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 입 닫은 민주당, 왜?

자나 깨나 ‘입조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이재명 후보의 89.77%라는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0대 대선서 민주당의 발목을 잡던 것들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제는 본선만을 앞두고 있다. 4년 전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곳곳에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가장 우려했던 당내 경선이 큰 마찰 없이 조용히 끝났다. 흥행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혈흔이 낭자한 집안싸움으로 번지는 것보단 낫다는 평이다.

숨 돌릴 틈도…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당시 경선후보였던 이낙연 전 총리는 서로를 향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3차 국민·일반 당원 선거인단 투표 결과 1위를 굳히던 이 후보를 제치고 이 전 총리의 득표율이 확연히 앞선 것이 도화선이 됐다.

3차 경선에 앞서 이 전 총리 측은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 여파로 경선판이 완전히 뒤집혔다는 게 이 후보 캠프의 주장이다. 반면 이 전 총리 측은 선수교체론을 제시하며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의 심판”이라고 받아쳤다.

결국 이 후보가 최종 경선서 승리했으나 이때 불거진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무리하게 경선 룰을 바꾼 것 역시 과거 트라우마를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경선 룰과 TV 토론회 횟수를 두고 김동연·김경수 후보 측에서 불만이 나왔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순회 경선서 이 후보가 80%대 지지율을 보인 만큼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다.

경선 잡음의 원인이던 계파 갈등은 지난해 4월 모두 정리됐다. ‘비명횡사’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민주당은 ‘이재명 1극체제’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그 덕인지 지금까지 큰 갈등 없이 당을 유지해 왔다.

다만 아직 친문(친 문재인)과 친명(친 이재명) 간의 갈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아주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언제든 튀어나올 것이란 불안감이 남아있다.

비명(비 이재명)계 대부분이 원외로 밀려나면서 갈등이 수면 아래 가라앉나 싶더니 지난 2월 친문계 인사들이 개헌론을 앞세워 이 후보를 압박했다. 친명계는 문재인정부의 실책을 언급하며 “조기 대선을 앞두고 물 흐리지 말라”며 서로 날을 세웠다.

‘맹숭맹숭’ 갈등 없이 경선 마무리
피바람 불라…‘비명발’ 사전 차단

대선 패배론을 두고 양측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노무현 팔이 문재인 팔이 그만해라” 등 원색적인 비판도 오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계파 갈등은 더 이상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서 패배한 이 후보는 차기 정권을 위해 천천히 물을 끓이듯 작업을 이어 왔다. 2023년 9월 이 후보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지금까지의 행보를 좇다 보면 치밀하다고 생각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당내 경선이라는 허들을 넘은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정책과 비전에 집중할 전망이다.

‘기본소득’을 외치던 이 대표는 최근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문정부와 선을 긋는 모습을 통해 ‘문재인 시즌 2’ 꼬리표를 떼고 ‘이재명표 정책’을 내세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선 문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과 거리를 뒀다. 이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공공주택 및 소형·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공공성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기획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를 동반한 부동산 정책을 펼쳤지만 오히려 집값을 띄워버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한 유튜브를 통해 “부동산세는 가급적 손대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유보세에 대해서는 “수용성이 낮아 표만 떨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미온적이다. 이 후보 캠프 정책본부장을 맡은 윤후덕 의원은 “원자력발전소의 비중을 유지하되 사회적 합의로 조금씩 줄여가는 것이 큰 방향”이라고 밝혔다. ‘문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거리를 둔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에너지 믹스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체 에너지도 있고 원전, 액화천연가스(LNG)도 있는데 그 비율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 지우기? 차별화 나선 이
최대 격차 승리 여부 관건

이 밖에도 이 후보는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 참석하는 등 안보 분야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대선 출마 영상서도 북한의 비중을 줄이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등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념적으로 치우쳤다는 인식을 희석시키기 위해 꾸준히 우클릭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닷컴’ 조갑재 대표를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후보와의 만남을 상기하며 “새 정부는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이 후보는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냐.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며 “대통령 되면 이념 문제는 아예 안 다루겠으며 친일파, 과거사 문제 모두 덮으려고 한다”고도 언급했다.

국민의힘과 반명(반 이재명) 세력이 합심해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이 후보는 무응답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있다. 후보 캠프 역시 지역 정책이나 공약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최근 불거진 문 전 대통령 기소 관련해 입장문을 낸 것이 전부다.


의중을 읽은 이 후보의 지지자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나 공식 팬카페서도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자제해달라” 등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정권교체를 확신하면서도 겸손한 자세를 통해 혹시 모를 논란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낮고 겸손하게

한 야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서 0.7%p로 패배한 건 민주당에 있어 무척 굴욕스러운 사건이었다. 물론 지금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선거인 만큼 두 자릿수로 격차를 벌릴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면서도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아전인수 해석이 난무하겠지만, 압도적으로 정권을 쟁취하지 않으면 이재명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더 큰 갈등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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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