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마크롱’ 이준석의 실험 명암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28 14:34:05
  • 호수 1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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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프랑스가 같냐?”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는 자신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비유해 당선 가능성을 자신한다. 하지만 대선 출마의 목적은 당선이 아니라, 성공적인 국정 운영이다. 취임 이후 내우외환에 시달리면서 고전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오늘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는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묻는 언론 인터뷰마다 자신의 경기 화성을 지역구 당선 경험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언급한다. 두 모델의 공통점은 양당의 대결 구도 상황서 제3후보가 갑자기 두드러져 당선됐다는 것이다.

40대 기수론

이 후보는 지난 22일 KBC <여의도초대석>과의 인터뷰서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은 40대 때 한 국가를 이끌었던 사람들”이라며 “프랑스서도 역동적으로 민주주의가 움직여 30대 마크롱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래 사회당 소속이었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서 30대 중반 나이로 경제산업디지털부 장관으로 취임해 규제 완화를 주도했다. 좌파 정부서 시도했던 규제 완화였기 때문에, 집중적인 비난에 시달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장관직서 물러나 신당 앙마르슈를 창당했고, 만 39세의 나이로 지난 2017년 대선서 당선됐다.

신당 창당 후 곧바로 대통령에 당선됐던 결정적 이유로는 프랑스의 대표 좌우 정당인 사회당·공화당이 국민의 신임을 잃었던 것을 들 수 있다. 집권여당이었던 사회당은 올랑드 대통령이 주도했던 노동개혁 날치기에 협조했다가 엄청난 비판에 시달렸다.


유력 대선주자였던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아내를 보좌관으로 취업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함께 무너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양당이 자멸하는 상황서 진행된 1차 투표서 24%를 득표해 21.3%를 득표한 극우 정당 국민전선 마린 르펜 후보와 함께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선 국민전선의 집권을 바라지 않는 좌우 합작 바람이 일어나 66%를 득표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결선투표에선 조건부 지지가 대세로 자리 잡기 때문에 향후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중요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초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권위적인 언행 ▲측근과 여당 의원들의 돌출 행동·비리 의혹 ▲우클릭 정책에 대한 반발 등이 이어지면서 꾸준한 지지율 하락을 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야심 차게 제5공화국 역대 두 번째 여성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했던 실비아 굴라르 전 국방부 장관은 보좌관 허위 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자진 사퇴했다. 마크롱 대통령 당선 1등 공신이었던 리샤르 페랑 전 영토통합부 장관도 부인의 건물 임차 과정서 지방건강보험기금 기관장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했단 의혹을 받자 사퇴했다.

지지율 하락·선거 참패
내각 불신임당한 마크롱

마크롱 대통령의 경호원 출신으로서 20대의 나이로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알렉상드라 베날라 전 보좌관은 파리 시내 노동절 집회서 보호장구를 착용한 후 시위 참여자를 폭행하다가 적발돼 파면됐다. 이후 베날라 전 보좌관에 대해선 각종 권한 남용 의혹이 제기돼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이어진 핵심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됐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책 노선에 대한 반발이 이어진 것도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회당 시절부터 노동 유연화·애국주의 교육 등 우파 성향을 드러냈다. 이 성향은 대통령 취임 이후 ▲유류세 인상 ▲연금개혁 ▲비유럽 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공립대학 등록금 15배 인상 ▲보안법 제정 등 형태로 이어졌다.

이 중 우리에게 가장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연금개혁이다. 개혁의 핵심은 수급 연령을 점진적으로 올리고, 기여 기간도 늘리는 것이었다. 이 법안이 의회서 통과되자, 프랑스 전역에선 마크롱 대통령을 루이 16세에 비유하는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프랑스 사회의 갈등 요소 중 하나로 거론되는 이슬람교도 마크롱 대통령이 샌드위치 신세가 됐던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 2023년 대규모 폭력 시위의 발생 원인은 만 17세 모로코계 소년이 경찰의 교통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하다가 총격을 받아 사망한 것이었다.

갈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면 아래 잠들어 있었다. 지난 2021년엔 전직 장성 20명을 대표로 내세운 1000명 이상의 전·현직 군인들이 프랑스 내 이슬람교 신자들에 대한 통제를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 서한엔 “방치하면 내전이 벌어져 커지는 혼란을 마무리할 것”이란 내용도 포함됐고, 서한이 게재된 곳은 극우 성향 잡지 <발뢰르 악튀엘>이었다. 장성들의 쿠데타 위협으로 인식됐을 만큼 매우 심각한 사건이었다.

외교 노선도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트린 이유 중 하나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외교 노선은 “미·중 갈등에 끌려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긴장 관계를 이어나가면서, 중국과의 우호를 다지는 노선을 추구한다.

이런 상황서 발생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 강경파는 고립주의를 지향한다. 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 내 미군의 비중 축소를 원하는 것이다. 유럽 각국이 러시아에 대적할 수단은 현실적으로 NATO밖에 없어서, 프랑스서도 비판 여론이 조성됐다.

원내 3석 소수정당이…
양당 충성도 직시해야

여러 내우외환이 이어지면서 마크롱 대통령과 여당은 선거서 계속 참패했다. 지난 2020년 6월 진행된 지방선거에선 대도시에 출마한 후보들이 전원 낙선했다. 사회당은 녹색당의 지원을 받아 파리시장 당선자를 배출했고, 국민연합은 극우 정당 사상 최초로 인구 10만 이상 도시의 시장을 배출했기 때문에 치명적이었다.

지난 2022년 6월 총선에선 여당 르네상스가 참여한 정당 연합 앙상블이 원내 다수당이 됐지만, 과반을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해 6~7월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와 총선서도 참패했고, 지난해 12월엔 내각 불신임안이 가결되는 수모를 겪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19%였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태풍이 몰아친 지난 3월 27%로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도 마크롱 대통령의 오늘을 모르진 않는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마크롱 대통령이 개혁하다가 지지율에 타격을 입었다”는 전제를 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렇다면 이 후보와 개혁신당이 마크롱 대통령의 당선과정 못지않게 주시해야 하는 것은 지지율 추락 및 선거 참패 과정이다.


이 후보는 대통령 당선을 자신하지만, 개혁신당은 의석 3석을 보유한 소수정당이란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 후보와 개혁신당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계 개편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앙 마르슈 돌풍의 재현을 원하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각종 선거 참패엔 제3세력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전통적인 양당 지지자들의 충성도는 무시하기 어렵다. 우리 유권자들도 투표 성향을 잘 바꾸지 않는다. 따라서 이 후보는 “대통령 당선 시 양당의 압박을 상수로 두고, 각종 정책과 정계 개편의 당위성을 설득하면서 국민적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구조적 한계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판 논거 중 하나는 ‘독선적’이란 것이었다. 이 후보의 평소 언행에 대한 호불호 논쟁이 많으므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후 47석 규모의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가 탄핵소추됐던 역사가 있다. 이 후보와 개혁신당이 마크롱 대통령의 오늘도 직시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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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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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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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