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통령선거를 20여일 앞두고 후보들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상대 후보의 공약에 대한 공격도 도를 넘을 정도다. 앞으로 TV 토론서도 상대 후보의 공약에 대한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상대 후보의 공약에 대한 공격이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류인데도 맞는 논리인양 우리 국민을 속이는 공격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에 대해 “나라 곳간을 비워 우리나라를 망하게 할 거냐”고 공격하면 안 되고, 정부 출자 지분이 있는 ‘HMM의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 “부산 표심만 날름 먹고 도망가려고 장난친다”고 공격해선 안 된다.
김문수 후보의 ‘전술핵 재배치’ ‘핵추진 잠수함 개발 추진’ 공약에 대해 “북한하고 한판 붙자는 거냐”며 공격해도 안 되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관세 패키지’ 협상과 대통령 주재 ‘수출진흥회의 정례화’ 공약에 대해 “탄핵당한 윤석열정부처럼 또 미국에 아부할 거냐”는 공격도 마찬가지다.
이준석 후보의 ‘전국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교통바우처 제공’ 공약에 대해도 “노인을 거지로 아냐”고 공격하면 안 되고 ‘중국·베트남 공장의 대한민국 소환’ 공약에 대해 “트럼프 아바타냐”고 공격해서도 안 된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기승전 사법 리스크’로, 김문수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기승전 탄핵 리스크’로, 이준석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기승전 교만 리스크’로 몰고 가는 것도 곤란하다.
이런 식의 공격이 언뜻 보기엔 사이다처럼 시원한 공격 같지만, 공약의 본질을 호도해 공약 자체를 허수아비로 만들어놓고, 한 방에 상대 공약을 무너뜨리려는 얄팍한 전략에 불과할 뿐이다.
필자는 지난 주말 모임이 있어 강원도 춘천에 다녀왔다. 그런데 가을도 아닌데 들녘에 나무, 짚, 옷가지 등으로 만든 농부 모습의 허수아비 7-8개가 군무를 이루고 있었다.
불현듯, 21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모여 상대 후보를 헐뜯고, 특히 말장난 식의 ‘허수아비 논법’을 남발하는 모습이 클로즈업됐다.
허수아비 논법(straw man argument)은 논쟁이나 토론서 상대방의 주장을 약점이 많은 주장으로 슬쩍 바꿔놓은 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허수아비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수법으로, ‘허수아비 공격 오류(straw man fallacy)’라고도 한다.
허수아비 논법은 상대방의 주장이 무너진 것처럼 기정사실화하기 때문에, 논쟁이나 토론서 시청자들을 속여 실제의 진실을 숨기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래서 허수아비 논법은 본질적인 토론을 가로막고, 우리 국민이 합리적인 판단을 못하도록 방해한다.
이렇게 궤변에 불과한 허수아비 논법을 왜 후보들이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있고, 그 덫에 걸려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국민이 허수아비 논법을 사용하는 후보가 임기응변이 뛰어난 능력자로 알고 있다고 후보들이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공약 발표나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이제는 허수아비 논법이 논리의 오류로 의식을 흐릿하게 해 상대의 논리를 좌절시키고, 국민을 속이는 수법이라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후보들이 상대의 공약을 공격할 때 허수아비 논법 대신 논리적으로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상대 후보의 공약을 일부러 짜깁기하거나 비화시켜 공격하면 안 된다. 그래야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아울러 허수아비 논법으로 공격받는 후보도 상대 후보의 논리에 휘말리지 말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책을 논리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허수아비가 농부를 대신해 곡식을 지켜주듯이, 후보들도 우리 국민을 대신해 국민의 재산을 지켜주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사전적 의미로, 허수아비는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혹시 후보 중 자격이 없는데도 후보 자리만 지키고 있는 후보는 없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오는 18일엔 ‘저성장 극보과 민생경제 활성화’, 23일엔 ‘사회 갈등 극복 통합 방안’, 27일엔 ‘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의 주제를 놓고 TV 토론이 열린다. 이날 어느 후보가 허수아비 공격 오류를 많이 범하는지 잘 관찰해봐야 한다.
우리 주변서 말 잘하는 사람을 대할 때도 혹시 허수아비 논법을 자주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허수아비 논법은 궤변이자 속임수이며, 오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