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VS 보수 4룡 맨투맨 가상대결

이리저리 몽땅 합쳐도 발밑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4명으로 좁혀졌다. 이 중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겨룰 최후의 한 명만 살아남게 된다. 모두가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지지율을 몽땅 합쳐도 이 후보 한 사람 몫을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이다. 상황을 역전시킬 ‘대반전’을 노리며 각개전투에 나섰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4강 진출에 성공한 네 명의 후보가 호명됐다. 100% 일반 국민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경선서는 예상대로 김문수·한동훈·홍준표 후보가 2차 경선에 진출했다.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퉜던 나경원·안철수 후보 중에서는 안 후보가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보수표 싹쓸이
중도층 글쎄⋯

김 후보는 홍 후보와 여론조사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보수 유망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겠다”며 ‘운동권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에서 ‘강경 보수’로 타이틀을 갈아치우고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강경한 성향 탓에 김 후보는 장관으로 지명되기 전부터 잡음이 일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태극기부대 집회서 목소리를 내거나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부르는 등 편향된 사고를 가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7년 김 후보는 친박(친 박근혜) 성향 보수 집회에 참석해 “대통령을 탄핵했으면 됐지 대통령 목을 창에 끼워서 들고 다니고, 상여를 메고 단두대를 끌고 다니는 잔인무도한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2019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DAS)로 구속됐다. 그렇다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장 총살감”이라는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던 2022년 국정감사장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해 파행을 겪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이번 조기 대선 출마 기자회견서도 자신의 이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민중민주주의 깃발 아래 친북·반미·친중 그리고 반기업 정책만을 고집하며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나라의 근간을 뒤흔드는 세력이 우리 사회에 잔존하고 있다”며 “체제 전쟁을 벌이며 국가 정체성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에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강하게 반대해 온 만큼 “(탄핵은)헌정질서 안에서 내려진 최종 결정이므로 그 결과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서 “다시 싸워서 승리하자. 무기력한 당과 위기의 대한민국을 바꾸는 데 함께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찬탄 VS 반탄’ 둘로 쪼개진 경선 구도
보수 전사 ‘훈장’서 외연 확장 ‘족쇄’로

김 후보의 강경 보수 타이틀은 양날의 검이다. 탄핵 반대 집회 표심을 끌어올 수 있지만, 중도 확장에는 걸림돌이 된다.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 이후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그는 지난 4일 한 라디오를 통해 이번 비상 계엄을 ‘불법 계엄’이라고 강조하며 “포고령 1호가 잘못됐다”는 과거 발언을 재조명했다. 그러면서 “유신 시대부터 5공화국까지 계엄을 한번도 찬성한 적이 없다. 만약 계엄 당일 (내가) 국무회의에 출석했다면 드러누워서라도 반대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반대 입장은 여전했다. 김 후보는 “군중심리나 그 당시 분위기에 떠밀려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과연 대한민국 헌정사에 도움이 되겠나? 대통령 권한 중 하나인 비상계엄이 도를 넘어섰을 때는 내란이 될 수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한 판단은 냉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굳어버린 강경 이미지로 인해 최종 대선후보로 뽑히더라도 외연 확장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수 주자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가상대결을 했을 때 이재명 후보가 54.2%인 반면, 김문수 후보는 23.6%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6∼18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4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며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6.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홍 후보는 세 번째 대권 도전인 점과 대구시장이었던 점을 들어 ‘준비된 후보’라는 강점을 내세웠다. “과거 단체장이 꿈도 못 꿀 사업을 다 세팅해놨다”며 “대구·경북 핵심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자리에 가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홍 후보는 꾸준히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며 반이재명 성향을 띤 보수 지지층을 꽉 잡았다. 홍 후보는 출마 선언문을 통해 “이번 대선은 홍준표정부냐, 이재명정부냐의 양자택일 선거”라고 주장했다.

3수 홍
이번엔…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전과 4범에 비리 혐의로 5개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자 화려한 전과자”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낡은 6공화국 운동권 세력이 펼치는 광란의 국회 폭거를 중단시켜야 한다” 등 촛불 세력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대권주자 1위인 이재명 후보를 꺾을만한 인물은 본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지지층에 호소했다.

김 후보를 견제하는 동시에 이재명 후보를 공격해야 하는 홍 후보는 본인을 제외한 모든 이들과 차별점을 두는 전략을 택했다.

가장 비슷한 이미지인 김 후보에 대해서는 “문수형은 탈레반이다. 나는 문수형하고는 다르다.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있고 나는 유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언뜻 보면 비슷한 강성 우파지만 대화나 협상이 필요한 순간에는 유연함을 보여주는 리더십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후보와 한동훈 후보와는 초반부터 각을 세웠다. 비상 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 이슈에 입장 차를 보이면서 상대방의 ‘배신자 프레임’을 굳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홍 후보는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서 기반을 다졌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의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른 보수 후보들처럼 외연 확장이라는 어려움에 부딪힌 셈이다.

보수 진영서 이재명 후보가 비호감의 아이콘이라면 진보 진영에서는 홍 후보가 그 타이틀을 꿰차고 있다.


지난 20일 치러진 국민의힘 1차 경선 B조 토론회서 홍 후보는 느닷없이 한 후보를 향해 “내가 정치 대선배다. 어떤 말씀을 묻더라도 고깝게 듣지 마시고, 앞으로 정치 계속해야 하니까 편하게 답변 달라”며 “키도 큰데 왜 키높이 구두를 신느냐”고 물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다음에 ‘생머리냐’ ‘보정 속옷 입었느냐’는 이런 질문도 (있는데)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말했다. 질문을 들은 한 후보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유치하시네요”라고 답했다.

토론 이후 친한(친 한동훈)계서 반발이 나오자 홍 후보는 “한 후보에게 이미지 정치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돌려서 한 것인데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치 선배로서의 조언이라지만 난데없는 외모 난타전에 일부 유권자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재명 후보와의 가상대결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 후보는 20.5%로 집계됐다. 김 후보와 보수 주자 1, 2위를 놓고 다투면서도 나란히 20%대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관건은 홍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다. 2030 보수 남성이 주요 지지층인 이준석 후보와 손을 잡는다면 기존 TK표와 합리적 보수표를 흡수해 지금보다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후보는 “(이준석 후보에게)어제(22일) 전화가 왔다. ‘빨리 경선을 끝내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텐트를 치려면 가장 중요한 사람이 이준석 후보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도 “이준석 후보는 이미 (개혁신당) 후보가 돼 뛰고 있기에 더 이야기하는 건 그렇다”고 일축했다.


‘탄핵 찬성’
유일한 차별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을 누르고 4강에 오른 안 후보의 행보도 주목된다.

4강 진출에 실패한 나 의원은 윤심(윤 전 대통령의 의중)을 업고 출마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탄핵 정국서 활약한 인물이다. 당시 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국민의힘 중진으로서 힘을 보탰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다음 날인 지난 5일에는 용산 관저를 찾아 독대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재판 결과에 안타까워하는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 등 격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나 의원을 탄핵 찬성파인 안 후보가 꺾은 것을 두고 여의도가 술렁였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은근히 윤심을 어필하던 나 의원이 떨어졌다. 무당층 여론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겠는가”라며 “극우 세력이라는 거품을 걷어내고 나니 이제야 현실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탄핵 찬성파와 민주당이 겨루게 되면 진영 논리서 벗어나 공약이나 국가 비전 등을 논할 수 있겠다”면서도 “미묘한 차이로 인해 (진영 논리를) 완전히 탈피하지 못할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그 사소한 차이로 꼬투리를 잡고 옥신각신하는 모양새가 선거 기간 내내 연출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이재명 후보와 겨뤘을 때 경쟁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는 2012년, 2022년에 치러진 대선에 출마했지만 막판에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으며 2017년 대선서는 최종 3위에 그쳤다. 매 선거마다 비슷한 레퍼토리를 보여준 탓에 나 의원을 제치고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뿐더러 ‘이재명 대항마’로서 어떤 비장의 무기를 보여줄지도 불분명하다.

마찬가지로 탄핵 찬성·계엄 반대파인 한 후보는 ‘시대 교체’ ‘신선한 정치인’ 이미지를 강조하며 보수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

2023년 12월 법무부 장관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투입된 한 후보는 김건희씨와 각을 세우며 서서히 ‘황태자’ 이미지를 탈피했다. 총선 패배로 직을 내려놨지만 곧바로 당 대표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당 대표를 사퇴한 뒤에는 세 달 만에 대선 출사표를 던지는 등 빠른 주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4인4색 이 대항마 자처
민주 “누가 와도 자신”

한 후보의 짧은 정치 경력은 유권자에게 기대감을 주는 동시에 불안감을 안겨준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여론 하나로 대선후보가 된 지난날이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이전 당시 당 대표로서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검사-피의자 이미지만 부각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한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의 가상 대결서 16.2%를 얻었는데, 이는 위 후보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러나 한 여권 관계자는 “최종 경선만 뚫으면 이재명 후보와 가장 비등비등하게 겨뤄볼 만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비상계엄 해제 당시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하고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면서도 이재명 후보를 거칠게 비판하는 이른바 ‘동시 청산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힘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2차 경선 진출 여부다. 100% 국민여론이었던 1차 경선과 달리 2차 경선부터는 당원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로 이루어진다. 배신자 프레임이 짙게 드리워진 한 후보에게 있어서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이에 한 후보는 라디오를 통해 “우리 당이 계엄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는 마음이 많은 국민의 의지로서 모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선 전략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지금 당원의 수가 굉장히 많아졌고 당원의 수준도 높기 때문에 당심과 민심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64%로 당 대표에 당선될 때도 정확하게 당심과 여론조사 민심은 같았다”고 자신했다.

이어 “4명의 후보가 경쟁한 후 과반이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가 도입되지 않느냐”며 “결선투표서 (후보끼리) 상처를 주고 갈등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를 많이들 하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명 선거서 반드시 과반 이상 득표해서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오는 29일부터 우리 당이 곧바로 본선 체제로 돌입하겠다”며 “이재명 후보를 상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 합쳐도
겨우 이거?

이번 6·3 조기 대선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에 유리한 점은 분명히 있지만, 이와 별개로 과거부터 차분히 대권을 준비해 온 이재명 후보가 기회를 쉽게 놓칠 리가 없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는 누가 덤벼도 자신만만할 것이다. 숫자로 증명되지 않았나? 표정에 드러내지 않을 뿐, 이전부터 정권을 잡으면 바로잡고 싶어하는 것들에 대해 종종 이야기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건 국민의 심판이다. 어떤 후보와 겨루든, 잘 준비해서 국민께 희망을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어쩌면 가장 유력한 후보?

국민의힘서 4파전으로 후보들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시선은 자꾸만 여의도 밖을 향하고 있다.

대선 출마와 관련해 침묵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관심이 쏠린 탓이다.

호불호가 적은, 곧바로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한 국무총리를 선두로 빅텐트가 쳐진다면 보수-중도보수-반이재명까지 품을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을 근거로 한 국무총리를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선례를 언급하며 “그것보다 더 추하게 끝나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다”고 혹평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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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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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