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벽 장사하는 피부과의 비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2.26 11:39:25
  • 호수 15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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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막 주는 수상한 병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 피부과에서 수상한 진료가 이어지고 있다. 새벽 2시까지 운영하면서 호텔형 1인 병실로 이뤄진 이곳은 프로포폴 중독자들의 단골 의원으로 지목됐다. M 피부과 의원은 1회 약 44만원에 달하는 ‘수면 피부 시술’에 프로포폴이나 에토미데이트 처방을 포함한다. 사용량을 무려 최대 8시간까지 처방하고 있어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수출용으로 위장해 국내에 불법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M 의원의 실체가 드러났다. 일당은 M 의원 등 강남 일대에 버젓이 시술 장소를 마련하고 상습적으로 투약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19시간 동안 투약했던 이도 확인됐다.

대놓고
불법 투약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와 조직폭력배,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 17명을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 중 죄질이 무거운 10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범행은 ▲의약품 도매법인 ▲중간 유통책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으로 역할을 나누는 수업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에 송치된 17명 가운데 의약품 도매법인 측은 A씨 등 2명으로,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9개월간 에토미데이트 3만1600앰플(시가 약 4억원 상당)을 무자격자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선봉 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2계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열린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 적발 브리핑에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가 정상 유통을 가장해 에토미데이트를 대량으로 빼돌리고, 중간 유통 과정에 조직폭력배까지 개입한 조직적인 범행”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제약사에서 조달한 에토미데이트를 베트남 등지로 수출한 것처럼 허위 신고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 간 거래로 위장한 뒤 실제 물량은 현금을 받고 중간 유통책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앰플과 박스에 부착된 바코드 등 고유 식별 정보를 일일이 제거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 유통 단계에는 이들로부터 물량을 넘겨받은 관리 대상 조직폭력배와 마약사범 출신 인물 등 3명이 개입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필로폰 수수·투약 혐의로도 함께 적발됐다.

최종 판매 단계에는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 12명이 가담했다. 이들은 강남 청담동과 삼성동 일대에 M 피부과 의원과 유사한 외관을 갖춘 이른바 ‘피부클리닉’을 차리거나, 아파트와 빌라를 단기 임대한 비밀 투약소에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피부클리닉은 의료기관으로 정식 신고·허가된 곳이 아니며 화장품 도·소매업으로만 사업자 신고가 된 장소를 의원처럼 꾸며 불법 투약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44만원 받고 최대 8시간 처방
수면 시술에 에토미데이트 포함

투약자 모집은 온라인 광고가 아닌 지인 소개와 입소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운영자들은 과거 해당 장소를 찾았던 손님이나 유흥업소, 불법 유상 운송 영업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알리며 투약자를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불법 시술소에서 중독자 44명이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남성 14명은 모두 40대였고, 여성 30명은 20~40대에 분포됐으며 30대 비중이 가장 많았다. 삼성동의 한 빌라에서는 중독자가 19시간 동안 머물며 연속 투약을 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경찰은 해당 중독자가 10㎖ 기준 앰플 약 50여개를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초단시간 정맥 투여 방식의 전신마취 유도제로, 주로 심장 기능이 약하거나 혈압이 불안정한 고위험군 환자의 마취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반복 투약 시 근육경련이나 떨림, 구토와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뒤 다시 투약을 요구하는 등 심리적 의존성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투약자가 의식을 회복한 직후 “한번만 더 놔달라”며 반복 투약을 요구하거나 장시간 머물며 연속 투약을 받는 사례가 확인됐다. 경찰은 에토미데이트가 수면·환각 효과를 노린 오남용으로 이어지며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릴 정도로 중독 위험성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투약자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없었다. 경찰은 투약자 44명에 대해 약사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현금 4900만원을 압수하고, 자동차와 예금 등 합계 4억2300만원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의 허위 수출 신고 및 탈세 혐의는 관세청과 관할 세무서에 통보됐다.

아파트서
불법 시술

에토미데이트는 의료진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임에도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아 유통·관리와 처벌 체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업해 제도 개선을 추진했고 에토미데이트는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이달 13일부터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일반인의 매수·투약·소지 행위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강 계장은 “이번 사건은 마약류 지정 이전의 관리 사각지대를 악용한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의료용 마약류와 그 대용 약물에 대한 불법 유통·투약 범죄를 강도 높게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마약을 유통한 의사가 실제 처벌된 사례도 있다. 배우 고 이선균씨를 공갈한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와 함께 마약을 유통한 의사 윤모씨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25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 박정운 유제민)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등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김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의 병원 의사 윤모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 형량 징역 2년보다 다소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두 사람에게 각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또 윤씨는 약 255만원의 추징금을 내야 한다. 이 가운데 150만원은 김씨와 공동으로 추징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윤씨의 공소 사실 중 일부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윤씨 측의 항소 이유를 일부 받아들였다. 그 밖의 공소 사실에 관해선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양형에 관해 “김씨가 교부받거나 투약·흡연한 마약류 종류·횟수가 적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김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 동종 처벌 전력도 있다”면서도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반성하고 있으며 마약류 범행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약 몰리는
강남 3구

윤씨에 관해선 “업무 외 목적을 위해 취급한 마약류 종류, 범행 횟수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더욱이 의사인 윤씨는 마약류관리법이 의사를 마약류 취급업자로 정한 목적과 취지를 저버리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 또한 크다”고 질타했다.

다만 “윤씨는 자기 범행을 일부 인정·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 시점 이전까지는 형사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마약 등 전과 6범인 김씨는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케타민과 필로폰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23년 9월 이선균씨를 협박해 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도 별도 기소돼 지난 7월 2심에서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윤씨는 같은 기간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시 강남구 병원 등지에서 김씨에게 필로폰과 케타민을 3차례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윤씨는 지난 2021년 1월 서울시 성동구 아파트에서 지인과 함께 대마초를 번갈아 피우고, 같은 해 6월엔 병원 인근에서 지인을 통해 액상 대마 100만원어치를 산 혐의도 받고 있다.

윤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김씨는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경찰 수사 의뢰를 받은 의료기관의 84%는 일명 ‘강남 3구’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 유아인의 사례를 통해 피부과나 성형외과 시술을 핑계로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가 다수 발생함이 드러난 상황에서 실제로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 서울 서초구, 서울 송파구에서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흰 가운 입은 마약상
유흥업소에 뿌린 의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현장 점검을 통해 프로포폴 의료 목적 외 사용을 의심, 식약처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사례는 총 25개의 의료기관이다. 이 중 21곳이 ‘강남 3구’에 위치해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이 15곳, 서울 서초구는 5곳, 서울 송파구가 1곳이었다. 그외 적발 의료기관 소재지로는 서울 중구, 부산 해운대구, 경기 성남시와 안양시 등이 있었다.

프로포폴 오남용은 특정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 소재 A 의료기관에선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 환자 9명과 의사 2명이 적발됐고, B 의료기관에선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 의사만 5명이 적발됐다.

또 수사 의뢰 대상자는 총 51명(환자 19명, 의사 32명)이었는데, 의사 5명은 자신이 직접 프로포폴을 처방,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 32명 중 22명은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으로 이미 ‘사전알리미’를 통해 경고를 받은 이들이었다.

식약처 측은 “의료용 마약류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환자 질병 치료 또는 처치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 사용하기에 오남용 여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식약처는 마약류통합정부시스템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오남용 의심 의료기관에 대한 점검 이후 처방의 타당성을 검토해 환자·의사를 수사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3년간 서울시 마약류 112 신고 건수의 약 27%가 강남구에서 발생했다. 이에 앞서, 강남구는 자치구 최초로 16개 기관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 ‘마약류 및 약물 오남용 예방 공동대책 협의회’를 2024년 5월 출범시켜, 마약류 오남용 예방 교육과 홍보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마약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강남구보건소 2층 검사실에서 서울 시민 누구에게나 마약류 검사 키트를 통한 무료 익명 검사를 제공 중이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마약 관련 피해자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나아가 마약중독과 범죄로 확산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흥업과
의료계

강남구 관계자는 “마약과 중독 문제로부터 안전한 강남구가 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구축하고, 공공이 책임지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 누구나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구민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 프로야구선수 에토미데이트 투약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현역 선수가 에토미데이트 투약 혐의로 체포돼 일본 현지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히로시마현 경찰 당국(현경)은 마약류인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혐의로 체포된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내야수 하츠키 류타로를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하츠키는 지난해 12월16일 에토미데이트를 소량 사용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경찰에 체포됐다.

하츠키의 주거지에서는 에토미데이트로 추정되는 약물이 담긴 카트리지가 여러 개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 해당 약물의 입수 경로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하츠키는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한 기억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경찰이 지난달 16일 임의로 소변을 채취해 감정한 결과, 에토미데이트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 7순위로 히로시마에 입단한 하츠키는 프로로서는 작은 체구를 가졌다. 프로필상 신장이 168㎝다. 그는 1~2군을 오가다가 지난해 74경기 타율 0.295, 17도루를 기록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히로시마 구단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구단 소속 선수가 이러한 사건을 일으켜 팬 여러분께 큰 심려와 폐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며, 향후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철저히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히로시마 구단은 하츠키의 약물 투약 혐의를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단 측은 하츠키로부터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으며, 그가 체포되기 하루 전날에야 관련 사안을 파악했다고 한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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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