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은 최근까지 정보·방첩사 간부들을 잇달아 소환했다. 조사는 서울고검이 아닌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로 이들을 불러 비밀리에 진행됐다. 외환 유치 혐의 법리를 다지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 몽골·대만 등 북풍 공작의 실마리가 풀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북풍 공작 의혹과 관련해 드론작전사령부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만 밝혀냈다. 국군정보사령부가 몽골·대만 등을 방문했던 건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특검팀은 이달 중순까지 정보사와 방첩사령부 간부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밑그림 완성
군 정보당국 수장인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을 압박하기 위한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검팀이 가장 애를 먹고 있던 수사는 ‘외환 유치’다. 대북 공작 전문가가 없기에 수사 초기부터 어떻게 들여다봐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선택한 방법은 지난달부터 정보·방첩사 간부들을 한 명씩 불러 ‘공작’에 대한 기초 설명을 듣는 것이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1월 말, 정보사 요원 3명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지역을 다시 방문했다. 같은 달 정보사 영관급 2명이 한차례 이곳을 방문했다가 현지 정보기관에 체포됐었다. 이례적으로 추가 방문한 셈이다.
앞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정보사 요원들이 현지 정보기관에 의해 붙잡히자 직접 몽골을 찾았다. 문 전 사령관이 이들을 송환하는 데 실패하자 복수의 국정원 간부들이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정보사 간부들을 상대로 12·3 내란 사태 직전에 같은 지역을 반복적으로 간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북한대사관이나 공작원과 제대로 접촉하지도 못했고 수개월 전부터 계획된 거였다.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망) 체계 재구축을 위한 방문이었다. 첩보원을 만나려 했고 협조 자료 작성 등이 목적이었다”고 진술했다.
다른 정보사 간부도 “지난해 블랙 요원 유출 사건으로 휴민트망이 망가져서 복구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몽골이 아니더라도 동남아시아·중국 등 채널 복원이 시급했다. 정말 북풍 공작을 치밀하게 준비했다면 대령 이상의 베테랑이 간다. 절대 아마추어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평양 무인기 침투 문상호 지시···원도 보고받아"
정보사 요원들 수상한 몽골 방문···“공식적 임무”
특검팀의 조사를 받은 정보사 간부들은 인간정보 특기(820) 요원들이다. 특검팀은 이들의 진술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9일, 820 요원들을 지휘했던 A씨도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정보사 간부들이 특검팀에 진술한 내용에 대해 “틀린 말이 없다. 몽골 건의 경우 문상호가 공작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해서 벌어진 실수이거나 공식적인 활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내란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정보사가 정말 중요하거나 비공식 작전을 할 때는 쥐도 새도 모르게 한다. 그게 또 가능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정보사 간부들에게 평양 무인기 작전에 가담했던 과정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정보사가 지난해 여름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특검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최근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지난 3일, 원 본부장을 불러 조사한 바 있다. 그는 내란 사태 전날인 지난해 12월2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문 전 사령관과 만나 계엄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방정보본부장은 합참 정보본부장을 겸직한다. 두 기관은 군사정보를 수집하고 분석·생산하는 업무를 총괄, 정보사와 777사령부를 예하 부대로 두고 모든 작전을 보고받으면서 지휘할 수 있다.
특검팀은 원 본부장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 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드론사에 평양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관해 물었다. 원 본부장은 특검팀 조사에서도 ‘자신은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원 피의자 신분 재소환 가닥
직권남용·내란 방조 혐의 적용 가능성
특검팀은 원 본부장이 평양 무인기 작전과 정보사 요원들의 몽골 방문 등에 대해 알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다고 보고 있다. 원 본부장이 사실상 내란을 방조했거나 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심이다. 특검팀은 조만간 원 본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전 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도 이달 내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원 본부장은 내란 혐의 외에도 직권남용 혐의를 받을 수 있다. 그는 문 전 사령관과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현 제2군단 부군단장)이 갈등을 빚은 이후 박 준장에 대한 사찰을 지시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문 전 사령관과 원 본부장은 박 준장의 출·퇴근 시간 및 특이사항을 제3자를 통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는 정보사 인사 파트를 통해 전달됐다.
한 정보사 관계자는 “문 전 사령관과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이 박 준장에 대한 감시를 지시했다. 군 고위층에서는 감시보다는 ‘감찰’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통상 감찰은 출·퇴근 시간까지 감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준장이 문 전 사령관과 국방정보본부 관계자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던 고발장에도 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정보사 관계자 B씨는 지난해 6월 정보사 인사처장으로부터 “박 전 여단장이 직무 배제로 인해 강남 모처 사무실로 파견 명령이 날 것”이라고 했다. 이어 B씨에게 “(강남 모처 사무실로) 함께 출근해서 정보사령관 등에게 직접 출·퇴근 시간을 문자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박 전 여단장에게는 따로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
다시 부른다
같은 달 17일엔 정보사 상급부대인 국방정보본부 인사팀장 이모 중령도 B씨에게 연락했다. 이 중령은 오후 1시51분 “박 전 여단장 출·퇴근 여부를 (국방정보본부) 계획운영실장 (김모 대령)에게 문자로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B씨는 원 본부장에게도 박 준장의 출·퇴근 보고를 실시하라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특검팀은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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