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선균·지드래곤 마약 스캔들’ 1% 룸살롱 사장의 하소연

“당신이 사장이면 뽕쟁이를 받겠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마약 투약 의혹을 받는 배우 이선균과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형사 입건됐다. 특히, 이선균은 서울 강남의 G 유흥업소 여자 실장 김모씨와 대마를 흡연한 혐의로 공분을 샀다. 마약 투약 장소로 알려진 G 업소 관계자인 A씨는 이선균과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입장이다. A씨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김씨가 2개월 전 가게를 관뒀고, 그 사이 가게 밖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선균과 권지용은 피의자로 전환되면서 정식 수사 대상이 됐다. 앞서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 등의 혐의로 이선균 등 8명에 대한 내사(입건 전 조사 단계)를 진행했다. 

‘상위 1%’
회원제 운영?

지난 25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이선균과 권지용 사건은 별개로, 두 사람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된 게 없다. 이선균이 출입한 것으로 알려진 G 업소와 관련한 기존 수사 대상자 8명에 권지용은 포함돼있지 않다는 의미다.

권지용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G 업소 여실장 김모씨 등을 조사하다가 권지용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9월경 서울 강남 유흥주점 관계자들이 마약을 한다는 첩보를 받아 수사하던 중 정황이 드러났다.

이선균과 권지용 등이 피의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G 업소의 VIP 고객으로 자주 드나든 모습이 목격됐다는 등 추가 의혹이 제기되면서 충격을 안겼다. 이선균과 권지용의 소속사와 법률대리인은 실제 마약 투약을 한 것인지, 유흥업소를 자주 왕래했는지 등에 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먼저, 이선균의 소속사 호두앤유 엔터테인먼트 측은 “앞으로 진행될 수 있는 수사기관의 수사 등에도 진실한 자세로 성실히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선균의 법률대리인 박성철 지평 변호사는 이선균의 피의자 전환 소식이 발표된 후 “보도들과 관련해선 사실과 다른 부분이 좀 많다”고 일축했다.

이선균에 이어 권지용이 마약 투약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YG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재 당사 소속아티스트가 아니라 공식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권지용은 지난해를 끝으로 YG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았다.

강남 유흥업계를 중심으로 이들을 둘러싼 의혹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경찰은 마약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서 이선균이 김씨와 수차례 연락을 하다가 3억5000만원을 보낸 사실을 포착했다.

“구속된 새끼 마담 두 달 전 그만뒀다”
역삼 G업소 “집서 마약한 게 내 책임?”

G 업소 관계자 A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김씨와 그의 친구 B씨, 그리고 B씨의 남자친구 C씨가 이선균을 협박하기로 도모한 것으로 안다”며 “주로 C씨가 이선균을 협박했다”고 말했다.

A씨는 G 업소가 이선균의 마약 투약한 장소로 지목된 데 관해 “가게서 투약한 적 없다. 원하면 CCTV 자료도 줄 수 있다”며 “우리 가게 출신들이 밖에서 이선균과 마약한 것까지 내가 알 수 있었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이선균이 오래전에 방문했다는 것만 알고 있다. 이번 마약 사건과는 연관이 없고, 피의자들이 우리 가게 출신이라고 해서 주목받고 있다”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고, 오보 낸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선균이 G 업소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해당 업주에 처벌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경찰 측은 “이선균이 G 업소서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며 “해당 업주가 의도적으로 장소를 제공했다면 마약 투약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밝혀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CCTV조차 없는 사실상 폐쇄된 공간서 무슨 짓을 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유흥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 업소는 ‘1%’로 분류되는 룸살롱이다. 상위 1%에 해당하는 재계 고위층 인사, 연예인들이 주 고객이라는 의미다. 1% 업소의 3~4인 기준 술값은 1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다.

여종업원이 가져가는 T/C(테이블 차지)는 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회원제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문제의 소지가 있는 손님 외엔 받지 않겠다는 것이고, 금액대가 높다 보니 아무나 올 수 없게 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유흥업소 출신의 한 여종업원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솔직히 외모는 텐프로(10%)나 1%나 거기서 거기”라며 “중요한 건 나이고, 1%에 아가씨들은 20대 초반만 일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텐프로’라는 은어는 여종업원이 가져가는 T/C가 10%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선균을 협박한 김씨가 실장으로 일한 것과 관련해 부연했다. 이른바 ‘새끼 마담’ 역할에 관해 그는 “보통 유흥업소에 실장들은 접대부로 근무하다가 손님에게 초이스(지명)되지 않아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영업을 대신하는 역할”이라며 “손님이 원하지 않는 외모나 성격이지만, 굳이 일하고 싶은 여자들이 ‘새끼 마담’(실장)으로 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은 장사가 잘 안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진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찾기에 술값이 비싸도 1% 업소는 장사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G 업소 운영진은 최근 다른 가게를 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G 업소가 있던 건물에는 M 업소가 들어섰다.

이번 사건과 관련, 경찰이 내사 중인 인물 가운데는 ‘재벌 3세’로 알려진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와 YG엔터테인먼트 가수 지망생 한서희 등도 포함됐다. 아직 두 사람은 이선균과 면식이 없고, 구체적인 범죄 혐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둔 직원 일탈
“어떻게 알겠냐”

황하나, 한서희 등이 G 업소서 근무했다는 의혹에 관해 A씨는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고, 그 사람들은 가게를 와도 받을 수가 없다”며 “워낙 이슈가 있는 사람은 문제되겠다 싶어 받지 않는다. 당신이 가게 사장이면 황하나를 고용하거나, 손님으로 받겠나”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G 업소는 인맥을 통해 출입이 가능한 가게다. 이선균도 지인의 소개로 G 업소의 여자 실장 김씨와 친분을 쌓았고, 이후 두 사람은 대마 등을 수차례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G 업소서 모 실장이 VIP들과 마약을 투약한다’는 제보를 입수한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김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이선균 등의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서 “구속된 김씨는 10월23일 기준으로 G 업소를 그만둔 지 2개월 정도가 됐다”며 “그 2개월 사이에 생긴 일인 것이고, 이선균을 협박해 고소당한 김씨의 지인들은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밖에서 두 달 동안 있었던 일을 왜 우리 책임으로 몰고 있냐”며 “입증할 자료가 확실하다고 해도 일부 언론사들이 악의적으로 보도해서 억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이선균이 예전에 G 업소에 자주 왔던 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이선균이 뭘 했는지는 모른다는 그는 “방에서 무엇이 이뤄지는지 모르지만, 더 큰 게 터질 수도 있다”고 말해 의혹은 증폭됐다.

마약 투약한 장소로 지목
“억울하다” 법적대응 예고

반면, A씨는 “이선균은 실제로 G 업소에 온 적이 없다. 프리랜서인 김씨가 G 업소서 일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가게서도 ‘G 업소 김마담’으로 불릴 뿐”이라며 “김씨가 다른 가게서 이선균을 만났는데, G 업소라고 소개하면서 생긴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선균 마약 투약 사건의 진상규명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선균이 마약 사건과 관련해 협박을 당해왔다는 사안을 두고 변호인은 “일단 2명을 피고소인으로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1명인지 2명인지는 알 수 없다. 피해 금액도 수억원이며 특정 금액을 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내사를 받아온 인물은 총 8명으로, 이선균 등 3명을 정식으로 형사 입건했다. 나머지 5명은 여전히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선균의 마약 투약 사건에 연루돼 입건 전 조사(내사)를 받는 인물들의 실체는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내사자 중에는 황하나, 한서희를 포함해 작곡가 정다은(개명 후 이태균) 등 마약 투약 전과가 있는 이들도 포함됐다. 

정다은은 같은 혐의로 내사받는 가수 한서희와 한때 연인으로 알려졌다. 정다은은 2009년 케이블 TV 프로그램인 <얼짱시대>에 출연했다. 당시 그는 ‘강동원 닮은꼴’로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다.

“CCTV 자료
 깔 수 있다”

방송 이후 정다은은 작곡가 등으로 활동했다. 이후 남성호르몬 주사를 맞았으며 이태균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정다은은 2018년 빅뱅 출신 탑과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적발된 한서희와 2019년 공개 열애를 해 대중의 관심을 끈 바 있다.

한서희는 지난 3월 징역 6개월을 확정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한서희는 지난해 7월에도 소변서 메스암페타민 양성 반응이 나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정다은은 2016년과 2021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했다. 현재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차 구속된 상태서 경찰 내사를 받는 중이다. 

이선균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 혐의로 입건된 데 이어 향정 혐의까지 추가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선균에게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이하 향정) 투약 혐의를 추가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향정신성 물질들은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마취제, 수면제 등이다. 

경찰은 이선균이 수면제 성분의 마약류를 투약했다고 보고 관련 혐의를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균이 방문했다는 G 업소 측은 “이선균이 김씨와 만나면서 수면제를 받았는데 이를 빌미로 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관해 이선균은 측근을 통해 김씨와 만난 건 사실이지만 사적인 관계를 맺은 적이 없고, 마약류를 복용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측은 “출석 시기를 특정할 수 없지만,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사자인 이선균에게 혐의 또는 범죄 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조심스럽게 보강수사를 벌이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피의사실 공표, 명예훼손 등 여러 법률적 문제가 있다”며 “동시에 내사 중인 본인 범죄 이외 사적인 부분이나 관계도 알려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영창 부장검사)은 해당 사건을 지난 23일 인천경찰청에 이송했다. 마약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이 같이 수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사건을 이송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배우 이선균은 그동안 억대 출연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그는 SBS 드라마 <법쩐> 촬영 당시 회당 2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과 한국방송실연자권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연기자 임금제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선균은 <법쩐>의 주연을 맡으며 회당 2억원을 받았다.

<법쩐>의 단역 연기자는 회당 10만원을 수령, 주연 배우와 몸값 차이가 2000배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선균의 차기작 흥행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그는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됐던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영화 <행복한 나라>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여기에 OTT 영화 <노 웨이 아웃>과 <닥터 브레인> 시즌2 촬영 역시 예정돼있었다.

이선균이 하차 의사를 전한 <노 웨이 아웃>을 제외한 모든 작품은 마약 논란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선균은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서 작품상을 거머쥔 <기생충>에 주인공으로 최정상급 인기를 누려왔다. 최근에도 여러 영화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한 데다 반듯한 인상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불구속 입건된 권지용의 마약 범행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1년 5월 일본에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경찰은 권지용과 관련된 마약 범죄 사안에 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권지용이 재차 마약 투약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YG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재 당사 소속아티스트가 아니라 공식 대응이 어렵다”고 일축했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면서 수습에 나선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종목 게시판을 통해 “투자자 여러분, 권지용은 YG를 퇴사했다. 이번 마약 사태와 주가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이날 오전 9시20분 전날보다 4% 내린 5만2300원에 거래됐다.

내사자서
피의자로

컴백을 앞둔 권지용의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권지용은 워너뮤직 레코드 이적설까지 나와 솔로 컴백을 시사했다. 지난 9월 그는 SNS에 “WELCOMES G-DRAGON(권지용 환영)”이라고 적힌 미국 워너뮤직 레코드 로스앤젤레스 사무실 앞 전광판 사진을 게재했다. 이마저도 그의 마약 혐의 입건으로 차질이 예상된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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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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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