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사망자 마약 부검 내막

대검도 모르는 황당한 제안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경찰을 향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유가족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수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노의 불길은 검찰까지 덮칠 전망이다. 최근 일부 검사가 유가족들에게 희생자들에 대한 ‘마약 부검’을 제안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대검은 관련 지침을 내린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이하 10·29 참사) 유가족은 200명이 넘는다. 이 중 검찰과 경찰의 ‘마약 부검’ 제안을 받은 유가족 수는 한두명이 아니다. 유가족 대부분이 해당 내용을 직접 듣고 거절했으나 일부는 부검 제안을 수용하거나 직접 의뢰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부검 결과를 한 달이 지났으나 통보받지 못한 유가족도 있다는 것이다.

빈소 찾아
의사 묻다

10·29 참사 다음날 광주지검 소속 한 검사는 지역 장례식장을 찾아 유가족에게 희생자에 대한 부검 의사를 물었다. 이 검사는 부검 의사를 전달하면서 사인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약 피해’ 관련성도 언급했다. 부검을 통해 흉부 압박 때문인지, 마약 때문인지 명확한 사인을 알 수 있으니 참고하라며 해당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 반대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참사 희생자의 동생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검사가)‘마약 관련해서 소문이 있는데, 물증도 없다. 부검을 해보시지 않겠냐’(고 했다). 소문에 의존해서 언니를 마약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식으로 말을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앞서 참사 당일 경찰이 예년과 달리 이태원에 인파 관리 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것을 두고 ‘마약 단속에 집중하느라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참사 당일 이태원에 배치된 경찰 인력은 모두 137명이었다. 이 중 마약 단속 및 범죄예방을 위한 경찰은 79명이었다.


용산경찰서는 참사 발생 9분 전까지 대대적인 마약 단속을 예고하는 문자메시지를 언론에 보내기도 했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사가 마약 때문에 부검을 요청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당시 마약 관련 피해사례가 많이 보도돼 이런 보도 내용을 언급하면서 유족에게 부검을 결정하는 데 참고하라고 검사가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사가 사인을 명확히 하고자 여러 가능성을 설명하던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개인의 마약 투약과 마약 피해 범죄는 검찰의 수사 대상도 아니다. 검찰 지휘부 차원에서 마약 관련 부검을 하라는 지시를 내릴 근거도, 이유도 없다”며 “당시 대검은 최대한 사체를 유족에게 빠르게 인도하고 최대한 유족의 의사를 존중해 부검 여부를 결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다른 검사들은 마약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대검의 해명에는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요시사>와 만난 유가족들은 광주지검이 아닌 타 검찰청에서도 마약 관련 검사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의정부지검 소속 검사가 (마약 검사)필요성을 언급했다. 유가족을 두 번 죽이냐며 항의했었다”고 말했다.

광주지검 외 수도권 재경지검도 유족에 마약 언급
예외 아닌 경찰 “남부지검에서 얘기 나올 수 있다”

법조인 출신 유가족 B씨도 “부검의 결정 권한은 검사에게 있다. 서초동에 오래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마약을 언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마약 투약으로 인한 사망 또는 사망자가 관련 범죄가 있는 경우 필요하다면 마약 부검을 진행한다”고 했다.


이어 “대검에서 지침이 없었다는 건 형식적인 입장에 불과하다. 검사 1명이 아니라 여러명이 ‘마약 피해 가능성’을 조사한다며 언급한 건 내부에 그런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씨는 “10월30일 재경 지검 검사가 장례식장에 와서 언급했는데 마약 얘기부터 꺼냈다”고 주장했다.

마약을 언급한 건 검찰만이 아니다. 서울지역 한 경찰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유가족에게 “마약 관련 언급을 남부지검에서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당 유가족은 부검 제안을 거부했고, 경찰 관계자는 “부검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서와 검찰청은 “마약 관련 언급을 한 적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대검은 10·29 참사 직후 검찰청에 검시 업무를 수행하면서 희생자의 시신이 유족에 인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한 뒤 유족이 원하는 경우에만 부검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 또 전국 19개 검찰청에서 희생자 158명에 대해 직접 검시를 진행해 유족 인도를 도왔고 유족의 요청이 있었던 3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부검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부검감정서는 부검 의뢰기관으로 회보하며 회보 기한은 통상적으로 3주 이내, 정밀감정 및 분석이 필요한 이례적인 경우 5주가 걸리기도 한다. 3주 이내에 유가족이 부검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과수가 수년 전부터 인력난을 겪고 있어 부검 회보를 포함해 진행 과정마저 느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과수의 시체부검 건수는 2015년 6172건에서 2016년 7772건, 2017년 1만2897건으로 증가했다.

“지침 없었다”
형식적 입장만

국과수 관계자는 “2016년 5월 충북 증평에서 타살이 자살로 처리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경찰이 ‘변사에 관한 업무지침’을 개정하면서 부검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시체부검을 실시해 그 결과를 문서(감정서)로 작성해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 통보하는데 부검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체부검을 담당하고 있는 국과수의 법의관 인력은 50명도 되지 않는다. 법의관 1명당 1년에 400건 이상 매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정원을 53명으로 늘렸지만 정원 공백만 커졌다. 의과대학에서 법의학 교육 외면, 이에 따른 전공자 부족, 법의관에 대한 처우 부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제대로 된 충원이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과수가 감정서를 작성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3주였던 통상 기간이 최근엔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밀리기도 한다. “인력 부족으로 부검이 지연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게 국과수 설명이다.

지난해 국과수가 소화한 감정 전체 65만1066건 중에서 DNA 분석 건수는 23만2833건(35.8%)으로 집계됐다. 국과수가 수행한 감정 3건 중 1건 이상은 DNA 분석이었던 셈이다.


국과수의 전문 감정 인력 부족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난제에 직면해있으나 DNA 감정 분야는 타 분야보다 인력난이 극심하다. 1996년 2639건으로 전체 감정 건수의 3.4%에 불과했던 DNA 감정의 비중이 25년 만에 10배 이상 불어났다. 건수로는 23만여건에 달한다.

최근 살인·강도·성폭력 등 강력사건은 물론 절도사건에서도 범죄현장의 증거물에 대한 DNA 감식이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변사·실종자는 물론 아동과 치매노인, 지적장애인 등의 신원 확인 역시 DNA 감정은 빠질 수 없다. 그만큼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 원주의 국과수 본원을 비롯해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지방연구소 5곳, 제주출장소까지 합쳐도 DNA 분석 역량을 갖춘 전문가는 90명뿐이다. 1인당 연간 약 2600건, 주말·공휴일 등을 제외하면 하루에 전문가 1명이 10건의 DNA를 들여다봐야 하는 셈이다.

늦어지는
진행 결과

부검이 지연될수록 결과에 대한 신뢰까지 떨어지는 모습이다. 2015년 9월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급성담낭염 진단을 받고 복강경 수술을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사망한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장녀 고 이나미 여사의 외아들 조경서씨는 “부검을 의뢰한 지 70일이 지나서야 부검 결과를 받았는데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10·29 참사 유가족분은 국정조사뿐만이 아니라 특검을 포함한 모든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6일 경기도 한 모처에서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이지한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국정조사가 이제야 시작됐지만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게 유가족에게는 분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면담을 진행한 의원 중 한 위원은 유가족들의 호소 앞에서 졸기도 했다. 또 휴대폰을 계속 만지는 위원, 이야기를 듣다 말고 나가버린 위원 등도 있었다. 이후에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다녀와서 행안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등을 어루만져주는 거, 특수본(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 아니냐”며 “이 사람은 내 새끼고 내 사람이니까 잘들 처신해라, (이건)윤 대통령이 말해온 공정과 상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여러 번 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이 장관이 유가족들을 만나보고 싶어한다는 보도를 봤다. 그런데 다 같이 만나는 것이 아닌 따로따로 개개인을 만나자고 한다.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왜 다 같이 만나자고 하지 않나. 행안부가 참사 진상규명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면 뭐냐“고 반발했다.

과학수사 중요성 커지는데 인력난…부검까지 지연
민주당 “진상규명 모든 수단 동원”…특검은 무리수?

실제 행안부가 기자회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유족에게는 연락을 취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당시 기자회견에선 “이 참사는 초동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일어난 인재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사건”이라거나 “국가에 묻고 싶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어디 있었는지, 국가가 뭘 했는지 답해야 한다”는 발언이 쏟아졌다.

앞서 10·29 참사 유가족 협의회 준비모임은 지난 2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에 ▲유가족과 협의해 국회 내 희생자 추모공간 마련 ▲유가족이 국정조사 기관 회의 참관할 수 있는 국회 내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유가족 추천 전문위원 임명 및 예비조사 실시 ▲유가족에 국정조사 진행경과 설명 및 조사 자료 제공 ▲ 국정조사 전 과정에 유가족 참여 보장 ▲추모공간·소통공간 등 준비에 있어 협의 선행 요청 등 6가지 요청 사항을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가족의 얘기를 경청하면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예정대로 처리하기로 했다. 또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발의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지난주 본회의에서 표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주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이 같은 계획은 무산됐다.

먼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2단계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서 당내에서는 바로 탄핵소추안으로 가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왔다. 그러나 탄핵안의 경우 국회에서 의결돼도 헌법재판소로 공을 넘겨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히려 헌재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를 기각할 경우 정치적 역풍이 일 수도 있다. 특히 유가족이 강조한 ‘10·29 참사 특검’ 플랜은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역풍을 맞은 민주당이 특검법 발의 이후 법안 통과를 단독으로 처리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안팎에서는 지금 당장 10·29 참사 특검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최근에 특검 도입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으나 특검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하는 게 맞지 않겠냐”며 “우선 해임건의안을 윤대통령이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두고 본 이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특검 가능성
사실상 제로

민주당 재선 의원도 “모든 일을 한 번에 처리하려고 하면 부담이 크다”며 “유가족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면서 논의를 진행 중이고 참사와 관련된 의혹 해소를 위한 법안 발의 준비도 진행 중”이라며 “이 장관 탄핵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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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