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선균·지드래곤 마약 스캔들’ 1% 룸살롱 사장의 하소연

“당신이 사장이면 뽕쟁이를 받겠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마약 투약 의혹을 받는 배우 이선균과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형사 입건됐다. 특히, 이선균은 서울 강남의 G 유흥업소 여자 실장 김모씨와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공분을 샀다. 마약 투약 장소로 알려진 G 업소 관계자인 A씨는 이선균과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입장이다. A씨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김씨가 2개월 전 가게를 관뒀고, 그 사이 가게 밖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선균과 권지용은 피의자로 전환되면서 정식 수사 대상이 됐다. 앞서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 등의 혐의로 이선균 등 8명에 대한 내사(입건 전 조사 단계)를 진행했다. 

‘상위 1%’
회원제 운영?

지난 25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이선균과 권지용 사건은 별개로, 두 사람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된 게 없다. 이선균이 출입한 것으로 알려진 G 업소와 관련한 기존 수사 대상자 8명에 권지용은 포함돼있지 않다는 의미다.

권지용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G 업소 여실장 김모씨 등을 조사하다가 권지용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9월경 서울 강남 유흥주점 관계자들이 마약을 한다는 첩보를 받아 수사하던 중 정황이 드러났다.

이선균과 권지용 등이 피의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G 업소의 VIP 고객으로 자주 드나든 모습이 목격됐다는 등 추가 의혹이 제기되면서 충격을 안겼다. 이선균과 권지용의 소속사와 법률대리인은 실제 마약 투약을 한 것인지, 유흥업소를 자주 왕래했는지 등에 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먼저, 이선균의 소속사 호두앤유 엔터테인먼트 측은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는 수사기관의 수사 등에도 진실한 자세로 성실히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선균의 법률대리인 박성철 지평 변호사는 이선균의 피의자 전환 소식이 발표된 후 “보도들과 관련해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좀 많다”고 일축했다.

이선균에 이어 권지용이 마약 투약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YG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재 당사 소속아티스트가 아니라 공식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권지용은 지난해를 끝으로 YG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

강남 유흥업계를 중심으로 이들을 둘러싼 의혹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경찰은 마약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서 이선균이 김씨와 수차례 연락을 하다가 3억5000만원을 보낸 사실을 포착했다.

“구속된 새끼 마담 두 달 전 그만뒀다”
역삼 G업소 “집서 마약한 게 내 책임?”

G 업소 관계자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김씨와 그의 친구 B씨, 그리고 B씨의 남자친구 C씨가 이선균을 협박하기로 도모한 것으로 안다”며 “주로 C씨가 이선균을 협박했다”고 말했다.

A씨는 G 업소가 이선균의 마약 투약한 장소로 지목된 데 관해 “가게서 투약한 적 없다. 원하면 CCTV 자료도 줄 수 있다”며 “우리 가게 출신들이 밖에서 이선균과 마약한 것까지 내가 알 수 있었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이선균이 오래전에 방문했다는 것만 알고 있다. 이번 마약 사건과는 연관이 없고, 피의자들이 우리 가게 출신이라고 해서 주목받고 있다”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고, 오보 낸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선균이 G 업소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해당 업주에 처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경찰 측은 “이선균이 G 업소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며 “해당 업주가 의도적으로 장소를 제공했다면 마약 투약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밝혀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CCTV조차 없는 사실상 폐쇄된 공간서 무슨 짓을 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유흥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 업소는 ‘1%’로 분류되는 룸살롱이다. 상위 1%에 해당하는 재계 고위층 인사, 연예인들이 주 고객이라는 의미다. 1% 업소의 3~4인 기준 술값은 1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여종업원이 가져가는 T/C(테이블 차지)는 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회원제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제의 소지가 있는 손님 외엔 받지 않겠다는 것이고, 금액대가 높다 보니 아무나 올 수 없게 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유흥업소 출신의 한 여종업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솔직히 외모는 텐프로(10%)나 1%나 거기서 거기”라며 “중요한 건 나이고, 1%에 아가씨들은 20대 초반만 일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텐프로’라는 은어는 여종업원이 가져가는 T/C가 10%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선균을 협박한 김씨가 실장으로 일한 것과 관련해 부연했다. 이른바 ‘새끼 마담’ 역할에 관해 그는 “보통 유흥업소에 실장들은 접대부로 근무하다가 손님에게 초이스(지명)되지 않아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영업을 대신하는 역할”이라며 “손님이 원하지 않는 외모나 성격이지만, 굳이 일하고 싶은 여자들이 ‘새끼 마담’(실장)으로 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은 장사가 잘 안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진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찾기에 술값이 비싸도 1% 업소는 장사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G 업소 운영진은 최근 다른 가게를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G 업소가 있던 건물에는 M 업소가 들어섰다.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이 내사 중인 인물 가운데는 ‘재벌 3세’로 알려진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와 YG엔터테인먼트 가수 지망생 한서희 등도 포함됐다. 아직 두 사람은 이선균과 면식이 없고, 구체적인 범죄 혐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둔 직원 일탈
“어떻게 알겠냐”

황하나, 한서희 등이 G 업소서 근무했다는 의혹에 관해 A씨는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고, 그 사람들은 가게를 와도 받을 수가 없다”며 “워낙 이슈가 있는 사람은 문제되겠다 싶어 받지 않는다. 당신이 가게 사장이면 황하나를 고용하거나, 손님으로 받겠나”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G 업소는 인맥을 통해 출입이 가능한 가게다. 이선균도 지인의 소개로 G 업소의 여자 실장 김씨와 친분을 쌓았고, 이후 두 사람은 대마 등을 수차례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G 업소서 모 실장이 VIP들과 마약을 투약한다’는 제보를 입수한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김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이선균 등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구속된 김씨는 10월23일 기준으로 G 업소를 그만둔 지 2개월 정도가 됐다”며 “그 2개월 사이에 생긴 일인 것이고, 이선균을 협박해 고소당한 김씨의 지인들은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밖에서 두 달 동안 있었던 일을 왜 우리 책임으로 몰고 있냐”며 “입증할 자료가 확실하다고 해도 일부 언론사들이 악의적으로 보도해서 억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이선균이 예전에 G 업소에 자주 왔던 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이선균이 뭘 했는지는 모른다는 그는 “방에서 무엇이 이뤄지는지 모르지만, 더 큰 게 터질 수도 있다”고 말해 의혹은 증폭됐다.

마약 투약한 장소로 지목
“억울하다” 법적대응 예고

반면, A씨는 “이선균은 실제로 G 업소에 온 적이 없다. 프리랜서인 김씨가 G 업소서 일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가게서도 ‘G 업소 김마담’으로 불릴 뿐”이라며 “김씨가 다른 가게서 이선균을 만났는데, G 업소라고 소개하면서 생긴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선균 마약 투약 사건의 진상규명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선균이 마약 사건과 관련해 협박을 당해왔다는 사안을 두고 변호인은 “일단 2명을 피고소인으로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1명인지 2명인지는 알 수 없다. 피해 금액도 수억원이며 특정 금액을 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내사를 받아온 인물은 총 8명으로, 이선균 등 3명을 정식으로 형사 입건했다. 나머지 5명은 여전히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선균의 마약 투약 사건에 연루돼 입건 전 조사(내사)를 받는 인물들의 실체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내사자 중에는 황하나, 한서희를 포함해 작곡가 정다은(개명 후 이태균) 등 마약 투약 전과가 있는 이들도 포함됐다. 

정다은은 같은 혐의로 내사받는 가수 한서희와 한때 연인으로 알려졌다. 정다은은 2009년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얼짱시대>에 출연했다. 당시 그는 ‘강동원 닮은꼴’로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다.

“CCTV 자료
 깔 수 있다”

방송 이후 정다은은 작곡가 등으로 활동했다. 이후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았으며 이태균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정다은은 2018년 빅뱅 출신 탑과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적발된 한서희와 2019년 공개 열애를 해 대중의 관심을 끈 바 있다.

한서희는 지난 3월 징역 6개월을 확정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한서희는 지난해 7월에도 소변서 메스암페타민 양성 반응이 나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정다은은 2016년과 2021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했다. 현재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차 구속된 상태서 경찰 내사를 받는 중이다. 

이선균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 혐의로 입건된 데 이어 향정 혐의까지 추가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선균에게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이하 향정) 투약 혐의를 추가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향정신성 물질들은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마취제, 수면제 등이다. 

경찰은 이선균이 수면제 성분의 마약류를 투약했다고 보고 관련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균이 방문했다는 G 업소 측은 “이선균이 김씨와 만나면서 수면제를 받았는데 이를 빌미로 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이선균은 측근을 통해 김씨와 만난 건 사실이지만 사적인 관계를 맺은 적이 없고, 마약류를 복용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측은 “출석 시기를 특정할 수 없지만,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사자인 이선균에게 혐의 또는 범죄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조심스럽게 보강수사를 벌이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피의사실 공표, 명예훼손 등 여러 법률적 문제가 있다”며 “동시에 내사 중인 본인 범죄 이외 사적인 부분이나 관계도 알려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영창 부장검사)은 해당 사건을 지난 23일 인천경찰청에 이송했다. 마약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이 같이 수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사건을 이송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배우 이선균은 그동안 억대 출연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그는 SBS 드라마 <법쩐> 촬영 당시 회당 2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연기자 임금제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선균은 <법쩐>의 주연을 맡으며 회당 2억원을 받았다.

<법쩐>의 단역 연기자는 회당 10만원을 수령, 주연 배우와 몸값 차이가 2000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선균의 차기작 흥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그는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됐던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영화 <행복한 나라>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여기에 OTT 영화 <노 웨이 아웃>과 <닥터 브레인> 시즌2 촬영 역시 예정돼있었다.

이선균이 하차 의사를 전한 <노 웨이 아웃>을 제외한 모든 작품은 마약 논란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선균은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서 작품상을 거머쥔 <기생충>에 주인공으로 최정상급 인기를 누려왔다. 최근에도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한 데다 반듯한 인상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불구속 입건된 권지용의 마약 범행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1년 5월 일본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경찰은 권지용과 관련된 마약 범죄 사안에 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권지용이 재차 마약 투약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YG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재 당사 소속아티스트가 아니라 공식 대응이 어렵다”고 일축했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면서 수습에 나선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종목 게시판을 통해 “투자자 여러분, 권지용은 YG를 퇴사했다. 이번 마약 사태와 주가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이날 오전 9시20분 전날보다 4% 내린 5만2300원에 거래됐다.

내사자서
피의자로

컴백을 앞둔 권지용의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권지용은 워너뮤직 레코드 이적설까지 나와 솔로 컴백을 시사했다. 지난 9월 그는 SNS에 “WELCOMES G-DRAGON(권지용 환영)”이라고 적힌 미국 워너뮤직 레코드 로스앤젤레스 사무실 앞 전광판 사진을 게재했다. 이마저도 그의 마약 혐의 입건으로 차질이 예상된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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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