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불안’ 대선 테마주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5.13 13:58:06
  • 호수 1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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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 장사’ 과열된 단타 베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추려진 가운데, 양 후보와 관련한 정치 테마주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금융 당국은 과열된 투자심리를 주목하며 조심스럽게 경고하는 상황이다. 대선후보 테마주 기업들의 리스크 유무도 눈길을 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이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이재명 테마주’가 일제히 상한가로 치솟았다. 이번 급등은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의 첫 공판기일을 기존 오는 15일에서 대선 이후인 6월18일로 연기한 영향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상지 리스크

지난 7일 오후 1시 기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테마주로 분류되는 오리엔트바이오는 전 거래일 대비 21.93% 오른 1679원에 거래됐다. 오리엔트정공(18.76%)과 형지I&C(11.61%), 형지글로벌(7.19%)도 강세다.

다음 날에는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는 코나아이, 웹케시, 상지건설, 오리엔트바이오, 포바이포 등 5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어 오리엔트정공(24.44%), 동신건설(18.03%), 이스타코(20.00%), 형지I&C(13.98%), 형지글로벌(11.60%) 등 다른 관련주들도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 상장사 코나아이는 지역화폐 플랫폼 ‘코나카드’를 운영하는 기업으로, 이 후보의 지역화폐 공약과의 연관성이 부각됐다. 웹케시 역시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자금융 설루션을 공급한 이력이 있어 관련주로 편입됐다.


상지건설은 임무영 전 사외이사가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 캠프에 참여한 이력이 부각되며 테마주로 분류됐다. 지난달 초 30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는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이어가며 4만3400원까지 급등했다. 오리엔트바이오는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서 이 후보가 청소년 시절 일한 경력이 알려지며 주목받았다.

포바이포는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솔루션 기업으로,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와 협력 중이다. 이 후보가 최근 퓨리오사AI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련주로 묶였다. 형지그룹주는 이 후보가 과거 성남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무상 교복 정책과 맞물려 테마주로 분류됐다.

다만, 상지건설 임원의 과거 행적이 드러나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금융 당국의 지적도 나왔다. 상지건설의 전환사채(CB)를 매입한 뒤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투자사 중 한 곳에서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및 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임원 위모씨가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씨는 과거 건실한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 M&A 한 뒤 회삿돈을 횡령해 상장폐지와 파산으로 이끈 기업사냥꾼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지건설은 지난달 4일 투자사 4곳에 240만주에 해당하는 CB를 135억원에 매도했다. 이는 현재 발행 주식 수 398만1814주의 60.3%에 달하는 규모로, 주가를 3만4100원(5월 7일 종가)으로 계산하면 818억원 수준이다.

투자사들은 CB에 대해 전환청구권을 행사, 이달 22일 신규 주식이 시장에 풀린다. 상지건설이 CB 매도 당시 공시한 ‘자기전환사채 매도결정’ 보고서에 따르면 CB를 매수한 투자사 4곳 중 한 곳인 A사는 최대주주 2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파기환송 연기로 치솟는 ‘이 관련주’
기대 속 등락 반복…당국 예의주시


그런데 A사의 법인 등기에는 이 두 최대주주와 별개로 사내이사로 등록된 위씨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또 위씨 일당은 사채업자를 동원해 과거 코스닥 상장사였던 디지텍시스템스를 무자본 M&A한 뒤 회삿돈으로 대출금을 갚고, 일부는 횡령한 혐의로 2014년 구속됐다. 디지텍시스템스는 한때 삼성전자에 터치스크린을 납품하며 연매출 2000억원, 당기순이익만 100억원을 넘겼던 건실한 회사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상장폐지와 함께 파산 절차를 밟았다. 당시 사건에는 위씨 일당과 함께 주가조작에 참여한 펀드매니저, 회계 감리를 무마해주겠다며 금품을 받은 금감원 부국장 등이 연루됐다.

위씨가 이번에는 상지건설 CB 인수자로 등장한 것이다. 상지건설이 아무리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해도 굳이 위씨가 포함된 투자사에 CB를 매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이 어떤 사유로 CB 매매 계약을 맺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7일 기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테마주로 묶이는 평화홀딩스는 24.61% 올라 5620원을 기록했다. 평화산업(14.89%)과 대영포장(13.60%)도 급등세다. 평화홀딩스는 김종석 회장이 김 후보와 같은 경주 김씨인 데다 계열사 피엔디티 공장이 김 장관 고향인 경북 영천에 공장을 두고 있어 테마주로 묶인다.

골판지 상자 제조기업 대영포장은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유니버셜 스튜디오 사업 부지와 가까워 테마주로 묶였다. 김 후보의 관련주가 급등하는 반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관련주, 테마주는 급락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9시25분 기준 한 전 총리의 테마주인 아이스크림에듀 주가는 5.72% 하락한 5110원에, 시공테크는 7.05% 하락한 7380원에 거래 중이다. 일정실업 0.19%, 태영건설 1.82%, 포메탈 4.18%, 삼륭물산 0.89% 등으로 각각 하락하고 있다. 

숨은 리스크 ‘기업 사냥꾼’ 연루설
단숨에 200억원 번 슈퍼개미 실체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관련 주식인 대상홀딩스(-12.39%)도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시공테크 주식을 전부 매각해 200억원을 손에 쥔 ‘슈퍼개미’가 주목받기도 했다. 박기석 시공테크 대표가 과거 한 후보와 국민경제자문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테마주에 해당됐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임기석씨는 한 전 총리 테마주인 시공테크 주식을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총 6차례에 걸쳐 나눠 매도했다. 매도 단가는 9200원에서 1만원대 초반 사이로 총 130만여주를 처분하면서 약 125억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매도로 임씨는 6.49%의 지분을 전량 정리했다.

임씨의 부인인 한경숙씨도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해 거액을 손에 쥐었다. 한씨는 지난달 17일 주당 1만59원에 시공테크 주식 40만주를 장내 매도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남아있던 44만 7209주를 전량 팔아치웠다. 매각액은 총 79억6619만원이다. 이들 부부가 지난달 확보한 현금은 204억원에 달한다.

임원들도 주식 매도 행렬에 동참했다. 통상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임원들의 주식 매도 행렬은 시장서 악재로 인식된다. 실제로 시공테크는 10% 넘게 급락했다. 4월 초만 해도 3700원대에 머물던 시공테크 주가는 한 후보 테마주로 묶이면서 보름 만에 1만원에 육박할 만큼 급등했다.


이 과정서 임씨는 사실상 ‘고점 탈출’에 성공했고 뒤따라 진입한 일반 투자자들만 하락장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게 됐다.

지난달 21일 김승태 시공테크 대표는 보유 중인 자사주 1만1657주를 주당 9843원에 장내서 매도해 1억1474만원을 확보했다. 남경우 부사장도 같은 날 보유 주식 1만107주를 주당 9905원에 팔아 1억여원을 거머쥐었다.

정치 테마주가 널뛰자 금융감독원은 특별 단속에 나섰다. 7월 말까지를 테마주 불공정 거래 집중 제보 기간으로 잡고 현재 가동 중인 특별 단속반을 확대 운영한다. 이상 급등 종목, 민원·제보가 많은 종목, 대주주 대량 매도 종목, 최근 대규모 전환사채(CB) 전환 종목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고점 탈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정치 테마주 60종목의 주가 등락률은 코스피의 세 배에 달했다. 지난 19대 대선 때도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다가 선거일 전후 원래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처럼 대선 시기에는 주가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도 높아 투자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금감원은 “정치 테마주는 기업의 실적 등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단순히 정치인의 학연과 지연 등 인적관계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투자자를 현혹할 수 있으니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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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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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