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풀린’ 군, 문정부 군장병 공약 보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6.24 10:17:03
  • 호수 12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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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 빠진 군대 ‘근데 더?’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북한 어선이 아무런 제지 없이 유유히 우리 항구로 입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또다시 안보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가 장병들에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등 지나친 군장병 복지정책을 펼쳐 군 기강을 해이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일요시사>는 문정부 공약 중 ‘군장병’의 복지 부분만 추려 긴급 점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의 열기가 한창 무르익어갈 당시 공약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서 발간한 <나라를 나라답게> 공약집이 그것이다. 해당 공약집은 총 4개의 비전에 12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세부공약으로 들어가면 공약의 수는 총 887개에 달한다. 그중 ‘군장병’에 대한 공약은 수혜 계층별 공약에 실려 있다. 

편해진 군대
캠프체험?

<일요시사>는 군장병과 관련한 공약만 추려 진단하고자 한다. 문 대통령의 공약체크 프로젝트인 ‘문재인미터’ 사이트를 기준으로 했다. 문재인미터는 2018년 5월 문재인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팩트체크 전문 매체 <뉴스톱>이 사단법인 ‘코드’와 함께 만든 대선공약 체크 사이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폴리티팩트가 운영하는 ‘트럼프미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공약평가에는 15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했다.

장병 복무기간을 18개월(육군 기준, 해군은 20개월·공군은 22개월로 줄어듦)로 단축하겠다는 공약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국방부는 육군과 해군 복무기간을 각각 3개월 줄이고, 공군은 2개월 줄이는 군복무기간 단축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지난해 9월 문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서 국무회의를 열어 ‘현역병 등의 복무기간 단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2018년 10월1일 전역자부터 2021년 12월14일 전역자까지 2주 단위로 1일씩 순차적으로 군복무기간이 단축 중이다.

18개월 단축은 문정부의 국방개혁안 ‘국방개혁 2.0’에 따라 추진 중이다. 현재 군복무기간은 21개월이다.

군복무 단축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반대하는 측은 휴전 중인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하면 안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는 군복무 단축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내놓는다. 일각에선 지나친 군복무 단축으로 군 생활이 병영캠프체험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 삼척항에 인접 중인 북한 어선 ⓒJTBC

반면 찬성하는 측은 젊은 세대의 군복무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병장일 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기보다 빨리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이다. 또 군복무 단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병력 감소를 부사관 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 문 대통령은 군복무기간 단축의 하위 세부공약으로 전투력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부사관 증원을 약속했다.

19만원 인상
인상률 88%

장병 봉급을 최저임금과 연계해 연차적으로 인상하는 공약은 기존 계획서 변경돼 시행됐다. 앞서 문정부는 2017년 국정과제를 발표, 오는 2022년 장병 봉급을 2017년 최저임금(월급 135만2230원) 대비 5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고 했다. 

장병의 봉급 인상은 실질적으로 이뤄졌는데 지난해 병장의 봉급은 40만5700원이었다. 2017년 21만6000원에 비해 18만9700원이 인상된 급여다. 인상률은 87.8%였다.

장병 봉급은 2019년에 동결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2019년도 장병 봉급 동결을 결정하며 격년제 실시를 발표했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내부 논의서 장병 봉급을 2022년까지 격년제로 인상하는 데 뜻을 모았다”며 “매년 5%포인트 인상이 아닌 격년 10%포인트 인상을 통해서도 2022년까지 최저임금 50% 수준으로 장병 봉급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계적으로 2018년 30%, 2020년 40%, 2022년 50%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의 공약 변경이다. 매년 인상안을 요구하는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문정부의 격년제 인상안에 크게 반발했다.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 등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군장병 관련 공약 7개 중 1개 달성
22년까지 18개월…부사관으로 메워

문정부가 공약을 변경한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국방부의 분석에 따르면, 매년 5%를 인상할 때보다 격년제로 10%를 인상할 때 총 5271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무상 부상을 당한 장병에게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는 공약은 현재 실시되고 있다. 이 내용은 복무기간 단축과 마찬가지로  국방개혁 2.0에 실렸다.

국방부는 2018년 12월 군 의료서비스를 대폭 개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국방개혁 2.0 군 의료시스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장병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군 병원의 진료를 특성화하고, 민간 병원과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방부는 복무 중 질병·부상을 입은 장병에 대해 완치될 때까지 의료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 기자회견 갖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아울러 장병들이 민간병원을 이용할 때 관련 절차가 대폭 간소화될 예정이다. 현재 장병들이 외래 진료·검사를 받으려면 군 병원 군의관으로부터 진료 및 진단서,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청원 휴가를 발급받아 간부와 동행해 민간병원으로 가야 한다. 행정절차가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국방부는 이러한 행정절차의 복잡함을 제거하기 위해 군의관의 진단서만으로도 외래 진료·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간부와 동행해야 하는 의무도 사라졌다.

지난 13일 국방부는 “군 환자 발생 시점부터 치료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장병이 실제로 만족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군 의료시스템 개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로
영화도 본다

원격강좌 학점이수, 자격증 취득 등 군복무 중 자기개발 기회와 지원을 확대하는 공약은 진행 중이다. 국방부서 실시한 ‘장병 자기개발 비용 지원 시범사업’은 원격강좌 수강료, 국가기술자격 취득, 어학능력 향상 관련 학습교재비 및 응시료를 1인당 연간 최대 5만원까지 지원하는 시범사업이다. 이를 신청한 장병은 자기개발 비용의 50%를 5만원 내에서 횟수 제한 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

문정부는 자기개발 지원의 일환으로 일과 후 장병에게 휴대전화를 허용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휴대전화으로 음악·영화 등을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지만, 강좌 등을 들으며 자기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4월1일부터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했다.

또 문정부는 자기개발의 일환으로 지난 2월부터 일과 후 장병 외출을 허용하고 있다. 장병들은 일과를 끝내고 오후 5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4시간을 부대 밖에서 지낼 수 있다. 단 군사대비 태세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만 활동해야 한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지난 3월13일 강원 인제군 하늘내린센터서 장병들의 일과 후 외출과 관련해 “평일 일과 후 외출과 외박 지역 제한 폐지는 장병들의 복무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며 “장병들의 여가활동과 자기개발 여건을 보장해 전역 후 복학이나 취업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병 인권보호 강화 공약은 크게 ‘군 의문사 진상규명’과 ‘군인권보호관 신설’로 나뉜다. 군인권보호관 제도는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발표된 국방부의 ‘2019∼2023 국방 인권정책 종합계획’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내에 군인권보호관을 신설한다는 방침이 포함됐다. 군인권보호관은 피해 사례가 발생했을 때 해당 부대를 방문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군 수사기관 등의 조사와 수사에 입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예정이다. 

군인권보호관 신설은 지난 2014년 ‘윤일병 사건’을 계기로 여야 모두 합의했지만,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입법이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을 위한 제도개선은 이미 첫발을 내디딘 상태다. 그중 하나가 지난 2017년 9월 국방부 차관 직속으로 만들어진 ‘군 의문사 조사와 제도개선 추진단’이다. 추진단은 군 의문사의 진상규명을 신속 처리하고, 군 의문사 문제의 근원적 해결 방안을 찾는 역할을 한다.

봉급, 매년 5%→격년 10% 왜?
자기개발비 50% 국가서 지원

대통령 직속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해 9월에 출범했다. 추진단서 한발 더 나아간 조치다. 위원회는 군 관련 인력을 배제한 채 검·경과 민간 조사관으로만 구성됐다. 군대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다. 

위원회는 지난 4월까지 총 345건을 접수받아 조사 중이다. 당시 위원회는 “군대서 발생한 억울한 사망사고를 대상으로 유가족과 목격자 등의 진정을 받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로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원회는 오는 2021년 9월까지 활동한다.

문 대통령은 우리 농산물로 군대급식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과연 어느 수준을 ‘질 향상’으로 봐야 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해당 공약을 검증하기 힘든 이유다.

그래도 노력은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월17일 국방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는 군대급식의 종합적인 발전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많이 활용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당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군 장병의 먹거리 건강과 군 급식의 품질이 한층 더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강원도 홍천 유해발굴단 ⓒ사진공동취재단

여군 관련 공약은 진행 중인 것들이 많다. 문 대통령은 여군의 양적 비중 확대 및 평등한 근무여건 보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성범죄를 관리하는 기구 강화, 계급별 여군 진출 확대, 성폭력 원스트라이크아웃제, 기혼 여군들의 출산·육아 지원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군내 성차별 해소 및 성폭력 근절대책을 자문하는 ‘양성평등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민간위원 9명과 군 위원 6명으로 구성됐다. 당시 국방부 측은 “위원회의 자문 내용을 검토해 실효성 있는 군대의 정책과 제도로 만들어나가겠다”며 “여군이 겪고 있는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서 남녀 모두 동등하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군대급식
달라졌나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여군 보직제한을 폐지해 여군 간부도 일반전초(GOP) 등 최전방 전투부대 소대장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군 초임 간부의 선발 인원을 2022년까지 2250명(지난 2017년 1100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여군의 출산·육아 지원도 일정 부분 개선됐다. 국방부는 지난해 10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했다. 임신한 모든 여군에게는 하루 2시간의 모성보호 시간이 부여되고 있다. 또 자녀를 둔 군인의 경우 2∼3일간의 ‘자녀돌봄휴가’를 쓸 수 있게 됐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때아닌 ‘남침 부정’ 논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때아닌 ‘남침 부정’ 논란을 불러왔다. 이 논란은 문 대통령이 북유럽 3국 순방 중이었던 지난 14일 스웨덴 의회서 연설한 내용서 비롯됐다. 당시 문 대통령은 6·25전쟁과 관련해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보수 진영서 큰 반발이 일어났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6·25전쟁 당시 북한의 남침을 인정하지 않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한국프레스센터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스웨덴 연설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보면) 마치(북한의) 남침을 부정하고 결국은 서로서로 잘못해서 6·25전쟁이 있었던 것처럼 읽힌다”고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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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