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불륜남 전세 사기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10.16 09:33:40
  • 호수 15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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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째라 집주인 알고 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전 국회의원(무소속) H씨의 내연남으로 알려진 사업가 J씨가 부산에서 전세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재조명됐다. 앞서 H 전 의원은 J씨와 사실혼 관계에 가까운 친밀한 사이로 지내며 그의 정치 활동과 사적 생활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다.

H 전 의원은 국회의원 관용차와 보좌진을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덜미가 잡혔다.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내연남 J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700세대

매체 보도에 따르면, H 전 의원은 자신의 딸을 서울 강남 소재 입시 컨설팅 학원에 데려다 주거나 픽업하는 과정에서 국회 관용차와 보좌진을 투입했고, 휴일에도 비서를 불러 점심을 챙기는 등 개인 심부름을 시켰다. 또 H 전 의원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 J씨의 시상식 행사에 보좌진을 보내 꽃다발을 전달하고 사진 촬영을 하게 하는 등 공적 자원을 개인적 관계를 위해 동원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국회법 및 윤리 규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항소1부(김종수 부장판사)는 지난 6월13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H 전 의원과 내연남 J씨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H 전 의원은 제21대 총선 과정에서 J씨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H 전 의원은 또 서울 마포구의 아파트 보증금과 월세 등 임차 이익 약 3200만원을 얻고, J씨가 준 신용카드로 6000만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고인들은 5000만원을 비롯한 지급액은 사실혼 관계 또는 그에 준하는 공동생활에 사용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공동 피고인 정씨는 법률상 배우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여보’라고 칭하며 자녀들에 관한 이야기나 일생생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부부로서 공동생활체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H 전 의원의 남편인 A씨는 이들의 내연관계를 알게 됐는데, H 전 의원은 ‘J씨와 관계를 정리하는 데 몇 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하는 등 H 전 의원 부부는 당시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에 이른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5000만원의 사용처를 보면 H 전 의원이 대부분의 돈을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J씨는 H 전 의원의 국회의원 출마 사실을 몰랐다고 하지만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를 주장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H 전 의원의 전 남편 A씨는 2023년 6월 언론 인터뷰에서 “H 의원이 J씨의 카드로 명품을 구매하고, 아파트까지 제공받았다”며 J씨의 금전 지원 사실을 폭로했다. 일부 보도에서는 이 같은 혜택이 단순 사적인 지원을 넘어 정치자금법 위반 혹은 뇌물성 제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J씨가 H 전 의원에게 지속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했으며 자신이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H 전 의원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본 의원이 없는 자리에서 정씨가 관용차를 이용한 사실은 없다”며 적극 해명했다.


보증금 반환 지연···피해자 20명 넘어
추가 피해 우려···총 200억대로 추정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J씨에게 부산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추가 의혹이 지난 10일 제기됐다. 해당 사건은 다수의 세입자가 J씨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한 부동산 사업체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 종료 시점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반환이 지연되는 피해가 속출하면서 촉발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J씨 측은 수억원대의 보증금을 유용했다. 일부는 정치권 인맥을 통해 사건 무마를 시도하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집단으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수사 당국은 현재 자금 흐름과 계약 구조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20명이 넘고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데, 집주인이 J씨였던 것이다.

지난해 말, 임대차계약 기간이 끝나고 벌써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전셋집에서 나온 피해자는 보증금 1억1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보증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해 받아낸 건 겨우 100만원뿐이었다. 피해자는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니까 지금 많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J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20여명인데 한 피해자는 보증금 8000만원 중 한 푼도 못 돌려받았고 대출금까지 떠안게 생겼다.

J씨는 관련 소송 중엔 책임을 정부 정책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대출이 막혔고, HUG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없이는 새로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없다”며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는 듯 주장했다. J씨는 건물 매각을 통해 자금 마련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씨가 부산 서면 일대에 소유한 임대용 건물만 5채며 약 750세대에서 받은 전체 전월세 보증금은 무려 200억원에 달해 피해가 더 커질 우려도 있다. J씨는 전세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지만 사기의 고의성을 찾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J씨의 전세 사기 의혹이 불거지자 H 전 의원과의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J씨가 H 전 의원의 정치 활동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는 점에서 단순히 개인적인 사기 사건이 아닌 정치적 비호와 연결된 권력형 비리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만약 H 전 의원이 J씨의 사업 활동이나 전세사기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J씨가 H 전 의원에게 제공한 금품이나 부동산 지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J씨가 연루된 부산 전세 사기 사건에서 H 전 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권력형 범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J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H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3년 6월23일 부산BBS 라디오에 출연해 “H 전 의원을 상대로 사적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실행한 사람(전 남편)의 말을 믿고 경찰은 지난 1년 동안 뭐하는 것이냐”며 이같이 밝혔다.


“집이 안 팔려서 어쩔 수 없다”
회장 정체가···전 의원 내연남

또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의 경찰 수사와 관련해, 조작된 장부 사진을 근거로 경찰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6개 법인 모두와 사무실 직원, 가족 계좌를 압수수색했다면서 장부에 적힌 66명에 대해서도 경찰은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소환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최근 논란으로 총선 출마는 어려울 수 있지만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특히 H 전 의원 사태가 이미 3년 전에 불거진 문제였고 당시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사생활로 종결된 점을 강조하며, 같은 이슈로 마녀사냥식 보도가 이뤄진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판 물갈이 신호탄 1호’가 H 전 의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J씨는 2018년 1월에 부산시축구협회 회장에 취임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부산남구갑 지역위원장을 맡았다. 본래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공천을 받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나 2019년 10월 민선 1기 부산광역시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 준비 과정에서 정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자 탈당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사퇴한 부산시축구협회장 보궐선거에 재차 출마해 논란이 되었다. 자신의 사임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또다시 입후보하면서 도덕성은 물론 후보자 자격 논란마저 일었다.

민주당 탈당으로부터 불과 16개월 만인 2021년 3월 국민의힘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선거대책본부를 출범하면서 그는 박형준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박형준 후보는 하태경 의원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동시에, 김미애·백종헌·안병길·정동만 의원, 이언주 전 의원,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 이름을 공동선대본부장에 올렸다.

정체가···

2023년 4월에는 부산진구갑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으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는 않았다. 이어 지난 21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가 J씨를 국민의힘 조직본부 부본부장으로 임명해 논란을 키웠다.

J씨는 2022년 2월15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조직본부 부본부장 임명장을 올리고, 자신이 윤석열 캠프 부본부장이 됐다고 알렸다. 경남 남해 출신인 J씨는 젊은 시절 선박 관리 사업을 하며 축적한 자산을 토대로 지난 2006년 S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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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