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후보의 발언 하나하나가 국민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지난 27일 밤, 전 국민이 지켜보는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충격적인 발언이 나왔다. 그 발언의 주인공은 과거 사업가로부터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였다.
평소 ‘안티 페미니즘’을 자처해 온 이 후보는 전 국민이 지켜보는 TV 토론에서 여성의 신체를 성적·폭력적으로 묘사한 표현을 여과 없이 언급한 탓에 사회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날 토론 중, 이 후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 아들의 인터넷 글을 인용하며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람이 여성의 성기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하면 여성혐오인가?” 이 발언은 이재명 후보 아들의 과거 온라인 댓글을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당 발언의 정확한 출처와 맥락은 불분명하다.
이 발언은 정치 토론의 수준을 넘어선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했고, 다수의 시민단체와 여성계에서는 대선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문제는 그 인용 내용이었다.
여성의 신체에 대해 극도로 폭력적이고 성적인 표현을 필터링 없이 그대로 옮긴 것이다. 발언이 나온 직후, 권 후보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거부했고, 이어진 질문에 “우리 당은 성적 학대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TV 토론이라는 공공의 장에서 여성 혐오적 표현을 그대로 인용한 이준석 후보의 행태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사실관계’나 ‘인용’이라는 명분으로도 이 발언의 부적절성을 감출 수 없었다는 게 대다수의 반응이다.
권 후보는 “도저히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폭력적 발언”이라며 “이준석 후보는 해당 표현을 인용하는 것 자체가 여성혐오”라고 단언했다.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끔찍한 TV 폭력”이라고 규정하며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역시 “국민에게 상처만 남긴 언어폭력”이라며 이 후보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시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마이크를 쥘 자격조차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TV 토론을 시청한 시민들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딸과 함께 TV 보다가 민망했다” “정치인은 물론, 성인으로서의 자질조차 의심된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토론을 기다려 온 유권자들에게 충격과 불쾌감을 안긴 이번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나 웃음거리로 치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준석 후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페미니즘과 성평등 이슈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고수해 왔다. 2018년 ‘이수역 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의 안티테제’를 자임했고, 도서 <82년생 김지영>에 대해서는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평했다.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인식조차 “현실성이 없다”라고 일축해 왔다.
이 같은 일관된 태도는 보수 진영 내에서도 극단적인 시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TV 토론 발언은 그런 사고방식이 극단적 언어로 현실화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이 후보는 논란이 커지자 “인터넷에서 본 발언을 소개하며 기준을 묻기 위한 것이었고, 모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하면서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반응은 냉담하며 많은 이들은 그의 해명이 진정성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그렇다. 이 후보의 여성혐오 발언은 단순한 논란이 아니라, 정치인의 언어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사례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혐오와 폭력을 ‘질문’이라는 포장으로 전달하는 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유권자들은 단지 후보의 공약이 아니라, 언어와 태도 속에서 그 사람의 철학과 윤리를 판단한다.
과연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정치인이, 국민의 귀를 오염시키는 말을 할 수 있는가? 이준석 후보에게 쏟아진 사퇴 요구는 단지 여성만의 분노가 아니다. 인간 존엄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요구하는 사회적 경고이며 단순한 실언을 넘어서, 정치인의 발언 책임성과 공적 언어의 품위에 대해 국민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논란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후보의 정책뿐 아니라 인식과 태도까지도 국민의 평가 대상이 되는 만큼, 여성혐오 발언으로 국민의 귀를 더럽히며 정치생명의 말로로 치닫고 있는 이준석 후보는 정치를 그만두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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