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이제는 아래를 겨냥하고 있다. 3대 특검 이야기다. 특검이 수사 중인 각종 의혹의 우두머리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석방된 지 124일 만에 재구속됐다. 특검은 가장 윗선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이제 아래로 훑고 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부터 국무위원, 대통령실 관계자, 심지어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들쑤시는 중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4개월 만에 재구속됐다. 내란 특검이 출범한 지 22일 만의 성과다. 재구속 이유로 적법한 절차를 거친 계엄 선포인 것처럼 사후에 허위 계엄 선포문을 만드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로 인해 윤 전 대통령의 수족이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대표적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인 윤상현 의원 등에 대한 처분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재구속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오전 2시7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경호법 위반,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내란 특검팀이 청구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오후 2시22분부터 6시간40분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날 심사에서 내란 특검팀과 윤 전 대통령 측은 증거인멸 우려, 참고인 진술 회유 여부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지만 법원은 내란 특검팀 손을 들어줬다.
내란 특검팀에선 박억수 특검보와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 검사 7명,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 등이 178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로 윤 전 대통령의 혐의 내용을 재판부에 설명했다. 특검팀은 300여쪽의 추가 의견서도 제출했는데,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을 막고 멱살을 잡은 모습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2분 국무회의’ 상황이 담긴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한 자료도 포함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단 ‘좌장’이자 검찰 ‘강력·특수통’ 출신인 김홍일 변호사를 필두로 배보윤, 송진호, 채명성, 최지우, 김계리, 유정화 변호사 등 7명이 나왔다. 167쪽 분량의 PPT 자료를 준비했고 68쪽짜리 의견서도 재판부에 별도로 냈다. 윤 전 대통령도 심사 말미에 약 20분간 최후진술을 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 내란과 별개
한덕수·이상민·박성재 등 소환 조사 예정
윤 전 대통령 측은 영장에 적시된 범죄 사실이 재구속 제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내란 혐의와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혐의를 별개 행위로 해석했다.
윤 대통령 측은 증거인멸 가능성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은 직에서 물러나 아무런 힘도 없다”며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전가하려 거짓말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증거를 인멸하고 진술을 번복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내란 특검팀은 최대 20일간 구속 상태로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내란 관련 혐의는 검찰·경찰 단계서부터 어느 정도 다져왔던 만큼 구속기간 동안 남은 수사는 외환 혐의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 관계자, 국민의힘 내부 친윤 세력에 관한 수사도 빨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한 전 총리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특검에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당시 사후계엄선포문의 공범으로 적시하기도 했다.
강 전 실장이 계엄의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관계 국무위원과 국무총리의 부서를 거쳐 계엄이 선포된 것처럼 허위 문건을 작성했고 여기에 한 전 총리와 김 전 장관, 윤 전 대통령이 각각 서명했다는 게 특검 수사 결과다.
한 전 총리는 김 전 장관이 긴급 체포되는 등 내란 수사가 본격화하자 지난해 12월8일 강 전 실장에게 전화해 “사후에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으니 내가 서명한 것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윤 전 대통령과 강 전 실장뿐 아니라 한 전 총리에게도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 손상 범행의 공모 혐의가 성립한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그간 한 전 총리는 자신과 국무위원들은 계엄 선포에 반대했고, 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 실체적·절차적 흠결이 있었다고 본다는 입장을 국회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정 등에서 밝힌 바 있다. 국무회의 문서에 부서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체포 저지한 경호처 인사들도 겨냥
김건희 특검에선 국힘 의원들 타깃
하지만 계엄 직후에는 절차적 흠결을 은폐하려는 시도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조만간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시 소방청에 <한겨레> <경향신문> MBC 등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그는 지난 2월11일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전기나 물을 끊으려 한 적이 없고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다만 대통령실에서 단전, 단수 등 내용이 적힌 종이쪽지를 멀리서 얼핏 보긴 했다고 했다.

내란 특검팀은 폐쇄회로 영상 등을 토대로 이 전 장관이 사실대로 증언했는지, 위증한 것은 아닌지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은 계엄 해제 당일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회동한 것과 관련해 2차 계엄 내지 계엄 수습 방안을 모의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국회에서 “해가 가기 전에 한번 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는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내란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관련 범행에 가담한 게 아닌지 등을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내란 특검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의 공범으로 보는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성훈 전 경호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등의 형사 처분도 머지않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내란 특검팀이 국무위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 김건희 특검은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윤 의원 외에도 김영선 전 의원 자택과 김상민 전 부장검사 자택 등에도 수사 인력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일망타진
또 김건희 특검은 앞서 지난 2일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조치하기도 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관련 의혹 16개를 조사하고 있는데, 원 전 장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도 출국금지됐다.
게다가 채상병 특검팀도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3개 특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수족이라 불리는 인물들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수사는 우두머리인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하면서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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