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 드라마?’ 한동훈 히든카드 넷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28 13:57:25
  • 호수 1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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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탄이냐 반탄이냐
민심이냐 당심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차 경선에 진출해 찬탄 진영 대선주자가 2명이 됐다. 이로써 셈법이 복잡해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4개의 히든카드를 토대로 역전 가능성을 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2일, 대선 경선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1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전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이 2차 경선에 진출했다. 안 의원과 경합 중인 것으로 거론됐던 나경원 의원은 끝내 탈락했다.

김과 홍과 한
삼강 구도

1차 경선은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100% 일반 국민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5개 여론조사 기관은 각 800명씩 총 4000명의 표본조사를 진행했고, 평균치를 집계했다. 역선택 방지를 적용해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이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들의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 전 장관·홍 전 지사·한 전 대표의 3강 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안 의원이 2차 경선에 진출함으로써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찬탄) 후보 2명과 반대(반탄) 후보 2명이 대결하는 구도가 성립됐다.

이로써 2차 경선을 까다롭게 치러야 할 후보는 한 전 대표가 됐다. 나 의원이 진출했다면, 유일한 찬탄 경선 후보로서 입지를 다지고, 반탄 후보 간 분산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2차 경선은 27일부터 이틀간 당원투표 50%·국민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진행돼 오는 29일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3일간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95% 신뢰수준·표본오차 ±2.5%포인트)를 진행해 지난 2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김 전 장관 12.2% ▲한 전 대표 8.5% ▲홍 전 시장 7.5% ▲안 의원 3.7%로 확인됐다.

김 전 장관이 견고하게 당내 1위를 지키고 있고, 홍 전 시장도 한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따라서 한 전 대표로선 반탄 진영의 압박을 이겨내고 역전 히든카드를 제시할 수 있는 한 주를 보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대표 캠프 측에선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신지호 캠프 특보단장은 지난 2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이 선거는 굉장히 역동적”이라며, “온건 중도보수 몫이 점점 커지고 있고, 반대편 몫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단장은 “안 의원이 4자 경선에 올라왔기 때문에 관심도가 제고됐다”며 “흥행성도 높아져서 중도·무당층이 시선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낙관적 전망대로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위해서 준비할 수 있는 역전 히든카드로는 크게 4가지를 거론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에겐 5060 여성 중심의 지지세와 활동력 강한 팬클럽 ‘위드후니’가 있다. 한 전 대표 후원회는 지난 21일 후원금 모집을 시작한 후 10시간55분 만에 법정 한도액 29억4000만원을 채웠다. 캠프 측이 밝힌 후원금 현황은 ▲총 후원인 수 3만5038명 ▲후원 평균 단가 8만3984원 ▲10만원 이하 소액 후원자 비율은 93.9%(3만2893명)로 알려졌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지난 23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서 “반드시 투표할 위드후니가 만만치 않다”며 “결선 구도는 ‘김 대 홍’ ‘김 대 한’이 될 가능성이 비교적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 캠프가 입주해 있는 여의도 대하빌딩 입구와 9층 선거사무실 앞엔 위드후니 회원들이 보낸 화환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던 때도 있었다.


탄핵 반대파 압박 이겨낼 승부수 보니…
국힘 유일 강성 팬클럽으로 화력 집중

위드후니는 한 전 대표가 문재인정부와 갈등하다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던 지난 2020년 7월 개설됐고,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무렵 회원 수가 크게 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가 검사 시절 좌천됐을 때 개설돼, 비상대책위원장직서 사퇴했던 위기를 겪은 이후 규모를 키웠단 특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여성 지지층 못지않은 강성으로 유명하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대표는 신데렐라가 아닌 황태자”라며 “윤 대통령 덕분에 젊은 나이에 법무부 장관이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란 글을 게시했다. 그러자 위드후니 회원들은 김 의원에 대한 욕설을 쏟아냈다.

지지층 일각에선 김 의원의 연락처로 추정되는 전화번호 등을 공유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해 7월엔 국민의힘 정점식 당시 정책위의장의 페이스북서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쏟아냈다. ▲홍 전 시장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 ▲(당원 게시판 의혹을 제기한)장예찬 전 최고위원 등에 대한 비난도 카페에 자주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당원 가입은 ‘후니님’에게 최고의 선물”이라면서 조직적으로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운동을 진행했다. 당원 표심 50%가 반영되는 2차 경선서도 무시하기 어려운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카드는 과연 안 의원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나 의원을 2차 경선의 마지막 진출자로 예상했다.

민주당 우상호 전 의원은 지난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나 의원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보수 여론과 탄핵 찬성 여론이 각각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나 의원이 양쪽 모두로부터 주목받지 못했고, 보수 여론은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으로 굳어져 뺏어올 표심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차라리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하는 수도권 당심을 설득해 안 의원과 차별화했다면 나았을 것”이라며 “오 시장 지지자들이 안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 전 의원의 분석엔 ‘안 의원이 독자적인 지지보단 흐름을 타고 다른 정치인의 표심을 얻은 것’이란 의미가 숨어있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계에 태풍을 일으켰던 안 의원은 지금에 이르러 4선 의원이 됐다.

안철수
뭉칠까

하지만 안 의원은 이후로도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제20대 대선 등 주요 선거마다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후보직서 사퇴했다. 활동 영역도 갈수록 좁아져 국민의당·바른미래당·국민의힘을 거치면서 세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7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엔 국민의힘 의원 중 홀로 국회에 남아 표결을 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현재 안 의원의 캠프엔 현역 의원이 단 1명도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나 의원의 캠프는 친윤계 현역 의원 5명 등이 참여해 매머드급으로 구성됐다. 그래서 안 의원이 2차 경선에 진출할 것이란 예상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안 의원이 총 3회에 걸쳐 후보 단일화에 응해 사퇴했던 전력은 안 의원의 정치적 입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안 의원이 국민의힘 경선서 단일화에 응할 가능성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단일화에 응해 사퇴했던 전력이 4회가 되면, 안 의원에 대한 조롱 섞인 부정적 여론이 뿌리 깊게 굳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전 대표로선 안 의원과 단일화해 국민의힘 내 찬탄 진영 수장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히고, 반탄 진영의 표심이 둘로 나뉘는 것이 가장 유리한 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주시할 세 번째 카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기세가 탄핵 심판 진행 중이던 상황과 비교하면, 많이 누그러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파면돼 사저로 복귀한 이후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의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는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파면 직후부터 “YOON AGAIN”이라는 구호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중임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국가공무원법서도 파면된 공무원은 5년 동안 공직에 임용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내란 우두머리 혐의 제1심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기도 하다.


윤 전 대통령으로선 ▲명태균 게이트 ▲체포영장 집행 방해 의혹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고발 사주 의혹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기다리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가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임기 단축
정면 돌파

그래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이 대신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서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후보가 선출되고, 당 외부서 한 권한대행이 대선후보로 자리 잡아 두 후보 간 윤심 얻기 경쟁이 진행되는 것이 윤 전 대통령에겐 가장 흐뭇한 그림이다. 윤 전 대통령을 열렬히 추종하던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건재한 것도 윤 전 대통령이 아직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서 윤 전 대통령의 흐뭇한 그림에 가장 반대할 사람은 한 전 대표다. 윤 전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의힘서 가장 크게 반발했고, 그 자신도 체포될 뻔한 피해자기 때문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서 한 전 대표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도 한 전 대표의 당시 행적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서 “현재 국민의힘의 상황서 민주당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후보감은 한 전 대표”라며 “그 사람만이 유일하게 계엄 선포한 날 저녁에 계엄을 반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계엄을 반대했다는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생명의 위협도 느낄 수 있을 상황서 계엄 반대를 공식적으로 얘기하고 반대 견해를 취했다는 것은 보통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 존재감이 옅어지자, 이전엔 생각하기 어려웠던 그림이 계속 제시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일원이었던 김계리 변호사는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배의철 변호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김 변호사와 배 변호사는 최근 ‘윤 어게인’ 신당까지 창당하려다가 중지했던 적이 있다.

이 사진은 김 변호사의 의도와는 달리 정반대의 해석을 양산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윤 전 대통령이 얼마나 외롭고 비참한지 볼 수 있다”며 “얼마나 밥 먹으러 오는 사람이 없고 얼마나 같이 정치하자는 사람이 없으면, 정치를 한번도 해보지도 않은 별로 능력도 없어 보이는 변호사들과 창당을 논의하느냐”고 비판했다.

윤, 몰릴수록 한에겐 기회
안, 생환 ‘득일까 실일까’

이런 상황서 불거지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대선 출마 선언도 윤 전 대통령의 마음을 어둡게 할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는 지난 19일 광화문 국민대회 무대서 “자유통일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전 목사는 “윤 전 대통령을 통일 대통령으로 복귀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의 대선 출마 선언은 천 권한대행의 주장대로 윤 전 대통령을 외롭고 비참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움직임이 있을수록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은 친윤계를 열심히 흡수하려고 할 뿐 아니라,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시도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반탄 진영 내의 자중지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한 전 대표에게 유리한 그림이 된다. 이 자중지란이 확대되면,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에도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 전 대표는 지난 2월부터 진정성 있는 개헌 의지를 대외적으로 홍보한다는 취지서 “4년 중임제로 개헌하고,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2028년에 23대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임기 단축을 공개 약속한단 것은 개헌에 배수진 이미지를 연결해 특화한다는 인상을 준다.

한 전 대표는 <일요시사>와 만났을 때도 “시대 교체를 위해 처음부터 약속드린 부분이었다”며 “대통령 임기 3년 단축을 통한 개헌은 정치 복원과 협치를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이라며 “제가 당선되면, 민주당도 5년 후 대선보단 3년 후 기회를 얻기를 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개헌을 언급하지 않는 이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 전 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서 이 전 대표를 일컬어 “개헌을 반대하는 호헌 세력”이라면서 이 전 대표를 직선제 개헌을 반대했던 전두환씨에 은근히 비유하는 글을 남겼다.

한 전 대표는 게시글을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 국회 양원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시작과 끝을 맞춰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것이 저의 권력구조 개헌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한 전 대표는 반탄 진영 내부서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의 대결이 격화되길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보수진영의 여론은 김 전 장관에게 유리하지만, 친윤계 의원 중 상당수는 홍 전 시장의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각자 유리한 패를 하나씩 쥐고 있어서 쉽게 물러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상대방의 대결이 격화돼 파국에 가까워지면, 한 전 대표는 그 이익을 쥐는 어부가 된다.

설령 대선서 이 전 대표에게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향후 정치활동을 위해선 당권을 단단하게 쥐어야 한다.

시간은
누구 편?

반탄 진영의 두 후보는 70대 고령이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외곽에 있는 한 권한대행도 70대 중반의 고령이다. 1973년생으로서 만 52세에 불과한 한 전 대표가 이들보다 유리하게 확보한 입지 중 하나는 시간이다. 주어진 요건을 잘 활용하는 것도 정치인의 재능 중 하나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한 전 대표가 장기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승부수는 바로 시간일 것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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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