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마약 운전’ 실상

좀비가 핸들을 잡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서울 강남구서 발생한 일명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이후 마약 투약 후 운전하는 사고 사례가 늘고 있다. 마약 투약 후 2차 범죄로 일어난 교통범죄는 전체 2차 범죄 4건 중 1건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강제성이 없어 검사가 불가하거나 법원 처벌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과 국회가 관련 법 개정을 논의 중이지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마약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마약 투약 후 2차 범죄로 약물 운전을 하는 사람이 느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마약에 취한 채 운전한 혐의로 면허취소 처벌을 받은 사례는 100건이다. 마약 운전 처벌 사례는 2019년 58건, 2020년 54건, 2021년 84건, 2022년 81건으로 증가세다. 

위험천만

마약을 투약한 뒤 발생한 2차 범죄는 2020년 182건, 2021년 230건, 2022년 214건이었고, 이 중 교통범죄는 2020년 45건, 2021년 67건, 2022년 66건으로 집계됐다. 마약 투약 후 일어나는 2차 범죄 4건 중 1건이 교통범죄인 것이다.

최근에도 마약 투약 후 운전하다가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주유소에 주차한 20대 남성과 포천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주행을 이어나간 사례, 서울 도심서 필로폰을 투약한 채 무면허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캄보디아 국적 남성 3명 등 위험한 사례는 계속 나오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도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미비하다. 경찰은 최근 늘어나는 마약 운전 단속을 위해 음주 운전 측정기와 간이 마약 검사키트를 보유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지만 피의자가 간이 마약검사에 동의하지 않으면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편성을 위해 검사 도구를 소변검사에서 타액 키트로 바꿨지만 강제성이 없어 바꾼 키트도 무용지물처럼 보인다.

경찰은 지난 1월 일선 교통조사과 등을 중심으로 타액용 마약 간이시약기(타액 시약기)를 도입했다. 타액 시약기는 채취봉 스펀지를 입안 곳곳에 문지른 뒤 침샘 가까이에 두면 약 3분 안에 양성 여부가 확인되는 방식이다. 필로폰, 코카인, 대마 등 마약 6종을 검사할 수 있지만, 신종 마약류로 등장한 합성 대마나 펜타닐 등은 잡아낼 수 없다.

기존에 사용하던 소변 검사 방식과는 다르게 화장실로 이동할 필요 없이 현장서 바로 검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과값 검출까지 약 2주가 소요되는 체모를 통한 정밀 검사와 비교할 때 역시 효과적이다.

지난해 면허취소 100건…매년↑
피의자 동의 없이 검사 불가

다만 피의자가 마약 투약 검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검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소변 검사 등 기존의 검사가 갖고 있는 한계를 여전히 넘지 못한 셈이다.

게다가 사전 운전면허 수시 적성검사 의무화 역시 마약 투약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한정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경찰은 ‘2024 주요 정책 추진계획’을 통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과 함께 제도적 보완책 마련에도 힘쓴다고 발표했다. 추진계획에 따르면,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적극 의율하며 전체 마약사범의 대상을 확대하고 경찰관 등 제삼자의 검사 의뢰를 통한 선별도 강화할 예정이다.


마약 운전의 약한 처벌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약 운전은 기본적으로 3가지 법률이 적용된다. 

우선 도로교통법상 약물 운전 혐의를 적용받는다.

도로교통법 제45조에 따르면, 자동차 등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제44조에 따른 술에 취한 상태 외 과로, 질병 또는 약물(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과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서 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등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서 운전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이는 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 혐의의 처벌 규정인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음주 운전이 적발될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낮은 수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 적용될 수 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 11에 따르면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서 자동차 등을 운전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해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이 가능한 것이다.

약에 취해 운전대 잡아도 OK?
제제 수단·처벌 수위 낮아

단순 마약 투약 혐의도 적용된다. 투약한 마약류에 따라 처벌은 상이해지나,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최대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을 제외하면 처벌 수위는 현저히 낮은 편이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피의자 신모씨는 1심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약물 운전 혐의보다 도주치사 혐의가 강하게 적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피고인은 사고 후 도주의 고의를 다투고 있지만, 도로교통법상 운전자가 사상을 입힌 사실을 인식하고도 정차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고 사건 현장을 이탈한 경우 도주의 고의를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판시했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운전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고, 사고 발생 후 현장서 이탈했다가 돌아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며 “피고인이 사고 직후 현장서 약 3분간 이탈, 이탈 시간이 짧고, 자신의 휴대폰을 찾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다른 시민이 119에 신고를 했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도 피해자를 보면서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며 “피해자는 3개월 만에 사망해 가족들의 상실감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증거인멸에 급급했고, 피해자의 유족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필로폰 투약한 상태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 뺑소니 교통사고를 낸 40대 A씨에게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한 사례도 있다. A씨는 2020년과 2021년 마약 관련 범죄로 각각 징역 2년과 4개월을 선고받는 등 이번 사고에 앞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6차례나 실형을 살았는데도 그 처벌 수위가 매우 낮아 마약 운전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과 국회에 따르면 마약 등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운전하는 약물 운전 단속을 강화하고 관련 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행법 한계

국회에서는 약물운전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1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현 새로운미래)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약물 운전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제45조에 구체적인 단속 절차와 방법을 명시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약물 운전 단속 기준을 같은 법안 44조에 음주 운전 금지 조항 수준으로 명시화해서 경찰공무원이 약물 운전이 의심되는 운전자의 약물 영향 정도를 측정할 수 있으며 운전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 결과에 불복한 경우에는 운전자의 동의를 받아 혈액 채취 등의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다. 운전을 금지하는 복용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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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찐윤’ 장동혁의 큰 그림

‘언더 찐윤’ 장동혁의 큰 그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장동혁 신임 대표를 선출했다. 장 대표에 대해선 “정치적 변화가 지나치게 잦다”는 비판과 “언더 찐윤의 지지를 업고 당 대표가 됐다”는 우려가 따라다닌다. 장 대표는 구체적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 역대 당 대표들은 ‘단일대오’란 절대반지를 탐내다가 몰락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제6차 전당대회 당 대표 결선투표에서 장동혁 의원이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대표는 지난 2022년 5월 진행된 보령시·서천군 선거구 보궐선거에서 처음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한 후 약 3년3개월 만에 당 대표로 선출되는 기염을 토했다. 카멜레온 수장 등극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진행된 본경선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장 대표 15만3958표(36.85%)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13만1785표(31.54%) ▲조경태 의원 7만3427표(17.57%) ▲안철수 의원 5만8669표(14.04%) 등 득표율을 보였다. 결선에선 장 대표가 22만301표를, 김 전 장관은 21만7935표를 얻었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지원을 입었다. 그는 ‘의원 107명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반이재명 투쟁에 앞장서는 국민의힘’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어 “싸우지 않는 자는 금배지를 떼라”고 주장했고, 찬탄(탄핵 찬성)·친한(친 한동훈)에 대한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이 같은 장 대표의 선명 노선은 당원투표가 80% 반영되는 경선에서 제대로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가 향후 당 혁신의 방향으로 제시한 것은 ‘자유 우파 시민과의 연대’였다. 그는 “우파 시민과의 연대 과정에서 방해가 된다면,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찬탄·친한 숙청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러면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단 기존 의견도 바꾸지 않았다. 지난달 7일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불거진 ‘극우’ 논란에 대해 “저는 지금까지 어떤 계파에 줄을 선 적 없고, 소신껏 행동한 소신파”라며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도 이재명정부와 싸울 강한 야당 대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 대표의 주장과 달리, 그에게는 언더 찐윤(진짜 친윤)계과의 밀착설이 제기된 지 오래다.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 7월 YTN <이슈앤피플>에 출연해 “언더 찐윤 성향의 여러 재선급 의원들이 장 의원을 지지하기로 했다고 본다”며 “친윤은 5년 후 대선에 출마하기 어려운 김 전 장관을 지지할 수 없고, 성향도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당 대표는 미래 대선까지 바라볼 수 있는 젊은 정치인으로 선출해야 해서 장 의원을 지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찬탄 성향인 조 의원과 안 의원은 언더 찐윤이 절대로 지지할 수 없는 후보들이었다. 조 의원은 지난 1월 공조수사본부의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당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근처에 집결한 국민의힘 의원 45명 중 일부를 인적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 사태를 주도한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를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경선 당시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후보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가, 선출된 후 뜻을 바꿔 강제로 교체될 뻔했다. 정청래와 초강력 극한의 대결 시작부터…심상치 않은 결합 또 언더 찐윤은 지명도가 높으면서도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외부인을 영입해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형태를 선호한다. 윤 전 대통령도 외부에서 영입해 옹립한 대선후보로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한 전 총리도 비슷한 형태로 정계에 입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될 뻔했다. 이들의 대권 도전 과정엔 언더 찐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단 것이 다수의 분석이다. 물론 선거 내내 유지했던 강성 발언만이 장 대표 당선의 비결은 아니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달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의원이 정치를 하기 위해 처음 찾아간 곳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었다”며 “스스로 개혁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장 대표를 평가했던 옛 영상도 주목받고 있다. 최 전 의원은 영상을 통해 “민주당 안민석 전 의원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할 때, 그 초안을 당시 법사위 파견 판사였던 장 의원이 작성했다”며 “장 의원은 안 전 의원을 따라다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대전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장 의원이 그 지역구(대전 서구을)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도 했다. 안 의원은 경선에서 이를 언급했고, 김 전 장관 측은 최 전 의원 영상을 인터넷에 배포했다. 국회의원 당선 이후 장 대표의 정치적 행적도 정리돼 돌아다니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장 대표는 민주당 입당 시도→국민의힘 친한→친김문수→친쌍권(권영세·권성동)→친한덕수→친윤 순으로 계파를 옮겼다. 장 대표는 원래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친한계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의견 충돌 이후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의 대선캠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고, 김 전 장관이 대선후보로 선출되자 사무총장으로 지명됐다. 하지만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권유로 사무총장직을 고사했다. 이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한 전 총리 대선캠프를 방문해 후보단일화를 촉구했을 당시 함께 행동했다. “나는 소신파” 잦은 계파 이동 장 대표의 3년여 정치 경력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이 매우 선호할 만한 이력이다. 이들은 김 전 장관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김 전 장관을 진짜로 지원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진짜 목적은 한 전 총리를 대선후보로 확정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김 전 장관을 지원해 대선후보로 등극시킨 후 한 전 총리를 위한 밑거름으로 쓰려고 했던 것이다. 아울러 장 대표가 ▲반이재명 단일대오 ▲찬탄파 숙청 등 외엔 별다른 혁신 방안을 언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언더 찐윤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 찬탄파는 친한계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현역 의원 십수 명이 친한계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을 숙청하면, 국민의힘이 간신히 유지하는 개헌 저지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 조 의원도 지난달 4일 <일요시사>와 만나 “대통령 관저에 모인 강성 친윤(친 윤석열) 의원 45명 중 1/3가량을 청산할 것”이라며 “이들을 내보내도 민주당의 개헌 시도에 찬성할 리는 없으니, 개헌 저지선 붕괴 여부엔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도 방향만 다를 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국회 의석 107석을 보유했을 뿐인 소수 야당이란 사실이다. 장 대표는 ‘반이재명 단일대오’ 외엔 ▲범여권의 검찰 해체 시도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 ▲특검 수사 대응 등 산적한 구체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의원들이 뭉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채 상병 특검팀은 지난 7월11일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송언석 당시 비대위원장은 의원 107명에게 소집 공지를 했지만, 의원실 앞에 모인 의원은 불과 20여명이었다. 국민의힘에 가장 큰 부담이 되는 특검은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하는 김건희 특검이다. 각자 살길을 찾기에도 바쁜 수사 내역이 될 가능성이 커서, 장 대표가 말하는 ‘단일대오’가 어떤 강도로 유지될지 알 수 없다. 임 의원 압수수색 당시 상황은 설령 친한계 의원들을 모두 국민의힘에서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단일대오 조성이 쉽지 않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전초곡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장 대표는 ‘우파 시민과의 연대’라는 표현을 활용하면서 전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겠다”던 기존 약속에 대해서도 “지킬 수 없는 사정이 아니라면 지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단일대오가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국민의힘이 재집권하는 방법은 정당 지지가 유동적인 합리적 보수·중도층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전씨·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에게만 인기 있는 극우 인사와의 절연 ▲자체 내부 혁신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던 것이었다. 이런 상황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교만에 빠져 자멸하는 것을 기다리는 게 가장 현실적인 차기 집권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장 대표는 현실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반이재명 단일대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고 있다. 단일대오는 외부의 위기를 강조하면서 내부 혁신 움직임을 ‘내부 총질’로 규정해 탄압할 때 주로 이용하는 정치적 수사라고 할 수 있다. 내부 혁신? 내부 총질? 하지만 단일대오는 허상이다. 저마다 다른 의견을 가진 국회의원 107명을 한목소리로 유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포퓰리즘을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는 대중 정치인이 등장하거나, 의견을 잘 조율할 수 있는 밀실 합의 구조라도 갖추는 게 중요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엔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자유한국당 이후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를 제외한 역대 당 대표는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대선 패배 후 당 대표가 돼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자유한국당에선 친박(친 박근혜)과 친홍(친 홍준표)의 계파 갈등이 이어졌다. 이 상황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해, 당내 갈등이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자, 홍 전 대표에 대한 대중적 인기는 급락했다. 지난 2018년 진행된 지방선거 후보들은 홍 전 대표의 유세 지원을 피하느라 바빴다. 자유한국당은 당시 지방선거서 대패했고, 홍 전 대표는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도 “문재인정부 앞에서 단일대오를 구축해야 한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선 보수와 중도를 포함하는 범보수가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황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 시절엔 삭발·단식 등 고전적인 투쟁을 이어갔다. 미래통합당으로 탈바꿈한 이후엔 전 목사 등 강경 보수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이후 미래통합당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103석만을 건지는 대참패를 당했다.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던 황 전 대표의 현실적인 정치 생명은 그 시점에서 사실상 끝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당권을 맡았던 국민의힘 김기현 전 대표도 ‘단일대오’를 외쳤다. 김 전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그는 당 대표 당선 후 취임할 때도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와 공동운명체”라면서 재차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김 전 대표로선 대표 당선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친윤이 모두 지원하는 등 막강한 배경을 과시했기 때문에 단일대오를 강조할 만했다. 누가 뭐래도 오직 마이웨이 멈추지 않는 단일대오 집착 그러다가 국민의힘 인요한 당시 위원장이 주도했던 혁신위원회가 “영남 출신 중진이 서울서 출마해야 한다”는 취지의 ‘영남 스타 서울 출마론’을 제시했다. 이어 그 대표주자로 김 전 대표가 거론되면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김 전 대표에게 “당 대표는 유지하되, 차기 총선엔 불출마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당 대표를 사퇴하면서,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 출마를 강행했다. 김 전 대표에게 돌아온 것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였다. 결국 모두의 지원을 업고 화려하게 당 대표가 됐던 김 전 대표는 취임 후 9개월여 만에 초라하게 사퇴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지난해 7월 대표로 취임한 한 전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단일대오를 언급했다. 물론 당시 국민의힘에선 단일대오가 불가능했다. 한 전 대표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크게 갈등하는 사이가 됐기 때문이었다. 윤 전 대통령과 친윤계의 한 전 대표에 대한 거부감은 매우 컸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한 전 대표를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했을 정도였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고, 이에 반대하면서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친한계 의원이 바로 장 대표였다. 향후 국민의힘에선 자신 있게 대선후보로 내세울 수 있는 전국 주자를 배출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한 전 대표는 당 대표 선거 불출마에 이어 조 의원·안 의원 중 특별한 후보를 지원하지 않다가, 결선에 이르러 “차악을 선택하자”면서 김 전 장관 지지를 호소했다. 결국 한 전 대표와 험악하게 결별한 장 대표가 당선됐기 때문에,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은 크게 훼손됐다. 조 의원과 안 의원은 모두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조 의원은 안 의원에게 계속 단일화를 요청했지만, 안 의원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안 의원으로선 단일화를 받아들여 양보한 사례가 많았고, 윤 전 대통령은 안 의원이 단일화에 호응한 결과 중 최악으로 기록될 만했다. 따라서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선 선뜻 단일화에 응하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는 차가웠다. 조 의원과 안 의원의 본 경선 득표를 합치면, 장 대표·김 전 장관에 대적할 수 있었다. 결선 진출자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고, 최종 결선에서도 누가 당선될지 쉽게 장담하기 어려웠다. 한 전 대표도 두 후보를 선뜻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워졌다. 회의적 시선들 언더 찐윤과 국민의힘 당원들은 장동혁이란 ‘카멜레온’을 선택했다. 언더 찐윤이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과정을 돌아보면, 언더 찐윤이 힘이 떨어진 수장으로부터 가차 없이 돌아선단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장 대표가 강조했던 ‘단일대오’는 이전 당 대표들을 모두 수렁으로 몰아넣은 절대반지였다. 아울러 장 대표 당선 자체가 합리적 보수·중도 유권자에겐 국민의힘의 회생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통하기 시작했다. 과연 장 대표의 정치적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까? 장 대표의 정치적 장기 생존 가능성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