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갭투자 의혹·막말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억원 정도 아파트면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라고 발언해 또다시 민심에 불을 붙였다.
정부·여당 인사들의 잇따른 ‘부동산 실언’에 국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복 의원은 23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전국 평균치로 보면 15억 정도 아파트면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라는 인식이 좀 있다”며 “그래서 15억 아파트와 청년, 신혼부부에 대한 정책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사다리 걷어차기’ 비판에 대해 “실체가 없는 공격”이라며 “과거와 지금이 달라진 게 없는데도 ‘주거 사다리가 없어졌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15억원) 이상 주택은 주거 사다리라기보다는 부를 축적하는 욕망의 과정”이라며 “그런 과정이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해 대출과 LTV(주택담보대출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가 언급한 ‘15억원짜리 서민 아파트’라는 표현이 현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생활비 폭등으로 서민층이 허덕이는 상황에서, 복 의원의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진 ‘특권의식’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15억이 서민이면 나머지는 뭐냐” “좌파 부자들의 서민 기준은 천상계 수준” “충남 아산 지역구에서 4~5억 아파트면 하층민이냐” 등의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이 차관의 “집값 떨어지면 그때 사라”라는 발언과 갭투자 의혹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복 의원의 발언은 사실상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야권에선 즉각 반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복 의원의 서민 15억 아파트 발언에 대해 “15억짜리 아파트가 서민 아파트라니, 이재명정부에선 중산층은커녕 서민이 되는 것도 힘들어져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도봉구민이 민주당 기준의 ‘서민’이 되려면 최소 10억은 더 필요하다는 말이냐”며 “안 그래도 집 한 채 사기 힘든 청년과 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는데, 민주당은 염장을 지르듯 ‘15억은 서민’이라고 말한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수십억원대 아파트를 가진 ‘부동산 천룡인’들이 만든 정책이니 이따위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하긴 수억원씩 갭투자해서 강남에 수십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하신 ‘부동산 천룡인’들이 설계한 부동산 정책인데, 최소 15억원 정도 아파트는 있어야 서민으로 보일 만하다”고 비꽜다.
그는 “이로써 민주당이 ‘서민, 서민’ 외치던 것의 실체가 드러난 셈인데 서민의 기준을 15억원으로 두니 이따위 망국적 부동산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며 “집을 못 산 나는 민주당 기준에서 불가촉 천민 정도 되려나”라고 직격했다.
주이삭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인식 자체가 국민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서민의 주거 현실을 조금이라도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B부동산이 발표한 올해 8월 전국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5억3843만원으로 집계돼있는 만큼, 이날 복 의원의 ‘15억 서민 아파트’ 발언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복 의원의 발언에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부동산 정책의 신뢰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되는데, 국민 체감과 괴리된 발언이 잇따를수록 정부의 정책 설득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초구 소재 한 중개업자는 “15억원이면 서울 강남 일부나 도심권을 제외하면 사실상 상위 5% 이내의 고가 주택”이라며 “이런 아파트를 ‘서민 주거지’로 규정하는 순간, 중산층 이하 국민들은 정치권이 자신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문제는 수치가 아닌 감정의 문제라는 말이 있다“면서 “집 한 채 마련이 꿈이 된 시대에 국민 정서를 거스르는 발언이 반복된다면, 진짜 서민들은 앞으로 나올 부동산 정책에도 부정적인 잣대가 고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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