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 날뛰는’ 마약 드라마 현실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0.23 11:59:43
  • 호수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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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하는 콘텐츠 안방 점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모순성, 부조리함을 느끼게 하는 역설적인 유머를 블랙코미디라고 한다. 마약 범죄자를 맨주먹으로 해결하려는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은 밝고 쾌활하지만, 동시에 씁쓸하다. 해마다 증가하는 마약 범죄 검거율과 안방을 점령한 마약 관련 드라마는 뼈아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이 지난 7일 첫 방송 이후 시청률 10%에 육박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 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명서 알 수 있듯 2017년 방영된 <힘쎈여자 도봉순>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시리즈다. 

단골 소재

배우 이유미는 도봉순(박보영)의 6촌으로 부모를 찾으러 몽골서 날아온 괴력 소녀 강남순역을 맡았다. 국제 미아 강남순은 비행기 착륙 직전 문제가 발생하자 괴력을 이용해 사고를 막는 만화 같은 캐릭터다.

코믹 활극을 넘어 작품이 전하는 사회적 메시지가 이목을 끈다. 포스터에 새겨진 문구에는 ‘나약한 놈들’의 ‘약’자에 강조 표시를 넣어 ‘(마)약’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류 오남용 캠페인을 벌이며 내세운 ‘나(마)약하지 않아’와 같은 맥락이다. 

초능력을 가진 강남순의 엄마 황금주(김정은)가 “더 이상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 아니야”라는 대사도 작품이 전하는 의도를 알 수 있다. 드라마 속 류시오(변우석)는 온라인 유통업체 대표이자 마약을 제조, 유통하는 악당이다. 이에 맞서는 경찰 강희식(옹성우)과 강남순을 포함한 3대 모녀의 공조 구도가 이야기 핵심이다. 

한국 콘텐츠서 마약은 아직까진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개봉한 지 20년도 넘은 영화 <친구> 속 주인공 준석(유오성)이 사시나무 떨듯 필로폰 중독자 연기를 보였을 땐 “마약 중독자는 진짜 저래?”라며 생소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당시만 해도 ‘마약 사업에 손댄 조직폭력배’가 간혹 등장하는 설화 수준에 어설픈 액션이 첨가된 조폭 영화 전성기였다.

그러다 2000년 초반부터 마약은 핵심 소재가 됐다. 2006년 개봉한 영화 <사생결단>은 마약 범죄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한국영화로 꼽힌다. 작품 속 필로폰 판매상인 이상도(류승범)는 마약계 거물 장철(이도경)을 쫓는 형사 도경장(황정민)과 상부상조하는 이른바 ‘뽕쟁이’의 전형이다.

이후 2010년 <아저씨>, 2012년 <범죄와의 전쟁>, 2018년 <독전> <마약왕>을 비롯해 지난 5월 <범죄도시3>까지 마약 소재 영화는 줄줄이 나와 흥행했다. <힘쎈여자 강남순> 등 안방극장도 마약 소재에 중독됐다.

22년 전 생소했던 유오성
흥행보증 수표 뽕 영화들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을 시작으로 지난 9월27일 <최악의 악>, 지난 6일 <발레리나>, 7일 <힘쎈 여자 강남순>이 연달아 방영됐다. 한 달 새 선보인 국내 마약 관련 드라마만 3개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해마다 증가하는 마약 범죄 검거율처럼 마약 콘텐츠도 발맞춰 늘어났다.

검찰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자 국내 필로폰 제조기술자는 외국으로 도주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국내 필로폰 밀조사례는 거의 적발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검찰이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9년에 필로폰 제조사범이 2건 5명, 2000년에 2건 5명, 2001년 1건 4명이 적발됐다. 특히 2001년 적발된 4명은 제조공장을 갖춘 밀조사범으로 경북 성주군 선남면 낙동강변 일대 가건물에서 10kg(추산량) 이상의 필로폰을 제조했다.

당시, 필로폰 완제품 0.6kg, 분말형태의 반제품 1kg, 액체 형태의 반제품 5kg 및 제조기구, 화공약품 등 17점을 압수했다.

2001년은 한국 마약 역사에 여러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UN이 지정한 세계마약퇴치의 날(6월26일)을 기념해 2001년부터 매년 3개월간 마약류 투약 자수기간을 처음 시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마약 범죄 검거율 등이 공개됐다.

같은 해 8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친구>가 개봉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1970년대 실존했던 ‘마약왕’ 이황순의 동업자이자 칠성파 두목 이강환의 생을 다뤘다. 실제로 부산 칠성파가 전국구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은 이황순과 함께한 필로폰 사업이다.

영화 속 차상곤(이재용)은 마약 판매 조직의 두목으로 나온다. 훗날 이황순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도 있다. 2018년 개봉한 <마약왕>의 주인공 이두삼(송강호)의 실존인물이 이황순이라는 후문이다.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라 인식은 보수적인 국민 정서가 만든 환상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마약은 의외로 역사가 깊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필로폰 273.9kg이 압수돼 전년 대비 40.8%로 압수량이 감소했다. 2003년 들어 필로폰 제조사범은 1건 2명이 있다.

1996년 이후 주요 마약류 압수량은 연평균 82kg을 유지하다가 2001년에 462.3kg으로 2000년의 181.7kg에 대비 154.4%로 급증했다.

마약류 오남용 캠페인 코믹 활극?
한 달 새 마약 소재 드라마만 3편

2003년 주요 마약류 압수 실적은 총 170.9kg으로 전년 대비 37.6kg으로 감소했지만, 신종 마약이 폭증한 해다. 특히 필로폰은 64.7kg으로 전년 대비 75.7%가 증가했다. 대마초는 37.3kg으로 전년도 194.8kg에 비해 80.9%로 대폭 감소한 반면, 신종 마약류인 LSD는 900% 증가했다. 야바는 767%로 각각 급등했다.

신종 마약의 등장은 검거율을 치명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먼저 기존 마약과 달리 탐지견에 적발되는 경우가 희박하다. 신종 마약 냄새에는 적응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항이나 항만서 검거하는 대부분은 사전첩보에 의해서다.

지난해 드라마 <수리남>서도 국정원 팀장 최창호(박해수)가 마약 조직 두목인 전요한(황정민)을 잡기 위해 강인구(하정우)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드라마는 콜롬비아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 밀매조직을 만든 한국인 조봉행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대부분 제작진은 수사기관의 현실적 고증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보다 실제 마약사범을 검거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취재 중 만난 마약계 경찰들은 하나같이 “마약사범은 절대 믿지 말라”며 “수사에서 약에 취한 피의자들은 연기와 거짓말을 정말 많이 하는데, 마약을 끊은 마약사범은 제대로 본 적 없다”고 당부했다. 

서울에 모 경찰서 형사과 강력팀장은 “단순히 ‘어느 공장서 얼만큼의 마약을 제조한다’는 단순 제보만으로 마약 유통책을 향한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도 확인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따지고 피의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도 마약 수사에 대부분 어려움을 느낀다”며 “이미 전력이 있는 마약사범의 협조를 통해 수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마약사범 나이도 점점 어려지는 추세다. 그만큼 마약이 양성화됐다는 징조다. 2021년은 마약사범 검거 통계 공개 이후 처음으로 20대 마약사범이 30%를 넘었다. 해마다 상승세로 이어져 지난해 검거된 20대 마약사범은 31.6%(5804명)로 전년(5077명·31.4%)보다 소폭 상승했다. 

어려운 검거

경찰청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검거된 마약사범은 1만2700명으로, 지난해 1만2387명을 넘어서 역대 최다 규모다. 마약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격상하면서 콘텐츠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마약이 일상화됐다는 의미다. <힘쎈여자 강남순>이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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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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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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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