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0.16 16:44
자고로 민주 국가라면 국민의 권리와 자유의 보호를 그 책무로 할 것이다. 이 권리와 자유에는 응당 범죄로부터의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와 범죄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도 포함될 것이다. 그럼에도 과연 우리는 범죄로부터 안전하고 자유로운지 의문이다. 매년 250만건 이상의 각종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공식 범죄 통계도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 범죄(Dark Figure)까지 고려한다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범죄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우리는 범죄로부터 안전하지도 자유롭지도 못하며, 범죄만큼의 피해자도 발생한다. 문제는 대다수의 이 범죄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모든 국민이 국가에 안전을 담보해 줄 것을 기대하며 세금을 납부하고, 필요한 모든 권한도 위임했음에도 적지 않은 무고한 시민들이 결코 범죄로부터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절대다수의 범죄 피해자가 아무런 잘못도 없이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고, 필요한 권한을 위임받은 국가가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해 범죄 피해자가 된, 다시 말해서 단지 범죄가 발생한 시간과 장소에 있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행한 희생자가 됐다면 피해자화에 대한 책임도 국가에 있음이 분명할 것이다. 그럼에도 무고
최근 몇 년 사이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및 감금 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취업 사이트나 SNS 등에서 고소득 보장을 미끼로 입국을 유도한 뒤 강제로 주식 리딩방이나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 범죄에 끌어들이고, 마지막엔 피해자 가족에게 금품 송금을 강요하는 방식이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피해는 2022년 10건 수준에서 지난해 220건, 올해 8월까지 330건으로 급증하는 등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우리나라 대학생이 “캄보디아에 가서 은행 통장을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 프놈펜에 갔다가 납치 및 감금을 당한 후 결국 주검으로 발견됐다. 9월에도 캄보디아 프놈펜 번화가 카페에서 50대 한국인 남성이 괴한들에게 납치와 감금, 고문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캄보디아로 5박6일간 여행을 떠났던 40대 한국인 남성도 현지에서 실종 후 혼수 상태로 현지 병원 중환자실에서 발견됐다.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 시엠립, 프놈펜 등 세계적 명소, 저렴한 물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유명한 동남아시아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한국인도 해마다 15~17만명이 꾸준히 방문해 왔고, 최근 범죄 우려 등으로
국회 17개 상임위원회가 13일부터 31일까지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에 나선다. 3대 특검을 필두로 내란 청산과 대법원 현장 국감, 검찰개혁, 한미 관세 협상, 정부 전산망 마비와 홈플러스 사태 등 정치와 경제 현안을 놓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김현지 대통령실 1부속실장의 인사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의 금거북 의혹, 체포됐다가 풀려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의 논란도 마찬가지다. 즉 이번 국감은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필자는 올해 국회 국감에서 가장 주목받아야 할 대상은 단연 국방위원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 상임위는 대부분 여야 공방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국방위는 우리나라 안보와 직결되는 현안을 다루고, 특히 64년 만에 처음으로 문민 장관이 국방부를 맡아, 우리나라 국방이 안전한가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은 무인기 침투, 전술핵 위협, 위성 발사 등으로 한반도 긴장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올해 초 공개된 신형 전술핵 탑재 미사일은 명백한 도발이자, 한국의 방위체계를 시험하려는 전략적 압박이다. 지난 10일에는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
최근 일부 강성 진보 성향 유튜브를 중심으로 법무부와 검찰 인사를 둘러싼 왜곡과 과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소문이 마치 사실인 양 유포되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으며,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중립보다는 극단을 선호한다.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더 자주 더 강하게 해주는 콘텐츠가 상단에 노출된다. 그 결과 정치 성향에 따라 우리 편의 정의만이 강화되고 사실의 균형은 무너진다. 법무부나 검찰 인사는 제도적 안정성과 사법 체계의 중립성을 좌우하는 중대 사안이지만, 일부 채널은 이를 정권의 음모로 포장한다. 조회수는 올라가지만, 국민의 법치 신뢰는 그만큼 떨어진다. 법무부나 검찰 인사는 결코 장관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인사 절차는 대통령의 재가를 거치는 헌법상 권한이며, 인사안을 만들기까지는 인사위원회, 대통령실 민정라인 등 다층적인 절차가 존재한다. 즉, “한 사람이 좌지우지한다”는 주장은 행정 구조를 무시한 정치적 단순화다. 특히 중견 이상 검사 인사는 대통령실과 협의를 거치는 것이 관행이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러한 절차를 철저
최근 일부 강성 진보 성향 유튜브를 중심으로 법무부와 검찰 인사를 둘러싼 왜곡과 과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소문이 마치 사실인 양 유포되며 여론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현실과 전혀 맞지 않으며,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중립보다는 극단을 선호한다.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말을 더 자주 더 강하게 해주는 콘텐츠가 상단에 노출된다. 그 결과 정치 성향에 따라 우리 편의 정의만이 강화되고 사실의 균형은 무너진다. 법무부나 검찰 인사는 제도적 안정성과 사법 체계의 중립성을 좌우하는 중대 사안이지만, 일부 채널은 이를 정권의 음모로 포장한다. 조회수는 올라가지만, 국민의 법치 신뢰는 그만큼 떨어진다. 법무부나 검찰 인사는 결코 장관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인사 절차는 대통령의 재가를 거치는 헌법상 권한이며, 인사안을 만들기까지는 인사위원회, 대통령실 민정라인 등 다층적인 절차가 존재한다. 즉, “한 사람이 좌지우지한다”는 주장은 행정 구조를 무시한 정치적 단순화다. 특히 중견 이상 검사 인사는 대통령실과 협의를 거치는 것이 관행이고,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러한 절차를 철저
2025-10-1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행복한 사람도 명절이 끝나면 허전하다. 그러나 소외된 사람은 그 허전함이 때로 삶의 벽처럼 느껴진다. 명절 끝이 단지 ‘휴식의 끝’이 아니라, ‘고독의 시작’이 되고 만다. 특히 가족과 친지를 만나고 조상을 기리는 추석 연휴가 끝나면, 우리 사회의 고독은 오랫동안 계속된다. 필자는 아버지를 일찍 여읜 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어머니와 누나랑 함께 할머님을 모시고 살았다. 당시 우리 집은 할머님을 모시고 산 덕에 매년 추석이면 도시에서 친지들이 찾아와 북적거렸다. 집안에 활기가 돌고, 웃음과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친척들이 떠나고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면, 우리 집은 다시 고요해졌다. 어린 나에게 그 순간은 유난히 크게 다가왔고, 그래서 명절 끝마다 허탈감을 경험해야 했다. 며칠 전 고모님을 하늘나라로 보낸 사촌 누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혼 후 고모님과 단둘이 살았던 누나는 장례를 치르고 난 후 형제들이 다 떠나고 혼자 남은 집안의 고요가 참을 수 없이 낯설고 공허했다고 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도시는 다시 일상의 소음으로 가득 찬다. 그러나 그 소음 속에 묻힌 사람들의 마음은 한층 더 외롭고 쓸쓸하다. 추석 연휴 동안 모처럼 가족과 친지가 함께
2025-10-1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추석 명절이면 필자는 “추석은 조선 초기 천문과학기술자 장영실이 만들었다”며 “추석날 하늘의 보름달을 볼 때 장영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던 중학교 과학 선생님을 잊지 못한다. 과학 선생님의 주장은 “추석은 달의 주기와 낮밤의 길이가 바뀌는 자연의 시간과 농경 문화가 합쳐져 생긴 절기인데, 장영실이 혼천의와 간의대를 만들어 달의 주기를 예측했고, 앙부일구(해시계), 자격루(물시계)를 만들어 자연의 시간을 측정했고 측우기를 만들어 비의 양를 측정해 농경문화에 적용했기 때문에 후손들이 추석을 풍요롭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추석에 뜨는 보름달이 민속 신앙이자 농경 문화의 상징이었지만, 장영실에겐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적 계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장영실의 이름은 우주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해군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10월 말을 전후해 우리 독자기술로 처음 개발한 3600톤급 중형 잠수함 ‘장영실함' 진수식을 갖는다고 밝혀, 필자는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해군은 장보고, 홍범도 등 역사 속 호국 영웅들의 이름을 잠수함 명칭으로 사용해 왔지만, 이번부터 과학자의 이름도 사용하는 것으로 지침
2025-10-0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가 끝나간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반가움, 가족과 함께한 즐거움이 남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온 시민들 중 상당수는 피로와 무기력에 시달린다. 흔히 말하는 ‘명절 후유증’이다. 장거리 운전, 과음, 과식, 가사 노동이 뒤섞인 결과다. 명절이 끝나면 마음까지 가볍고 상쾌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후유증을 방치할 경우 우울감이나 업무 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은 수면 패턴이다. 연휴 동안 무너진 생활 리듬은 빠른 시일 내에 정상 궤도로 돌려놔야 한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을 지키는 것이 첫걸음이다. 자기 전에는 스마트폰 대신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독서를 통해 긴장을 풀어주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과식으로 혹사당한 위장도 돌봄이 필요하다.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물이나 죽 같은 부드러운 음식으로 속을 달래고, 카페인과 탄산음료는 자제하는 편이 좋다. 몸이 찌뿌둥하다면 가벼운 운동이 답이다. 30분 정도의 산책이나 가벼운 조깅은 혈액순환을 돕고 기분 전환에도 효과적이다. 햇볕을 쬐며 걷는 것만으로도 계절성 우울감을 예방할 수 있다. 심리
2025-10-09이번 추석 연휴 기간 정신의학과 강도형 교수의 <감정시계>를 읽으면서 필자는 한국 출판계가 문학 중심의 한국 도서 해외 수출을 넘어, 한국 사회의 독특한 정서와 심리적 고민을 담은 비문학 도서도 세계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6년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 문학의 세계화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소설과 시가 아시아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잇달아 번역·출간되면서 K-문학은 국제 문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K-문학의 확장은 소설과 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는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아우르는 교양서, 곧 비문학 도서의 수출이 K-문학의 저변을 확장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그 대표적인 대상으로 떠오르는 책이 지난달 출간된 서울대 정신의학과 강도형 교수의 <감정시계>라고 생각한다. <감정시계>는 감정을 뇌의 전기적 신호나 화학물질의 결과 대신 몸 전체에 분포된 감각의 언어로 설명한 획기적인 책이다. 특히 정신 분석과 심리학적 성찰을 결합해 감정의 구조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저자는 인간의 감정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해
2025-10-08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현대인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연결돼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지구 반대편 사람과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고, 수많은 소셜 네트워크가 하루에도 수십억건의 소통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스피드하고 다양한 연결이 가능한 사회 속에서 현대인은 정작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세대 간 단절된 체 자기들 세대의 리그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어느 사회나 세대 간 연결이 약해지면 위기를 맞는다. 노년층은 돌봄의 공백 속에 고립되고, 청년층은 사회적 지지망 없이 불안정한 삶을 견뎌야 한다. 더 나아가 세대 갈등은 정치적 양극화로 번지고, 복지 재정 부담을 둘러싼 갈등은 세대 전쟁으로 치닫는다. 결국 세대 단절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적 위험 요인이 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지탱해 온 힘은 늘 ‘세대 간 연결’이었다. 자식은 부모를 돌보고, 부모 세대는 다음 세대의 길을 열어줬다. 노인은 지혜로움을, 청년은 활력과 도전을 제공하며 서로의 빈 곳을 채워 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세대 간 연결은 추석이 그 시작이자 기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추석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세대 간 연결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안타깝
2025-10-04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지난달 30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해당 개정안에는 검찰청 폐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1948년 8월 정부 수립과 함께 설치됐던 검찰청은 7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했다. 기존 기재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환경부를 기후에너지부로,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각각 개편한다. 정부조직법은 국가 행정의 기본 틀을 규정하는 법률이다. 각 부처의 기능과 권한을 나누고, 정책 집행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하는 장치기도 하다. 그런 만큼 부처 이름을 바꾸거나 부처 수를 늘리고 줄이는 차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름만 바꾼다고… 곧 국가의 운영 철학, 권력의 배분,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의 방향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표면적으로는 효율성을 내세우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조직법은 본질적으로 장기적인 국가 운영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은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이벤트’로 변질돼왔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
2025-10-03올해 추석연휴는 3일 개천절, 4일 토요일, 5-7일 추석연휴, 8일 추석 대체공휴일, 9일 한글날까지 이어져 총 7일간이다. 비록 10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쉬는 기업이 많고, 연차를 낸 직장인들이 많아 국민이 느끼는 추석연휴는 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이다. 역대급 황금연휴다. 명절 연휴가 길어지는 이유는 대체공휴일 때문이다. 올해 추석연휴가 7일로 된 것도 8일이 대체공휴일이어서다. 만약 대체공휴일 제도가 없었다면 올해 추석연휴는 황금연휴가 아닌 징검다리연휴였을 것이다. 대체공휴일은 지난 2014년 처음 도입됐다. 설연휴, 추석연휴, 어린이날이 주말이나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 첫 번째 비공휴일을 휴일로 보전하는 제도다. 이후 대체공휴일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에 이어 부처님오신날, 성탄절까지 그 대상이 확대됐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3조(대체공휴일) 2항에 의하면, 대체공휴일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체공휴일은 자동 지정이 아니라, 행정안전부가 전년도 12월에 해당 연도 공휴일을 검토해 올린 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해야만 비로소 공휴일이 된다. 다시 말해, 대
2025-10-03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서울시(시장 오세훈)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한강버스 프로젝트’가 사실상 휴식기에 들어갔다. 앞저 지난달 29일, 서울시는 한 달 동안 한강버스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부터 이달 말까지 승객들의 탑승을 임시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 및 안정화를 위해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한강버스는 기존의 도로와 지하철 중심의 교통망에 수상교통을 정규화함으로써 교통 혼잡 완화와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기획됐다. 그러나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교통수단으로서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단순한 이벤트성 사업을 넘어 서울 시민의 삶 속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 또한 적지 않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보다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기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수상버스는 도로 교통과 달리 항로 제약을 받기 때문에 노선 확장성이 떨어진다. 한강이라는 단일 축을 따라 이동할 수밖에 없어 실제 생활 교통에서 갖는 활용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대체하기에는 접근성과 환승 편의가 부족한 것도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정해진 승강장은 강변
2025-10-01 강주모 기자1960년대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왕성한 출산의 시대였다. 이때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산업화를 일궜고 민주화를 이뤄냈으며, 지금은 어른이 됐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80세 이상 초고령층으로 진입하는 2040년대 이후, 우리 앞에 놓일 가장 큰 사회적 과제는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이다. 보험 전문가들은 2025년 3월 국민연금 개혁 이전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베이비붐 세대가 80세 이상으로 넘어가는 시기와 겹치는 2050년대 중반부터 고갈된다고 수차례 경고해 왔다. 2040년대 이후엔 수급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보험료를 낼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내가 낸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크지만, 그때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2004년 ‘매크로경제 슬라이드’를 도입해 물가나 임금이 올라도 연금 급여는 덜 오르도록 자동 장치를 만들었다. 독일은 연금 산식에 ‘지속가능성 계수’를 집어넣어, 부양비가 나빠지면 자동으로 급여가 줄도록 했다. 스웨덴은 아예 ‘명목확정기여(NDC)’ 제도로 바꿔서, 기대수명이 늘면 개인 연금액이 자동으로 줄어들게 만들었다. 이들 나라가 공통적으로 택한
2025-10-01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지난 29일, 공항 노동조합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등 전국 15개 공항 노동자들(전국공항노동자연대)은 이날, 내달 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내세운 총파업의 이유는 ▲교대 근무제도 개선 ▲노동시간 단축 및 인력 충원 ▲불공정 계약 근절 등으로 요약된다. 공항은 단순한 교통 거점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다. 하루에도 수십만명의 승객이 이용하고, 수천톤의 화물이 오가며, 국가 이미지를 좌우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한다. 이번 파업은 이 같은 공항의 특수성과 국민의 불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식으로 진행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정당한 노동권 보장’이라는 명분조차 희석시켰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자에게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고는 하나, 공공성을 지닌 업종에서는 절제와 책임이 수반돼야 한다. 항공은 버스나 지하철과 달리 대체 교통수단이 제한적이며, 특히 국제선 항공편은 단 한 번의 취소로도 여행객, 출장객, 유학생 등 수많은 사람들의 계획과 비용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이번 파업으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지연되면서 긴급한 수출 물량을 선
2025-09-30이재명 대통령은 국정감사를 며칠 앞둔 지난 29일,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을 제1부속실장으로, 김남준 제1부속실장을 대변인으로 옮기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측근 그룹인 ‘성남·경기 라인’의 핵심인 두 사람이 정부 출범 3개월여 만에 자리를 교체한 것이다. 겉으로는 조직 정비이자 역할 재조정이라지만, 속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국감 국면에서 정치적 부담을 안고도 인사를 단행한 까닭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인사는 국민의힘이 김현지 비서관의 국감 출석을 요구하고, 민주당이 거부하는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 대통령실의 인사·예산을 담당하는 총무비서관은 매년 국감에 출석해 왔지만, 김 비서관은 국회 출석을 다소 불편해하는 분위기다. 총무비서관은 역대 정부에서 국감 증인 출석이 관례여서 야당은 당연히 이번에도 김 비서관을 증인석에 앉히려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그의 의지에 따라 이를 막고 싶었을 것이다.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 수행과 일정 관리가 주된 임무인 만큼 국감 출석 전례가 드물다. 또 김 비서관을 국회에 부르려면 더불어민주당 동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의 국회 출석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따라서 이번 보직 이동이 야당의 공세를 희석시키려는
2025-09-30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흔히들 인간은 합리적이라고 한다. 합리적이란 것은 어쩌면 꽤나 어렵고 복잡한 철학적 의미로까지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한 논리이다. 즉 인간은 계산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이러한 계산된 결과에 따른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인간의 본성,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이 작고한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경제학자인 게리 베커(Gary Becker) 교수다. 그에 따르면 범죄자도 사고하는 존재고, 따라서 계산하는 합리적 존재라는 것이다. 그는 범죄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설명한 공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범죄자는 범죄의 이익이 범죄의 비용을 능가하기 때문에 범행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잠재적 비용 대비 기대하는 이익을 계산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서 범행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범죄의 이익이 비용을 능가하지 못한다면 범죄는 선택되지 않고 행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런 합리적 선택과 관련된 인간 본성을 하나 더 더한다면 바로 자유의사(Free Will)일 것이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며, 그의 모든 선택은 강제되거나 강요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한 선택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누구
2025-09-29 이윤호 교수대한민국 국민연금은 운용 자산 규모 면에서 세계 3위다. 국민의 노후와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떠받치는 중추적 기둥이다. 하지만 그 운용 방식을 들여다보면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마치 거대한 금고 속에서 무엇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국민 누구도 알 수 없는 ‘깜깜이 운용’에 가깝다. 거버넌스와 정보 공개의 불투명성은 다른 선진국 연기금과 비교할 때 더욱 선명하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큰 틀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 위원회의 의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는다. 전문 운용역이나 독립적 전문가가 아니라 현직 장관이 최종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구조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정치·관료·이익집단 대표가 섞여 구성돼있는데, 전문성보다는 이해관계의 타협과 정치적 고려가 앞설 수밖에 없다. 세계 연기금 상위권 국가에서 이런 깜깜이 운용 구조를 가진 연기금은 단언컨대 한국밖에 없다. 캐나다의 CPPIB나 네덜란드의 ABP는 이사회 중심의 독립적 거버넌스를 갖추고, 정부 부처가 직접 의사결정을 좌우하지 않는다. 정부가 기금의 주인 행세를 하는 구조는 매우 기형적이고 특수한 한국만의 현상이다. 공시 제도만 보면 국민연금은 매월, 매분기, 매년 운용 성과를 발표한다. 그러나
2025-09-29 조용래 작가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오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국가 전산망 장애 사태와 관련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국정 책임자로서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그는 국가 전산망에 이중 운영 체계가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원점부터 철저히 조사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곧바로 전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23년 대규모 전산망 장애 사태와 양상이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전 정부가 2년이 지나도록 국가 전산망 보호를 게을리한 게 아니냐고 윤석열정부를 공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전 정부 탓’이라는 말을 자동 반사처럼 쏟아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런 구태를 답습하지 않겠다고 했고, 지금까진 대체적으로 전 정부 탓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정자원 화재 사태로 결국 이 대통령도 전 정부 탓을 하고 말았다. 국민 앞에서 책임 대신 변명을 한 셈이다.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전 정부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와 사고 앞에서 “우리 잘못 아니다, 전임 잘못”이라는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다. 국민이 듣고 싶은 건 핑계가 아니라 해결책이다. 현 정부가 권력을 쥐고 있는 한, 모
2025-09-29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