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군불’ 때는 노림수

‘비화학적 결합’이 가져올 파열음 기대?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간의 ‘단일화 필연론’을 제기하며 보수 진영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며 여전히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이재명 후보는 “거의 확실하다”며 ‘내란 단일화’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압박 공세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5일 여의도 당사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면 쌍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단일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한다”고 예측했다.

이 같은 예측을 내놓은 배경으로는 “결국은 개혁신당도 국민의힘 아류”라며 “이준석 후보도 국민의힘 대표를 했고, 밀려나왔을 뿐이지 스스로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 다시 합쳐서 보수 정당의 주도권을 갖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군다나 큰 미끼도 있는 것 같다. 당권을 준다든지 총리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는 설도 있다”며 “그런 걸로 보면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후보는 양측의 정치적 성향이 유사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경제 문제를 이념적으로 갈라치거나, 정책을 대놓고 ‘친중(친 중국)’으로 보는 측면은 극우적인 극단적 세력의 생각이 관철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로 대표되는 전통 보수 세력과 이준석 후보가 추구하는 보수 개혁이 사실상 같은 뿌리라는 점을 부각하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지난 23일 2차 대선 TV 토론회서도 이준석 후보를 향해 “내란 세력 후보와 단일화할 것이냐. (당권을 주겠다는 국민의힘과) 거래하면 불법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준석 후보는 “단 한번도 예외 없이 단일화에 관심없다고 이야기했다”고 일축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도 개혁신당 당원들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에 “우리는 처음부터 완주해 당선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며 “그런데도 그들은 우리 결심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니, 이제는 급기야 ‘모든 것이 너희 책임이다’ ‘정치권서 매장될 줄 알라’는 적반하장의 위협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단일화가 있다면 그 당(국민의힘)의 후보가 사퇴하는 것뿐”이라며 단일화 제안에 대해 재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음에도, 이재명 후보가 ‘군불 때기’에 나서는 이유는 단순한 예측을 넘어, 보다 복합적인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 첫 번째 셈법은 이재명 후보가 선거 유세 내내 국민의힘을 ‘내란당’이라고 규정해 온 연장선서, 개혁신당마저 ‘국민의힘의 아류’라는 강성 표현으로 묶어 이준석 후보가 주장하는 ‘제3지대’ 또는 ‘개혁 보수’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특히 최근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에 오르는 등 성장세가 눈에 띄는 만큼, 이 같은 프레임은 그의 지지층 중 국민의힘에 반감을 품고 있는 유권자를 효과적으로 흔들 수 있는 핵심 포인트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만약 개혁신당이 결국 보수 세력에 흡수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이준석 후보의 지지세 확장을 저지하는 데 중요한 전략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단일화가 실제로 성사될 경우, 이재명 후보는 이를 ‘정치적 야합’으로 규정하며 비판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국민들이 단일화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며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이미 존재함을 암시하기도 했다.

가장 큰 노림수는 ‘비화학적 결합’으로 인한 표 분산 가능성이다. 이재명 후보는 단일화가 “시너지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는 단일화가 성공하더라도 지지층이 온전히 결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셈법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이 같은 이재명 후보의 계산을 뒷받침한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22~23일 실시한 3자 대결 구도서 이재명 후보는 46.6%를 기록했고, 김 후보(37.6%)와 이준석 후보(10.4%)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48%로 오차범위 내 이재명 후보를 앞서는 결과를 보였다.

여론조사는 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3.1%p(95% 신뢰수준), 응답률은 8.3%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조사에서 이재명 VS 김문수 가상 양자 대결을 가정한 결과, 이재명 후보가 51.1%, 김 후보가 43.9%로 이재명 후보가 더 높은 지지율을 보였는데, 주목할 부분은 개혁신당 지지층의 40.1%만이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고, 무려 15.6%는 이재명 후보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점이다.

심지어 ‘지지후보가 없다’는 응답도 43.1%에 달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주목하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이준석 후보의 지지층 중 특히 기존 보수와 성향이 다른 2030 세대나 중도층 일부는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이나 이준석 후보의 정치적 선택에 실망해 투표를 기피하거나, 오히려 이재명 후보를 차선택으로 지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이준석 단일화가 실제로 이뤄지든, 이뤄지지 않든 손해 볼 것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며 “단일화라는 이슈 자체를 통해 보수 진영의 약한 고리를 계속해서 흔들고, 그 과정서 발생하는 균열을 통해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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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