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구속수사’ 검찰 딜레마, 왜?

몸통 남기고 가지만 싹둑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가 꾸린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가 마약사범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초범이라도 상습적으로 투약하거나 혐의를 부인하면 구속수사하는 방안을 밀어붙일 계획이다. 수사기관 외에도 관세청과 국방부, 국가정보원, 해양경찰이 합류해 인력도 대거 늘었다. 그러나 ‘플리바게닝’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은 수사 과정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게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마약 혐의 피의자 구속수사’ 의지가 시작부터 삐걱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검찰 안팎서도 ‘플리바게닝 제도화’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과의 전쟁
강공 드라이브

윤석열정부는 지난 4월 특수본을 꾸렸다. 지난해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수본은 지난 14일 대검찰청서 2차 회의를 열고 마약범의 경우 초범이라도 상습적으로 투약하고 혐의를 부인하거나 마약류의 유통 경로를 감추면 구속수사 또는 정식 재판에 넘기는 등의 방안을 정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적발된 마약사범이 총 558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07명) 대비 29.7% 늘었다는 통계를 공개했다. 이 중 36.4%가 10대와 20대였다. 특수본은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선 공급 차단과 수요 억제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투약사범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본이 최근 3년간 마약 투약 및 단순 소지 사범 146명의 형량을 분석한 결과 2년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전체의 4.1%에 불과했다. 또 전체의 51%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8종 이상의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37)의 경우 법원서 “동종 범행 전력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달 24일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은 투약사범에 대해 중형을 구형하고 적극적으로 항소할 방침이다. 또 투약사범에게 집행유예형이 선고될 경우 치료명령과 보호관찰을 부과하도록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특수본에는 국방부와 국정원, 해경 등 직원 총 134명이 추가 합류해 수사 인력이 840명에서 974명으로 늘었다. 지역별 수사실무협의체에도 군검찰단과 군사경찰, 해병대가 추가됐다. 박재억 특수본 공동본부장(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은 “마약 척결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 기관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구마 줄기 캐듯’ 마약 수사 스톱?
현행법 없는 ‘플리바게닝’ 없어지나

이외에도 특수본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마약류관리법 등을 위반한 피고인에 대한 양형을 강화하는 안건의 상정을 촉구해왔다. 사법부가 마약범죄에 관해 관대한 판단을 반복해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도 “마약범죄는 해악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집행유예의 경미한 형이 선고돼 재범에 이르는 등 마약 투약·유통이 근절되지 못하는 악순환 반복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관한 1심 판결 5438건 가운데 실형 선고는 2624건(48.1%)에 그쳤다. 실형 선고 비율은 2020년 53.7%, 2021년 50.6%와 비교해도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반면 집행유예 비율은 같은 기간 36.3%→38.1%→39.8%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2011년 개정된 마약범죄 양형기준은 2015년과 2020년 두 차례 수정됐으나 대량범에 대한 형량 기준이 일부 강화되기만 했다. 투약이나 소지 등에 대해서는 10여년 전 양형기준을 적용해온 셈이다. 그 사이 마약범죄는 단순 투약 등에서 벗어나 다양한 강력범죄와 결합해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했다.

김영란 전 대법원 양형위원장도 이 같은 범죄 환경 변화를 의식한 듯 지난해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마약범죄 양형기준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 때문인지 양형위는 마약범죄의 양형기준을 다듬고, 양형기준이 없었던 스토킹 범죄와 동물 학대 범죄는 새롭게 기준을 가다듬기로 했다.

지난 13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형위는 전날 오후 제125차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2년간 추진할 업무를 논의했다. 양형위는 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을 강화해달라는 관계기관 요구가 많은 만큼 우선으로 2024년 4월까지 양형기준을 수정할 예정이다.

“혐의 확실시
초범도 영장”

마약범죄의 양형기준은 체계화한다. 양형위는 “마약범죄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양형기준 수정에 대한 사회 및 실무 요구가 모두 높다”며 “유형 분류와 권고 형량 범위 변경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양형기준이 없던 범죄는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 기준을 신설한다.

대법원이 특수본의 의견을 반영해 내년까지 양형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으나 해결 과제는 산적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초범이라도 구속수사를 하게 되면 마약 수사 과정서 상위 공급책 검거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지금껏 수사기관이 마약 수사를 하면서 ‘플리바게닝’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러 상황을 지켜보고 그림이 그려지면 잡는 전략적 수사가 필요한데 무조건적인 구속수사 방침은 상황에 따라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리바게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이 일부 부패사건을 수사할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용어기도 하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게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게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검찰은 최근 이원석 총장의 “플리바게닝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발언 이후 4년 만에 열린 형사법 아카데미서 플리바게닝을 주제로 다루며 관련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플리바게닝 도입 이유로 ‘형사사법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내세운다. 명백한 물증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해선 범죄 가담자에게 사법 협조를 끌어낼 유인을 제공해 수사 효율성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양형 기준
엎어도 문제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너무 느린 사법제도’를 향한 불만을 불식하기 위한 제도의 일환으로 유죄협상제와 사법 협조자 형벌감면제도를 도입했다. 프랑스식 유죄협상제는 상대적으로 죄가 가벼운 사건서 피의자가 자백하면 검사가 감경된 형을 제안하고, 법원 추인을 통해 재판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공범 검거에 기여한 가담자에게 형을 감면해줄 수 있도록 한 프랑스식 사법 협조자 형벌감면제도는 도입 당시 테러범죄 등에 국한됐다가 법 개정을 통해 일반범죄로 확대돼 활용되고 있다. 플리바게닝은 미국, 일본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검찰이 플리바게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 협조자에게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재판 진행 과정서 최대한 피고인 측의 요구를 반영해주는 식이다. 플리바게닝은 유독 거물급 정치인이 연루된 부패사건서 활용됐다는 지적이 거셌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수사와 ‘이정근 녹취록’서 수사 단서가 잡힌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가 대표적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은 재판에 넘겨진 후 1년 가까이 침묵하다 돌연 태도를 바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면서 플리바게닝 적용 의혹이 제기됐다.

사업가로부터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1심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3년보다 무거운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플리바게닝 의혹이 일었다.

다크웹서 일어나는 마약·성범죄 사건은 추적이 어려워 조직원을 검거해도 ‘머리’를 잡으려면 전략적 수사가 필요하다.

상위책 잡으려 ‘형량 거래’ 걸림돌
“바뀐 방침 무조건? 상황에 맞게 적용”

중앙지검 한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텔레그램 마약·성범죄 수사에는 이미 플리바게닝이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혐의를 입증할 확실한 정황과 증거를 확보해도 수사 종결 이전까지는 수사에 협조하는 피의자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 및 파악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특수본의 ‘마약 혐의 피의자 구속 수사’ 방침이 모든 피의자에게 적용되긴 힘들다는 분석으로 해석된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혐의가 확실하다고 해도 초범부터 구속해버리면 윗선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해당 원칙을 모든 혐의에 적용하면 ‘제2의 범죄’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며 “마약과 텔레그램 성범죄가 그렇다. ‘초범이라도 구속수사’가 모든 피의자에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플리바게닝 활용 방안 외에도 ‘중요 참고인 출석 의무 제도’를 추진하려 한 바 있다.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법무부는 ‘내부증언자 소추면제 제도’를 마련했다. 본인이 죄를 인정하면 기소나 형을 감면하는 미국식 플리바게닝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조직·마약·뇌물 범죄서 타인 범죄 규명에 도움을 주면 기소를 면해주거나 형을 감면해주는 내용이다.

이에 법원과 학계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범죄자 처벌까지 결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범죄자와의 타협’이라는 점도 국민 법 감정에 배치되면서 이 개정안은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7년 이상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범죄의 수사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참고인이 검사의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영장을 통해 강제로 구인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참고인 출석 의무제도’가 이때 언급됐던 법안이다.

수년간
군불만

결국 개정안은 국무회의까지 통과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정식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18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기업비리 수사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검찰은 비공식적으로 이 제도의 도입을 지금까지 언급하고 있다. 수사기법서 과거에 비해 검찰의 손발이 묶인 반면, 피의자들은 갈수록 지능화하는 게 큰 이유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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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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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