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부부 상대 계엄 손배 계산서

그날의 충격 “보상해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여러 범죄를 저지르며 모은 돈이 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이야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관련 첫 손해배상이 인정된 이후 전국적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됐다. 심지어 예정인 건도 있다. 하지만 범죄수익 환수도 있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재산이 국고로 환수될지, 국민들에게 손해배상액으로 나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를 향한 손해배상청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에 접수된 손해배상은 그중 가장 많은 시민이 청구했다. 약 1만명이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 등에서 수사한 이후 범죄수익이 환수되면 이들이 손해배상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건희도
공동 책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시민들에게 ‘불법 계엄 위자료’를 물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배우자인 김 여사에게도 공동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시민 소송이 제기됐다. 불법 계엄의 동기가 김건희 특검을 막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김 여사도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경호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상대로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지난 18일 제기했다. 김 변호사가 모집한 소송 참여자는 지난 17일 오후 6시 기준 총 1만2000여명이다.

김 변호사는 소장에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단순한 직무상 과실을 넘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라며 “민사상 책임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김 여사에 대해서도 “이 불법행위의 핵심 동기는 ‘김건희 특검’ 저지라는 사적 목적”이라며 “(김 여사가) 내란 공범들과 소통하며 범행에 적극 가담했으므로 민법상 ‘공동 불법 행위자’로서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소송 참여자들에게 각각 3만원의 소송 대리비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페이스북 등에 올린 모집 글을 통해 “1심에서 대법원 상고심까지 모두 (대리)할 것이다. 추가금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 등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부부의 집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아파트에 가압류를 신청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이 아파트를 처분해 재산을 숨길 소지를 없애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변호사는 “내란 주범 윤석열과 공동불법행위 채무자 김건희를 상대로 제기한 12억2250만원의 위자료 청구권(피보전권리)에 기초해 김건희 소유의 아크로비스타 아파트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김 여사는) 대통령 파면과 구속, 자신을 향한 수사와 거액의 민사소송 등 중대한 사법적 위기 상황에서 장래의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유일한 주요 재산인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를 매매, 증여 등으로 처분하거나 은닉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만약 본안 소송 중에 해당 부동산이 처분된다면, 1만명이 넘는 채권자들은 승소 판결을 받더라도 실질적인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가압류 신청 이유를 밝혔다.

7월 10만원 손해배상 판결
너도나도 줄줄이 청구 제기

아울러 “채권자들은 본안 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장래의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해 피보전 권리의 존재와 보전의 필요성을 소명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는 것”이라며 “채무자의 부당한 재산 처분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고, 향후 판결이 확정됐을 때 채권자들이 신속하게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한 손해배상은 줄줄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지난 20일 시민 1030명을 대리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1인당 5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소송은 박강훈 법률사무소 강성 변호사가 대리한다.


사세행은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통령 재임 중 계엄 선포를 포함한 무수한 불법행위로 국민 개인에게 막대한 정신적 피해를 끼쳤다”며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자신의 정적을 위협하기 위해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29일과 이달 1일 2차례에 걸쳐 윤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등을 상대로 200명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원고 1인당 청구액은 30만원이다.

소송을 낸 이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율과 법무법인 휘명은 “국민이 겪은 정신적 충격과 민주주의에 대한 불안감, 사회적 혼란 등에 대한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고자 한다”며 “지속적인 참여 신청에 따라 3·4차 소송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크로비스타
가압류 신청

사람법률사무소의 이제일 변호사와 사단법인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도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1인당 20만원의 위자료 소송을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진행한 국민소송단 공개 모집을 통해 2200여명의 도민이 참여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현재까지 소송비용 입금자 수는 1400명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경남도당과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믿음은 온라인 신청자와 소송비용 입금자 대조를 통해 이달 24일까지 최종 원고를 확정할 방침이다.

법무법인 믿음은 송순호 경남도당 위원장을 원고 선정당사자로 지정해 원고 1인당 10만원을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청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미 첫 변론기일이 지정된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25단독 이미주 부장판사는 오는 10월21일 광주시민 23명이 “비상계엄으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윤 전 대통령에게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지정했다. 이들을 대리하는 광주여성변호사회가 소송을 제기한 지 8개월 만이다.

소송을 낸 시민들은 소장을 통해 “무장 군인이 국회 등에 투입된 한밤의 위헌·위법 계엄으로 충격에 휩싸이고 공포에 떨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이 시민 104명에게 1인당 1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이후 이 같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줄줄이 이어졌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당시 가집행도 가능하다고 선고하자,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를 막기 위해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하기도 했다. 법원은 지난 12일 시민 104명에 대해 1인당 10만원 공탁을 조건으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예상액
30억원

윤 전 대통령은 최근 공탁금을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탁 액수는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과 같은 1040만원이다. 해당 재판은 현재 민사항소2-2부(오연정·예지희·최복규 부장판사)에 배당된 상황이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손해배상이 모두 인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배상을 인정한 이성복 부장판사가 원고 개개인의 피해 상황을 입증하는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는데도 ‘폭넓은 기본권 침해만으로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부장판사는 해당 판단의 근거로 1970년대 긴급조치 9호 피해자와 가족 등 71명에게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했다. 원래 대법원의 태도는 ‘긴급조치가 위헌이고 무효이긴 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국가가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2년 ‘경찰, 검사, 법관 등 다수 공무원이 관여한 경우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불법행위를 따질 필요 없이 전체적으로 국민 기본권 보장 의무를 소홀히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기존 판례를 바꿨다.

국가의 위법행위로 인한 국민의 피해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처음 배상 판결을 받은 법무법인 이우스 김정호 변호사도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인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의 정신적 손해가 현실화됐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구체적·개별적으로 아주 엄격하게 해석하지 않고, 국민의 권리 구제 범위를 넓힌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앞서의 판결 취지대로 한다면, 앞으로 원고들이 구체적·개별적 입증을 하지 않아도 윤 전 대통령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배상액을 지불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접수되거나 접수 예정인 손해배상소송 배상액은 총 20억3020만원에 달한다. 법조계에서는 각종 법무법인과 변호사 단체에서 손해배상 청구인을 모집 중이라 최종 배상액은 30억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부부 재산 약 80억원
“범죄수익 환수시 어려울 듯”

하지만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김건희 특검, 내란 특검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 재산 대부분이 범죄수익으로 몰수될 가능성이 있어 모든 배상액을 지불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7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발표한 ‘7월 고위 공직자 수시 재산등록 사항’을 살펴보면 윤 전 대통령의 재산은 79억9115만원이다.

신고 재산을 살펴보면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복합건물(주택+상가) 19억4800만원, 예금 57억4224만원, 토지 3억90만원 등이다. 특히 아크로비스타 가격이 15억6900만원에서 3억7900만원가량 올랐다. 80억원에 육박하는 재산 가운데 윤 전 대통령 본인 예금(6억9369만원)을 뺀 나머지는 배우자 김 여사 명의다.

우선 특검팀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통해 수익 8억1144만원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이는 범죄수익으로 몰수될 가능성이 높다.

또 대통령 관저 공사 등 뇌물 의혹과 관련해서도 현대건설이 윤석열정부로부터 800억원대의 공사를 수주한 대가로 관저 리모델링을 무상 또는 저가로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부당하게 얻은 이익도 범죄수익으로 몰수될 가능성이 높다.

이 외의 여러 의혹에서도 형사 처벌 대상 범죄로 인정되고 범죄수익이 특정되면 추가적으로 범죄수익이 몰수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범죄수익환수부 소속 한 검사는 “현재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수사 중인 상황이라 범죄수익 환수가 어렵다”며 “하지만 재판 과정까지만 넘어간다면 이들의 재산 중 범죄수익으로 분류되는 것들은 모두 환수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환수 목적
상설 기구도

민주당도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범죄수익 환수를 충분히 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취임 이후 “범죄수익을 충분히 환수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할 경우 범죄수익 환수를 목적으로 하는 상설기구를 두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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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