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선균 마약 연루 의혹’ 황하나에게 직접 들어보니…

“그 배우와 스친 적도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선균 마약 의혹’의 판이 커지고 있다. 재벌 3세와 연예인 지망생, 방송인 출신 작곡가 등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 대상에 오른 이들만 총 8명이다. 이들은 집단 마약 투약 행위를 벌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언급된 남양유업 외손녀 황하나와 수사 대상 측근들로부터 사건의 내막을 들어봤다. 

“본 적도 없고 스친 적도 없다. 억울하다. 내가 왜 내사 대상이 됐는지 모른다.” 이선균 마약 사건에 연루된 냠양유업 외손녀 황하나의 말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황하나는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 ‘피내사자’이기에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경찰은 혐의가 입증되면 황하나를 포함한 전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특히 수사 과정서 또 다른 투약자에 관한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면식 없다?

‘이선균 마약 의혹’ 사건은 지난 19일 <경기신문>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당시까지만 해도 재벌 3세로 알려진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와 연예인 지망생 한서희가 연루됐다는 언급은 없었다.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일요시사>와 연락한 황하나는 “내사 대상이 왜 됐는지 모르겠고 이선균씨를 본 적도 스친 적도 없다”면서도 마약 투약 여부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아버지 황모씨는 “지금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가족끼리 잘 해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선균과 함께 마약을 투약한 유흥업소 종사자 김모씨를 조사 중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된 김씨는 이선균의 혐의 입증을 위한 주요 ‘키맨’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해당 사건을 알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이선균과 김씨를 포함해 황하나, 한서희, 한서희와 막역했던 작곡가 정다은, 나머지 3명이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김씨의 입으로부터 시작됐다. 경찰은 김씨가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을 포착하고 신병을 확보한 데 이어 이선균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경찰의 수사 압박이 시작되자 이선균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3억5000만원을 요구한 김씨는 지난 20일, 공갈 혐의로 인천지검에 고소된 상태다. 최근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송받은 경찰은 고소 내용에 관한 조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황하나, 한서희, 정다은은 아직 피의자 신분은 아니다. 경찰은 지난달 중순부터 첩보 내용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이들의 마약 투약 가능성에 관한 단서를 포착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나 경찰은 이들이 이선균과 함께 마약을 투약하진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시기와 장소가 특정되지 않았기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도 피내사자라는 건 혐의 확정은 아니지만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며 “경찰의 추가 수사든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서 새로운 사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마약수사대 관계자도 “여러 경로로 알아보겠지만 객관적 증거를 찾지 못하면 내사 종결처리 된다”며 “시기와 장소 특정이 관건”이라고 했다. 

민경철 법무법인 동광 대표변호사는 “피내사자와 피의자는 종이 한 장 차이”라며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해도 증거 확보 차원서 압수수색을 위한 피의자 신분 전환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한서희는 지난 3월, 징역 6개월을 확정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지난해 7월에도 메스암페타민 양성 반응이 나와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정다은은 2016년과 2021년에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들어갔다가 나온 후 현재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차 구속돼있다.


황하나는 마약 투약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감옥행을 피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대마초 흡연으로 기소유예 전력이 있는 황하나는 필로폰 투약으로 2019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집행유예 기간에 마약을 또다시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8개월을 선고받고 감옥살이를 피하지 못했다. 

대부분 관계 부인…집단 투약 가능성 작다?
처벌되지 않았던 재벌 3세 새로 드러나나

서초동에 소재한 한 변호사는 “혐의가 확실해지고 기소된다면 공소 사실도 들여다봐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투약하지 않았다고 해도 징역형을 피하긴 힘들 것이다. 이미 동종 범죄를 저질렀고 수사기관의 선처도 받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황하나와 한서희, 정다은은 서로 아는 사이다. 이들이 이선균과 같이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다면 복역 및 구속 이전의 사건일 가능성이 크다. 황하나의 경우 처벌받지 않은 과거가 있는 만큼 새로운 사실이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황하나의 친구 조모씨의 판결문에 따르면 2016년 1월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대학생 조씨가 필로폰을 수차례 투약하고, 매수·매도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문에는 황하나의 이름이 무려 8차례나 등장한다. 

황하나는 조씨와 함께 필로폰을 매도·매수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2015년 9월 중순경 강남구 모처에서 조씨에게 필로폰 0.5g이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건넸다. 이후 조씨는 황하나가 지정한 마약 공급책 명의의 계좌에 30만원을 송금했다. 

황하나와 조씨는 구입한 필로폰을 함께 투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구입한 필로폰을 3차례 걸쳐 일회용 주사기에 넣고 생수를 희석해 조씨의 팔에 주사하게 했다는 게 판결문의 핵심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조씨)은 황하나와 공모해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황하나는 당시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황하나를 소환 조사하지도 않았다. 반면 마약을 투약한 조씨는 2015년 10월에 입건돼 종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파악한 첩보 내용이 새로운 사실이라면 황하나를 수사하는 과정서 새로운 사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화류계에서는 황하나와 같이 마약을 투약한 인물로 관련 전과가 있는 또 다른 재벌가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황하나는 현재 인맥이 다 끊긴 상황이다. 우리 업계서도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 많이 피한다”며 “황하나의 사촌 오빠들하고 연락하거나 마약을 투약하고 노는 경우가 많았다. 이쪽 업계에선 이미 오래된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 황하나의 사촌 오빠인 홍인석씨는 대마를 사고팔고 흡연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6-3부(이의영·원종찬·박원철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입 열까?


그러나 1심의 징역 2년보다 다소 감형됐다. 2심 재판부는 이와 함께 1심과 마찬가지로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프로그램 이수와 추징금 3510만원 납부를 명령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액상대마 130㎖와 대마 58g을 소지하고, 대마를 흡연한 혐의를 받는다. 또 다른 공범과 함께 대마를 판매한 혐의 등도 있다. 검찰은 마약 관련 수사에 나서 지난 2월 전직 경찰청장 아들 김모(46)씨와 JB금융지주 일가 임모(39)씨 등을 붙잡아 재판에 넘겼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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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