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난장판’ 후보자 토론회 무용론

5년ㅉ리 백지수표 날리다

‘입으로 망한 사람은 있어도 귀 때문에 망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누구든 내 말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런 사람과는 또 만나고 싶어진다. 내 곁에 오래도록 남는 이들 역시 결국 그런 사람들임을 시간이 지나 보면 알게 된다.

무릇 인간은 말하면서 배우기보다 들으면서 성장한다.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 함께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진솔한 대화
전혀 없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이성적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이라고 배웠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토론을 지켜보며 정책과 자질을 비교한 후, 합리적 판단으로 투표한다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그러나 현실은 얼마나 다른가? 쓸데없이 큰 비용만 들이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살펴보자.

가장 불편한 진실부터 인정하자. 유권자 대다수는 후보자 토론회를 보지 않는다. 2022년 대선 당시 TV 토론회 시청률은 고작 5-7%에 불과했다(전 방송국 시청률 합계가 33%인 것만 봐도). 이는 같은 시간대 인기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의 토론회 시청률은 더욱 참담하다.


토론회를 본다는 사람들조차 대부분 확증 편향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지하는 후보의 발언은 옳게 들리고, 반대하는 후보의 발언은 틀리게 들린다.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됐듯이, 사람들은 이미 마음에 둔 후보의 실수는 관대하게 용서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의 장점은 애써 무시한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토론회를 통해 마음을 바꾸는 유권자는 극소수라는 점이다. 정치학 연구에 따르면, 후보자 토론의 영향으로 지지 후보를 바꾸는 유권자는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결국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 진행하는 토론회가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표심은 미미하다는 뜻이다.

현대 후보자 토론회의 실체는 무엇인가? 후보들은 철저히 준비된 멘트와 논리를 펼친다. 싱크탱크와 보좌진이 만들어준 답변을 외워서 토론장에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즉흥적이고 진솔한 대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토론의 부재’다. 진정한 토론이라면 상대의 주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반박, 그리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 방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토론 형식은 시간 제약 속에서 각자의 입장만 짧게 진술하는 ‘병렬식 발언’에 가깝다.

토론 없고 상호 비방만 가득
“하겠습니다” 공허한 울림

후보들은 상대방의 질문에 직접 답하기보다 미리 준비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그것은 중요한 지적입니다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이라는 식의 화법으로 질문을 회피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이것이 과연 토론인가?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토론이 갈수록 정책 경쟁이 아닌 ‘상호비방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정책이나 비전을 명확히 설명하는 대신, 상대 후보의 약점이나 스캔들을 공격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이런 네거티브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기에, 후보들은 건설적인 정책 토론보다 상대방 흠집내기에 집중한다.


더 교묘한 것은 진지한 비판을 ‘극단적 발언’으로 프레이밍하는 전략이다.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씀하십니까?”라는 멘트는 상대방의 정당한 비판을 회피하는 상투적 수법이 됐다. 사실관계나 논리에 반박하지 못할 때, 형식과 태도를 문제 삼아 논점을 흐리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이 반복되다 보니, 후보자 토론회는 점점 더 정책 검증의 장이 아닌 ‘시끄러운 싸움판’처럼 변해가고 있다. 고함과 비난, 회피와 궤변이 오가는 무질서한 공간에서, 유권자들이 필요로 하는 진정한 정보와 통찰은 사라져버렸다.

토론회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들이 자신의 공약을 명확히 설명하고, 그것이 왜 실현 가능한지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대부분의 후보들은 “~하겠습니다”라는 약속만 남발할 뿐,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는다.

가령 “일자리를 늘리겠습니다”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겠습니다”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같은 추상적 목표는 누구나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 수단,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 예상되는 부작용과 그 대응책 등이다.

그러나 이런 핵심적 내용은 토론회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고함과 비난
회피와 궤변

특히 심각한 것은 ‘공짜 점심’을 약속하는 공약들이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 “규제 완화와 환경 보호 동시 실현” 같은 모순된 공약들이 아무런 설득력 있는 설명도 없이 제시된다. 그리고 이런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후보들은 “의지만 있으면 가능합니다”라는 식의 공허한 레토릭으로 대응한다.

진정한 토론이라면 “왜 당신의 공약이 실현 가능한가?”에 대한 치열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토론 방식에서는 이런 깊이 있는 검증보다, 상대방 공약의 비현실성만 공격하는 상호 비방이 주를 이룬다. 결국 유권자들은 누구의 공약이 더 실현 가능한지, 누구의 계획이 더 구체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한 채 선거일을 맞이하게 된다.

토론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현대 선거의 본질 때문이다. 많은 유권자들이 정책과 능력보다 ‘느낌’과 ‘이미지’로 투표한다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정치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투표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후보의 정책이 아니라 ‘인상’이다. 카리스마, 말투, 외모, 심지어 목소리의 높낮이까지 투표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유명한 연구에서는 TV서 본 후보와 라디오로 들은 후보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랐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환경서 토론회는 정책 검증의 장이 아닌, ‘인상 관리’의 무대가 된다. 후보들은 깊이 있는 정책 대결보다 ‘좋아 보이는 것’에 집중한다. 카메라 앞에서의 표정 관리, 상대방을 향한 적절한 공격과 방어, 유권자 감성을 자극하는 감탄사 한마디가 정작 토론의 내용보다 더 중요해진다.

현대 선거전서 가장 위험한 현상은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체념이다. 토론회를 접한 상당수 유권자들의 반응은 “토론회 보니까 싸가지가 없다” “그냥 서로 욕하기만 하네”라는 실망감으로 이어진다. 이런 실망은 곧 “정책은 저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안일한 체념으로 변질된다.


더 심각한 것은 “어차피 잘 안 되는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원래 그렇다”는 식의 체념적 태도다. 이런 무관심과 체념은 결국 정치적 참여를 포기하게 만든다. 토론회가 제 역할을 못하자 유권자들은 정치 전반에 대한 관심을 접고, 선거는 그저 인기 투표나 지역 투표로 전락한다.

형식적인
의례 행사

이런 상황에서 토론회는 정책 검증의 장이 아닌, 그저 형식적으로 치러야 할 의례적 행사로 여겨진다. 유권자들은 토론회의 내용보다는 어떤 후보가 더 ‘튀는’ 발언을 했는지, 누가 더 ‘망신’을 당했는지에만 관심을 보인다. 이것이 바로 토론회가 정책 경쟁이 아닌 ‘연예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변질된 근본적 이유다.

정치에 대한 이런 무관심과 체념은 결국 민주주의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정책 대결을 요구하지 않으면, 후보자들도 그저 ‘보여주기식’ 토론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는 악순환을 형성해 토론의 질을 더욱 저하시키고, 결국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더욱 깊게 만든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희망이다.” 어느 정치인의 냉소적 발언이지만, 불편한 진실을 담고 있다. 대다수 유권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진실’보다 ‘듣기 좋은 거짓’을 선호한다.

“세금 올리지 않고 복지 확대하겠다” “규제 완화하면서 환경을 보호하겠다” “경제를 성장시키면서 불평등 해소하겠다” - 이런 모순된 약속이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표를 얻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유권자들이 이런 약속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외면한다는 점이다. ‘아마 다 지키기는 어렵겠지만, 최대한 노력하겠지’라는 자기 위안 속에서, 비현실적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들에게 표를 던진다.

이런 환경에서 토론회는 솔직한 문제 진단과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는 자리가 아니라, ‘누가 더 그럴듯한 희망을 팔 수 있는가’를 겨루는 장으로 변질된다. 가장 솔직한 후보가 아니라, 가장 매력적인 환상을 제시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구조다.

민주주의의 또 다른 허점은 ‘사후 책임’ 메커니즘의 부재다. 후보들은 당선만을 위해 온갖 달콤한 약속을 하지만, 당선 후 이를 지키지 않아도 즉각적인 제재는 없다.

대통령은 5년 임기 동안 사실상 ‘백지수표’를 부여받는다. 선거공약 불이행에 대한 법적 책임은 없으며, 다음 선거서 심판받는다는 원칙도 본인의 불출마로 무력화된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4년 임기 동안 공약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도, 다음 선거 때 “이번에는 다르다”는 약속만으로 재도전할 수 있다.

정책보단 쇼로 얼룩진 ‘기만극’
“그럴 줄 알았다” 무관심·체념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후보자 토론회서 아무리 좋은 약속을 한들 그것이 실제 이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유권자들도 이를 본능적으로 알기에, 토론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후보자 토론회가 이대로 지속돼야 하는가? 현재의 형식과 내용으로는 그 효용성이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지금 진행되는 토론회의 실체는 ‘토론’이 아닌 ‘연출된 기만극’에 가깝다.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는 이 허울뿐인 의식이 민주주의의 질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정치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는 토론회는 정치인들에게는 면책을 위한 의례적 절차이자, 방송사에는 시청률을 위한 쇼 프로그램이며, 유권자들에게는 정치 냉소주의를 강화하는 또 하나의 계기일 뿐이다. 이것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인가?

후보자들은 실현 가능성도 없는 달콤한 약속을 남발하고, 정작 당선 후에는 “여건이 달라졌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변명으로 일관한다. 그리고 5년 후 다시 새로운 후보가 나와 같은 약속을 반복한다. 이런 순환적 기만에 우리는 언제까지 속아넘어갈 것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을 개선할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은 현재의 시스템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니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미디어는 심층적 정책 검증보다 자극적인 ‘말 실수’와 ‘충돌’ 장면에 더 관심이 있다. 유권자들은 이미 체념하고 무관심해졌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책임을 회피한다면, 민주주의라는 이 값진 제도는 점점 더 형해화될 것이다. 토론회를 진정한 정책 검증의 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토론 형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현재의 정형화된 형식보다 훨씬 심층적인 장시간의 토론이 필요하다. 미리 질문을 알려주는 방식을 지양하고, 실시간 팩트체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둘째, 공약 이행에 대한 법적, 제도적 책임 메커니즘을 강화해야 한다. 주요 공약을 명문화하고,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평가해 공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심각한 공약 불이행에 대해서는 소환이나 불신임 등의 제도적 장치도 고려해볼 수 있다.

셋째, 유권자 교육이 중요하다. 비판적 사고와 미디어 리터러시를 강화해 유권자들이 포퓰리즘적 공약과 현실적 정책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유권자도
변해야

결국 토론회의 질은 민주주의의 질을 반영한다. 우리가 어떤 토론회를 갖느냐는 우리가 어떤 민주주의를 원하느냐의 문제다. 현재와 같이 ‘좋은 소리’만 들으며 5년의 백지수표를 건네는 형식적 절차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없다. 이제는 실질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점점 더 ‘이름뿐인 형식’으로 전락할 것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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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에테르노 차준영’에 1조 물린 DL이앤씨···손배 소송전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 차준영 회장과 다툼 중인 1조원대 공사비 정산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2월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보도에서 소송전의 내막을 설명했다. 이에 관해 차 회장은 “허위 보도”라며 형사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항소심 재판을 최초로 언급한 <이데일리> 보도와 판결문 등을 종합하면, 통일동산 공사비 소송의 규모와 구조 자체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차준영 시티원 회장은 통일동산 사업의 손실 구조를 발생시키고 떠난 뒤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으로 변신했다. 넥스플랜은 한 채에 200억~40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사다. 18년째 흉물 방치 서울고등법원은 2026년 2월5일 선고한 항소심에서 DL이앤씨가 제기한 공사 대금 등 청구 사건과 관련해 시티원 측 항소를 기각했다. 1심 인용액 약 5184억원을 유지하면서 추가 청구액 약 45억원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금 기준 약 5229억원 규모의 채권이 인정된 것으로 나타난다. 판결문에는 기성 공사 대금, 연대보증에 대한 구상금, 대여금 채권이 각각 구체적으로 산정돼있다. 일부 채권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7%의 지연이율이 적용되는 구조도 확인됐다. 지연손해금까지 합산할 경우, 시티원과 차 회장의 최종 부담액이 총 1조원에 이를 수 있다. 일부 채권의 이자 기산일이 2009~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데다 지연손해금까지 적용하면 실제 지급 총액은 1조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DL이앤씨는 시티원과 공사비 4125억원, 공사 기간 28개월 조건으로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파주 통일동산 관광숙박시설 사업에 착수했다.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경기 파주시 탄현면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아울렛’ 인근에 지하 3층~지상 15층 규모 관광숙박시설(1265실)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DL이앤씨는 2006년 12월 시티원과 도급계약을 맺고 이듬해 11월 착공에 나섰다. 2008년 9월 사전청약을 실시했으나, 청약률이 9%(118실)에 그쳤다. 사전 청약자들은 잇따라 해약에 나섰고 시티원은 본 계약에 나서지 않았다. DL이앤씨는 결국 공정률 33% 수준이던 2008년 12월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 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 등 총 573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와 공사비 소송 패소 최종 부담액 1조500억원 추산 차 회장은 도급계약상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 내 공사를 완료해야 하지만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DL이앤씨가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의 5%)과 미래 분양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 등 총 5327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반소했다. DL이앤씨는 “시티원이 도급 계약상 의무인 콘도 분양을 사실상 포기해 공사 대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돼 이에 불가피하게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 회장은 “분양률이나 공사비 지급 여부와 무관하게 DL이앤씨에게 기간 내 공사를 완료할 책임 준공 의무가 있다”고 맞선 것이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까지 투입한 기성 공사비와 연대보증에 따른 대위 변제금, 대여금 등을 합산해 소송을 제기했다. 시티원 및 차 회장 측은 책임 준공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반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사 대금을 지급받기 어려운 현저한 사유가 발생해 불가피하게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판단해 반소를 기각했다. DL이앤씨 측은 현재 차 회장 통장과 부동산에 대해 압류 조치를 취해둔 상태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강제집행 절차를 통한 채권 회수에 적극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는 공사 중단 12년 만인 지난 2020년 8월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차 회장은 통장 등이 압류되자, 친형인 차대영 명의 계좌를 빌려 에테르노 압구정의 분양 계약금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분양금이 넥스플랜으로 이체된 사실도 거래 내역서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차 회장 측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로드맵은 내용증명을 통해 “본인(차 회장)은 해당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며, 5184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고, 계좌 압류나 자금 유용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문에는 거액의 채권 인용 사실이 명시돼있고, 차 회장이 사건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여한 구조가 확인된다. 상상 초월 손배 액수 <일요시사>는 앞선 보도에서 통일동산 사업 1심 판결 규모와 함께, 차 회장의 또 다른 사업지인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 과정에서 제기된 자금 흐름의 수상한 점을 다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시티원과 차 회장의 현재 회사인 넥스플랜은 최근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티원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6289억원으로 자산(약 1359억원)을 약 4930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4930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매출은 전무한 채 판관비와 이자비용 등 비용만 쌓이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판결 확정 및 강제집행 절차가 진행될 경우, 사업과 재무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DL이앤씨 측이 채권 보전을 위해 압류 조치를 취한 만큼, 실제 집행 단계에서 어떤 자산이 대상이 될지도 향후 관전 포인트다. 차 회장이 현재 운영 중인 넥스플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넥스플랜의 2024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5432억원으로 자산(약 5244억원)을 약 188억원 초과했다.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188억원)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당기순손실은 약 214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분양·용역 합산 약 669억원을 기록했지만 판관비가 전년(약 131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약 399억원에 달했다. 이자비용도 약 261억원에 이르러 영업손실 약 111억원을 포함한 세전 손실 약 214억원이 발생하는 구조다. 넥스플랜은 현대건설과 손잡고 가수 아이유 등 유명인들이 분양받은 강남 초고가 하이엔드 주거 단지 ‘에테르노 청담’을 완판한 데 이어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29세대 규모의 ‘에테르노 압구정(총분양 예정가액 6860억원)’을 개발 중인 시행사다.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시티원과 관련 계열사의 재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에테르노 분양 자금이 신탁 구조 안에서 적정하게 관리됐는지도 쟁점이다. 부실한 재무 판관비만 ↑ 통일동산은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임진각, 출판단지와 인접한 관광 요지로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조성된 통일동산 지구의 핵심 숙박시설로 기대를 모았지만, 장기간 방치되면서 관광특구의 경쟁력 약화와 도시 이미지 훼손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동안 시는 ‘부동산투자이민제 지구’ 지정, 국토교통부 방치건축물 정비 선도사업 공모 추진 등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시티원 측은 전면 철거 후 아파트 단지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DL이앤씨와 공사비 정산 갈등으로 인해 흉물로 남겨졌다. 현재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가능성까지 거론되나 특혜 논란 우려도 적지 않다. DL이앤씨는 채권 확보를 위해 관련 자산 압류 조치를 취한 상태로, 판결 확정 시 강제집행에 나설 방침으로 전해졌다. 다만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시티원의 재무 여력이 취약해 실제 채권 회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지역사회에서는 “더 이상 흉물 방치를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자유로를 따라 오두산통일전망대, 임진각 방향으로 진행하다 보면 앙상한 공사 현장이 도드라지는 등 통일동산 미관을 해치고 있는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채무 정리 이후 사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느냐가 관건”이라며 “관광숙박시설 원안 복원, 주거·복합개발 전환, 공공 주도 방식이나 자력 재개 등 여러 방안이 가능하지만 결국 사업 주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창호 파주시 의원은 “2009년 4월 공사가 중단된 후 장기간 방치돼 지역의 흉물로 남아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지속되고 있다”며 “10년 이상 방치되니 짓다가 중단된 건물들이 시커멓게 변해 점점 더 흉물스러워졌다”고 밝혔다. 차가원-MC몽 불륜설 제보 배우 데리고 카지노 동행 탄현면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공사가 중단된 콘도 때문에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다”며 “공사 중단 건축물로 인한 도시 미관 저해, 덩달은 주변 지역 쇠퇴화가 이어지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DL이앤씨가 시행사 시티원과의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지만 시티원 측은 항소심 패소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티원(회장 차준영)은 2월24일 DL이앤씨가 낸 파주 통일동산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한편, 차 회장은 영화배우 김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 회장이 워커힐 카지노 VVIP의 자격을 갖출 수 있었냐는 것이다. 차 회장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 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 회장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또 자신의 친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눠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재차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 회장이다. 제보에 따르면 “차 회장이 MC몽의 해외 원정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압구정 모 샤브샤브 식당에서 식사를 접대했다”고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이 관계자와 나눈 카카오 톡 대화에서 “차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VVIP라 가능? 간 큰 회장님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또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