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아인 마약’ 조폭 상선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9.30 10:59:34
  • 호수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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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판매책, 양은이파 출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과거 전국을 뒤흔든 폭력조직 ‘양은이파’ 관계자가 배우 유아인 등에게 마약을 유통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은이파 간부급인 20대 H씨는 이태원 등지서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판매한 악명 높은 인물이다. 최근 경기 북부권서 필로폰 300g을 유통하다가 적발된 폭력조직원의 증언을 토대로 H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아인은 지난달 3일, 프로포폴 등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본인과 검찰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그는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케타민, 대마, 코카인, 졸피뎀 등 다수의 마약을 181회 상습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1월 공범인 지인과 함께 미국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H씨 누구?

현재까지 유아인 등에게 마약을 유통한 공급책은 드러난 바 없다. 양은이파 출신 H씨를 비롯한 이른바, ‘마약 상선’으로 분류되는 마약 도매업자들의 유통 방식은 경찰의 수사망을 손쉽게 비껴간다. 상선은 보안 유지를 주력으로 삼는 텔레그램에 마약 판매 채널을 개설해 ‘드라퍼’(운반책)를 모집하고, 필로폰 등을 산속에 숨겨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4월 30대 김모씨, 최모씨, 유모씨, 정모씨 등은 텔레그램 ‘K’ 마약 채널서 H씨의 지시를 받아 필로폰 300g(6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을 유통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을 수사한 전북경찰청 마약수사대 등에 따르면, 전주 출신 1995년생 김씨는 현재 경기도 구리서 활동하는 ‘구리식구파’ 조직원이다. 김씨는 마약 유통에 가담한 고향 친구 4명을 구리식구파에 가입시켜 함께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구리식구파 간부들은 전북 전주서 활동한 ‘월드컵파’ 출신 40~50대들로 구성됐다. 


구리식구파 부두목 이모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김씨가)전주에 친구 4명을 데리고 올라와 열심히 활동하는 야무진 친구”라며 “요즘 누가 식구 생활(조폭 활동)하려고 뛰어들겠나. 사고는 치고 다녀도 마약 팔았다는 얘긴 처음 듣는다. 조폭이 마약 팔았다고 하면 이 바닥서 끝인데…”라고 잘라 말했다.

구리식구파 부두목의 주장과 달리 김씨의 마약 유통 혐의는 명확하게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에 거주하는 김씨는 지난 4월27일 오후 9시경 H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알려준 충남 천안시 천안대로 부근 산책로 수로를 찾아가 땅속에 묻혀있던 필로폰 300g을 수거해 판매할 목적으로 소지했다. 

이 밖에 김씨는 H씨가 알려주는 장소로 가서 마약을 수거한 뒤 은밀한 장소에 다시 숨기는 역할도 했고, 그 대가로 건당 일정액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지인들로 구성된 판매책과 함께 불특정 다수의 매수자들에게 마약류를 판매하기로 공모했다.

통상 100g당 1000만~2000만원의 수익금을 상선으로부터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파 간부 “마약 손댄 조폭은 끝” 
약 팔다 걸린 구리식구파 조직원 망신

지난 5월 체포영장을 받은 김씨는 앞서 붙잡힌 최모씨, 유모씨, 정모씨 등의 증언을 토대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300g 중 100g을 빼돌려 판매하지 않고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19년 2월 의정부지검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 외 범죄경력이 총 14건이 있는 중범죄자에 해당한다.

체포영장 압수 물건 목록에는 김씨가 보관한 것으로 추정된 마약류와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 동영상 자료, 마약 매매 관련 장부, 범죄수익금 연관 통장, 김씨가 스스로 인정하는 운행 차량(렌트카, 대포 차량, 오토바이)의 내비게이션 메모리카드에 저장된 범죄사실 관련 전자정보 등이다.


압수 품목의 기록만 들여다봐도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이 김씨의 범죄 혐의를 특정한 근거는 ‘K’ 마약 채널 운영자들의 증언도 뒷받침됐다. H씨 등이 운영하는 K 채널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앞서 <일요시사>가 지난달 9일 보도한 ‘<단독>회원 2만명 ‘K’ 마약 채팅방 추적’서 설명한 바 있다.

회원 수 2만여명을 보유한 K 채널은 마약 구매, 운반책 모집 등에 이용된 곳으로 국내 마약 산업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필리핀에 필로폰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한인 범죄자들도 수출 과정서 이를 활용한다.

필리핀 외국인 교도소에 수감됐던 한 제보자는 “필리핀 범죄자들이 한국으로 마약을 수출하는 데 이용하는 곳”이라며 취재진에 K 채널을 처음 소개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K 채널의 운영자는 당초 10여명 정도였으나, 절반 이상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체포된 운영진들은 조사 과정서 형량을 낮추기 위해 김씨를 비롯한 드라퍼들의 신상 정보를 경찰에 넘긴 것이다.

상선 H씨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한 제보자는 “원래 H씨는 조양은의 총애를 받던 양은이파 식구”라며 “마약 밀수 혐의가 있는 조양은과 깊게 연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H씨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은이파서 파문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H씨는 이태원에 동성애자 등 연예인들과 어울렸고, 유아인과 만나 함께 마약을 했다고 자랑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판매하는 H씨는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마약 유통업자들에게 수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과거 마약 유통 혐의로 실형을 살고 나온 뒤 최근엔 경찰에 적발된 바 없다. 자신은 마약을 투약하지 않을뿐더러 양은이파 출신이라는 이유로 마약 조직이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산에 묻은 필로폰 300g 꿀꺽
경기 북부권 유통 조직원 증언

실제로 경찰 관계자는 취재진과 인터뷰서 “H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태원에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팔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혐의를 적용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평범한 일상을 누리고 사는 일반인으로 보인다는 게 가장 위험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H씨와 연인 관계였던 한 여성은 취재진에게 “H씨는 박왕열이 아니라 본인이 진짜 마약왕이라고 주장했다”며 “마약 도매업자들 사이서 H씨와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엔 마약 판매를 수치스럽게 생각한 조폭들이 경제력을 상실하는 과정서 대놓고 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아인에게 마약을 팔았다고 광고하는 H씨를 비롯한 상선들이 조폭들의 자금줄로 변모한 셈이다.

과거 한국 사회서 마약은 일부만이 사용하는 마약청정국으로 불렸으나, 갈수록 관련 범죄자들이 범람하는 추세다.


대검찰청 집계에 따르면, 국내 마약류 사범은 2022년 1만8395명서 2023년 2만7611명으로 증가해 1년 만에 50% 급증했다. 특히, 전체 마약류 사범 중 청소년을 포함한 30대 이하 젊은 층의 비율은 60%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가 마약에 직접 노출돼있다는 얘기다.

외국인은 3153명으로 전체 마약류 사범 가운데 11%를 차지하는데, 이는 2013년의 393명서 10년 만에 8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국도 세계 최대 마약 카르텔이 판치는 콜롬비아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2월 해양경찰청은 주한콜롬비아 대사관 대리대사 프란시스코 알베르토 곤잘레스 일행과 면담하고, 해양경찰청의 해양주권 수호 등 업무 소개와 더불어 해상으로 유통되는 마약 범죄 척결에 관한 업무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프란시스코 알베르토 곤잘레스 대사대리는 해양경찰청을 첫 방문했다. 최근 몇 년간 콜롬비아 코카인 검거 사례를 통해 해상으로 불법 밀반입되는 마약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해상 유통경로 차단을 위한 국제공조가 절실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함께했다.

진짜 마약왕?

프란시스코 대사는 “현 콜롬비아 대통령은 마약의 유통경로와 현금 흐름을 차단하는 등 지능적이고 종합적인 대응 방안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국과 콜롬비아 양국의 해상 마약 유통경로 차단을 위해 우호 관계 유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사당국은 마약 유통 지능화에 악용되는 텔레그램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전망이다. 앞서 프랑스 정부도 텔레그램 창업자 겸 CEO인 파벨 두로프를 온라인 성범죄, 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를 방조 및 공모한 혐의로 예비 기소한 바 있다. 보안성을 앞세워 수사에 비협조적인 텔레그램에 수사기관들도 강력히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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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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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