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불륜남 전세 사기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10.16 09:33:40
  • 호수 15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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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째라 집주인 알고 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전 국회의원(무소속) H씨의 내연남으로 알려진 사업가 J씨가 부산에서 전세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재조명됐다. 앞서 H 전 의원은 J씨와 사실혼 관계에 가까운 친밀한 사이로 지내며 그의 정치 활동과 사적 생활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다.

H 전 의원은 국회의원 관용차와 보좌진을 사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덜미가 잡혔다.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내연남 J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700세대

매체 보도에 따르면, H 전 의원은 자신의 딸을 서울 강남 소재 입시 컨설팅 학원에 데려다 주거나 픽업하는 과정에서 국회 관용차와 보좌진을 투입했고, 휴일에도 비서를 불러 점심을 챙기는 등 개인 심부름을 시켰다. 또 H 전 의원이 직접 참석하지 않은 J씨의 시상식 행사에 보좌진을 보내 꽃다발을 전달하고 사진 촬영을 하게 하는 등 공적 자원을 개인적 관계를 위해 동원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국회법 및 윤리 규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항소1부(김종수 부장판사)는 지난 6월13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H 전 의원과 내연남 J씨에게 1심과 동일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H 전 의원은 제21대 총선 과정에서 J씨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H 전 의원은 또 서울 마포구의 아파트 보증금과 월세 등 임차 이익 약 3200만원을 얻고, J씨가 준 신용카드로 6000만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고인들은 5000만원을 비롯한 지급액은 사실혼 관계 또는 그에 준하는 공동생활에 사용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공동 피고인 정씨는 법률상 배우자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여보’라고 칭하며 자녀들에 관한 이야기나 일생생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부부로서 공동생활체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H 전 의원의 남편인 A씨는 이들의 내연관계를 알게 됐는데, H 전 의원은 ‘J씨와 관계를 정리하는 데 몇 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하는 등 H 전 의원 부부는 당시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에 이른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5000만원의 사용처를 보면 H 전 의원이 대부분의 돈을 자신의 국회의원 선거비용으로 지출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J씨는 H 전 의원의 국회의원 출마 사실을 몰랐다고 하지만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를 주장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H 전 의원의 전 남편 A씨는 2023년 6월 언론 인터뷰에서 “H 의원이 J씨의 카드로 명품을 구매하고, 아파트까지 제공받았다”며 J씨의 금전 지원 사실을 폭로했다. 일부 보도에서는 이 같은 혜택이 단순 사적인 지원을 넘어 정치자금법 위반 혹은 뇌물성 제공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J씨가 H 전 의원에게 지속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했으며 자신이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H 전 의원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본 의원이 없는 자리에서 정씨가 관용차를 이용한 사실은 없다”며 적극 해명했다.


보증금 반환 지연···피해자 20명 넘어
추가 피해 우려···총 200억대로 추정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J씨에게 부산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추가 의혹이 지난 10일 제기됐다. 해당 사건은 다수의 세입자가 J씨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한 부동산 사업체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 종료 시점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반환이 지연되는 피해가 속출하면서 촉발됐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J씨 측은 수억원대의 보증금을 유용했다. 일부는 정치권 인맥을 통해 사건 무마를 시도하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집단으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며, 수사 당국은 현재 자금 흐름과 계약 구조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20명이 넘고 추가 피해도 우려되는데, 집주인이 J씨였던 것이다.

지난해 말, 임대차계약 기간이 끝나고 벌써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전셋집에서 나온 피해자는 보증금 1억1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보증금 반환 소송까지 제기해 받아낸 건 겨우 100만원뿐이었다. 피해자는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니까 지금 많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J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확인된 것만 20여명인데 한 피해자는 보증금 8000만원 중 한 푼도 못 돌려받았고 대출금까지 떠안게 생겼다.

J씨는 관련 소송 중엔 책임을 정부 정책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대출이 막혔고, HUG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없이는 새로 들어오려는 세입자가 없다”며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는 듯 주장했다. J씨는 건물 매각을 통해 자금 마련을 하려고 노력 중이라곤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씨가 부산 서면 일대에 소유한 임대용 건물만 5채며 약 750세대에서 받은 전체 전월세 보증금은 무려 200억원에 달해 피해가 더 커질 우려도 있다. J씨는 전세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했지만 사기의 고의성을 찾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J씨의 전세 사기 의혹이 불거지자 H 전 의원과의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J씨가 H 전 의원의 정치 활동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는 점에서 단순히 개인적인 사기 사건이 아닌 정치적 비호와 연결된 권력형 비리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만약 H 전 의원이 J씨의 사업 활동이나 전세사기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J씨가 H 전 의원에게 제공한 금품이나 부동산 지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J씨가 연루된 부산 전세 사기 사건에서 H 전 의원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권력형 범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J씨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H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3년 6월23일 부산BBS 라디오에 출연해 “H 전 의원을 상대로 사적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실행한 사람(전 남편)의 말을 믿고 경찰은 지난 1년 동안 뭐하는 것이냐”며 이같이 밝혔다.


“집이 안 팔려서 어쩔 수 없다”
회장 정체가···전 의원 내연남

또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의 경찰 수사와 관련해, 조작된 장부 사진을 근거로 경찰은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6개 법인 모두와 사무실 직원, 가족 계좌를 압수수색했다면서 장부에 적힌 66명에 대해서도 경찰은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소환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와 함께 총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최근 논란으로 총선 출마는 어려울 수 있지만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특히 H 전 의원 사태가 이미 3년 전에 불거진 문제였고 당시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사생활로 종결된 점을 강조하며, 같은 이슈로 마녀사냥식 보도가 이뤄진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판 물갈이 신호탄 1호’가 H 전 의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J씨는 2018년 1월에 부산시축구협회 회장에 취임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부산남구갑 지역위원장을 맡았다. 본래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공천을 받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나 2019년 10월 민선 1기 부산광역시 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거 준비 과정에서 정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자 탈당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사퇴한 부산시축구협회장 보궐선거에 재차 출마해 논란이 되었다. 자신의 사임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또다시 입후보하면서 도덕성은 물론 후보자 자격 논란마저 일었다.

민주당 탈당으로부터 불과 16개월 만인 2021년 3월 국민의힘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선거대책본부를 출범하면서 그는 박형준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당시 박형준 후보는 하태경 의원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동시에, 김미애·백종헌·안병길·정동만 의원, 이언주 전 의원,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등 이름을 공동선대본부장에 올렸다.

정체가···

2023년 4월에는 부산진구갑 지역구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됐으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는 않았다. 이어 지난 21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가 J씨를 국민의힘 조직본부 부본부장으로 임명해 논란을 키웠다.

J씨는 2022년 2월15일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조직본부 부본부장 임명장을 올리고, 자신이 윤석열 캠프 부본부장이 됐다고 알렸다. 경남 남해 출신인 J씨는 젊은 시절 선박 관리 사업을 하며 축적한 자산을 토대로 지난 2006년 S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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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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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