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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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 2026.04.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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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기의 시사펀치

[김삼기의 시사펀치] 우리는 왜 ‘예의를 벗은 실낙원’이 되었나

지난 22일 서울 인사동 지오 아트스페이스를 찾았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낯선 인체들이었다. 형태는 흐릿했고, 선은 닫히지 않았으며, 몸은 완성되지 않은 채 흔들리고 있었다. 정돈된 아름다움 대신 불안과 긴장이 먼저 느껴졌다. 불편했지만,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 김영춘 작가의 첫 개인전 ‘예의를 벗은 실낙원’. 이 전시는 한순간의 감각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한 달에 120컷에서 360컷, 15년 넘게 이어진 인체 크로키의 축적이다. 먹물과 크레용, 파스텔과 콘테, 흑연과 유화. 재료는 바뀌었지만 질문은 변하지 않았다. 인체를 통해 끝까지 파고드는 탐구. 그 반복은 기술이 아니라 수행이다. 크로키는 프랑스어 croquis에서 온 말로, 짧은 시간 안에 대상의 형태와 동세 등 중요한 특징을 선으로 포착해 표현하는 기법으로 주로 움직이는 동물이나 사람의 형태를 빠르게 그린 그림을 뜻한다. 그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성’이 아니다. ‘남겨진 흔적’이다. 검은 바탕 위에서 번지는 선, 붉은 면 위에서 흔들리는 윤곽, 초록의 배경 속에서 뒤엉키는 육체. 그것들은 완성을 향해 닫히지 않는다. 덜 닫혀 있기 때문에, 더 많이 드러낸다. 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