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강남구 소재 피부과에서 수상한 진료가 이어지고 있다. 새벽 2시까지 운영하면서 호텔형 1인 병실로 이뤄진 이곳은 프로포폴 중독자들의 단골 의원으로 지목됐다. M 피부과 의원은 1회 약 44만원에 달하는 ‘수면 피부 시술’에 프로포폴이나 에토미데이트 처방을 포함한다. 사용량을 무려 최대 8시간까지 처방하고 있어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수출용으로 위장해 국내에 불법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M 의원의 실체가 드러났다. 일당은 M 의원 등 강남 일대에 버젓이 시술 장소를 마련하고 상습적으로 투약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19시간 동안 투약했던 이도 확인됐다.
대놓고
불법 투약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와 조직폭력배,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 17명을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 중 죄질이 무거운 10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범행은 ▲의약품 도매법인 ▲중간 유통책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으로 역할을 나누는 수업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에 송치된 17명 가운데 의약품 도매법인 측은 A씨 등 2명으로,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9개월간 에토미데이트 3만1600앰플(시가 약 4억원 상당)을 무자격자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선봉 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2계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열린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 적발 브리핑에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가 정상 유통을 가장해 에토미데이트를 대량으로 빼돌리고, 중간 유통 과정에 조직폭력배까지 개입한 조직적인 범행”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제약사에서 조달한 에토미데이트를 베트남 등지로 수출한 것처럼 허위 신고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 간 거래로 위장한 뒤 실제 물량은 현금을 받고 중간 유통책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앰플과 박스에 부착된 바코드 등 고유 식별 정보를 일일이 제거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 유통 단계에는 이들로부터 물량을 넘겨받은 관리 대상 조직폭력배와 마약사범 출신 인물 등 3명이 개입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필로폰 수수·투약 혐의로도 함께 적발됐다.
최종 판매 단계에는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 12명이 가담했다. 이들은 강남 청담동과 삼성동 일대에 M 피부과 의원과 유사한 외관을 갖춘 이른바 ‘피부클리닉’을 차리거나, 아파트와 빌라를 단기 임대한 비밀 투약소에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피부클리닉은 의료기관으로 정식 신고·허가된 곳이 아니며 화장품 도·소매업으로만 사업자 신고가 된 장소를 의원처럼 꾸며 불법 투약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44만원 받고 최대 8시간 처방
수면 시술에 에토미데이트 포함
투약자 모집은 온라인 광고가 아닌 지인 소개와 입소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운영자들은 과거 해당 장소를 찾았던 손님이나 유흥업소, 불법 유상 운송 영업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알리며 투약자를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불법 시술소에서 중독자 44명이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남성 14명은 모두 40대였고, 여성 30명은 20~40대에 분포됐으며 30대 비중이 가장 많았다. 삼성동의 한 빌라에서는 중독자가 19시간 동안 머물며 연속 투약을 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경찰은 해당 중독자가 10㎖ 기준 앰플 약 50여개를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초단시간 정맥 투여 방식의 전신마취 유도제로, 주로 심장 기능이 약하거나 혈압이 불안정한 고위험군 환자의 마취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반복 투약 시 근육경련이나 떨림, 구토와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뒤 다시 투약을 요구하는 등 심리적 의존성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투약자가 의식을 회복한 직후 “한번만 더 놔달라”며 반복 투약을 요구하거나 장시간 머물며 연속 투약을 받는 사례가 확인됐다. 경찰은 에토미데이트가 수면·환각 효과를 노린 오남용으로 이어지며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릴 정도로 중독 위험성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투약자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없었다. 경찰은 투약자 44명에 대해 약사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현금 4900만원을 압수하고, 자동차와 예금 등 합계 4억2300만원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의 허위 수출 신고 및 탈세 혐의는 관세청과 관할 세무서에 통보됐다.
아파트서
불법 시술
에토미데이트는 의료진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임에도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아 유통·관리와 처벌 체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업해 제도 개선을 추진했고 에토미데이트는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이달 13일부터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일반인의 매수·투약·소지 행위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강 계장은 “이번 사건은 마약류 지정 이전의 관리 사각지대를 악용한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의료용 마약류와 그 대용 약물에 대한 불법 유통·투약 범죄를 강도 높게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마약을 유통한 의사가 실제 처벌된 사례도 있다. 배우 고 이선균씨를 공갈한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와 함께 마약을 유통한 의사 윤모씨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8월25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 박정운 유제민)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등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김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의 병원 의사 윤모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1심 형량 징역 2년보다 다소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두 사람에게 각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또 윤씨는 약 255만원의 추징금을 내야 한다. 이 가운데 150만원은 김씨와 공동으로 추징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윤씨의 공소 사실 중 일부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윤씨 측의 항소 이유를 일부 받아들였다. 그 밖의 공소 사실에 관해선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양형에 관해 “김씨가 교부받거나 투약·흡연한 마약류 종류·횟수가 적지 않은 점 등에 비춰 김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 동종 처벌 전력도 있다”면서도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반성하고 있으며 마약류 범행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약 몰리는
강남 3구
윤씨에 관해선 “업무 외 목적을 위해 취급한 마약류 종류, 범행 횟수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더욱이 의사인 윤씨는 마약류관리법이 의사를 마약류 취급업자로 정한 목적과 취지를 저버리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 또한 크다”고 질타했다.
다만 “윤씨는 자기 범행을 일부 인정·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 시점 이전까지는 형사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마약 등 전과 6범인 김씨는 지난 2022년 12월부터 2023년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케타민과 필로폰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2023년 9월 이선균씨를 협박해 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도 별도 기소돼 지난 7월 2심에서 징역 5년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윤씨는 같은 기간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시 강남구 병원 등지에서 김씨에게 필로폰과 케타민을 3차례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윤씨는 지난 2021년 1월 서울시 성동구 아파트에서 지인과 함께 대마초를 번갈아 피우고, 같은 해 6월엔 병원 인근에서 지인을 통해 액상 대마 100만원어치를 산 혐의도 받고 있다.
윤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김씨는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경찰 수사 의뢰를 받은 의료기관의 84%는 일명 ‘강남 3구’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 유아인의 사례를 통해 피부과나 성형외과 시술을 핑계로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가 다수 발생함이 드러난 상황에서 실제로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밀집한 서울 강남구, 서울 서초구, 서울 송파구에서 프로포폴 오남용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흰 가운 입은 마약상
유흥업소에 뿌린 의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현장 점검을 통해 프로포폴 의료 목적 외 사용을 의심, 식약처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사례는 총 25개의 의료기관이다. 이 중 21곳이 ‘강남 3구’에 위치해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이 15곳, 서울 서초구는 5곳, 서울 송파구가 1곳이었다. 그외 적발 의료기관 소재지로는 서울 중구, 부산 해운대구, 경기 성남시와 안양시 등이 있었다.
프로포폴 오남용은 특정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 소재 A 의료기관에선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 환자 9명과 의사 2명이 적발됐고, B 의료기관에선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 의사만 5명이 적발됐다.
또 수사 의뢰 대상자는 총 51명(환자 19명, 의사 32명)이었는데, 의사 5명은 자신이 직접 프로포폴을 처방,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 32명 중 22명은 프로포폴 오남용 의심으로 이미 ‘사전알리미’를 통해 경고를 받은 이들이었다.
식약처 측은 “의료용 마약류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가 환자 질병 치료 또는 처치를 위해 다양한 형태로 사용하기에 오남용 여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식약처는 마약류통합정부시스템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오남용 의심 의료기관에 대한 점검 이후 처방의 타당성을 검토해 환자·의사를 수사 의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3년간 서울시 마약류 112 신고 건수의 약 27%가 강남구에서 발생했다. 이에 앞서, 강남구는 자치구 최초로 16개 기관이 참여하는 민관 협력 ‘마약류 및 약물 오남용 예방 공동대책 협의회’를 2024년 5월 출범시켜, 마약류 오남용 예방 교육과 홍보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마약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강남구보건소 2층 검사실에서 서울 시민 누구에게나 마약류 검사 키트를 통한 무료 익명 검사를 제공 중이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마약 관련 피해자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나아가 마약중독과 범죄로 확산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흥업과
의료계
강남구 관계자는 “마약과 중독 문제로부터 안전한 강남구가 될 수 있도록 안전망을 구축하고, 공공이 책임지는 대응 체계를 마련해 누구나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구민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본 프로야구선수 에토미데이트 투약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현역 선수가 에토미데이트 투약 혐의로 체포돼 일본 현지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히로시마현 경찰 당국(현경)은 마약류인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혐의로 체포된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내야수 하츠키 류타로를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하츠키는 지난해 12월16일 에토미데이트를 소량 사용한 혐의로 지난달 27일 경찰에 체포됐다.
하츠키의 주거지에서는 에토미데이트로 추정되는 약물이 담긴 카트리지가 여러 개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 해당 약물의 입수 경로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하츠키는 “에토미데이트를 사용한 기억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경찰이 지난달 16일 임의로 소변을 채취해 감정한 결과, 에토미데이트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신인 드래프트 7순위로 히로시마에 입단한 하츠키는 프로로서는 작은 체구를 가졌다. 프로필상 신장이 168㎝다. 그는 1~2군을 오가다가 지난해 74경기 타율 0.295, 17도루를 기록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히로시마 구단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구단 소속 선수가 이러한 사건을 일으켜 팬 여러분께 큰 심려와 폐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이번 사안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며, 향후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철저히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히로시마 구단은 하츠키의 약물 투약 혐의를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단 측은 하츠키로부터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으며, 그가 체포되기 하루 전날에야 관련 사안을 파악했다고 한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