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투성이’ 혼돈의 국민의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5.26 10:32:57
  • 호수 1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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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치명적인 업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다양한 모순이 이어지면서 힘겨운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후보 주변엔 온갖 불협화음과 비협조가 넘치고 있다. 김 후보도 강경보수 행보를 거듭하면서 중도 확장을 노리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국민의힘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모순투성이 행보와 좌충우돌을 거듭하고 있다. 그 모순은 국민의힘과 김문수 대선후보 등을 가리지 않고 사방서 이어지고 있다. 시작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끊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그전까지 국민의힘에선 윤 전 대통령 출당·탈당 여부를 놓고 입씨름이 이어졌다.

선수 치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결정과 관계없이 당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서 절차대로 진행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출당 가능성을 암시했다. 지난 16일에도 기자들에게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윤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당과 대선 승리를 위해 결단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전격 탈당했고, 비상계엄 선포 관련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출당 논의가 진행되자, 윤 전 대통령이 선수를 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탈당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려웠다. 국민의힘은 지난 13일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자 친구로 알려진 석동현 변호사를 선대위 내 시민사회특별위원장으로 영입했기 때문이었다. 이어 지난 18일엔 윤 전 대통령 변호인 중 1명이자 “윤 전 대통령의 계엄 덕분에 나도 계몽됐다”는 발언으로 유명한 김계리 변호사가 국민의힘 입당을 신청했다.


세간의 비난이 이어지자, 석 변호사는 같은 날 선대위 직책서 사퇴했다. 국민의힘도 김 변호사의 입당을 보류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지난 20일 기자들에게 “김 변호사의 입당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며 “당이 김 변호사가 가진 정치적 상징성에 부담되는 부분이 있어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일 “영부인의 존재는 오랫동안 검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명분으로 대선후보 배우자 토론을 제안했다가 각계의 비난을 들었다. 김 비대위원장의 제안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지난 12일 법인카드 유용 혐의 항소심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을 공격하려는 취지였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장은 독신인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로부터 “내 앞에 있었다면 혼났을 것”이란 비아냥을 들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도 “김건희씨가 대통령 행세하면서 위세 부리는 것을 방치하고 김건희 특검법을 막았던 과거부터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오월의 희생자” 자처하고
학살 주역 영입

김 후보도 직접 모순을 만들었다. 김 후보는 지난 17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나도 오월의 희생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난 14일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중앙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비난 여론에 밀려 취소했다.

정 전 장관은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진압 작전을 지휘한 특전사령관이었다. 이 때문에 5·18 민주항쟁 행사위원회는 김 후보에게 “전야제에 참석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 한민수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윤 어게인도 모자라 전 어게인을 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극우 세력과의 관계를 끊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여전히 눈에 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와 당원들은 지난 16일 김 후보의 경기도 수원·화성 유세에 참여해 김 후보 지원에 나섰다. 지난 20일엔 서울 강서구 유세에 나서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국민의힘의 김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반대하면서 김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는 경선 후보였던 지난 4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고, 전씨와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의 한 극장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무위원들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할 당시 홀로 사과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꼿꼿문수’란 별명이 붙어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다.

김 후보는 지난 16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만장일치 파면에 대해선 “독재국가에서나 볼 법한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행보를 거듭하면서도 중도 확장을 고민하는 것도 모순이 될 수밖에 없다.

또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반명(반 이재명) 빅텐트 구축을 위해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를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정현 공동선대위원장은 줄곧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를 위해 과거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가 내려졌던 것에 대한 공식 사과·징계 취소·복권 등을 제안했다. 그러자 중앙윤리위는 지난 15일 “이준석 후보에 대한 징계 처분 취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도 “이준석 후보는 당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쫓겨났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이 지지…
김은 당내서도 비협조

이준석 후보로선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면서 극우 세력과 연결고리가 강한 김 후보와 단일화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과 다를 게 없다. 역으로 이준석 후보 측은 “김 후보가 보수 진영 선택지서 사라지고, 이준석 후보가 보수 단일후보가 돼야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0일엔 SBS <김태현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서 “단일화 절차나 과정 자체가 굉장히 구태스러워 보일 것”이라며 “제가 단일화서 이길 수 있더라도 안 한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이동훈 공보단장도 지난 22일 “국민의힘 친윤(친 윤석열) 의원들이 ‘차기 당권을 주겠다’면서 김 후보와의 단일화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모순이 거듭되면서, 국민의힘은 내부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궁색한 처지에 놓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에 이어 개혁신당 허은아 전 대표와 김용남 전 정책위의장으로부터 연이어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받았다.

민주당은 이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을 영입해 선대위원장직을 맡겼다. 심지어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의 연대도 시도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민주당과 달리 경선주자들의 선대위 참여 거부가 이어지고 있다.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 탈당 후 하와이로 출국했다. 국민의힘은 홍 전 시장을 설득하기 위해 특사단까지 보냈지만, 홍 전 시장은 특사단을 빈손으로 귀국시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지난 3일 밤, 김 후보를 한덕수 전 총리로 교체하려고 했을 당시 자택서 기타를 치면서 개인 방송을 했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결국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저를 막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거냐”고 주장했다.


지난 21일에야 뒤늦게 부산 유세에 참여했지만, ‘김문수’란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고, ‘우리 국민의힘 후보’란 표현을 사용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지 못한 한 전 총리도 선대위원장직을 고사했다.

반전 카드?

국민의힘의 중도 확장은 이렇듯 하나하나 막히고 있다. 김 후보가 그동안 유지했던 강경보수 성향과 국민의힘의 업보가 겹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업보와 모순된 언행이 뒤엉킨 좌충우돌은 김 후보의 선거운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김 후보에게 과연 이런 좌충우돌을 뒤집을 반전 카드가 있긴 한 걸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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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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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