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늘리는’ 마약 보상금 딜레마

찌르면 감형에 돈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이 마약범죄 신고·제보자를 위한 제도 도입에 착수했다. 신고보상금 상한선은 1억원으로 늘리고 내부자의 감형·면제를 위한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플리바게닝(형량협상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권이 제한된 것을 역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이 마약범죄를 신고하거나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사람에게 최대 1억원의 보상금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기에는 조직 내부자가 신고할 경우에는 형을 감경‧면제해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플리바게닝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된 마약사범은 2만7611명으로 5년 전인 2018년 1만2613명보다 1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간 마약 압수량도 998kg서 414.6kg으로 약 2.4배 늘어났다.

검찰은 마약범죄가 일상까지 들어왔지만 조직화되고 은밀한 성격을 가진 것을 고려해 마약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제도개선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범죄가 급증하는 현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범죄수사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제도개선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개정된 마약류 신고보상금 지급 기준안에 따르면, 마약범죄를 통해 적발된 마약류의 가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 1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 골자다. 


마약류 가액이 5~10억원이면 5000만원의 보상금을, 500만~5억원 미만의 마약류는 30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10~500만원의 마약류를 신고한 경우엔 500만원이다.

기존 마약범죄 신고보상금은 100만원서 5000만원의 범위 내에서 지급됐다. 지난 2022년에는 필로폰 5.7㎏, 합성대마 5.1㎏ 등 판매사범 신고자에게 보상금 3000만원을 지급한 사례도 있다. 신고보상금의 상한선을 5000만원 늘린 셈이다. 게다가 검찰은 관련 예산 증액을 추진해 보상금을 최고 3억원까지 올릴 방침이다.

신고보상금을 받는 대상자의 범위도 늘어났다. 기존에는 범죄가 발각되기 전 신고·검거자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했는데 앞으로는 범죄가 발각된 후에도 중요 정보를 신고하거나 도주 중인 범인을 검거한 경우에도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마약사범·압수량 크게 증가
신고보상금 1억원으로 상한

내부 제보자에 대한 리니언시 제도(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도 도입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마약조직 내부 제보자가 자수하면서 다른 사람의 범죄를 제보할 경우 형을 감경·면제해 주기로 했다.

리니언시는 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에 가담한 기업이 이를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이나 시정조치 등을 감면받고 형사 고발도 면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검찰은 마약범죄도 카르텔 범죄의 일종이라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마약 사범에게 리니언시를 적용하면 적잖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범죄가 국제화·조직화함에 따라 내부자의 제보로 범죄조직이나 공범, 범죄수익을 신속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제보자도 중한 처벌을 받는 상황에서는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내부자의 자발적인 신고 또는 제보를 유도하고, 이를 통한 효율적인 수사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내부 제보자를 선처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대검은 수사기관서 마약조직이 이용하는 금융계좌를 확인한 경우, 즉시 금융기관에 지급정지를 요청해 정지시킬 수 있는 ‘범죄 이용 계좌 지급정지제도’를 신설을 추진한다. 현재 검찰은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해 관련 부처인 법무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 소통하고 있으며 이후 관련 규정 개정 또는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플리바게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데 법률 검토도 없이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형사 사건서 수사 협조가 감형의 요인이 돼온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 제도로 명시화하진 않았다”며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제보하는 이른바 ‘플리바게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도 “법원이 형을 정하기 전에 검찰서 면죄부를 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일부러 함정 수사를 위해 제보하는 경우도 있어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먼저인 듯하다”고 말했다.

내부 제보하면 감형·면제
“명확한 기준 먼저 세워야”

실제로 마약 사건에는 서로 감형받기 위해 무고 수준의 제보와 보복성 제보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60대 A씨는 지난 2022년 필로폰 0.52g을 소지한 혐의 등으로 구속되자 “B(44)씨가 판매한 것”이라고 경찰에 투서를 넣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그런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시약검사 등을 통해 투약 사실이 들통나자 말을 바꿨다.

B씨는 “A씨 부탁을 받고 180만원에 필로폰 5g을 전달했고, 그중 0.05g을 내게 공짜로 줘 마약을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말을 믿고 이들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들 모두 상대방을 음해하고자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A씨가 자신에게서 200만원을 빌리고 깊지 않은 B씨에 앙심을 품고 판매상이라고 거짓 고발했다. 경찰 수사에 협조해 감형을 받을 목적도 있었다. 

반면 B씨는 A씨의 허위 제보로 수사를 받게 되고, 이 때문에 일주일 전 투약한 사실까지 들키게 되자 ‘독’이 올랐다. 이에 A씨 부탁으로 필로폰을 전달했고, A씨 때문에 마약을 한 것이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이들을 수사한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부장 이주현)는 무고 등 혐의로 A씨를 불구속, B씨를 구속 기소했다. 

한 검찰 수사관은 “재판서 감형받으려고 판매상을 허위로 제보하거나 주변 사람들을 무고하는 일은 허다하다”며 “이런 상황인데 검찰서 먼저 면죄부를 주겠다고 하면, 안 그래도 부족한 수사 인력이 모두 마약범죄 수사 제보 확인에만 몰두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권 조정으로 마약범죄 수사가 제한된 검찰이 제보를 통해 수사권이 없는 직접 투약 사건도 수사하기 위한 빌드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검찰은 지난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가액 500만원 이상의 마약류 ‘밀수’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후 윤석열정부에 들어 검찰청법 시행으로 가액의 제한 없이 ‘밀수’와 ‘유통’ 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여전히 마약 소지와 보관, 투약 등 범죄는 여전히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서 빠져 있다.

수사권 복원?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 여러 여건상 검찰의 마약사범 직접 수사가 어려워진 상황서 리니언시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 수사 단계서 마약 상선이나 투약 등 제보를 받으면 검찰이 수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노린 개정”이라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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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무죄’ 이재명 “사필귀정⋯재판부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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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법 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2심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사필귀정”이라며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소회를 밝혔다. 검찰을 향해선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과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서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지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서울고법에) 모여 있는데 이 순간에도 산불은 번져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지 않느냐”며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좀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2심 무죄 선고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의문을 가졌던 중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선 이 대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는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행이 좌절되는 만큼, 이 대표에게 있어 매우 치명적인 판결이었다. 그러나 이날 2심서 법원이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제1처장에 대한 ‘골프 발언’ 및 백현동 관련 ‘국토교통부 협박 발언’이 모두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내리면서 향후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아직 대법원 상고심의 판단이 남아있지만, 통상 항소심 판결 이후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수 개월이 걸리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인용 시 이 대표의 조기 대선 출마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원심이 뒤집어지면서 민주당은 법원 판단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며 “위대한 국민 승리의 날”이라고 자축했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한 내란공범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 억지 기소였음이 판명 났다”고 환영했다. 그는 “정의가 승리한 사필귀정 판결”이라며 “위법부당한 법 해석을 적용해 내란 수괴 윤석열의 구속 취소에 대해 사상 초유의 즉시항고 포기로 탈옥시킨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공정하게 상고를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에 막말과 저주를 퍼부어 온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하라”며 “검찰과 국민의힘은 국민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명심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도 입장문을 통해 “원칙과 상식의 승리, 정치 검찰의 완패다.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우리 당은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의 정치 탄압을 이겨낸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원, 지지자들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 대표 무죄 판결은 검찰 권력을 향한 파면 선고로 검찰은 저강도 쿠데타로 윤석열정권을 세운 뒤, 조국 전 (혁신당)대표와 이 대표를 비롯해 시민사회, 비판 언론을 끊임없이 수사하고 기소했다”며 “법원은 오늘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정치 보복, 사법 살인 시도였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여권에선 “유감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며 희비가 엇갈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대전서 열린 이공계 현장간담회 도중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 무죄 사유는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1심서 유죄가 나왔는데 항소심서 무죄가 나온 건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허위 사실 공표로 수많은 정치인이 정치 생명을 잃었는데 어떻게 이재명(대표)는 같은 사안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지 법조인으로서 봐도, 아무리 봐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검찰이 상고할 것이고, 대법원서 이 부분이 허위인지 아닌지 판단을 내려서 논란을 종식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항소심 선고 직후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재판 결과는 당으로선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대법원서 신속하게 ‘6·3·3 원칙’(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은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마무리)에 따라 재판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대표도 법원이 정치인에게 ‘거짓말 면허증’을 내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SNS에 “이 대표에게 거짓말 면허증 내준 서울고법 판결을 대법원이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오늘 서울고법 형사6부의 이 대표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은 법에도 반하고, 진실에도 반하며 국민 상식에도 반하는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힘 있는 사람에게는 ‘거짓말’이 ‘의견’이 돼 유죄가 무죄로 뒤집힌다면 정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판결대로면 대한민국의 모든 선거에서 어떤 거짓말도 죄가 되지 않는다. 이 판결은 정치인에게 주는 ‘거짓말 면허증’”이라며 “정의가 바로 서고 민주주의가 바로 서도록 대법원이 잘못된 판결을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jungwon933@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