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금지’ 민노총, 쿠팡 잡도리 속내

정부·여당은 ‘방관자 모드’?
쿠팡노조 “탈퇴하자 보복”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김준혁 기자 = 최근 쿠팡 ‘새벽 배송 제한’을 놓고 노동계, 택배업계, 소상공인, 소비자 사이의 찬반 논쟁이 뜨겁다.

노동계에선 쿠팡의 직고용 배송기사 노조인 쿠팡친구 노동조합(쿠팡노조)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탈퇴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해당 제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소상공인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무리한 요구”라며 또다시 민노총 노조를 향해 날을 세웠다.

장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 간담회에서 “이제 새벽 배송은 국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 서비스이자, 소상공인에게도 너무 중요한 서비스”라며 “노조의 무리한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정부는 민노총, 노조의 목소리를 줄일 어떠한 힘도 가진 것 같지 않아 더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앞서 지난 10일 충북 청주 충북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민주당과 민노총의 반민생연대가 국민의 일상을 멈추려 하고 있다”며 “민노총과 민주당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야간 노동으로 생계를 잇는 기사와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야당뿐만 아니라 노동계를 포함한 새벽 배송을 이용하는 소비자들마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강제 금지가 아닌 과로사 방지 기준을 만들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책임의원’으로 조정을 이끌고 있는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2차 회의에서 “(새벽 배송) 전면 금지가 아닌, 총량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분리 작업을 따로 맡기는 등 과로사를 줄일 논의를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4일, 국회 당정협의회 직후 “새벽 배송 전면 금지로 가느냐에 대해선 소비자 단체도 있고 당사자들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도 지난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새벽 배송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지만, 야간 노동 규제 방안은 논의해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정부와 여당이 새벽 배송 문제를 두고 “사회적 대화를 통한 합리적 방안 모색”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며 사실상 논쟁의 한켠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연말까지 야간 노동 규율체계 입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노동계에선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구체적 제도 설계보다 ‘정치적 부담 회피’가 우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새벽 배송을 둘러싼 논의의 무게 중심이 이미 민노총 노조의 요구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택배기사의 과로사 해결을 위해 열린 사회적 대화 기구 1차 회의에서 심야 시간인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배송을 금지하자는 안을 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새벽 배송 종사자 중 민노총 산하 노조에 가입한 인원은 수백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사회적 대화 기구 내에서 이들의 발언권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이에 “실제 현장의 다수 의견보다 노조의 구호가 논의의 방향을 좌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작 당사자인 쿠팡노조는 새벽 배송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배제됐고, 민노총 소속이 아닌 비노조 택배연합 대표는 지난 5일 회의를 참관하려 했지만 ‘초대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장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여당이 ‘신중론’을 명분 삼아 거리를 두는 태도는 사실상 정책적 공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의 요구와 산업계의 현실, 국민 편익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잡힌 해법’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정책 전문가는 “노조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반대로 정치적으로만 공격하는 방식 모두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정부는 객관적 현장 데이터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산업구조와 노동환경을 함께 개선할 종합적 접근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새벽 배송은 이미 국민의 생활 리듬과 중소 유통업계의 생존구조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따라서 단순히 ‘노동시간 단축’이나 ‘노동권 보장’의 문제로 한정하기보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노동자의 안전을 함께 도모할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새벽 배송 금지 논란이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만 소모되는 사이, 정작 현장의 택배 노동자들과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를 맞고 있다.

쿠팡의 야간 노동환경을 둘러싼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0년 고 장덕준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정감사 등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다만 당시 논의의 중심축은 쿠팡의 시스템 구조를 직접 규제하는 방향이라기보다는, 개별 사건을 둘러싼 책임 추궁과 재발 방지 요구, 이중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규율 마련 필요성을 지적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 2023년 11월, 쿠팡노조가 조합원 93%의 찬성으로 “정치적 활동이 아닌, 조합원을 위한 실질 활동에 집중하겠다”며 민노총을 탈퇴한 이후, 노동계의 공세가 한층 거세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쿠팡노조 탈퇴 직후인 그해 12월엔 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 쿠팡일산지회가 파주 쿠팡 캠프 앞에서 ‘사람 잡는 쿠팡’을 슬로건으로 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듬해엔 택배노조의 제안으로 노동계·시민단체·진보 정당 등이 함께 만든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과로사대책위)’가 국회 앞에서 “로켓 살인 끝장 내자. 국회는 지금 당장 쿠팡 청문회를 열라”는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당시 과로사대책위는 쿠팡 택배·물류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한 청문회 개최, 야간 노동 구조와 시장 독과점을 규제하기 위한 이른바 ‘쿠팡 갑질 방지법’ 등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입법 등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2일 민노총 택배노조가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새벽 배송을 제한하자는 취지의 안건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쟁에 불을 당겼다.

민노총 택배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쿠팡의 새벽 배송 시스템은 주 6일, 하루 10시간 이상하며 하루 3회전 배송, 300개가 넘는 물량을 소화하도록 만들고, 배송 마감 압박과 ‘클렌징’(사실상 해고) 위협까지 더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과로사 기준 초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택배기사의 과로사 방지와 최소 수면시간 보장을 취지로 새벽 배송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서도 쿠팡 배송기사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일정 부분 확인됐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11월 쿠팡CLS 새벽 배송기사와 물류시설 일용직(헬퍼) 등 26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 중 66.1%를 차지한 특수고용직(특고) 기사의 76.8%가 ‘야간 3회전 배송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고의 하루 평균 근로시간은 9시간38분, 주당 근무일수는 5.5일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직고용 직원의 주당 근무일수가 4.5일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특고 기사들이 더 많은 시간과 물량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악천후 상황에서도 배송을 이어가는 비율 역시 특고에서 더 높았다. 폭우나 폭설 등에도 배송을 계속한다고 답한 비율은 특고가 77%에 달한 반면, 직고용은 42.3%에 그쳤다.


근무일에 새벽 배송을 하지 못했을 때 계약 해지나 배송구역 조정 등 불이익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특고는 절반에 가까운 48.6%가 ‘있다’고 답했으나, 직고용은 ‘없다’는 응답이 96.9%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선 근로자 처우 문제만으로 이미 일상 인프라로 자리 잡은 새벽 배송 시스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각종 실태조사를 통해 처우 개선의 필요성은 충분히 시사됐지만 새벽 배송 제한이 자칫 일자리 축소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과도한 규제가 아니냐는 것이다. 생계 역시 민노총 측이 주장하는 ‘생명권’과 직결된 부분이기도 하다.

소비자단체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심야 배송 전면 금지는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반대했고,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새벽 배송을 전면 금지하는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단계적 개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불필요한 것까지 다 새벽에 배송하는 점은 시정이 필요하다”고 점진적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정작 쿠팡노조가 반대하는 상황임에도 민노총이 규제 도입을 주도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쿠팡노조는 지난 7일, 성명서에서 민노총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민노총은 쿠팡노조는 물론 다른 택배기사들이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강행 의지를 밝혔다”며 “민노총이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그들 조합 내 야간 배송기사 비율이 극히 낮기 때문에, 나머지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의미로 보일 정도”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쿠팡노조에서 새벽 배송을 진행하는 조합원 비율은 약 40% 이상에 달하며, 이들의 고용 안전을 위협하는 시도를 우리는 절대 납득할 수 없다. 일자리와 임금 보전 대책 없이 무작정 금지하려는 것은 탁상공론이자 정치적 의도가 섞인 행보일 뿐”이라고 맹폭했다.

이어 “민노총은 노동자를 위해 새벽 배송 금지가 꼭 필요한 것처럼 말하지만 쿠팡노조가 소속됐던 당시에는 한 번도 이런 주장을 한 바 없다”며 “노조가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의 새벽 배송 금지 주장은 쿠팡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했기 때문에 가능하며 (탈퇴에 대한) 보복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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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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