를 제출한 것이 집행유예의 중요한 참작 사유가 됐지만 또 다시 마약을 투약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일부 필로폰 투약을 인정하고, 절도 범행은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후 황씨가 상고하면서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왔지만,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실형이 최종 확정됐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현재 수원교도소에서 감옥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구속된 그는 오는 9월에 출소할 예정이다. 그는 재판에서 “반성하고 있다. 시골에 가 살겠다”며 개과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제보자들은 황씨가 옥살이 중에도 마약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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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