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이재명-민주당 투트랙 전략

거침없이 달리는 쌍두마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주권정부가 순항하고 있다. ‘친명 일색’ 꼬리표를 단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이 합심해 한 몸으로 움직일 것이란 우려와 달리 당은 당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움직인다. 민생회복을 앞세운 이 대통령의 앞은 적군 투성이지만 민주당이 비판의 화살을 온몸으로 막아내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

6·10 대선이 끝난 뒤 어수선한 시기를 지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재정비를 마쳤다.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한 데 이어 당 대표를 뽑기 위한 8월 전당대회 준비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전투력
최대치

지난 13일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제22대 국회 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김 의원은 26년간 국가정보원에 근무한 정보통으로 서울 동작구에서 3선을 지낸 인물이다. 선거를 앞두고 아들 국정원 청탁 의혹 등의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재명의 최종병기’를 내세워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정견발표에서 “아름다운 경쟁을 함께해주신 서영교 후보님께 수고하셨다는 말씀드린다”며 함께 겨뤘던 서 의원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번에 선출되는 원내대표는 개혁 동력이 가장 강한 1년 안에 내란 세력을 척결하고 검찰, 사법, 언론 등 산적한 개혁 과제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당선 즉시 반헌법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실의 마지막 조각까지 찾아내겠다. 내란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두 번 다시 사회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권 극 초기지만 여야는 벌써 각종 안건을 두고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회복에 집중한 반면 민주당은 내란 종식과 더불어 그동안 산적한 과제를 막힘 없이 수행하며 손발을 맞춰가고 있다.

우선 민주당은 전 정부를 겨냥한 특검을 벼르고 있다. 내란 특검·김건희 특검·채상병 특검 등 3대 특검을 앞세워 윤석열 부부와 국민의힘까지 압박하고 있다. 최근 김건희씨가 서울 아산병원에 입원한 것을 두고는 “특검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각 특검 사무실과 특검보가 속속들이 정해지면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검보들은 외부 압력에 흔들림 없이 객관적 사실과 법리에 근거해 수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사법부를 향해서도 날을 겨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전 부원장이 대장동 사건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자 “검찰의 조작 수사”라며 대법원을 향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지난 18일 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10월13일 자 김 전 부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조서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피의자로 표기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제거하려는 의도적 공작을 벌여왔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영학의 진술이 검찰의 압박과 회유 등에 의한 것이었음이 확인됐고 김만배와 최윤길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대장동 프레임’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통령을 잡기 위해 허위와 왜곡에 기반했다는 내용이 법원 판결로 입증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제자리인 야, 치고 나가는 여
손발 착착, 이유 있던 ‘친명’ 공천?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오던 검찰개혁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은 검찰청을 폐지한 뒤 법무부 산하에 공소청,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수청을 신설하고 국가수사위원회를 국무총리 직속으로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검찰개혁 4법을 앞세워 “검찰개혁이 아니라 해체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권력을 위한 맞춤형 사법 구조를 짜겠다는, 입법이라는 옷을 입은 사법 쿠데타”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여당인 민주당을 향해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며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맡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길 것을 요구하며 “민주당이 주요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것은 지속적인 의회 독재”라고 비판했다.

과반이 넘는 의석에 법사위원장 자리 까지 민주당의 몫인 만큼 입법 브레이크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국민의힘에 이를 넘기라는 요구다.

국민의힘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상호 견제를 위해 법사위만은 야당인 국민의힘이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만일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넘긴다면 국민의힘이 맡은 ▲외교통일위 ▲국방위 ▲정보위 등 3개 위원장 자리를 넘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상임위는 2년 단위 협상이기 때문에 1년 지난 현 시점에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여야 갈등만 불거지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민생법안은 뒷순위로 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 파열음이 계속되는 사이 이 대통령은 ‘제1 야당 대표’ 꼬리표를 떼기 위해 일단 민주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동안 보수 진영의 공격 대상이었던 ‘일극 체제’ ‘표퓰리즘’ 등의 프레임을 깨고 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굳히겠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이후 국내외 일각에서 제기된 ‘친중 정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취임 후 이 대통령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시작으로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순으로 통화했다. 동맹국인 미국과 첫 번째 통화를 한 뒤 중국이 아닌 일본과 소통했다. 아울러 지난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서 이시바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일 공조와 ‘셔틀외교’ 재개 의지도 재확인했다.

이는 이 대통령이 당선 전부터 강조해온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외교’의 시작이자 한미일 동맹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자세를
낮추다

이번 회의에는 G7 회원국인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캐나다·호주·브라질·인도·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우크라이나 등 정상을 비롯한 이 대통령이 초청받았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공식 일정이 끝난 뒤 캘거리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의 정상외교는 완전히 복원됐다. G7 플러스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분명히 한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재명정부는 정상외교를 더 높은 단계로 강화하는 동시에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적극 실천해나가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기본소득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전 국민 25만원 민생 지원금은 화두에 오를 때마다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민생 지원금은 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는 빠르게 실행에 옮겼지만, 과거와 달리 분배 방식을 놓고 신중을 가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18일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보편 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취약계층에게 추가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월부터 경기를 최소한으로 방어하기 위한 추경 규모로 35조원을 제시했는데, 이는 당초 예상했던 1·2차 추경을 합한 것으로 비슷한 규모라는 설명이다.

현재 정부여당은 일반 국민에게 25만원을 지급하되 기초생활수급자는 50만원, 차상위계층 및 한부모가족은 40만원, 소득 상위 10%는 1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25만원을 지급하자는 과거와 달리 기초생활 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다.

‘이재명 방탄 법안’으로 불리던 법안들도 올스탑이다. 민주당은 대법관을 증원하거나 형사소송법·공직선거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지 않으면서 입법 속도 조절에 나섰다.

민주당의 숨 고르기에는 예정됐던 이 대통령의 재판이 무기한 연기된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의 의중이 섞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입법 독주 비판을 우려해 “나의 신상과 관련된 법안은 무리해서 처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2023년 이 대통령이 당 대표였을 당시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번복하면서 불거진 진정성 논란과 ‘방탄 정당’ 논란 등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정권
반사이익?

이 대통령이 민주당과 거리는 두는 것은 여야 정쟁에서 발을 떼고 나랏일에 전념하는 모습을 부각하기 위함으로 비친다. 탄핵으로 치러진 선거인 만큼 전 정권과의 대비가 뚜렷해 지지자 사이에서는 ‘효능감 두 배 이벤트’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신임 대통령의 행보가 하나하나 전해질 때마다 사람들이 때로는 신기해하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바로 ‘정치 효능감’”이라며 “대통령이 자기의 일을 하니까 세상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국민이 느낀다. 오죽했으면 출근하지 않는 대통령을 보다가 이제는 퇴근하지 않는 대통령을 본다는 말이 나올까”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이 대통령이 어떤 정치를 해 나갈 것인지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 앞으로 벌어질 갖가지 특검으로 인해 야당과 심하게 부딪힐 수도 있다”면서도 “지난 1주일 동안 느꼈던 정치적 효능감과 안정감, 믿음, 이 모든 게 우리 대한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었다는 잊었던 자존감이 되살아난다”고 덧붙였다.

여당이 공격, 정부가 수비를 맡으면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당정 일체에 합심해 야당과 대립했던 지난 정부와 달리 당정이 분리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의힘의 결집력이 약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지금 국민의힘이 야당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 것 같냐”며 “이 대통령이 말 한마디, 민주당이 법안 하나 낼 때만 우르르 몰려가서 소리치고 남은 시간에는 당권을 놓고 입씨름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당정 분리 전략은 국민의힘의 결속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지난 총선과 조기 대선 모두 ‘현 정부 심판론’이란 공통된 목적이 있었기에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승기를 쥘 수 있었다. 탄핵 정국 이후 자중지란 하고 있지만 정부가 압박을 넣을 경우 국민의힘이 ‘야당 탄압’ 프레임을 들고 나와 항의할 여지가 남아있다.

이 대통령 본인이 거듭 강조한 “보복 정치는 없다”는 발언을 의식했단 해석도 나온다.

악셀 밟는 순간 ‘야 탄압’ 프레임
사분오열이지만…똘똘 뭉쳐 덤빌라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누구를 괴롭힐 때 별로 행복하지 않다. 정치로 인해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해 할 때 진짜 행복했다. 성남시장 때가 재미있었고 행복했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정치보복을 하면 안 되는 게 명확한데 실제로 그 점에 대해 의심이 많다. 아무리 약속해도 이해하지 않더라”고 밝혔다.

또 다른 유튜브 방송에서는 “누군가가 통합과 정치보복 없는 합리적 국정을 얘기하니 ‘그러면 다 봐주는 것 아니냐’라고 하던데 그건 아니다”라며 “할 것은 하되 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발언이 부메랑이 되어 이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3대 특검법을 발의하며 내란 종식을 앞세웠지만 국민의힘은 “보복성이 짙은 특검” “야당 탄압을 목적으로 한 특검” 등의 비판을 쏟아내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특검이라는 것은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어제(12일) 지명된 분들은 민주당 성향, 친여 성향이 강한 인사로 기억한다”며 “특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놔도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함인경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대선후보 시절 ‘정치보복은 없다’고 선언했던 이 대통령이 가장 거대한 정치 사정으로 돌아왔다”며 “국민의 기대였던 ‘민생 최우선’은 사라지고 대대적 정치보복 수사로 첫 국정의 방향타가 꺾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을 향해 “정치보복이 아닌 국민 통합의 길을 가겠다는 약속이 진심이었다면, 지금이라도 이런 의도된 특검을 멈추고 민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당정 관계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인사든 정책이든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당정 관계도 수평적으로, 일상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의 의견을 존중하고 가능하면 당의 자원을 최대한 국정에 함께 쓸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기조가 잘 유지되고 있다는 평이다. 다만 현재는 정권 극 초기인 만큼 역할 배분이 뚜렷하지만, 앞으로의 관계는 곧 치러질 전당대회 성격에 달려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직은
순풍인데…

청와대 출신의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관건은 이 대통령이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의 탄생을 지켜볼지 여부”라며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후계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자신에게 위협이 될 인물이 아닌, 정권이 바뀌어도 자신을 보호해줄 것 같은 인물을 눈여겨보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필요에 따라 손을 잡았다가도 한발 멀어지는 게 당정 관계”라며 “지난 총선서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석을 차지했지만 신흥 세력이 탄생한다면 장담할 수 없다. 이재명 키즈를 자처하는 인물이 나올지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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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