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족한’ 병무청 신검 마약검사 속사정

돈도 없는데 무슨 검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군대 내 마약과 전쟁이 시작됐다.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와 현역 모집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류 검사가 실시되면서다. 검사 대상자는 연간 26만명에 예산은 31억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서 심사하는 예산은 예상보다 적고 병무청은 시행 약 두 달 전인데도 물량 확보를 안 하고 있어 제대로 시행될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일요시사>의 문제 제기에 병무청 관계자는 “법 개정 사항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병무청이 올해 하반기부터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와 현역 모집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마약류 전수검사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어 보인다. 병무청은 지난 1월 병역법을 개정해 마약류 투약·흡연·섭취 여부에 관한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입영 판정검사 시 기존에 실시하는 ‘신체검사’와 ‘심리검사’에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병역법을 개정한 것이다.

돈 없는데···
병역법 개정

현재는 ‘마약류 복용 경험이 있다고 진술한 사람’ ‘병역 판정 전담 의사 등이 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선별적으로 5종(필로폰, 코카인, 아편, 대마초, 엑스터시)의 마약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마약이나 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이용한 범죄와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총기 운용에 따른 사고 위험이 있어 마약류 중독자 군 유입을 차단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이후 5년간 군사경찰에 입건된 현역 장병 마약사범은 모두 118명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2020년 9명 수준이던 마약사범이 2021년엔 20명, 2022년 32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8개월 동안 26명이 붙잡혔다.

이에 병무청은 지난 2021년 8월 시행된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와 현역병 모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 검사를 실시하도록 개정했다. 법 시행 이후,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 뒤 최종 양성으로 확인된 사람에 대해서는 경찰청에 해당 명단을 통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른 질병과 연관성 확인을 위해 치료기간을 부여해 즉시 입영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마약류 검사 결과를 국방부에 통보해 국방부서도 검사 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병무청과 국방부 간 공유 체계 구축도 추진했다.

사회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마약류 등을 고려해 검사항목도 현재 5종(필로폰, 코카인, 아편, 대마초, 엑스터시)서 2종(벤조디아제핀, 케타민)을 추가해 총 7종을 검사할 계획이다. 해당 개정안을 통해 입대 전 2차례에 걸쳐 마약류 검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1차로 만 19세가 되면 받는 병역 판정검사서 본인 진술 또는 병역 판정 전담의에 의해 마약류 검사가 이뤄지게 되고, 일부 중독자가 걸러진다.

현역 대상자 전원에 마약류 검사 실시
연간 26만명 예상·31억원 소요 예정

2차로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입영 판정검사 등에서 대상자 전원이 마약류 검사를 받게 되면서 숨어있던 마약 중독자들을 색출하게 된다. 특히 입영 판정검사는 입영 14일 전에서 3일 전까지 받아야 해 마약사범의 입대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법 개정 후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해 마약류 검사를 실시한 뒤 최종 양성으로 확인되면 경찰청에 명단을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질병과 연관성 확인을 위해 치료기간을 부여해 즉시 입영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며 “마약류 검사 결과를 국방부에 통보해 국방부도 검사이력을 관리하도록 병무청과 국방부 간 공유체계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모든 입대 대상자가 마약검사를 받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직 입영 판정검사가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영 판정검사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시행됐으며, 입영 후 군부대서 실시하던 입영 신체검사 제도를 대체해 입영 전 병무청서 입영 대상자의 건강 및 질병상태를 검사해 군 복무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제도다.

아직 입영 판정검사가 전군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병무청은 오는 2025년까지 병역의무자의 입영 판정검사를 전 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사단급 훈련소에 입소하는 입영 대상자 외 육군훈련소와 해·공군, 해병대 등 각 군 훈련소로 직접 입영하는 사람들은 병무청서 입영 판정검사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병무청에 따르면 입영 판정검사 인원은 ▲2021년 1만3000명 ▲2022년 3만7000명 ▲2023년 8만6000명 등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올해 하반기에는 약 5만8000명이 검사를 받을 전망이다. 내년에 전면 시행될 경우, 연간 검사자 수는 현재의 2배 이상이 된다.

계산보다
부족하다

병무청 관계자는 “검사 인원은 2025년 기준 연간 26만명, 예산만 31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입영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검사 시행이 예정돼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국방위)는 병무청 소관 예산안 심사 결과 입영 판정, 검사 및 모집병 신체검사 대상자 전원에 대한 마약류 투약 여부 확인 검사를 위한 예산 6억9600만원을 증액했다.

기획재정부(기재부) 국방예산과에 따르면, 해당 증액금이 모두 올해 병무청 마약검사 예산으로 등록됐다. 이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진행될 마약 검사는 문제가 없지만 2025년도부터 전면 시행되면 예산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기재부서 심사한 2025년 병무청 마약 검사 관련 1차 정기 심사 예산이 약 24억8000만이기 때문이다. 병무청서 예상한 31억보다 6억가량 부족한 셈이다. 국방위에 보고된 병무청 예산안에 따르면 2024년도 병역판정검사 예산안은 2023년도 대비 3.7%(6억8100만원) 증액된 188억5500만원이다.

주요 증액 사유는 병역면탈 방지 종합대책 추진을 위한 질량분석기 등 도입(2억7900만원), 데이터 통합 병역면탈 조기경보체계 구축(5억8000만원)에 따른 것으로 마약류 검사를 위한 증액으로 볼 수 없어 보인다.

이에 관해 병무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를 통해 “내년 1월1일부로 입영 판정검사가 전군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 개정 사항이기에 예산과 인력은 상황에 맞게 따라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량 확보가 가능한지 ▲제대로 된 마약검사가 가능한지의 여부 등 마약진단키트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병무청서 확보하려는 마약진단키트는 검찰과 경찰 등에서 마약사범 검거 후 사용하는 소변검사키트로, 결과가 뜨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 5~10분이다. 키트의 줄이 한 줄이면 양성, 두 줄이면 음성이다. 하지만 감정 가능한 기간은 통상적으로 5일서 10일밖에 되지 않아 해당 기간을 벗어나면 음성 반응이 나온다는 문제가 있다.

1개당 3만원
78억원 필요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진단키트는 감정 기간이 짧다는 문제가 있어 최근 경찰에서는 타액검사기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라며 “그러나 소변용보다 타액용이 적게는 2배서 많게는 3배가량 비싸 관련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경찰서도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대 전에 마약사범을 잡아 군대 내에서 문제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전면적인 마약검사가 도입됐지만 소변용보다 정교한 검사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경찰청서 구입하고 있는 타액용 마약검사기는 1개당 가격이 3만원에 달한다. 이를 병무청서 언급한 2025년 기준 26만명에 대입해 보면 78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현재 경찰서 사용하는 소변용 마약검사기는 해외 제품으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데 한 달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병무청이 2024년도 마약류 검사를 위해 계약한 것은 지난해 11월에 병리검사 시약기와 함께 구매한 것 뿐이다.


심지어 당시 계약한 것도 병리검사시약기가 1만4080개고 마약검사키트는 31박스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23년 마약류·병리 검사를 위해 계약한 것보다 감소했다. 지난 2022년에 계약할 당시에는 병리검사시약기 1만5993개, 마약류 검사기 34박스를 구입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마약검사 간이시약기는 일선 경찰들이 마약수사 활동을 하는 데 수요가 부족하면 그때마다 구매 계약을 한다”며 “일반적으로 마약검사기는 해외서 들여와 빨라도 한 달가량이 소요돼 부족하기 전에 구매 계약을 진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진행 문제없다” 하는데···
예산 적고 물량은 미확보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마약검사가 전면 시행되기까지 아직 두 달가량 남았다”며 “검사기 구매 계약은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며 병무청서 시행 예정인 질량분석기도 있어 마약검사는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올 하반기부터 혈액 내 특정 약물의 농도를 분석할 수 있는 ‘질량분석기’를 들여와 허위 진단에 따른 가짜 질병을 가려낼 예정이다.

병무청은 지난 2월18일 “올 하반기 혈액 약물농도 분석을 위한 질량 분석기 2대를 대구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장비를 이용해 신경과는 항경련제 치료약물 7종, 정신과는 항우울제 및 신경안정제 등 40여종의 약물을 일괄 검사할 수 있다.

특히 신경과에서는 지난해 뇌전증 허위진단을 통한 병역면탈 시도가 다수 적발된 만큼 병역면탈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그간 마약류를 복용했던 병역 의무자는 정신과 7급 재검사 판정을 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신체검사를 다시 받았다. 이때 질량분석기를 활용해 마약류 중독 치료를 위한 정신과적 약물을 복용했는지, 또는 치료 대신 마약류를 계속 사용했는지를 신속하게 판정할 수 있다.

입대 후에도 마약검사는 진행된다. 지난 1월9일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지난 2월1일 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차례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다.

지난해 12월8일 병역법 개정으로 입영 판정검사 대상자에 대한 마약검사가 법제화됐다면 군인사법 개정으로 마약·대마 또는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를 군 간부로 임용할 수 없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로 인해 입영 판정검사를 받지 않는 장교, 준·부사관 지원자들도 지원 전 신체검사 또는 임관 전 신체검사 등에서 마약류 검사를 받게 됐다.

그때그때
메꾼다고?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현역 장병들의 마약류 검사도 이뤄진다. 입대 후에는 마약류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마약에 손을 대는 장병들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것이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입대 전, 중, 후로 마약검사가 이뤄져 총기를 다루는 고위험 직무를 수행하는 군대 안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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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