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광천동 재개발 집행부 비리 의혹

“순항하나 싶더니 물이 샌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8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했던 광주 광천동 주택개발사업이 최근 ‘재개발사업 시행계획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조합 내에서의 권력다툼과 집행부의 비합리적인 운영에 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 광주 광천동 배치도

광주시 서구 광천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사업 예산만 2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최대 규모 재개발사업이다. 2012년 시작됐지만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던 재개발사업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광주시 서구가 인가한 광천동 주택재개발사업 시행계획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재개발사업의 무효를 주장했던 일부 주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8년 넘게 속도를 내지 못했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사업 본궤도
또 다시 찬물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최근 광주 광천동 재개발조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제보가 들어왔다. 현재 광천동 재개발조합의 조합장은 공석이다. 이런 상황서 조합장 후보로 나선 것은 A씨와 B씨. 하지만 제보자에 따르면 실제로 조합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사무장이었다. 

제보자는 “사무장은 B씨를 설득해 조합 사무를 총괄하는 인물들과 함께 OS(Outsourcing)를 활용한 매표 행위 등 조합장 선거에 부정행위를 하기로 공모했고 A씨에게도 적극 도와주겠다는 약속으로 안심시킨 뒤 공로를 잊지 말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누자고 서로 합의했다”며 ”이미 B씨를 조합장 만들기로 약속이 돼있기 때문에 A씨를 속이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OS는 조합의 총회서 조합원들을 직접 대면해서 서면결의서(투표용지)를 징구하는 업무를 하는데, 이때 안건(선거의 경우는 후보자)에 대해 잘 모르는 조합원이 많기 때문에 사실상 투표 결과는 OS의 의견에 영향을 받는다. 


통상 조합원의 30~40%는 OS가 좌우하므로 선거에선 실질적으로 조합장을 만든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광천동의 경우는 70%가 광천동 이외의 지역에 사는 조합원이기에 더욱 그렇다.

조합원, 사무장 OS업체 선정 비리 개입 주장
“조합장 시켜주겠다”고 후보들 좌지우지

제보자에 따르면 최근 조합 사무장은 ‘빛세움’이라는 OS 회사를 데려왔다. 기존의 OS 회사인 ‘진우’는 총회 OS를 운영하는 데 비난과 우려가 많아지자 조합장 선거서 빠지기로 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이번에 데려온 빛세움이 진우의 바지 회사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제보자는 이”진우의 사장과 빛세움의 부사장은 과거 회사 동료로 일한 적이 있는 친구 사이기 때문”라고 밝혔다. 

제보자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조합장을 선출하는 총회서 조합원의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는 총회 대행사인 OS 업체를 선정하는데, 광천동 재개발조합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컨설팅 업체)인 진우와 사무장이 특정 조합장을 만들기 위해 용역사를 선정했다는 것.
 

▲ 광주 광천동 주택가

제보자는 또 "용역사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공개입찰하는데, 이때 진우 사장이 자신과 가까운 기호 1번 빛세움을 허수아비 삼아 데려왔고 사무장이 빛세움의 실적으로 만점을 맞을 수 있는 맞춤형으로 공개입찰안(평가기준표)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해서 당연히 빛세움의 점수가 1등이었고 용역업체로 선정됐다는 것. 제보자는 "그렇게 선정된 OS 용역사는 사무장과 진우의 지시대로 조합장 선출에 관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OS가 뭐길래
특정업체 밀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사무장과 진우 사장은 조합의 업무방해(선거 및 입찰), 입찰 비리(공모), 부정선거 계획,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에 해당된다.

광천동 재개발조합 정상화 모임 관계자는 “얼마 전 대의원회서 집행부(3인의 이사와 사무장)가 대의원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서면결의서를 받았다”며 “OS 용역회사 중 1번 빛세움을 선택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조합 집행부서 직접 특정 OS 회사를 밀어줬다는 증언이다.

모임에 의하면 “OS를 접수하는 자, 천하를 접수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OS의 영향력은 크다. 모임 관계자도 “실제로 조합장 선정은 조합원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OS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빛세움이 선정되려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공개경쟁입찰을 해야 한다. 제보자는 “조합 사무장은 빛세움에 유리한 맞춤형 공모안을 작성해 입찰을 추진했고 그로 인해 빛세움이 1등으로 선정됐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모든 사건들의 중심에 사무장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무장은 자신의 목적(재개발 사업의 실질적인 주인)과 세력 구축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위법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장 비리
한두개 아니다"

제보자가 주장한 사무장의 불법 사항은 OS 업체 선정만이 아니었다. 제보자에 따르면 사무장은 감정평가회사에 압력을 행사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조합은 조합원의 권리가액을 산정하기 위해 감정평가회사를 선정한다. 공정성을 위해 선정은 구청이 하게 된다. 감정평가가 공정하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엄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보자는 "사무장은 직위를 이용해 특정한 조합원의 감정평가액을 상향시키고자 했다"면서 "사무장은 해당 특정인과 함께 감정평가회사를 방문해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그 특정 조합원은 조합의 대의원이었고 그의 모친이 사무장에게 친분을 이용해 부탁했다는 내용이다.
 

제보자는 "그 후 모친은 사무장의 측근이 돼 대의원들에게 서면결의서를 징구하는 행위,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 등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보자가 밝힌 또다른 비리는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조합의 감사에게 협박을 한 것이다. 이 문제를 알게 된 조합의 감사가 사무장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오히려 사무장은 “사무를 하면서 녹음한 내용을 공개하겠다”며 협박했다는 것. 제보자가 밝힌 해당 감사의 주장에 따르면 사무장은 모든 대화와 통화를 녹음하고 있다.


“전혀 사실 아니다” 부인
“증거·증인 있다” 반박

제보자는 “이는 협박죄일 뿐만 아니라 조합의 선출직 임원인 감사에게 고용직 직원인 사무장이 협박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면서 "감사뿐만 아니라 임원들 모두가 녹음을 당해 사무장에게 꼼짝하지 못한다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광천동 재개발조합 정상화 모임’에 따르면 현재 조합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조직은 직무대행이 아니라 집행부인 3인의 이사와 사무장이다. 즉 직무대행자의 발언은 힘이 없다는 것.

모임 관계자는 “사실 조합의 집행부는 누가 돼도 상관없다”며 “어차피 수적 우위를 앞세운 집행부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조합 이사를 보궐 선임한다면 대의원회서 수적 우위를 지닌 집행부 쪽 이사가 선임될 것이 분명하므로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화 모임은 “이런 상황을 돌파하고 정상적으로 조합의 업무를 진행시킬 만한 조합장 후보가 보이지 않아 두 후보 모두 지지하지도 않고, 투표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저희는 조합 집행부 전원을 해임하고, 새로운 후보를 조합장 후보로 추천하려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증거 있는데
“모르는 일”

A씨는 “빛세움이라는 회사를 알지도 못하고 사장과는 일면식도 없다”며 “그런 제안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B씨도 “빛세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며 “음해하려는 세력의 허위사실 유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제보자와 정상화모임 관계자는 “두 후보들이 확실한 증거와 증인이 있음에도 발뺌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ktikti@ilyosisa.co.kr>

 

광천동 재개발 조합 사무장이 전해온 입장과 반박

광천동 재개발 조합 사무장은 “기사에 나온 제보자 주장의 대부분이 허위 사실”이라고 밝혀왔다.

사무장은 OS회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기사의 내용에서처럼 빛세움이라는 회사를 데려온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회사”라고 못 박았다. 사무장은 기사에서의 ‘빛세움 맞춤형 공개입찰안(평가기준표)’도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상화 모임 관계자의 ‘대의원회서 집행부(3인의 이사와 사무장)가 대의원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서면결의서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의원을 직접 찾아다닌 적이 없고 대의원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고 찾아갈 일도 없다”고 말했다. 

또 조합장 후보자 A씨와 B씨에 관련된 내용도 반론을 제기했다.

사무장은 “제보자가 주장한 ‘B씨를 설득해 OS를 활용한 매표 행위 등 조합장 선거서 부정행위를 하기로 공보했다’는 내용, ‘A씨를 안심시킨 뒤 공로를 잊지 않겠다고 합의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사무장은 “이 뿐만 아니라 제보자가 주장한 불법사항인 ‘감정평가회사 압력’ ‘조합 감사 협박 의혹’ ‘임원들 모두가 녹음을 당해 꼼짝하지 못한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모든 것은 악의적인 의도가 담긴 세력의 허위 주장”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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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