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 2라운드 관전 포인트

반환점 돌고 남은 과제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강대한 여당의 힘과 여론의 지지가 모여 출범한 3대 특검이 수사 반환점을 넘었다. 내란 특검과 채 상병 특검은 1차 수사 기한을 마무리했고 김건희 특검은 총 수사 기간의 50%가량을 사용했다. 여러 진술을 확보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모든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특검 수사를 인정하는 것만 남았다.

3대 특검이 출범한 지 2달여가 지났다. 그중 내란 특검과 채 상병 특검은 1차 수사 기간이 마무리됐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하고 있는 의혹이 많은 만큼 아직 80여일의 수사 기간이 남은 상황이다. 각 특검 모두 내로라할 성과를 거둔 만큼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재정비
재출격

지난 6월 이재명정부 출범 후 닻을 올린 3대 특검은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와 주변에 있던 권력을 향해 수사의 강도를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3대 특검은 출범 초기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 기한을 늘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하고 VIP 격노설의 진상을 확인하는 등 계속해서 성과를 보여왔다.

이 같은 성과를 올리는 동안 내란 특검의 1차 수사 기간은 약 1주일가량 남았고, 채 상병 특검은 1차 수사 기간을 마치고 2차 수사에 돌입했다. 김건희 특검은 절반가량을 남기면서 반환점을 돌았다.

3대 특검은 국회에 특검법 개정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형 감면 규정 신설·인력 증원·기간 연장 등 각 특검별로 향후 수사에 필요한 사항들을 정리해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6일, 특검 측 의견을 종합해 3대 특검법 개정안 당론 발의까지 마쳤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는 지난달 23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서면으로 특검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해당 의견서에는 범행 자수·신고 시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특검은 내란·외환 관련 범죄 성격상 내부자의 진술이 진상규명에 필수적인 점을 고려해 국가보안법상 자수 시 형의 필요적 감면이나 공소 보류 제도 도입 등을 요청했다.

국가보안법,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등에는 자수한 사람에게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조문이 있는데 이를 준용한 규정을 신설해달라는 취지다.

박지영 특별검사보(특검보)는 지난달 22일, 언론 브리핑에서 “내부자의 진술이 중요한데 본인이 처벌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내부자의) 적극 협조가 필요하므로 관련 규정을 신설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내란 특검은 수사 대상과 관련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사건’에 대한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공범들 간 재판 결과의 통일성을 위해 군사법원 재판에 대해서 특검 지휘가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요청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은 ‘인력 증원’을 핵심 요구 사항으로 전달했다. 기존 수사 대상이 16개에 달하는 데다 ‘집사 게이트’ 사건 등이 추가돼 수사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향후 특검이 기소한 재판이 시작하면 공소유지 인력도 빠지게 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출범 두 달 중간 점검해보니…
수사 절반 소요…굵직한 성과


구체적으로 특검보 1~2명, 파견 검사 20명, 파견 공무원 40명 증원을 요청했다. 현재 김건희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4명, 파견 검사 40명, 파견 공무원 80명으로 이뤄져 있다.

특검은 수사 대상 추가와 관련해서도 별도 의견을 전달하지 않았으나 ‘집사 게이트’ 사건 등 일부 의혹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특검법 개정안에 ‘집사 게이트’ 의혹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힌 이명현 채 상병 특검은 최장 수사 기간도 연장하길 희망한다고 공개 표명했다.

채 상병 특검법상 1차 수사 기간은 60일이며 1차로 30일, 2차로 30일 연장할 수 있어 최장 120일 수사가 가능한 반면, 내란·김건희 특검은 최장 150일 수사할 수 있다. 특검은 수사외압 의혹·구명로비 의혹·호주대사 임명 의혹 등을 전방위로 살피고 있으나 핵심 피의자인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장·차관 소환 등이 남아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수사를 진행하는 3개 특검 중 우리 특검만 최장 수사 기간이 30일 짧게 규정된 문제가 있다”며 “가능하면 다른 특검과 마찬가지로 최장 150일 정도 수사를 진행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 특검보는 “조사할 대상이 많고 압수물 분석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파견 공무원 10명가량 증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3대 특검은 필요 시 공문을 통해 국회 측에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채 상병 특검은 수사 기간을 한 달 연장해 오는 29일까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 상병 특검은 수사 개시 당일이었던 지난 7월2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소환했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동시에 수사외압·구명 로비 의혹 등의 중심에 서 있다.

상징적 인물인 임 전 사단장을 1호로 소환한 채 상병 특검은 이후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2023년 7월31일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낸 뒤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채 상병 사망
VIP 격노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당시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화내는 걸 봤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고,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임기훈 전 국방비서관도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낸 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 참석자 7명 가운데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인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탄력을 받은 채 상병 특검은 ‘VIP 격노설’을 박 대령에게 전달한 적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대해 모해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도망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며 특검팀의 첫 신병 확보 시도가 실패했다.


이후 채 상병 특검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을 수차례 소환 조사하며 ‘수사외압 의혹’의 경로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수사외압 의혹과 더불어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이 전 장관 호주대사 도피 의혹도 진척을 보였다. 채 상병 특검팀은 구명 로비의 경로를 ‘멋쟁해병’ 단체대화방의 해병대 출신 인사들과 개신교계 인사 등 두 갈래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대사 도피 의혹과 관련해선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 주요 관계자들과 법무부·외교부 청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채 상병 특검은 이 전 장관의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급조됐다는 의혹을 받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개최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외교부 실무자들도 불러 조사했다.

또 박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한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채 상병 특검팀은 각종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 부부도 머지않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채 상병 특검팀의 수사 기한은 최장 10월 말까지인 만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다만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다른 특검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의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실체 드러낸
집사 게이트

내란 특검은 지난 6월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기소하면서 가장 먼저 수사를 개시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곧바로 ‘정점’을 노린 특검은 그를 두 차례 조사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했다.

하지만 구속 후 윤 전 대통령이 내란 특검 조사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내란 특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윤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뒤 국무위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김 전 장관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특검의 눈에 들어온 수사 대상자는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이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이후 이 전 장관을 통해 이뤄졌다는 특정 언론사 등에 대한 단전·단수 사건 수사를 위해 행안부 및 소방청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며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이후 이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은 추가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 기소하는 데 성공했다. 특검은 그가 윤 전 대통령의 단전·단수 지시를 소방청에 하달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의 국헌 문란 목적 폭동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지난 7월 조사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두 차례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곧바로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에 이어 수사 대상자로 꼽히는 국무위원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30분께 법무부 간부 회의를 열고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킬 것을 지시하고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을 요청한 의혹 등을 받는다.

내란 특검은 박 전 장관이 법무부 수장으로서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적극적으로 막으려 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내란 특검은 지난달 25일 박 전 장관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또 내란 특검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이 윤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계엄 계획을 인지했던 시점, 의원총회 장소가 여러 차례 변경되고 계엄 해제 표결이 늦어진 이유 등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해 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려고 했다는 의혹 등 외환 사건 수사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검팀은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을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했으며, 김명수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 등 군 관계자들을 연달아 불러 조사했다.

주변 인물 파헤치기 성공
윤·김 부부는 응하지 않아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를 여섯 차례 소환한 끝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연계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 기소 시 법원에 추징 보전을 청구하며 범죄수익 약 10억3000만원 상당을 명시했다.

이는 김건희 특검이 출범 이후 김 여사를 포함해 소환 조사를 80회 이상 진행하며 관계자들과 김 여사 간의 ‘공범 관계’를 입증해 낸 덕이다. 주가조작에서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의 공모 관계가 인정돼 약 8억1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이와 함께 공천 개입에선 윤 전 대통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와의 청탁 의혹은 공모 관계가 인정됐다. 이에 김 여사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통일교 측으로부터 총 2억7000만원 상당 여론조사, 8000만원 상당 금품 등을 수수한 당사자가 됐다.

그간 특검팀은 주가조작에 연루된 계좌 관리인이자,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이 전 대표, 금품 등 전달자로 지목된 전씨, 금품 제공자로 알려진 통일교 관계자들의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고, 김 여사에 앞서 이들을 재판에 넘기며 혐의를 다져왔다.

통일교 관련 의혹은 한학자 총재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등 거물급 인사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특검 주변의 시각이다. 한 총재는 구속 기소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통해 교단 현안을 청탁하고자 권 의원과 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김건희 특검의 수사가 본격적인 전환점을 맡게 된 것은 김 여사의 구속 당일, ‘집사 게이트’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나면서부터다. 특검팀은 귀국한 김씨를 공항에서 체포한 뒤 구속 수사하며 그가 김 여사를 내세워 184억원을 부적절하게 투자받았다는 의혹의 실체에 다가갔다.

이런 가운데, 김건희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달리 삼부토건 주가조작과 김 여사와의 명확한 연결고리를 입증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삼부토건의 이일준 회장·이응근 전 대표를 재판에 넘겼으나, ‘그림자 실세’ 이기훈 부회장이 도주하며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국민적 관심
역시 김건희

3대 특검이 반환점을 돌았지만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서는 신병을 확보한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심지어 신병 구속도 주변 인물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진행할 수 있었다. 정치권 및 법조계에서는 이제는 3대 특검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서 자발적인 진술을 얻을 증거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4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