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가 그동안 마약 사건에 연루될 때마다 경찰 수사망을 조직적으로 피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황씨는 2015년(서울 종로경찰서-대학생 조모씨와 마약 투약·공급 의혹)과 2018년(경기남부경찰청 - 마약 투약 의혹과 관련해 별건 수사) 두 차례 마약 투약 혐의 등으로 용의선상 올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황씨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지인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황씨는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를 때마다 탈색·염색과 왁싱 등을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또 장기간 휴대폰을 ‘비행기모드’로 전환해 외부 통신을 차단하며, 오피스텔과 지인 집에 머물렀다.
황씨는 2015년 11월 마약 투약 혐의로 조씨 등 7명과 서울 종로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조씨는 같은 해 9월말 경찰 조사에서 ‘황씨가 마약 공급책’이라고 진술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경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피고인(조씨)이 황씨 등으로부터 필로폰을 구입하고, (황씨가) 지인들과 에칠론(향정신성의약품·일명 몰리)을 투약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참고인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씨는 조씨가 이 같은 진술을 한 이후 휴대폰을 ‘비행기모드’(전자기기의 통신을 차단하는 기능)로 전환하며, 와이파이가 가능한 곳에서 카카오톡만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황씨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황씨는 마약 수사가 시작됐던 2015년10월∼2016년1월까지 지인들과 보이스톡만 사용했다. 황씨의 한 지인은 “이때 황씨 전화가 계속 꺼져 있어 연락하는 게 어려웠다. 간혹 발신제한으로 황씨한테 전화가 오기도 했으며, 한 동안 보이스톡으로만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황씨가 경찰 수사를 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 시기 황씨는 본가에 가지 않고, 밖에서 생활했다. 원래 황씨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서 부모님과 사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마약 사건 이후 집에서 쫓겨나 오피스텔이나 친구 집을 전전하며, 숙식을 해결했다는 게 황씨 지인들의 증언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2015년 12월 황씨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어디 있느냐”는 지인의 물음에 황씨는 “나 혼자 사는 집. 오피스텔”이라고 답했다.
황씨는 마약 사건으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를 때마다 염색과 탈색 등을 수차례 반복했다. 탈색과 염색을 반복하면, 모발검사에서 마약 투약 흔적을 지울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종로서 마약 사건 당시 황씨는 쇼트커트 및 검은갈색으로 염색했다. 이후 또 다시 밝은 노란색으로 머리색을 바꾼 것으로 파악된다.
황씨는 경기남부경찰청이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할 당시에도 머리색을 수차례 바꾼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2월5일, 경기남부경찰청이 신청한 황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날 황씨는 SNS에 ‘탈색 2번과 염색을 했다’며 사진을 올렸다.
경기남부경찰청 측은 수사 보강 후 황씨의 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그런데 수사를 지휘했던 A검사는 해외 출장 등의 이유로 지난 1월18일까지 답을 주겠다며 영장 심사를 미룬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A검사가 영장 발부 여부를 확정 짓겠다던 날 이틀 전 즈음 황씨는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했다.
A검사는 “인사 발령으로 바쁘니 후임 검사에게 말을 하겠다”며 18일에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지난 3월7일, 후임인 B검사 역시 경기남부경찰청 측의 두 번째 영장을 기각했다. 이날도 황씨는 SNS에 왁싱(제모)과 커트를 했다며 인증을 남겼다.
법조계에서는 황씨가 조직적으로 마약 수사에 대비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거처를 옮기거나 핸드폰을 비행기모드로 해놓은 것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잠적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황씨가 마약 수사선상에 올랐던 시기에 염색·탈색 등을 한 거는 혹시나 모를 수사에 대비한 게 아닐까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