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마약 운전’ 실상

좀비가 핸들을 잡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서울 강남구서 발생한 일명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이후 마약 투약 후 운전하는 사고 사례가 늘고 있다. 마약 투약 후 2차 범죄로 일어난 교통범죄는 전체 2차 범죄 4건 중 1건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제성이 없어 검사가 불가하거나 법원 처벌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과 국회가 관련 법 개정을 논의 중이지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마약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마약 투약 후 2차 범죄로 약물 운전을 하는 사람이 느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마약에 취한 채 운전한 혐의로 면허취소 처벌을 받은 사례는 100건이다. 마약 운전 처벌 사례는 2019년 58건, 2020년 54건, 2021년 84건, 2022년 81건으로 증가세다. 

위험천만

마약을 투약한 뒤 발생한 2차 범죄는 2020년 182건, 2021년 230건, 2022년 214건이었고, 이 중 교통범죄는 2020년 45건, 2021년 67건, 2022년 66건으로 집계됐다. 마약 투약 후 일어나는 2차 범죄 4건 중 1건이 교통범죄인 것이다.

최근에도 마약 투약 후 운전하다가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주유소에 주차한 20대 남성과 포천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주행을 이어나간 사례, 서울 도심서 필로폰을 투약한 채 무면허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캄보디아 국적 남성 3명 등 위험한 사례는 계속 나오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미비하다. 경찰은 최근 늘어나는 마약 운전 단속을 위해 음주 운전 측정기와 간이 마약 검사키트를 보유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피의자가 간이 마약검사에 동의하지 않으면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편성을 위해 검사 도구를 소변검사에서 타액 키트로 바꿨지만 강제성이 없어 바꾼 키트도 무용지물처럼 보인다.

경찰은 지난 1월 일선 교통조사과 등을 중심으로 타액용 마약 간이시약기(타액 시약기)를 도입했다. 타액 시약기는 채취봉 스펀지를 입안 곳곳에 문지른 뒤 침샘 가까이에 두면 약 3분 안에 양성 여부가 확인되는 방식이다. 필로폰, 코카인, 대마 등 마약 6종을 검사할 수 있지만, 신종 마약류로 등장한 합성 대마나 펜타닐 등은 잡아낼 수 없다.

기존에 사용하던 소변 검사 방식과는 다르게 화장실로 이동할 필요 없이 현장서 바로 검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과값 검출까지 약 2주가 소요되는 체모를 통한 정밀 검사와 비교할 때 역시 효과적이다.

지난해 면허취소 100건…매년↑
피의자 동의 없이 검사 불가

다만 피의자가 마약 투약 검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검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소변 검사 등 기존의 검사가 갖고 있는 한계를 여전히 넘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사전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 의무화 역시 마약 투약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한정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경찰은 ‘2024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통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과 함께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도 힘쓴다고 발표했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적극 의율하며 전체 마약사범의 대상을 확대하고 경찰관 등 제삼자의 검사 의뢰를 통한 선별도 강화할 예정이다.


마약 운전의 약한 처벌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약 운전은 기본적으로 3가지 법률이 적용된다. 

우선 도로교통법상 약물 운전 혐의를 적용받는다.

도로교통법 제45조에 따르면, 자동차 등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제44조에 따른 술에 취한 상태 외 과로, 질병 또는 약물(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과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서 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등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서 운전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는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 혐의의 처벌 규정인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음주 운전이 적발될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낮은 수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 적용될 수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 11에 따르면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해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약에 취해 운전대 잡아도 OK?
제제 수단·처벌 수위 낮아

단순 마약 투약 혐의도 적용된다. 투약한 마약류에 따라 처벌은 상이해지나,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최대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을 제외하면 처벌 수위는 현저히 낮은 편이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피의자 신모씨는 1심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약물 운전 혐의보다 도주치사 혐의가 강하게 적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피고인은 사고 후 도주의 고의를 다투고 있지만, 도로교통법상 운전자가 사상을 입힌 사실을 인식하고도 정차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 현장을 이탈한 경우 도주의 고의를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판시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운전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고, 사고 발생 후 현장서 이탈했다가 돌아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며 “피고인이 사고 직후 현장서 약 3분간 이탈, 이탈 시간이 짧고, 자신의 휴대폰을 찾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다른 시민이 119에 신고를 했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도 피해자를 보면서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며 “피해자는 3개월 만에 사망해 가족들의 상실감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증거인멸에 급급했고, 피해자의 유족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필로폰 투약한 상태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 뺑소니 교통사고를 낸 40대 A씨에게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A씨는 2020년과 2021년 마약 관련 범죄로 각각 징역 2년과 4개월을 선고받는 등 이번 사고에 앞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6차례나 실형을 살았는데도 그 처벌 수위가 매우 낮아 마약 운전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과 국회에 따르면 마약 등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운전하는 약물 운전 단속을 강화하고 관련 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행법 한계

국회에서는 약물운전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1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현 새로운미래)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약물 운전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제45조에 구체적인 단속 절차와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약물 운전 단속 기준을 같은 법안 44조에 음주 운전 금지 조항 수준으로 명시화해서 경찰공무원이 약물 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의 약물 영향 정도를 측정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 결과에 불복한 경우에는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다. 운전을 금지하는 복용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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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