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5.27 08:05:37
  • 호수 15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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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후보 리스크에 가려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6·3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지역균형 발전 공약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포퓰리즘 공약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지방 소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급등이 정권교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그만큼 대통령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요시사>와 만난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의식주 중 옷을 입고 먹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주거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애먼 공약

부동산은 모두의 관심사인 만큼, 대선후보들의 공약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서 교수는 이번 대선에선 과거처럼 부동산 공약에 대한 논란이 많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야당 대표는 사법 리스크, 여당 대표는 탄핵과 대선주자 교체라는 이슈가 불거져 유권자들이 부동산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안정화는 물론, 거시경제에 대해 고민하고 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가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대선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 관해 서 교수는 “부동산정책 관련 공약은 선심성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고려한 정책으로 제시돼야 한다”며 “부동산은 국내 경제, 국가 재정, 자본시장 건전화, 자산의 양극화 해결, 금융정책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있으며 부동산시장의 안정·성장이 뒷받침돼야만 한국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선후보의 공약을 요약하면 야당은 ▲4기 스마트 신도시 개발 ▲국공유지를 활용한 공공주택 공급 ▲도시정비사업 촉진 ▲GTX의 D·E·F 신규 노선 등이다. 여당은 ▲재건축 및 재개발 용적률 상향 ▲대학가 반값 월세촌 ▲세대 공존형 아파트 공급 ▲지역주택조합 제도 폐지 ▲임대 등록제도 활성화 ▲3·3·3 청년주택 공급 ▲GTX 전국 5대 광역권으로 확장 등이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이 같은 공약은 예산 문제, 지지층 이탈 우려 등의 문제점이 있다”면서도 “다행인 것은 야당 대선후보가 과거에 제시한 국토보유세, 임차인 10년 갱신청구권 도입 등은 이번 공약서 빠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굳이 집을 사겠다는 사람에게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하면서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선후보들이 내건 공약들에 관해 서 교수는 “이 같은 정책 변화가 야당 후보의 본심인지 표를 향한 몸부림인지 아직 판단할 수 없다. 임차인 보호 강화, 다주택자 세금 폭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분양가상한제 등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실패한 사례는 많다. 실패하게 되면 회복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 비용은 오로지 국민이 부담하고 고통을 받게 된다. 결국 규제의 역설이라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포퓰리즘 남발···구체적 방안은 ‘제로’
의식주 중 주거 문제 미해결했던 정부

부동산 관련 공약도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시장 안정과 주거복지 실현이다. 결국 부동산시장의 안정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서 교수는 “연도별·지역별 수요를 예측해 공급이 이뤄지도록 소관 행정부서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이제까지 대선공약으로 제시된 공급 공약이 지켜진 사례는 없다. 정권에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이 있는 공급 대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권 수립을 위한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는 눈속임을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볼 때 이재명 후보의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김문수 후보의 청년 주택 공급 확대가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는 물음표가 많다.

서 교수는 “정부가 땅을 사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사에 용적률 추가 혜택을 줘서 공급을 늘린다 하더라도, 용적률 완화가 수익성에 연결되느냐는 문제에 도달한다”며 “일은 민간이 다 했는데, 정부가 공공 분양으로 전환시키면 민간에서는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참여하지 않게 되고 결국 공급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4기 신도시 같은 경우에도 어떻게 보게 되면 서울에 근접한 주거 단지를 개발해야 하는데, 그만한 입지를 갖춘 지역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 주요 상권을 포함해 신도시와 지방의 상가 공실률이 빠르게 치솟고 있는데 이는 주택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1분기 서울 집합 상가 공실률은 9%를 넘었고, 일부 지역은 절반 가까운 상가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상가 공실에 대해 서 교수는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국토 공간 구조서 인구 대비 상업 용지, 상업시설이 너무 많다”며 “상업용 건물이 많은 이유는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분양가를 많이 받아 상업 용지의 비율을 높인 탓이다. 다시 말해 세수 확보에 혈안이 된 정부가 과도하게 늘려놓은 상업 지구로 인해 주택이 줄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세수 확보 차원서 상업지구 늘려
선심성 주택 공급···시공사만 수익

금융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것에 대해 규제의 역설을 우려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강화된 스트레스 DSR 규제가 ‘규제의 역설’이다. 규제를 앞두고 집에 대한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했다. 수도권에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것도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클 것”이라며 “이미 시장은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매수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이나 부동산의 종류에 따라 대출금리를 정하는 건 불가피하더라도 지역별로 차등하는 건 역차별이다. 그런 전례 자체가 없다. ‘돈 있는’ 사람만 서울, 수도권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치는 꼴이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오는 7월 3단계 시행을 앞둔 가운데 1단계 적용 직후 한동안 아파트시장 거래 양극화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가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거래 통계(호수 기준)를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 DSR 1단계 시행 직후 6개월(2024년 2∼7월) 전국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은 25만8995건으로 시행 전 6개월(2023년 8월∼2024년 1월) 대비 26.8% 증가했다.

이 기간 서울 거래량이 1만7582건에서 3만1837건으로 81.1% 늘며 거래량 증가를 견인했다. 경기는 4만9854건에서 7만1999건으로 44.4%, 인천은 1만2056건에서 1만7335건으로 43.8% 각각 증가하며 수도권 전체적으로 눈에 띄는 상승 폭을 보였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12만4734건에서 13만7824건으로 증가율이 10.5%에 그쳐 대조적 양상을 나타냈다. 서울 내부서도 지역별로 거래량이 크게 갈렸다. 강남 3구의 경우 서초구가 800건에서 1674건으로 109.3%, 강남구가 1182건에서 1927건으로 63.0%, 송파구는 1229건에서 2317건으로 88.5% 각각 느는 등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아울러 대선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에 대해 서 교수는 “가격이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국가산업의 고도화를 통해 가처분소득의 증가를 도모하고, 이를 통해 주택의 구매력을 높이는 정책도 함께 추진한다는 공약이 필수적”이라며 “주거복지 측면에서는 표심을 자극하는 계층별 공급 대책도 필요하지만 전 국민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역설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지 묻자 “이를테면, 하위 10% 주거 취약계층에게는 영구임대주택을 공급하고, 90%는 민간서 담당할 수 있도록 민간의 임대차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민간 임대차 시장을 규제하면 임대차 시장의 왜곡을 가져오게 되고, 그 피해는 결국 임차인들에게 돌아간다. 또 지방의 표심을 자극하는 GTX 신설·확장 공약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예산·경제성 문제 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부동산 공약은 규제와 완화라는 정치적 논리보다는 정책의 방향성을 정하고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정부의 정책은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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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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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