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0.29 11:31
10월 마지막 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가 다시 한번 역사의 중심이 됐다. 천년 고도가 이번엔 세계의 외교무대가 된 것이다. APEC 참가자 숫자도 미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국 정상과 장관급 인사, 언론, 경제계 대표단 등 약 2만여명이나 된다. 지난 27일부터 시작된 APEC 정상회의 주간은 ‘경주 슈퍼위크’로 단순한 국제행사 기간이 아니다. 한미·미중·한일·한중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는, 한반도가 다시 세계 질서의 시험대에 오르는 기간이다. 필자는 경주 APEC에서 한국 외교가 ‘처음처럼, 지금처럼, 나중처럼’의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처럼’은 외교의 근본이다. 한국 외교의 뿌리는 한미동맹, 자유무역, 그리고 다자 협력의 세 기둥 위에 서 있다. 이번 APEC의 주제 ‘연결, 혁신, 번영’은 그 뿌리를 다시 확인하는 선언과도 같다. 그래서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근본적인 외교 차원에서 APEC 정상회의에 임해야 한다. AI 협력, 인구 구조 변화 대응 등 이번 APEC 의제는 기술과 사람을 동시에 잇는 새로운 다자 질서의 모색이다. 세계가 블록화와 보호무역으로 흔들릴수록 원칙은 더
최근 사회 전반에서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친환경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 ‘탄소 중립’ ‘친환경 경영’ 같은 기업들의 홍보 문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동시에 근거가 부족하거나 과장된 표현으로 친환경을 내세우는 ‘그린워싱’ 행위도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효과가 없는 제품을 광고·홍보로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녹색 거짓말’을 뜻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은 지난 23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최근 5년간 부당한 환경성 표시·광고 행위인 그린워싱 1만3122건이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린워싱 폭증의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린워싱 사례가 폭증했다는 것은, 지속 가능성을 외치며 성장한 기업이 사실상 ‘위선의 기술’을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켰다는 의미로, 이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우리 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윤리경영이 아닌 이미지 경영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의 기업이 홍보할 땐 “2050 탄소중립 달성” “지
공직자의 가족 경사(慶事)는 분명 축복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경사의 과정에서 공적인 책임과 사적인 영역이 뒤섞일 때, 우리는 ‘축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불편한 권력의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에 불거진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딸 결혼식 때 일부 기업·언론사 관계자 등이 일정 금액의 축의금을 최 과방위원장에게 전달했는데, 본회의 도중 보좌진에게 이름과 금액이 적힌 명단을 텔레그램 메시지로 보내는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최 과방위원장 측은 “상임위원회 관련 기관·기업으로부터 들어온 축의금과 평소 친분임에도 관례 이상의 액수가 들어온 부분을 즉시 반환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보좌진을 시켜 사적 일을 시켰다” “축의금은 돌려줘도 뇌물일 수 있다”는 등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번 축의금 사안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한번의 결혼식에서 발생한 축의금’이라는 수준을 넘어, 공직자 가족 경사의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권력의 일탈, 책임의 흐트러짐 및 관련 제도의 빈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축의금이라는 경조사 비용이 왜 문제되는가
[Q] 임차인 갑은 매각대금을 완납하지 않은 지위에 있는 을과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 확정일자를 갖췄다. 다음 날 을은 매각 대금을 완납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설정하면서 근저당권자 병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줬다. 갑의 임차권은 병의 근저당권보다 우선하는가? [A] 갑의 임차권은 병의 근저당권보다 후순위가 되며 대항력도 취득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대금을 완납하지 않은 매수인과의 임대차, 대금 완납 및 낙찰 이전등기, 근저당권 순이다. 갑은 소액임차인이 아니다. 근저당이 설정된 2023년 3월6일 서울 기준으로 임차보증금이 1억6500만원 이하일 때 소액임차인에 해당한다. 갑의 임차보증금은 3억원이므로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매각 기일에 집행관으로부터 최고가매수신고인으로 호창을 받으면 최고가 매수 신고인이 됐다가 매각 결정 기일에 매각 허가결정을 받으면 매수인이 되고(민사집행법 제116조, 제128조), 매수인이 매각 대금을 다 낸 때에는 매각 목적물의 소유권을 취득한다(민사집행법 제135조). 을이 매각 대금을 다 내지 않고 보증금만 낸 상태에서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권리가 있는가에 대한 판례는 ‘주택
최근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현지 범죄 조직의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재외 국민은 물론이고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범죄와 함께 숨진 대학생처럼 취업 사기 피해까지도 빈발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예전 같으면 필리핀이나 태국에서 이 같은 유사 범죄가 주로 발생했으나, 해당 국가와 우리의 형사사법 공조가 튼튼해져 사람들의 주의도 각별해지면서 범죄 장소가 캄보디아로 대체된 셈이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이 감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고 생각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한국인 관광객들은 급증한 곳이다. 이에 따라 범죄 조직에게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범죄자들은 범행을 위한 전제로 몇 가지 선택을 하게 되는데 어디서, 누구에게, 어떤 범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고민한다. 범행 대상, 즉 표적이 많아져서 범행 기회가 많아지는 반면, 감시와 보호, 검거와 그로 인한 형벌의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때 범죄자에게는 매력적인 범행 장소가 되는 것이다. 합리적 선택의 차원에서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범죄가 증가했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2023년까지만 해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겉으로 보기엔 훈훈한 정책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활력을 잃은 농어촌에 매달 15만원씩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은 농어촌 살리기의 상징처럼 들린다. 연천, 정선, 청양, 순창, 신안, 영양, 남해 등 7개 군이 그 실험 대상이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 사업이 정치적 상징과 정책적 실효성 사이에서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문제는 매달 15만원, 1년 180만원. 그 돈이 지역주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다. 현금이 아니라 지역상품권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자유로운 소비도 어렵다. 지역 상권에 돈이 돌게 하겠다는 취지지만, 실질적 구매력은 제약된다. 현금 대신 쿠폰을 쥐어준 격이다. 매달 15만원은 하루에 5000원 꼴로 농어촌 소득 격차를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인구 유출이나 소멸 위기를 막기엔 더더욱 미약하다. 재정 구조의 불균형도 문제다. 국비는 전체의 40%뿐이고, 나머지 60%는 지방비다. 이번에 선정된 대부분의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10% 내외로 매우 열악하다. 즉 추가 지출은 곧 다른 복지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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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장서 증인으로 소환된 명태균씨가 오세훈 서울시장과 공방을 벌였다. 윤석열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씨는 “오 시장이 울면서 부탁했다. 질질 짰다” “당선되면 서울 아파트 한 채도 주겠다고 약속했다” 등 폭로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자세한 내용은 특검에서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명씨는 다음 달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김건희 특검에 출석해 오 시장과 대질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webmaster@ilyosisa.co.kr>
1979년 10월 26일, 역사는 그날을 결코 잊지 않는다. 당시 궁정동 안가의 총성은 한 지도자의 생애를 마감한 사건이자, 유신체제의 종말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그날의 그림자는 여전히 대한민국 현대사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리고 46년이 지난 지금, 그 중심에 있던 김계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이름이 다시 법정에서 불리고 있다. 그는 10·26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핵심 인물이자, 그 후 ‘역사의 방관자’로 기록돼온 인물이다. 그런데 최근 그의 삶과 역할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1980년 내란목적살인 및 내란중요임무종사 미수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988년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이후 그는 공직이나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았고, 세상과 거리를 둔 채 “나는 그날 이후 평생 죄인으로 살았다”는 말을 남기며 2016년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내려진 유죄 판결은 당시에도 명확한 물증보다 ‘정치적 책임’의 무게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는 직접 총을 쏜 것도, 음모를 주도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자리에 있었고, 침묵했다는 이유로 죄인이 됐다. 유족은 그가 사망한 이듬해 “당시 민간인 신분임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불과 열흘,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의 처방이 약이 될지 또 다른 불안을 키울지 아직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10·15 부동산 대책은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에 이어 나온 이재명정부의 세 번째 부동산 정책이다. 정부 출범 이후 넉 달 만에 세 번의 부동산 정책이 나왔다는 건 정부가 그만큼 현재 부동산 시장을 방치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 거래량 증가, 갭투자(전세 낀 매매)의 재확산 징후가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그간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이익을 기대한 수요가 여전히 살아있어 이번에 역풍선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10·15 부동산 대책의 골자는 서울 25개 구와 경기도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동시에 지정해, 사실상 3중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는 갭투자 구조 차단 목적으로 주택 매매 시 실거주 2년을 의무화했고, 매매 전 구청장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수도권 고가주택(15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을 방문한다. 오는 29일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이튿 날엔 트럼프와 시진핑이 미·중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반도가 국제 정치의 한복판으로 소환된 셈이다. 이번 만남의 표면적 주제는 ‘세계평화와 관세 협상’이지만, 그 이면에는 ‘패권과 선택’의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한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한 ‘균형의 외교 시험대’ 위에 서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늘 강대국의 바람 속에서 방향을 잡아야 했다. 냉전의 대립이 끝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은 자유와 시장을 내세우며 동맹의 결속을 강화하고, 중국은 공존과 상생을 외치면서도 사실상 영향권 유지를 노린다. 그 사이에서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이름으로 줄타기를 해왔다. 하지만 모호함은 더 이상 전략이 아니다. 세계는 지금 선택의 시대에 들어섰고, 기술·안보·경제의 경계가 모두 무너진 복합 패권의 전장 속에서 한국은 더 이상 관망할 여유가 없다.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다. 미국은 관세 협상을 빌미로 친미 기술 블록을 강
이재명정부의 첫 국정감사, 그 기대와는 달리 곳곳에서 파행이 잇따르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조롱과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국정 운영을 점검하고 정책을 논의하는 본래의 취지는 퇴색되고,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 같은 모습은 국민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주며, 정치 혐오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아무 말 대잔치 국감장에서 벌어지는 정쟁과 아무 말 대잔치를 보노라면 국민은 그저 분노만을 삼킬 뿐이다. 그로 인해 해마다 국감 시기가 되면 국민은 또 한 번의 허탈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보니 국감이 끝나갈 때 쯤이면 매번 ‘국감 무용론’마저 제기된다. 아무리 들춰내서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해도 조금도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피감기관들은 국감 자료 준비에 며칠 씩 날밤을 새고, 국회의원들은 보좌진이 준비한 자료들을 보면서 증인으로 출석한 피감기관장에게 윽박지르거나 면박만 주는 등 보여주기식의 병폐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국감장에 고성과 삿대질만 남긴 채 일정을 마감하고 또다시 무익하고 의미 없는 당쟁(黨爭)에 몰입하기도 한다. 올해도 지난 해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여야 할 것 없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행정지도는 1914년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다. 조선의 13도를 통·폐합해 경상·전라·충청·강원·제주로 나누고, 시·군 지명을 일본식 행정체계에 맞춘 것이다. 그 후로 무려 111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의 지도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산업 구조가 변했으며 인구가 대거 이동했고, 교통망도 확장됐는데, 지명과 행정구획은 일부 변경된 걸 제외하곤 여전히 일제강점기의 틀에 묶여 있다. 지명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비전을 만들어가는 나침반이다. 그런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지명은 지역의 정체성과 비전을 설명하지 못한다. 전북의 중심은 전주에서 군산과 새만금 산업지대로 옮겼고, 경남의 경제 축은 진주가 아니라 창원·거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명은 그대로다. 지도 속 지명이 과거에 멈춰 있는 동안 현실은 엄청나게 많이 변했다. 그 결과 행정지도와 생활지도가 따로 돌아가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지명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도·광역시·특별시 그리고 시·군·구 지명을 그 지역의 특색에 맞게 바꿔야 한다. 그래야 지명에 걸맞는 지자체가 돼, 지명이 지자체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이름은 사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 시장과 금융기관들을 감독·감독하는 수장이다. 국민의 자산 보호, 금융권의 건전성 유지, 소비자의 신뢰 확보 등의 핵심 과제를 떠앉는 자리다. 이 같은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이찬진 금감원장이 서울 강남 우면동의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번 아파트 2채 보유 문제는 단순히 개인 재산의 문제가 아니다. 감독기관을 이끄는 수장이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적 책임’과 ‘사적인 이해’ 간에 괴리가 있음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다. 물론, 금융 감독기관의 기관장이 아파트 2채를 소유하지 말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국민 정서나 눈높이는 현실과 다르다. 게다가 최근 이재명정부는 서울 전역과 과천·성남 등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허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이른바 ‘삼중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것으로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막아야 한다” “가계대출이 위험을 부추긴다”라는 메시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 금감원장도 취임 당시 이 같은 언급을 했던 바 있다. 그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이 지난 21일, 서울고법 가사1부에 배당됐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6일, 최 회장의 상고를 받아들여 SK 측에 흘러 들어갔다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을 전제로 한 2심 판단을 파기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 액수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새롭게 결정하게 된다.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핵심은 단순히 액수가 아니라, ‘노 관장의 자산 형성 기여도’를 법적으로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느냐였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기여를 폭넓게 봤다. 결혼 후 30년 동안 SK그룹의 내조자로서 재계 인맥을 관리하고, 사회적 이미지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1조38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이 그룹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정황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비자금은 불법자금으로, 재산 형성의 기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순간 노소영이라는 한 여성의 ‘보이지 않는 노동’은 다시 법의 언어 속에서 지워졌다. 이 판결은 단지 재벌가의 가정사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정치의 온도는 여론조사보다 이름에서 먼저 읽힌다. 요즘 정치권을 뒤흔드는 두 이름은 김현지와 김민수다. 공교롭게도 이 둘의 이름 끝자는 ‘지’와 ‘수’다. 상명대 경제학과와 상지대 법학과 출신의 쌍김(상김)은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정치 지수’의 주인공이 됐다. 김현지는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출신으로 현재 제1부속실장이다. 최근까지 총무비서관 외 공식 직책도, 명확한 개인 정보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대통령 주변에서 인사와 행사 실무를 맡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급부상한 인물이다. 특히 국정감사 출석 문제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그의 이름은 단숨에 ‘정권의 투명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은 ‘개인 신상’이라며 방어에 나섰지만, 국민에겐 아직까지 국감 출석을 하지 않고 있는 김현지가 비선의 그림자로 비치고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KT 자료를 근거로, “김 실장이 국감 첫날인 지난 13일 기존 사용하던 아이폰14 휴대전화를 아이폰17로 교체했고,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던 때도 휴대전화 번호를 변경했다”며 “김 실장이 이 대통령의 대장동 의혹 관련 결정적 순간
알부민은 우리 몸의 피 속에서 혈액이 새지 않도록 삼투압을 유지하고, 약과 영양분을 필요한 장기로 정확히 운반하는 단백질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약을 복용했을 때 알부민은 눈에는 눈약을, 위에는 위약을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몸은 균형을 되찾고, 생명은 질서를 유지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엔 알부민 역할을 하는 정치인이 없다. 국민의 목소리를 필요한 곳에 전달하고, 여야의 갈등 사이를 중재하며, 사회의 균형을 잡아주는 정치인이 없다. 각자의 입장만 주장하고, 소통은 안 되고, 정당은 병들다보니, 정작 여론을 흘려 보내야 할 정치는 정쟁의 벽에 막혀 제자리에서 썩어간다. 정치는 본래 소통과 순환이 핵심이다. 국민의 요구가 국회로, 국회의 결정이 현장으로 흘러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는 삼투압이 작동되지 않아 정보는 한쪽으로 몰리고, 비판만 난무하고, 책임은 떠밀고 있다. 서로의 필요를 읽고 연결해주는 알부민형 정치인이 없기 때문이다. 민심은 아래에서 터져 나오는데, 대화의 통로가 막히고, 권력은 위로만 모이고 있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여야는 서로의 논리만 내세우고, 국민의 삶은 정체된 체액처럼 무거워진다. 정치의 삼투압이란 권력과 책임의 균형,
정부의 금융조직 개편이 무산됐다. 금융위 해체, 금감위 신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같은 논의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도 불투명해졌다. 이 철회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후퇴가 아니다. 금융개혁의 문이 닫힌 것이며, 그 결과 금융 시스템의 고질적 병폐를 뜯어고칠 기회를 놓친 것이다. 개혁이 좌절된 자리를 메우는 건 국민의 불안과 파생상품으로 뒤덮인 지뢰밭이다. 자동차는 안전검사를 통과해야 도로를 달릴 수 있다. 식품은 성분 검사를 거쳐야 마트에 깔린다. 약은 임상실험을 마쳐야 약국 진열대에 오른다. 하지만 금융상품은 수천만원, 수억원이 들어가는 상품인데도 사전 검증이 없다. 이로 인해 복잡한 구조 속 위험은 가려지고, 화려한 광고와 판매자의 입담만 남는다. ‘투자자 책임’ 서류 끝에는 늘 같은 면책조항이 붙는다. 한국 금융의 현실이다. 한국에서 불완전판매는 관행이 됐다. 2019년 해외금리 연계 DLF 사태에서 4000여명이 8000억원을 날렸다.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2조원이 넘는 피해를 남겼다. 피해 사례가 한둘이 아닌데 가해자가 처벌받은 경우는 본 적이 없다. 판매사는 수수료를 챙겼고, 감독기관은 사후 제재에 그쳤다. 금융사 임직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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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정부가 3차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 서울 4개 자치구와 더불어 나머지 서울 21개 자치구 전역 및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역시 규제 대상에 올랐다. 갭투자를 방지하고 부동산을 투기가 아닌 실거주 목적으로 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다만 수요 억제로 인한 집값 양극화 등 부작용이 예상돼 정부 차원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webmast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