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사전투표 직전일인 지난 28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의 막판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만남조차 갖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불과 3주 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위해 자택까지 찾아온 권성동 원내대표를 만나주지 않았던 모습과 매우 닮아 있어 ‘자업자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김 후보는 대구 유세를 마치자마자 KTX로 상경해 이 후보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회 의원회관으로 직행했다. 그는 밤 늦게까지 기다렸지만 끝내 이 후보는 나타나지 않았다.
김 후보는 자정을 넘긴 29일 오전 12시39분쯤 기자들과 만나 “지방에 갔다가 올라와서 이준석 의원(후보)을 만나려고 의원회관에 있다고 해서 왔다. 방 문은 열렸는데 사람이 없었다”며 “그래서 기다렸는데, 저렇게 (이 후보가) 오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화도 아무리 해도 받지도 않으니까 오늘 만날 길이 없는 상태였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후보는 “(오늘) 만났으면 ‘잘해보자’는 이야기 안 했겠나. 그런데 못 만났으니까 할 말도 없고 여기서 좀 노력을 해보도록 하겠다”며 “나는 (일단) 집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를 향해선 “우리가 뭉쳐서 이 방탄 괴물 독재를 막아야 안 되겠나”라고도 호소했다.
이 모습은 3주 전 한 전 총리와 단일화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위해 김 후보를 설득하고자 했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유세 중인 대구로 향했지만,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후보를 끌어내리려 한다”며 돌연 서울로 상경,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특히 권 원내대표는 밤늦게 김 후보의 서울 봉천동 자택 앞까지 찾아갔지만, 김 후보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다음 날 “후보 단일화는 내가 주도한다. 지도부는 개입 말라”는 입장문을 내며 사실상 당 지도부를 ‘패싱’했던 바 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지 불과 3주 만에 입장이 완전히 뒤바꼈다. 단일화 제안을 받던 입장서 당 지도부의 방문을 외면했던 김 후보가, 이제는 단일화를 제안하는 입장이 돼 상대 후보의 문 앞에서 기다리다 문전박대를 당한 것.
당시 권 원내대표가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며 김 후보와의 만남을 호소했던 것처럼, 이제 김 후보가 “뭉쳐야 한다”며 이 후보를 찾아 헤맸지만 결과는 같았다.
김 후보는 “본투표(6월3일) 때까지도 노력을 계속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느낌이 좀 (든다)”며 이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여지를 남겨뒀지만,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어둡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 후보 입장에선 단일화 시너지를 기대하기는커녕, 개혁신당 유권자의 신뢰마저 잃을 수도 있는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더욱이 사전투표가 진행된 후에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이미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의 표는 사표가 돼버리고 만다.
결국 김 후보는 과거 자신의 행동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셈이라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됐다.
정계 은퇴 선언 후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두 번 탄핵당한 당일지라도 살아날 기회가 있었는데, 너희들의 사욕으로 그것조차 망친 것”이라며 “다 너희들(국민의힘)의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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