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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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25.12.29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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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국가 예산을 맡긴다는 선언

지난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조직 개편으로 내년에 새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보수 야당의 3선 중진 출신인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지명했다. 동시에 장관급 자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는 김성식 전 바른미래당 의원을 발탁했다. 경제·예산의 심장부에 야권 출신 인사를 앉힌 이 선택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다. 이는 “누가 우리 편인가”가 아니라 “누가 이 일을 해낼 수 있는가”를 묻겠다는 국정 운영 방식의 선언에 가깝다. 정권 초반 인사는 늘 메시지다. 특히 예산과 재정을 쥔 자리는 대통령의 철학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그 자리에 진영의 충성도가 아닌 조정과 설득의 능력을 앞세운 인물을 앉혔다는 사실은 이 정부가 향후 무엇을 우선순위로 둘지에 대한 예고편처럼 읽힌다. 기획예산처는 돈을 나누는 부서가 아니다. 국가의 시간표를 설계하는 곳이다. 중장기 재정 전략을 세우고, 부처 간 우선순위를 조정하며, 국회와의 협상을 통해 정책을 말이 아니라 숫자로 구현한다. 그래서 역대 정부에서 이 자리는 대통령과 정치적 궤를 같이하는 인물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통제와 신뢰의 문제가 동시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야권 출신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