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 드라마?’ 한동훈 히든카드 넷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28 13:57:25
  • 호수 1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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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탄이냐 반탄이냐
민심이냐 당심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차 경선에 진출해 찬탄 진영 대선주자가 2명이 됐다. 이로써 셈법이 복잡해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4개의 히든카드를 토대로 역전 가능성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2일, 대선 경선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1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이 2차 경선에 진출했다. 안 의원과 경합 중인 것으로 거론됐던 나경원 의원은 끝내 탈락했다.

김과 홍과 한
삼강 구도

1차 경선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100% 일반 국민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5개 여론조사 기관은 각 800명씩 총 4000명의 표본조사를 진행했고, 평균치를 집계했다. 역선택 방지를 적용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이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들의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 전 장관·홍 전 지사·한 전 대표의 3강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안 의원이 2차 경선에 진출함으로써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찬탄) 후보 2명과 반대(반탄) 후보 2명이 대결하는 구도가 성립됐다.

이로써 2차 경선을 까다롭게 치러야 할 후보는 한 전 대표가 됐다. 나 의원이 진출했다면, 유일한 찬탄 경선 후보로서 입지를 다지고, 반탄 후보 간 분산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2차 경선은 27일부터 이틀간 당원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진행돼 오는 29일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3일간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표본오차 ±2.5%포인트)를 진행해 지난 2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김 전 장관 12.2% ▲한 전 대표 8.5% ▲홍 전 시장 7.5% ▲안 의원 3.7%로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이 견고하게 당내 1위를 지키고 있고, 홍 전 시장도 한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따라서 한 전 대표로선 반탄 진영의 압박을 이겨내고 역전 히든카드를 제시할 수 있는 한 주를 보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대표 캠프 측에선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신지호 캠프 특보단장은 지난 2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이 선거는 굉장히 역동적”이라며, “온건 중도보수 몫이 점점 커지고 있고, 반대편 몫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단장은 “안 의원이 4자 경선에 올라왔기 때문에 관심도가 제고됐다”며 “흥행성도 높아져서 중도·무당층이 시선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낙관적 전망대로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위해서 준비할 수 있는 역전 히든카드로는 크게 4가지를 거론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에겐 5060 여성 중심의 지지세와 활동력 강한 팬클럽 ‘위드후니’가 있다. 한 전 대표 후원회는 지난 21일 후원금 모집을 시작한 후 10시간55분 만에 법정 한도액 29억4000만원을 채웠다. 캠프 측이 밝힌 후원금 현황은 ▲총 후원인 수 3만5038명 ▲후원 평균 단가 8만3984원 ▲10만원 이하 소액 후원자 비율은 93.9%(3만2893명)로 알려졌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지난 23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서 “반드시 투표할 위드후니가 만만치 않다”며 “결선 구도는 ‘김 대 홍’ ‘김 대 한’이 될 가능성이 비교적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 캠프가 입주해 있는 여의도 대하빌딩 입구와 9층 선거사무실 앞엔 위드후니 회원들이 보낸 화환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던 때도 있었다.


탄핵 반대파 압박 이겨낼 승부수 보니…
국힘 유일 강성 팬클럽으로 화력 집중

위드후니는 한 전 대표가 문재인정부와 갈등하다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던 지난 2020년 7월 개설됐고,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무렵 회원 수가 크게 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가 검사 시절 좌천됐을 때 개설돼, 비상대책위원장직서 사퇴했던 위기를 겪은 이후 규모를 키웠단 특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여성 지지층 못지않은 강성으로 유명하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대표는 신데렐라가 아닌 황태자”라며 “윤 대통령 덕분에 젊은 나이에 법무부 장관이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란 글을 게시했다. 그러자 위드후니 회원들은 김 의원에 대한 욕설을 쏟아냈다.

지지층 일각에선 김 의원의 연락처로 추정되는 전화번호 등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해 7월엔 국민의힘 정점식 당시 정책위의장의 페이스북서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쏟아냈다. ▲홍 전 시장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 ▲(당원 게시판 의혹을 제기한)장예찬 전 최고위원 등에 대한 비난도 카페에 자주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당원 가입은 ‘후니님’에게 최고의 선물”이라면서 조직적으로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운동을 진행했다. 당원 표심 50%가 반영되는 2차 경선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카드는 과연 안 의원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나 의원을 2차 경선의 마지막 진출자로 예상했다.

민주당 우상호 전 의원은 지난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나 의원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보수 여론과 탄핵 찬성 여론이 각각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나 의원이 양쪽 모두로부터 주목받지 못했고, 보수 여론은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으로 굳어져 뺏어올 표심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라리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수도권 당심을 설득해 안 의원과 차별화했다면 나았을 것”이라며 “오 시장 지지자들이 안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 전 의원의 분석엔 ‘안 의원이 독자적인 지지보단 흐름을 타고 다른 정치인의 표심을 얻은 것’이란 의미가 숨어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계에 태풍을 일으켰던 안 의원은 지금에 이르러 4선 의원이 됐다.

안철수
뭉칠까

하지만 안 의원은 이후로도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제20대 대선 등 주요 선거마다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후보직서 사퇴했다. 활동 영역도 갈수록 좁아져 국민의당·바른미래당·국민의힘을 거치면서 세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7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 중 홀로 국회에 남아 표결을 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현재 안 의원의 캠프엔 현역 의원이 단 1명도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나 의원의 캠프는 친윤계 현역 의원 5명 등이 참여해 매머드급으로 구성됐다. 그래서 안 의원이 2차 경선에 진출할 것이란 예상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안 의원이 총 3회에 걸쳐 후보 단일화에 응해 사퇴했던 전력은 안 의원의 정치적 입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안 의원이 국민의힘 경선서 단일화에 응할 가능성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단일화에 응해 사퇴했던 전력이 4회가 되면, 안 의원에 대한 조롱 섞인 부정적 여론이 뿌리 깊게 굳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로선 안 의원과 단일화해 국민의힘 내 찬탄 진영 수장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히고, 반탄 진영의 표심이 둘로 나뉘는 것이 가장 유리한 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주시할 세 번째 카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세가 탄핵 심판 진행 중이던 상황과 비교하면, 많이 누그러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파면돼 사저로 복귀한 이후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의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는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파면 직후부터 “YOON AGAIN”이라는 구호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중임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국가공무원법서도 파면된 공무원은 5년 동안 공직에 임용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내란 우두머리 혐의 제1심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기도 하다.


윤 전 대통령으로선 ▲명태균 게이트 ▲체포영장 집행 방해 의혹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고발 사주 의혹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가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임기 단축
정면 돌파

그래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이 대신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후보가 선출되고, 당 외부서 한 권한대행이 대선후보로 자리 잡아 두 후보 간 윤심 얻기 경쟁이 진행되는 것이 윤 전 대통령에겐 가장 흐뭇한 그림이다. 윤 전 대통령을 열렬히 추종하던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건재한 것도 윤 전 대통령이 아직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서 윤 전 대통령의 흐뭇한 그림에 가장 반대할 사람은 한 전 대표다. 윤 전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의힘서 가장 크게 반발했고, 그 자신도 체포될 뻔한 피해자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서 한 전 대표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도 한 전 대표의 당시 행적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서 “현재 국민의힘의 상황서 민주당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감은 한 전 대표”라며 “그 사람만이 유일하게 계엄 선포한 날 저녁에 계엄을 반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계엄을 반대했다는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생명의 위협도 느낄 수 있을 상황서 계엄 반대를 공식적으로 얘기하고 반대 견해를 취했다는 것은 보통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 존재감이 옅어지자, 이전엔 생각하기 어려웠던 그림이 계속 제시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일원이었던 김계리 변호사는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배의철 변호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김 변호사와 배 변호사는 최근 ‘윤 어게인’ 신당까지 창당하려다가 중지했던 적이 있다.

이 사진은 김 변호사의 의도와는 달리 정반대의 해석을 양산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윤 전 대통령이 얼마나 외롭고 비참한지 볼 수 있다”며 “얼마나 밥 먹으러 오는 사람이 없고 얼마나 같이 정치하자는 사람이 없으면, 정치를 한번도 해보지도 않은 별로 능력도 없어 보이는 변호사들과 창당을 논의하느냐”고 비판했다.

윤, 몰릴수록 한에겐 기회
안, 생환 ‘득일까 실일까’

이런 상황서 불거지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대선 출마 선언도 윤 전 대통령의 마음을 어둡게 할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는 지난 19일 광화문 국민대회 무대서 “자유통일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전 목사는 “윤 전 대통령을 통일 대통령으로 복귀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의 대선 출마 선언은 천 권한대행의 주장대로 윤 전 대통령을 외롭고 비참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움직임이 있을수록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은 친윤계를 열심히 흡수하려고 할 뿐 아니라,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시도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반탄 진영 내의 자중지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한 전 대표에게 유리한 그림이 된다. 이 자중지란이 확대되면,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도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 전 대표는 지난 2월부터 진정성 있는 개헌 의지를 대외적으로 홍보한다는 취지서 “4년 중임제로 개헌하고,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2028년에 23대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임기 단축을 공개 약속한단 것은 개헌에 배수진 이미지를 연결해 특화한다는 인상을 준다.

한 전 대표는 <일요시사>와 만났을 때도 “시대 교체를 위해 처음부터 약속드린 부분이었다”며 “대통령 임기 3년 단축을 통한 개헌은 정치 복원과 협치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며 “제가 당선되면, 민주당도 5년 후 대선보단 3년 후 기회를 얻기를 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개헌을 언급하지 않는 이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 전 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서 이 전 대표를 일컬어 “개헌을 반대하는 호헌 세력”이라면서 이 전 대표를 직선제 개헌을 반대했던 전두환씨에 은근히 비유하는 글을 남겼다.

한 전 대표는 게시글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 양원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시작과 끝을 맞춰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저의 권력구조 개헌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한 전 대표는 반탄 진영 내부서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의 대결이 격화되길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보수진영의 여론은 김 전 장관에게 유리하지만, 친윤계 의원 중 상당수는 홍 전 시장의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각자 유리한 패를 하나씩 쥐고 있어서 쉽게 물러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상대방의 대결이 격화돼 파국에 가까워지면, 한 전 대표는 그 이익을 쥐는 어부가 된다.

설령 대선서 이 전 대표에게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정치활동을 위해선 당권을 단단하게 쥐어야 한다.

시간은
누구 편?

반탄 진영의 두 후보는 70대 고령이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외곽에 있는 한 권한대행도 70대 중반의 고령이다. 1973년생으로서 만 52세에 불과한 한 전 대표가 이들보다 유리하게 확보한 입지 중 하나는 시간이다. 주어진 요건을 잘 활용하는 것도 정치인의 재능 중 하나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한 전 대표가 장기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승부수는 바로 시간일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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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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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