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화두 ‘성남’ 의혹

성남시의료원 부지로 막판 흔들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기도 성남이 대선판 최고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지율 ‘1강’ 후보의 정치적 시발점인 곳이라 ‘추격조’의 표적이 된 모양새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불거진 성남 관련 의혹이 유권자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선 정국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뚜렷한 ‘1강-1중-1약’ 구도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 40~50%로 치고 나가는 중이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30~35% 지지율로 쫓아가는 형국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5~10%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정치적 발판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후임자를 선출해야 한다는 법에 따라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 정당은 짧은 시간에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할 ‘임팩트’ 있는 장면을 만드는 데 혈안이 돼있다.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도 마찬가지다.

대선 구도가 ‘이재명이냐, 이재명이 아니냐’로 흘러가는 중이어서 민주당 이 후보는 ‘인간 표적’이 된 상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경선 때부터 민주당 이 후보를 ‘일점사’해 각종 의혹을 제기했고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에 거리를 두고 있는 개혁신당 이 후보도 선거 막바지에 이를수록 민주당 이 후보 쪽으로 총구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 경기도 성남이 있다. 성남은 민주당 이 후보의 정치적 고향이자 텃밭이다. 그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장으로 역임했다. 8년간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쌓은 경험은 경기도지사, 민주당 대표, 대선후보로 이어진 이 후보의 정치 인생의 발판이 됐다. 정치적 체급이 커진 것도 성남시장 시절의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


최근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민주당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을 겨냥하고 있다. 민주당 이 후보가 ‘치적’이라고 내세운 과거 행보를 파헤칠 기세다.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각종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 이 후보의 도덕성에 타격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판교 부지’ 의혹을 들고나왔다.

지난 18일 장영하 김문수 캠프 진실대응전략단장은 민주당 이 후보를 공무상 배임 및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장 단장은 <굿바이, 이재명>의 저자로 ‘이재명 저격수’로 알려진 변호사다. 그는 민주당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엔씨소프트와 체결한 시유지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가 “특혜”라며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8년 이 후보는 성남시장직을 사퇴하기 직전 성남시 백현동 641번지 일대 2만5000평 규모의 시유지를 엔씨소프트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며 “겉으로는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유치라는 미명 아래 이뤄진 것이지만 실상은 특정 기업에 토지를 사실상 선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특혜성 사전 협약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시장이었던 이 후보가 체결한 MOU가 후속 행정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결정적으로 훼손했다”며 “이 후보는 토지 매각 계획이 공식적으로 수립되기도 전에 엔씨소프트와 MOU를 체결했고 사실상 특혜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개혁신당 동시다발
최고 치적 독으로 작용하나

다시 말해 민주당 이 후보가 시장 시절 맺은 MOU가 엔씨소프트의 토지 낙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또 “해당 토지에 대한 공모와 입찰 절차에서도 MOU 체결자였던 엔씨소프트가 월등히 유리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실제로 유찰 이후 엔씨소프트가 이 부지를 단독으로 낙찰받았으며 이는 실질적인 경쟁 입찰이 아닌 계획된 단독 응찰의 시나리오였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도 내세웠다.

장 단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 해당 부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정식 지정도 되지 않았고 관련 핵심 계약 조항도 삭제돼있었다. 성남시는 매각 2년간 어떤 관리·감독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문수 후보 캠프가 해묵은 비방을 또 꺼내 들었다. 한심하다”며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개혁신당 이 후보도 ‘성남’ 관련 카드를 꺼냈다. 민주당 이 후보가 정치에 입문하는 데 시발점이 된 성남시의료원을 방문한 것.

민주당 이 후보는 성남시의료원 설립을 위한 주민 발의가 시의회에 가로막히자 시민운동의 한계를 깨닫고 성남시장에 도전했다. 2021년 대선후보 시절에도 성남시의료원을 자신의 ‘정치 출발지’라고 말한 바 있다. 성남시장 시절 역점 사업이자 최고의 치적으로 내세운 곳이기도 하다.

개혁신당 이 후보는 지난 21일 성남시의료원을 방문해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이 자리서 그는 “지금까지 3400억원 정도의 누적 재정 지원이 있었는데도 500개 병상 중 200개가 신품 상태로 5년 가까이 방치돼있다”며 “애초에 공공의료 수요 예측이나 운영 모델 연구가 제대로 안 된 상태서 진행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남시의료원은 이 후보가 변호사 시절부터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를 때는 본인 치적으로 포장하고 나중에 사업 관리가 안 되는 것은 전형적인 치적 쌓기 정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공공의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개혁신당 이 후보는 “이 후보는 (성남시의료원의) 현재 상태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왜 더 확대하겠다고 국민에게 공약하는지 묻고 싶다”며 “이걸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이 후보의 생각에는 오늘 방문을 통해 동의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 후보의 방문에 일부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성남시의료원위탁운영반대운영정상화시민공동대책위원회·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등은 이날 기자회견서 “이준석 후보가 대선후보로는 처음 시민이 만든 공공병원인 성남시의료원을 방문한다는 소식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공공병원을 살리기 위한 정책적 지원 방문이 아니라 성남시의료원에 대한 왜곡된 사실에 기초해 정치적 흠집을 내기 위한 행보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온상?

대선이 다가올수록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가 심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미담보다는 의혹이 유권자의 뇌리에 더 강하게 박히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서 제기하는 성남 논란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민주당 이 후보의 미담일까, 상대 진영의 의혹일까. 이제 대선은 열흘도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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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 흔적’ 지우는 아크로비스타

[단독] ‘윤석열 흔적’ 지우는 아크로비스타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입주민들이 ‘윤석열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아크로비스타 커뮤니티센터에 걸려 있는 사진은 그대로지만 ‘대통령님 어린이날 행사’라는 문구는 사라졌다. 일부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퇴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잘’ 지내고 있다. 경호원들을 대동하면서 자신의 사저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 1층 커뮤니티센터를 자유롭게 활보 중이다. 연일 부정선거 음모론을 옹호하는가 하면 관련 영화까지 챙겨 봤다. 반대로 일부 아크로비스타 입주민들은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는 모양이다. 사라진 팻말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는 아직 윤 전 대통령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난달 9일 <일요시사> 취재진이 확인한 아크로비스타 커뮤니티센터에는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지난 2022년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아 아크로비스타에 거주하는 이웃 어린이들과 촬영했던 사진이다. 행사는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 50분간 입주자대표회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당시 입주자대표회의는 같은 해 4월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입주민 가운데 만 3세 이상부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기준 이 사진의 팻말인 ‘대통령님 어린이날 행사 (2022.5.5)’는 지워져 있었다. 아크로비스타 입주민 A씨는 “관리소에 철거를 요청했었는데 안건으로만 상정됐지, 아직 구체적으로 언제 철거할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철거될 예정이기에 팻말을 떼놓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코바나컨텐츠 앞 한 갤러리를 사실상 집무실로 사용 중이다. 이 갤러리는 윤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를 떠나 아크로비스타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사무실 안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바뀐 건 지난달부터다. 윤 전 대통령과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드나들면서 정문을 잠그고 내부가 아예 보이지 않도록 방음벽 등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민 “철거 요청” 이행될진 미지수 바로 앞 갤러리 사실상 윤 집무실 과거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에 경호 CP(Command Post·경호작전지휘소)를 두고 엘리베이터 한 대를 전용으로 사용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실제 이 갤러리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는 동과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위치한다. 엘리베이터 근처에는 대통령경호처 직원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 같은 달에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이 갤러리를 방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경호처 직원들도 지난달과는 다르게 사복 차림으로 윤 전 대통령을 경호 중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입주민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분위기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입주민 A씨는 “대다수의 입주민들은 언론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윤 전 대통령 부부가 활보하는 것에 대해 대놓고 불편을 표현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파트 인근서 늦은 새벽까지 라이브 방송을 하며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소란을 벌이는 일부 극우 유튜버들로 인해 밤잠을 설치거나 도보 산책을 무서워하는 입주민들이 적지 않다. 112에 여러 번 신고해도 경찰이 소란을 벌이는 사람들에게 주의만 주고 떠나는 등 대응이 미비한 게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아크로비스타를 떠나지 않으면 현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으나 최대 10년 동안 대통령 경호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르면 자진 사퇴와 파면으로 임기 만료 전 퇴임한 전직 대통령도 경호·경비와 관련된 예우는 그대로 유지된다. 최고 수준의 국가 기밀을 다뤘던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적절한 수준의 경호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 전직 대통령 경호에는 20∼30명의 인원이 투입된다. 내부 공간 안 보이게 방음벽 설치 직원들 사복 차림 입주민 눈치 보기? 검찰이 아크비스타를 압수수색했던 건 이달 초다. 김씨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하겠다는 초강수를 뒀지만 김씨가 불응하면서 대선 이후에야 수사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씨에게 곧바로 추가 출석요구서를 보내지 않고, 조사 시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사건 관계인들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김씨 휴대전화와 메모 등 관련 자료들도 확보해 분석한 만큼 김씨 대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사팀은 지난 2월부터 김씨 측에 구두로 소환 조사 필요성을 전달하다가 지난 14일 검찰청으로 와 조사를 받으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다만 김씨 측이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는 사실을 증빙할 진단서와 함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조사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김씨 측은 해당 사건이 공천 개입에 관한 내용인 만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사유서에 담았다. 선거 기간에는 정치적 수사를 중단해 온 관행을 고려해 조사 시점을 6·3 대선 후로 조정해 달라는 의견도 전달했다. 검 신중 모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의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지검장은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 처분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됐다가 지난 3월13일 직무에 복귀했다. 그는 탄핵소추로 인해 직무가 정지돼있던 기간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고, 복귀 직후부터 사의 표명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기 수사 중인 서울고검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서울남부지검도 대선 전 김씨를 직접 불러 조사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