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 2라운드 관전 포인트

반환점 돌고 남은 과제는?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강대한 여당의 힘과 여론의 지지가 모여 출범한 3대 특검이 수사 반환점을 넘었다. 내란 특검과 채 상병 특검은 1차 수사 기한을 마무리했고 김건희 특검은 총 수사 기간의 50%가량을 사용했다. 여러 진술을 확보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모든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특검 수사를 인정하는 것만 남았다.

3대 특검이 출범한 지 2달여가 지났다. 그중 내란 특검과 채 상병 특검은 1차 수사 기간이 마무리됐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하고 있는 의혹이 많은 만큼 아직 80여일의 수사 기간이 남은 상황이다. 각 특검 모두 내로라할 성과를 거둔 만큼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재정비
재출격

지난 6월 이재명정부 출범 후 닻을 올린 3대 특검은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와 주변에 있던 권력을 향해 수사의 강도를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3대 특검은 출범 초기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 기한을 늘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하고 VIP 격노설의 진상을 확인하는 등 계속해서 성과를 보여왔다.

이 같은 성과를 올리는 동안 내란 특검의 1차 수사 기간은 약 1주일가량 남았고, 채 상병 특검은 1차 수사 기간을 마치고 2차 수사에 돌입했다. 김건희 특검은 절반가량을 남기면서 반환점을 돌았다.

3대 특검은 국회에 특검법 개정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형 감면 규정 신설·인력 증원·기간 연장 등 각 특검별로 향후 수사에 필요한 사항들을 정리해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6일, 특검 측 의견을 종합해 3대 특검법 개정안 당론 발의까지 마쳤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는 지난달 23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서면으로 특검법 개정 의견을 제출했다.

해당 의견서에는 범행 자수·신고 시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특검은 내란·외환 관련 범죄 성격상 내부자의 진술이 진상규명에 필수적인 점을 고려해 국가보안법상 자수 시 형의 필요적 감면이나 공소 보류 제도 도입 등을 요청했다.

국가보안법,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등에는 자수한 사람에게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조문이 있는데 이를 준용한 규정을 신설해달라는 취지다.

박지영 특별검사보(특검보)는 지난달 22일, 언론 브리핑에서 “내부자의 진술이 중요한데 본인이 처벌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상규명을 위해 (내부자의) 적극 협조가 필요하므로 관련 규정을 신설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내란 특검은 수사 대상과 관련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사건’에 대한 정의 규정을 신설하고, 공범들 간 재판 결과의 통일성을 위해 군사법원 재판에 대해서 특검 지휘가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요청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은 ‘인력 증원’을 핵심 요구 사항으로 전달했다. 기존 수사 대상이 16개에 달하는 데다 ‘집사 게이트’ 사건 등이 추가돼 수사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향후 특검이 기소한 재판이 시작하면 공소유지 인력도 빠지게 되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출범 두 달 중간 점검해보니…
수사 절반 소요…굵직한 성과


구체적으로 특검보 1~2명, 파견 검사 20명, 파견 공무원 40명 증원을 요청했다. 현재 김건희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4명, 파견 검사 40명, 파견 공무원 80명으로 이뤄져 있다.

특검은 수사 대상 추가와 관련해서도 별도 의견을 전달하지 않았으나 ‘집사 게이트’ 사건 등 일부 의혹은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당론 발의한 특검법 개정안에 ‘집사 게이트’ 의혹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할 방침이라고 밝힌 이명현 채 상병 특검은 최장 수사 기간도 연장하길 희망한다고 공개 표명했다.

채 상병 특검법상 1차 수사 기간은 60일이며 1차로 30일, 2차로 30일 연장할 수 있어 최장 120일 수사가 가능한 반면, 내란·김건희 특검은 최장 150일 수사할 수 있다. 특검은 수사외압 의혹·구명로비 의혹·호주대사 임명 의혹 등을 전방위로 살피고 있으나 핵심 피의자인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장·차관 소환 등이 남아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수사를 진행하는 3개 특검 중 우리 특검만 최장 수사 기간이 30일 짧게 규정된 문제가 있다”며 “가능하면 다른 특검과 마찬가지로 최장 150일 정도 수사를 진행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 특검보는 “조사할 대상이 많고 압수물 분석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파견 공무원 10명가량 증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3대 특검은 필요 시 공문을 통해 국회 측에 의견을 전달할 방침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채 상병 특검은 수사 기간을 한 달 연장해 오는 29일까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채 상병 특검은 수사 개시 당일이었던 지난 7월2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소환했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동시에 수사외압·구명 로비 의혹 등의 중심에 서 있다.

상징적 인물인 임 전 사단장을 1호로 소환한 채 상병 특검은 이후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2023년 7월31일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크게 화를 낸 뒤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채 상병 사망
VIP 격노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은 당시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화내는 걸 봤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고,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임기훈 전 국방비서관도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낸 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의 참석자 7명 가운데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한 인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탄력을 받은 채 상병 특검은 ‘VIP 격노설’을 박 대령에게 전달한 적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대해 모해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도망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며 특검팀의 첫 신병 확보 시도가 실패했다.


이후 채 상병 특검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을 수차례 소환 조사하며 ‘수사외압 의혹’의 경로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수사외압 의혹과 더불어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과 이 전 장관 호주대사 도피 의혹도 진척을 보였다. 채 상병 특검팀은 구명 로비의 경로를 ‘멋쟁해병’ 단체대화방의 해병대 출신 인사들과 개신교계 인사 등 두 갈래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대사 도피 의혹과 관련해선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 주요 관계자들과 법무부·외교부 청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채 상병 특검은 이 전 장관의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급조됐다는 의혹을 받는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개최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외교부 실무자들도 불러 조사했다.

또 박 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한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채 상병 특검팀은 각종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 부부도 머지않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채 상병 특검팀의 수사 기한은 최장 10월 말까지인 만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다만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다른 특검팀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사의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실체 드러낸
집사 게이트

내란 특검은 지난 6월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기소하면서 가장 먼저 수사를 개시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곧바로 ‘정점’을 노린 특검은 그를 두 차례 조사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해 신병을 확보했다.

하지만 구속 후 윤 전 대통령이 내란 특검 조사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추가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내란 특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윤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뒤 국무위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김 전 장관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특검의 눈에 들어온 수사 대상자는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이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이후 이 전 장관을 통해 이뤄졌다는 특정 언론사 등에 대한 단전·단수 사건 수사를 위해 행안부 및 소방청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하며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이후 이 전 장관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은 추가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 기소하는 데 성공했다. 특검은 그가 윤 전 대통령의 단전·단수 지시를 소방청에 하달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의 국헌 문란 목적 폭동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지난 7월 조사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두 차례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곧바로 불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에 이어 수사 대상자로 꼽히는 국무위원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30분께 법무부 간부 회의를 열고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킬 것을 지시하고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을 요청한 의혹 등을 받는다.

내란 특검은 박 전 장관이 법무부 수장으로서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적극적으로 막으려 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내란 특검은 지난달 25일 박 전 장관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또 내란 특검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이 윤 전 대통령과 측근들의 요청을 받고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 다른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계엄 계획을 인지했던 시점, 의원총회 장소가 여러 차례 변경되고 계엄 해제 표결이 늦어진 이유 등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평양에 무인기를 투입해 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려고 했다는 의혹 등 외환 사건 수사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검팀은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을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했으며, 김명수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 등 군 관계자들을 연달아 불러 조사했다.

주변 인물 파헤치기 성공
윤·김 부부는 응하지 않아

김건희 특검은 김 여사를 여섯 차례 소환한 끝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연계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 기소 시 법원에 추징 보전을 청구하며 범죄수익 약 10억3000만원 상당을 명시했다.

이는 김건희 특검이 출범 이후 김 여사를 포함해 소환 조사를 80회 이상 진행하며 관계자들과 김 여사 간의 ‘공범 관계’를 입증해 낸 덕이다. 주가조작에서 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의 공모 관계가 인정돼 약 8억1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이와 함께 공천 개입에선 윤 전 대통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와의 청탁 의혹은 공모 관계가 인정됐다. 이에 김 여사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통일교 측으로부터 총 2억7000만원 상당 여론조사, 8000만원 상당 금품 등을 수수한 당사자가 됐다.

그간 특검팀은 주가조작에 연루된 계좌 관리인이자,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지목된 이 전 대표, 금품 등 전달자로 지목된 전씨, 금품 제공자로 알려진 통일교 관계자들의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고, 김 여사에 앞서 이들을 재판에 넘기며 혐의를 다져왔다.

통일교 관련 의혹은 한학자 총재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등 거물급 인사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특검 주변의 시각이다. 한 총재는 구속 기소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통해 교단 현안을 청탁하고자 권 의원과 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김건희 특검의 수사가 본격적인 전환점을 맡게 된 것은 김 여사의 구속 당일, ‘집사 게이트’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나면서부터다. 특검팀은 귀국한 김씨를 공항에서 체포한 뒤 구속 수사하며 그가 김 여사를 내세워 184억원을 부적절하게 투자받았다는 의혹의 실체에 다가갔다.

이런 가운데, 김건희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달리 삼부토건 주가조작과 김 여사와의 명확한 연결고리를 입증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삼부토건의 이일준 회장·이응근 전 대표를 재판에 넘겼으나, ‘그림자 실세’ 이기훈 부회장이 도주하며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국민적 관심
역시 김건희

3대 특검이 반환점을 돌았지만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해서는 신병을 확보한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심지어 신병 구속도 주변 인물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진행할 수 있었다. 정치권 및 법조계에서는 이제는 3대 특검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서 자발적인 진술을 얻을 증거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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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